예전에 최인규 선수 대 저그전 승률 분석 글 올렸었죠? 그것도 엄재경님께 질문 드렸었는데, 이번에는 세르게이 선수를 비롯한 외국 선수들의 우리와의 문화적차이에 관한 문제에 대해 질문드렸습니다.
이번에는 답글을 기다려서 이렇게 올려보네요. 나름대로 생각을 많이 한 문제라서요.
질문을 우선 요약해서 드리겠습니다.
(저는 커뮤니케이션이 용이한 글을 무척 좋아합니다. 지난번에 최인규선수의 전적을 꼼꼼히 분석했던 것도 그런 이유이고요. 최인규선수의 다른 전적, 분석 중입니다. ^^; 4학년 공대생이라 바빠서..-_-;;)
질문 요지 : 과연 앞으로 외국인 게이머가 한국에 오는 일이 많아질 때, 그들의 태도는 변할 필요가 있는가? 우리는 어떻게 대할 것인가?
본론============
외국인 게이머들은 한국에 여럿 왔었습니다. 빅터 마틴, 제롬, 기욤패트리, 프레드릭에스타워즈, 그리고 오즈귄 세르게이 까지.
이들은 한국 게이머, 그리고 한국 문화와 비슷하기도 하였고 다르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그런 일들은 문화적 충돌이 되기도 하고, 문화적 차이로 이해되기도 하였습니다.
예를 들면, 기욤패트리 선수가 인터뷰에서 늘 자신감에 차 있는 모습은 초기의 스타크래프트 팬들에게 "거만하다"라는 말을 많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기욤 선수는 많이 달라졌습니다. 요즘은 굉장히 겸손한 말을 많이 쓰지요. (사실, 옛날에도 몇몇 경우를 제외하고는 그다지 거-_-만한 편은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만..)
빅터 선수는 주목받지 않아서 차이가 좀 있겠지만, 역시 비슷한 자신감을 보인다는 점에서 구설수에 올랐습니다. 빅터선수의 최근 태도는 알 수 없구요.
프레드릭 선수는 기본적으로 굉장히 겸손한 선수였다고 생각됩니다. 어쩌면 KBK때는 오히려 약간 부루퉁~한 모습이었는데, WCG에서는 분위기에 압도되어서인지, 조금 움츠러 든 듯 해서 안타깝더군요.
(물론 저도 한국 게이머들이 게이아이등의 경기에서 최선 120%를 다하지 않기 때문에 그들이 방심한 한국게이머들의 실력을 대회때의 것과 같다고 믿게 되는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고, 한국 게이머가 월등은 아니라도 분명 프로라는 네임밸류에 걸맞는 우월을 점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잡설이군요 괄호로 묶었으니 양해해주세요. ^^)
오즈귄 세르게이, 그리고 물론 한국에 오지는 않겠다고 했지만 NTT같은 선수들은 그야말로 끝도 없는 자신감에 차 있는 선수들입니다. 그들의 언행에 많은 게임 팬들은 흥분하고, 한국을 비호하며, 한국에 와서 정신이 들때까지 져 봐야 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드디어, 오즈귄 세르게이 선수의 데뷔전이 있었고, 3:0으로 졌습니다. 팬들은 잘됐다~를 연발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그들의 행동과 우리 게임 팬들의 대응을 문화적 차이로 이해할수 있습니다. 하지만, 무작정 이해하기에는 뭔가 아쉬움이 남습니다.
홈그라운드는 이쪽입니다. NBA나 MLB 그리고 일본 "야큐"와 같은 경우에서, 외국인 선수들이 그들의 문화를 따르지 않을 경우, 엄청난 비난은 물론이고 현실적인 제제까지도 가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일본 바둑의 경우, 까다로운 예의를 꼭 지쳐야 하더군요. 좋은 모습입니다.)
물론, 온게임넷 등의 한국 게임리그가 전통과 명예로 이루어진 문화적 상징이냐라고 반문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분명 이것은 프로게임리그라는 정형화된, 공식화된 장입니다 이는 모두 우리가 이루어낸 문화입니다.
이제, 다른 선수들이 옵니다. 그들은 우리가 이루어 낸 문화적 산물을 우습게 여길지도 모릅니다. 게이머는 단순히 게임을 하는 사람일뿐, 함부로 말을 해도 된다거나, 상대를 욕해도 된다고 생각할수도 있습니다. 혹은, 한국의 게임 문화는 그저 이벤트 성이라고 가볍게 여길 수도 있습니다.
(지금까지 그런 일이 있었다는 건 아닙니다. 다만 NTT같은 경우는 조금 한국의 게임리그를 별로라고 생각하는 듯 하더군요.)
과연 그들이 게임을 잘한다는 이유만으로, 응원해주자는 생각으로, 멀리서 왔다는 동정으로 모든 문화적 차이를 마냥 이해해주는 것이 옳은 것일까요?
저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프로는 이기기 위해서 온 것이 맞습니다. 게임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그는 분명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자신의 선택으로 다른 문화에 뛰어들었습니다. 이곳은 자신의 홈이 아니지요. 따라서, 그는 우리들의 문화를 이해하고 그에 적응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봅니다.
우리가 마냥 "우리 잘났으니 맞춰!"라고 말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이해해주시리라 믿습니다. 우리는 분명 우리가 가꿔 온 문화를 자랑스럽게 생각해야 합니다. 이해해 줄 것은 이해해 주고, 야단 칠 것은 당당하게 잘못되었다고 말할 줄 아는, 그런 홈그라운더의 자세가 필요한 시점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
엄재경님은 많은 게이머들을 만나시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앞으로 세르게이 선수를 만날 일이 많아지기를 바랍니다. 그가 자신이 속한 "패러다임"의 어른을 만나 많은 것을 배우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
(너무 부담을 드리는 말씀인가요? 그렇다면 죄송하네요. 엄청난 신뢰라고만 말씀드리지요. 그리고, 지금까지의 모습을 본 신뢰이지, 상상을 통한 신뢰가 아님을 말씀드리면 덜 죄송하다고 믿고 싶네요.)
드디어 다음 주면 시작되는 군요. 바빠지시면 늘 걱정되는 것이 세 분의 건강입니다. 미리 푹 쉬어 두시면 좋겠지만.. 어렵겠지요? 이번에도 좋은 경기가 엄재경님의 이야깃거리가 되어 멋진 해설이 나올거라 믿고 기다리겠습니다.
늘 건강하시기 바랍니다.
신림동에서 마냥 스타를 좋아하는 대학생이. ^^
항상 즐거운 아이.
p.s 최인규 선수 전적 분석 곧 올릴 예정인데.. 온겜넷 시작되면 너무 바쁘시려나요? -_-; ..
저는 외국인 선수들에게 겸손을 강요할 생각은 없습니다. ^^;
그들이 자라온 문화가 우리네의 것과 다름에서 오는 태도 차이일
뿐이라고 생각하죠.
그리고, '적응'은 그 선수의 몫입니다.
적응을 잘 해 잘 살아남는 것도 그 선수의 것이고, 그렇지 못해
도태되는 것 역시 자신의 책임이라고 생각합니다.
세르게이와는 의사소통이 매우 힘들더군요. -.-;
기욤에게는 안 되는 영어나마 의사를 전달할 수는 있었고,
기욤이 쉬운 영어로 이야기를 해 주면 알아듣기도 좋았고요.
또 요즘은 기욤이 한국말을 제법 잘 하거든요.
헌데 세르게이가 구사하는 영어는 러시아 특유의 발음과 억양이
강해 알아듣기가 매우 힘듭니다. 온게임넷 직원중에 영어를 매우
잘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그들도 세르게이가 하는 말은 잘
알아듣지 못하겠다고 하더군요.
아무튼, 가능한 선 내에서는 대화를 시도하려고 노력했었고요,
기왕이면 잘 적응해 좋은 모습을 보여주기를 바라기 때문에
그런 방향으로 조언을 몇 차례 해주었습니다.
그나마 세르게이는 기욤보다는 훨씬 좋은 조건입니다.
기욤이 세르게이를 제법 많이 도와주는 분위기더군요. ^^;
항상 즐겜하세요.
-- 서교동에서 엄재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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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플 많이 달아주세요. 지금도 제 의견이 옳다고 생각하는데요, (결국 "조언"이라는 것도 일종의 "종용"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 않습니까) 재경님 의견도 꽤 설득력있네요. 자신의 몫이라... 그렇네요. 아무튼 이야기 나눠 봤으면 좋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