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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21/11/14 23:58:40 |
Name |
엘든링 |
Subject |
간단한 엘든 링 네트워크 테스트 후기 (수정됨) |
베타 테스트에 당첨되고 대략 10시간 동안 엘든링을 운 좋게도 미리 해 볼 수 있는 기회를 가졌습니다. 월드의 모든 요소들을 다 본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이 정도면 간단한 후기를 작성할 정도는 되는 것 같아 베타 테스트를 진행한 감상을 적어보려 합니다.
1. 탐험 요소
엘든링의 오픈월드를 묘사해보면, 유저가 이곳 저곳 탐험하면 독특한 기믹이나 NPC 퀘스트, 잡몹 디자인, 미니 던전과 각종 아이템으로 보상을 주어 탐험 요소를 중점적으로 강화한 오픈 월드 게임이다-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특히 잡몹들이 개인적으론 정말 놀라웠던게, 진짜 별의 별 크리쳐가 다 있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해파리, 롱스톤, 완다와 거상, 촉수괴물, 칼 달린 독수리, 독 뿜는 알?, 사자, 게, 박쥐, 꽃 등등등.. 베타 버젼인데도 대충 가짓수가 최소 20종 이상은 되는데, 여기서 프롬 소프트웨어의 디자인이 빛을 발합니다. 하나같이 디자인과 기믹이 독특해서 여긴 또 어떤 크리쳐가 있을까 싶은 생각으로 이곳 저곳 뒤지는 재미가 있었어요.
또, 어딜 가면 NPC 침입 이벤트가 있고, 어딘 밤에만 등장하는 특수 몹이 있고, 어떤 곳은 몹이 부수게 유도하면 템이 나오고, 어딘 로밍 중인 적 무리가 등장하고, 어딘 바다 너머로 갈 수 있는 던전이 있고, 어딘 놀라운 디자인으로 숨을 멎게 하고.. 이런 다양한 기믹과 이벤트로 월드를 지루하지 않게 촘촘히 둘러놓았단 느낌이었습니다.
IGN이 이정도의 월드 퀄리티가 후반부까지 유지되면 내년 2월에 정말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을거란 얘기를 괜히 했던 것이 아닌 것 같네요. 저는 개인적으로 블러드본과 다크소울 리마스터를 프롬 최고의 게임들로 꼽는데, 이 두 게임이 전부 후반부에 초반부의 반짝거림을 유지하지 못하고 조금씩 힘이 빠지는 느낌을 받았기에 엘든링은 부디 후반부에도 퀄리티가 유지되어 주었으면 하는 바램이네요.
하지만, 엘든 링의 오픈 필드에도 한가지 단점이 느껴졌습니다.
보통 다크 소울의 재미, 라고 하면 보스를 잡아내고 얻는 성취감도 있겠지만, 입체적인 구조를 가진 던전을 진행하며 숏컷을 열고 그 구조를 이해하는 즐거움 역시 클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유기적인 던전 구조가 가장 잘 짜여있던 게임이 바로 다크 소울 리마스터이고, 제가 다크 소울 리마스터를 유독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PC Gamers의 기사에서도 지적된 부분이지만 일단 베타 테스트 동안의 소규모 던전들은 그 구조가 굉장히 선형적이며 짧습니다. 각 던전 별로 정말 간단한 기믹만 있으며, 잡몹을 많아야 10마리 내외만 처치하면 미니 보스전이 나오고 그 보스를 깨면 입구로 텔레포트해서 나가는 형식인데, 이전 소울 시리즈 필드 진행의 핵심이었던 구조를 이해하는 즐거움이 별로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제가 스포일러를 피하기 위해 이번 베타 테스트의 보스인 멀기트만 잡고 스톰빌 성은 그 이상 들어가질 않았다는 걸 감안하더라도, 광활한 필드 영역을 10시간 동안 진행하면서 숏컷을 거의 본 적이 없는 건 좀 심하지 않나 싶네요.
분명 소울식 던전 구조를 보여줄 레거시가 존재하지만, 그 수가 6개로 공언되어 있는 만큼 실제 본 게임에서는 미니 던전을 주로 플레이 할 텐데 이 수준의 던전 디자인이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다면 상당히 실망스러울 것 같습니다. 물론, 필드 중간에 놓인 망원경을 통해 멀찍이 보이는 작은 시타델 혹은 성소 같은 중형 던전이 2~3개 보이기도 합니다. 또, 이번 베타 테스트의 튜토리얼 구간은 안개벽으로 막혀 있는 구간이 존재하는데, 이걸 외국 유저가 비비기로 뚫고 나가서 (…) 내부를 찍어 올린 걸 보니 이 튜토리얼 던전이 생각보다 내부가 굉장히 넓더라구요. 다크소울 3의 깊은 곳의 성당 일부를 잘라 놓은 수준? 그래서 이 문제로 너무 걱정스러운 건 아니지만요.
아무튼 본편에선 더 괜찮은 중소 규모 던전을 플레이 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2. 근접 전투
근접 전투의 경우 기본적인 시스템은 다크 소울과 같고, 신규 모션 몇 개가 추가됐으며 평타 공격이 기존의 루프식이 아닌 콤보식으로 바뀐 정도입니다. 다만 진행하다 보니 차이가 살짝 있다는 감상이었습니다.
전 다크 소울 3를 그냥 구르기 약공, 가드하고 약공으로 본편 대다수의 보스를 3트 안으로 깼었습니다. 그래서 잘하는 수준은 아니어도 완전 못하는 건 아니고, 시간만 좀 부으면 프롬겜은 얼추 깰 수 있는 딱 그 정도 수준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근데 밀키트 이 놈은 이렇게 하니까 난이도가 상당히 높더라구요. 엇박 패턴과 연속기가 많고 악랄해서 일단 구르기를 깔끔하게 성공시키기 힘들고, 대다수의 패턴들 특히 2페이즈가 근접전시 후딜이 상당히 적어서 블러디 울프로 시작했을 때 주는 대검 기준 약공을 2타 이상 때리기 매우 어려웠습니다. 전 20트 정도 시도하다 결국 패링으로 깼는데 (…) 아무리 생각해도 첫 레거시의 첫 보스인데 이 정도 난이도인게 말이 되는건가 싶었습니다.
그래서 혼자 생각도 좀 해보고, 갤 등지에서 클리어한 유저들에게 물어도 봤는데, 메타가 좀 바뀐 것일 수도 있겠더라구요.
보스 패턴 사이 후딜이 워낙 적다보니 한번 딜탐이 나왔을 때 강력한 공격을 밀어넣어야 클리어할 확률을 올릴 수 있습니다. 그래서 기존처럼 구르고 약공을 1~2타 때리고 빠지던지, 그 시간에 전투 기술이나 가드 카운터를 밀어 넣을 것인지 선택해야 하는데,
사실상 답이 정해져 있는 게 후자 쪽이 데미지가 3~6배씩 들어가거나, 딜은 같아도 강직도를 무너뜨려 앞잡이 가능한 부가 데미지를 줍니다. 딜 타임 자체가 잘 오질 않는데 가끔 오는 한번의 딜 타임을 온전히 살리려면 전기나 가드 카운터, 혹은 평타 강공을 쓰는 게 효율적인 것 같아요. (사실 간지도 전투 기술 쪽이 훨씬 낫습니다 크크) 다크 소울처럼 무지성 구르기 약공, 가드 약공 스팸이 아니라 가드 카운터와 전기를 상황에 맞추어 섞어 쓰며 다양한 플레이 방식을 쓰도록 유도하는 느낌이 있었습니다.
이번에 바뀐 모션들이 전기나 점프 공격, 가드 카운터 쪽 위주인 것이나, 플레이 영상에서 가드 카운터나 전투 기술 위주로 보여준 걸 보면 프롬이 어느 쪽을 밀어주는지 유추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엘든링까지 구르기 원툴 게임으로 만들고 싶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또 새롭게 영체 시스템이 도입되었는데.. 이거 진짜 사기입니다. 아까도 말씀드렸듯 밀키스 보스전에선 혼자 싸울 경우 플레이어의 턴이 잘 오지 않는데 영체를 소환하면 보스의 어그로가 영체에 쏠려서 자유롭게 전투 기술을 밀어 넣을 수 있습니다. 사실상의 이지 모드라 소울류에 입문하기엔 엘든링이 가장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확실히 입문자를 위해 배려를 많이 한 것 같아요.
3. 마상 전투
새롭게 엘든링에 등장한 시스템인 마상 전투 시스템입니다. 많은 분들이 궁금해하셨고, 저도 그랬는데, 솔직히 말하면 그냥 기본적인 수준이다란 인상이었습니다.
L1, L2를 누르면 왼쪽 약공/강공, R1, R2는 오른쪽 약공/강공이 나가는데, 약공의 경우 대검 기준 휘두르는 공격이 나갑니다. 근데 이게 처음이라 그런지 잘 안 맞더라구요(…) 강공의 경우 대검 기준 트레일러에서 등장한 땅에 질질 끌며 올려 베는 공격이 나가는데, 이건 히트박스가 길게 남아서 잡몹들을 쓸기도 편하고, 원하는 타이밍에 트리거를 놓으면 공격이 나가서 자연스레 강공 위주로....
이렇게 기본적인 시스템은 나쁘지 않네 정도의 느낌이었습니다. 기본적으로 말의 조작감, 특히 더블 점프는 아이디어 제시한 사람에게 상 줘도 될 정도로 아주 좋아서, 시스템을 이렇게 간단하게 만들었어도 나름 재밌게 플레이 할 수 있긴 합니다. 다만 치고 빠지고, 치고 빠지고 식의 공격이 반복되는건 좀 아쉬웠어요.
여담으로 혼자 어떻게 이걸 응용해볼까 고민해보다가 언급한 더블 점프를 섞어 봤는데, 더블 점프의 경우 도중에 방향 전환이 가능해 마치 ET의 유명한 장면처럼 하늘을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느낌이 들고, 착지시 공격을 넣으면 뮤탈 짤짤이를 하는 듯한 독특한 느낌이 있더라구요. 하지만 이것도 오래가기 어려웠던 게, 스태미나의 제한이 있어서 나중엔 점프 후 공격이 연속으로 진행되지 않고, 또 그 놈의 리치 문제로 공격이 잘 맞질 않아 금방 손에서 놓게 되었습니다.
다만 느낌은 독특하니 한번쯤 시도해 보시는 건 나쁘지 않을 것 같네요. 유저에게 컨트롤 당하는 뮤탈의 심정을 느낄 수 있습니다 (…)
아 쓰다보니 하나 생각났는데, 비룡 아길이라고 마상 전투를 써볼 수 있는 필드 보스전이 하나 있습니다. 컨셉은 정말 좋아요. 불 뿜는 중세 판타지 용과 유령말을 타고 싸운다니.. 이거 완전 남자의 로망 그 자체 아닌가요? 근데... 재미가 없어요 (...) 딜이 숟가락 살인마 수준으로 들어가서 시간은 엄청 잡아먹는데 패턴은 별거 없는... 마상 전투가 기본적인 수준이었다고 느낀게 보스전이 별로여서 그랬던건가 싶기도 합니다.
4. 기타 기술적 이슈
일단 플스 5 기준 프레임 드랍이 간간히 느껴졌습니다. 디지털 파운더리 영상을 보니 4K 50~60 프레임을 널뛰기 하더라구요. 또, 팝인 현상이라고 하나요? 분명 멀리서 보면 없었는데 가까이 다가가면 잔디가 우수수 생겨나는 지역이 있습니다. 플레이가 불가능할 정도로 아주 심한건 아닌데 그래도 눈에 거슬리더라구요. 출시일을 1달 연기한만큼 정식 출시판에선 꼭 해결되었으면 좋겠네요.
아무튼 오랜만에 정말 재미있게 플레이한 게임이었습니다. 내년 2월이 기다려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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