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회원들이 연재 작품을 올릴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연재를 원하시면 [건의 게시판]에 글을 남겨주시기 바랍니다.
Date 2011/11/26 15:22:03
Name VKRKO
Subject [청구야담]여자의 한(洪川邑繡衣露踪)
부제학 이병태가 임금님의 명을 받아 경기도 동쪽과 강원도를 암행어사로서 순찰하게 되었다.

강원도 홍천을 지나가게 되었는데, 읍내와 거리가 10리 정도 떨어진 곳이었다.

홍천은 순찰 구역이 아니었기에 이병태는 그냥 지나가려 하였다.



그리하여 한 마을 앞에 도착했는데, 몹시 배가 고파 어느 집 문 앞에서 밥을 구걸했다.

그러자 한 여자가 나왔다.

[남자가 없는 집이라 무척 가난합니다. 집에 시어머니가 계시는데도 아침 저녁을 굶고 있는데 나그네에게 줄 밥이 있겠습니까?]



이병태가 물었다.

[남편은 어디에 갔습니까?]

여자가 말했다.



[알아서 어디 쓰시려고 하십니까? 우리 남편은 바로 이 읍의 이방인데, 요망한 기생에게 홀려 어머니를 박대하고 아내를 쫓아냈습니다.]

여자가 이렇게 말하며 끊임 없이 원망의 말을 쏟아내자 방 안에 있던 노파가 말했다.

[며늘아, 무슨 이유로 쓸데 없는 말을 해서 남편의 흉을 보느냐? 그런 말까지 할 필요는 없지 않니?]



이병태가 그 모습을 보며 몹시 마음이 아팠다.

그래서 그는 읍내로 들어가 이방을 찾아갔다.

마침 시간이 낮 12시였다.



이방의 집에 들어서니 이방이 마루 위에 앉아 점심밥을 먹고 있었고, 그 옆에는 기생이 마주 앉아 밥을 먹고 있었다.

이병태는 마룻가에 턱 걸터 앉으며 말했다.

[나는 서울에서 온 과객이오. 우연히 이 곳까지 오게 되었는데 밥 한그릇 얻어 요기라도 때울 수 있게 해주시오.]



그 당시는 전국에 흉년이 들어 조정에서 쌀을 나누어 주어야 할 정도로 힘든 시절이었다.

이방은 한참 동안 이병태를 아래 위로 훑어 보더니, 종을 불러 시켰다.

[조금 전에 새끼 낳은 개에게 주려고 쑤었던 죽이 남아 있느냐?]



[있습니다.]

이방이 말했다.

[이 거지놈에게 그 죽이나 한 그릇 주어라.]



조금 있자 종이 술지게미와 쌀겨를 넣어 끓인 죽 한 그릇을 가져와 이병태의 앞에 던졌다.

이병태가 분노하여 외쳤다.

[그대가 비록 넉넉하게 살고 있다한들 한낱 이방일 뿐이고, 내 비록 구걸하고 있다한들 양반이다. 양반인 내가 밥을 구걸하면 그대는 먹던 밥이 아니라 새로운 밥을 지어 내놓거나 먹던 밥을 덜어서라도 주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짐승들이 먹고 난 찌꺼기를 사람에게 주다니 이 무슨 행패냐!]



이방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이병태를 바라보다 욕을 했다.

[네놈이 양반이면 어찌하여 사랑방에 있지 않고 이따위로 돌아다니느냐? 지금은 흉년이 심하여 이 죽도 사람들이 먹지 못해 굶는데 네놈이 얼마나 대단하길래 감히 그따위로 말을 하느냐!]

이방은 죽사발을 들어 이병태를 때렸다.



이병태의 이마에서 상처가 나 피가 흐르고, 온 몸에 죽이 끼얹어졌다.

이병태는 분통함을 참고 그 집에서 나와 그대로 암행어사 출두를 외쳤다.

마침 그 읍의 사또가 백성들에게 나누어 주어야 할 곡식을 횡령하여 서울로 보낸 것이 발각되었다.



이로 인해 사또는 봉고파직당하고, 이방과 기생은 곤장으로 때려 죽였다.

한 여자의 원망이 한 읍을 뒤흔들어 놓았으니, 옛 말에 [여자가 한을 품으면 오뉴월에도 서리가 내린다.] 는 것은 바로 이런 일을 두고 하는 말일 것이다!


원문 및 번역문 : http://koreandb.nate.com/life/yadam/detail?sn=8





영어/일본어 및 기타 언어 구사자 중 괴담 번역 도와주실 분, 괴담에 일러스트 그려주실 삽화가분 모십니다.
트위터 @vkrko 구독하시면 매일 괴담이 올라갈 때마다 가장 빨리 소식을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티스토리 블로그 VK's Epitaph(http://vkepitaph.tistory.com)
네이버 카페 The Epitaph ; 괴담의 중심(http://cafe.naver.com/theepitaph)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11/11/26 17:14
수정 아이콘
조강지처를 서럽게 하면 안됩니다.
눈시BBver.2
11/11/26 19:01
수정 아이콘
정조 때였나 요런 사례가 더 있죠. 남편에게 홀대받던 아내가 남편이 역모 혐의를 받자 (실제 역모를 계획했고) 아주 속속들이 까발려서 남편이랑 거기 연루된 사람 다 죽게 했죠. 물론 자기도 죽었지만 복수 하나는 참 거하게 ( ..); 남편이 반박하자 아주 조목조목 말 하면서 재반박하고...
덕분에 죽은 후 연루되 죽은 자들의 가족에게 사지가 발기발기 찢겨졌다고 = =;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295 [실화괴담][한국괴담]화상 - VKRKO의 오늘의 괴담 [3] VKRKO 6542 11/12/10 6542
294 [번역괴담][2ch괴담]손자국 - VKRKO의 오늘의 괴담 [5] VKRKO 5775 11/12/08 5775
293 북유럽 신화 - 로키의 아들 [10] 눈시BBver.28844 11/12/07 8844
291 북유럽 신화 - 아스가르드의 성채 [10] 눈시BBver.28327 11/11/28 8327
290 [실화괴담][한국괴담]손 - VKRKO의 오늘의 괴담 [6] VKRKO 7063 11/11/28 7063
289 [청구야담]여자의 한(洪川邑繡衣露踪) [5] VKRKO 6451 11/11/26 6451
288 [번역괴담][2ch괴담]바다신 - VKRKO의 오늘의 괴담 [5] VKRKO 6004 11/11/24 6004
287 북유럽 신화 - 스카디 [4] 눈시BBver.28880 11/11/24 8880
286 [청구야담]귀신의 구슬(鬼物每夜索明珠) - VKRKO의 오늘의 괴담 [6] VKRKO 7163 11/11/22 7163
285 [번역괴담][2ch괴담]흙인형 - VKRKO의 오늘의 괴담 [4] VKRKO 5454 11/11/21 5454
284 [번역괴담][2ch괴담]바다는 어느 쪽인가요 - VKRKO의 오늘의 괴담 [1] VKRKO 6120 11/11/14 6120
283 [실화괴담][한국괴담]낡은 의자 - VKRKO의 오늘의 괴담 [2] VKRKO 6370 11/11/13 6370
282 [청구야담]수령의 아이를 가르친 중(敎衙童海印僧爲師) - VKRKO의 오늘의 괴담 [11] VKRKO 6239 11/11/12 6239
281 [번역괴담][2ch괴담]안경 - VKRKO의 오늘의 괴담 [8] VKRKO 6346 11/11/10 6346
280 북유럽 신화 - 로키의 장난 (2) [7] 눈시BBver.27657 11/11/10 7657
279 북유럽 신화 - 로키의 장난 (1) [4] 눈시BBver.27839 11/11/07 7839
278 [번역괴담][2ch괴담]햄버거 - VKRKO의 오늘의 괴담 [7] VKRKO 6066 11/11/07 6066
277 [실화괴담][한국괴담]경찰 학교의 귀신 - VKRKO의 오늘의 괴담 [7] VKRKO 6516 11/11/06 6516
276 [실화괴담][한국괴담]기숙학원 - VKRKO의 오늘의 괴담 [3] VKRKO 6124 11/11/05 6124
275 [번역괴담][2ch괴담]정글짐 - VKRKO의 오늘의 괴담 [4] VKRKO 5705 11/11/04 5705
274 [번역괴담][2ch괴담]마네킹의 집 - VKRKO의 오늘의 괴담 [2] VKRKO 5948 11/11/03 5948
273 북유럽 신화 - 로키, 합류 [10] 눈시BBver.28022 11/11/02 8022
272 [번역괴담][2ch괴담]실종의 땅 - VKRKO의 오늘의 괴담 [9] VKRKO 5688 11/11/02 5688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