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문:
https://bbs.ruliweb.com/news/read/174764
(지스타) 18일 오후 2시에는 반다이남코 스튜디오의 치프 프로듀서이자 총괄 게임 디렉터인 하라다 카츠히로가 'PvP 게임에서 배울 수 있는 작은 것들'이라는 주제로 강연을 실시했다. 그는 지난 28년 동안 철권을 개발, 운영하면서 게임 내 통계 데이터를 통해 볼 수 있었던 게임 밸런스와 캐릭터를 만드는 방법 등에 대해 이야기했다.
철권으로 유명한 그이지만 월드와이드 마케팅 프로듀서로서 다양한 작품에 관여해온 그는 본론인 캐릭터 밸런스를 조정하는 방법에 정답이 있는지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게임 밸런스, 게임 튜닝이라는 키워드는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을 키워드이다.
특히 격투 게임에서는 이런 이야기가 계속해서 나오고 있는데, 28년의 역사를 되짚어 보면 90년대에는 아케이드 시장이 아직 전성기를 유지하던 터라 디자이너의 주관과 감각으로 게임을 만들었다. 꼼수에 가까운 무한 콤보나 버그가 발생할 경우 롬을 교체하지 않으면 안 되는 시대였으나 유저들은 그러한 불만을 받아들일 수 밖에 없었다. 이 시기에는 인터넷도 보급이 되지 않아 통계적인 데이터를 확보할 수 없었다.
철권 태그 5에서는 시대가 바뀌기 시작했지만 아케이드가 온라인으로 넘어가지는 않았던 때라 한계가 있었다. 2005년 이후에는 완전히 온라인 시대로 접어들어 모든 타이틀에서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게 됐다.
90년대부터 통계 데이터를 이용해 과학적인 접근을 하면서 서비스 향상에 도움을 주고 있다. 그것이 대전 게임에도 적용 가능한 것인가.
승률 도표를 보면 캐릭터 별로 승률을 알 수 있고, 이를 색으로 나누어 보면 캐릭터의 케미가 나오게 된다. 카자마 진, 스티브, 데빌 진 등 강력한 캐릭터간 케미, 약한 것으로 알려진 캐릭터의 승률을 정리하고 있다.
월드 시장에서의 사용량, 국가별, 지역별, 플랫폼별 사용량도 집계할 수 있으며, 이런 다양한 데이터를 확보하고 있다.
플레이어가 말하는 좋은 게임 밸런스는 각 캐릭터의 강함이 균형 잡힌 상태, 장단점은 있어도 극단적으로 강하거나 약한 캐릭터가 없는 상태, 공평하다고 생각되는 상태의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그러나 여기에는 맹점이 있으니, 대전하는 유저들간의 실력이 동등하지 않기 때문이다.
플레이어 실력 별로 나누어 보면 서로 밸런스 붕괴 캐릭터를 다르게 느끼는 것을 알 수 있다.
인터넷 시대로 넘어오면서 게임 밸런스 이론은 캐릭터 성능을 최대로 끌어낼 수 있는 사람끼리 싸우는 경우를 전제로 하기 쉽게 됐다.
이를 한계 성능 이론값이라 하는데 그 한계 성능 이론값 가설과 플레이어 층이 두터운 초급~중급 플레이어가 존재하는 통계 데이터 사이에는 큰 차이가 발생한다.
통계적으로 가장 많이 일어나는 현상과 많은 사람이 가장 많이 경험하는 현상은 상위 캐릭터가 아니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실제로 강하다고 생각하는 캐릭터의 승률이 의외로 좋지 않다던지 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인터넷과 커뮤니티가 발달하면서 통계 데이터에 대한 선입견이 확산되고 있다.
90년대 아케이드 시장에서 나라 별로 조사한 설문 결과가 서로 다르게 나타나는데 현재는 나라와 관계 없이 비슷하게 나타난다. 이로 인해 정보의 획일화, 통일화가 가속된다. 이상적으로 보면 16강에 진출한 플레이어 캐릭터 선택이 치우치지 않는 경우가 밸런스가 좋은 상태라고 평가 받는다. 실제 자신이 잘 하는 캐릭터를 픽 하기 보다 스타 플레이어가 선호하는 캐릭터를 픽 하는 데이터를 취합한 통계 데이터도 보유하고 있다.
버그에 의해 예외적인 상황이 발생하기도 하지만. (웃음) 이 부분은 정말 미안하다.
밸런스에 대해 다시 복기해보면 각 캐릭터의 강함이 균형 잡힌 상태, 장단점은 있어도 극단적으로 강하거나 약한 캐릭터가 없는 상태, 공평하다고 생각되는 상태의 세 가지 조건이 있는데 PvP에서 정말 균형을 잘 맞추면 그것을 재미있다고 느낄 것인가 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이다.
다양한 테스트와 설문 조사 결과 공평함과 재미는 서로 상반된다. 철권에서 쿠마 밖에 없다고 가정하면 완전한 공평함이 실현된다. 여기서 약간의 변동, 불균형, 개성화로 넘어가면 점점 불공평해지지만 개성화가 진행되면 점점 밸런스를 맞추기 힘들어지는데 재미가 있다. 그렇다고 해서 마냥 개성화를 진행하면 난이도와 플레이어 진입 장벽의 곡선도 상승하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본래의 이상적인 모습은 각 캐릭터에 각기 다른 개성이 있고, 캐릭터 상성은 있지만 분석하면 어떻게든 되는 범위에 있으며, 토너먼트나 프로끼리의 대전에서도 캐릭터 선택의 폭이 넓고 치열한 전투가 펼쳐지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초보자 진입 장벽이 낮아야 한다는 것이 이상론인데 이를 실현하기란 쉽지 않다.
여기서 힌트가 있다. 게임 밸런스를 그대로 두면서 캐릭터 체력을 3배 늘리는 상황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게임 밸런스가 좋아졌다고 느낀다. 철권 5와 철권 5 DR에도 이런 차이가 있는데, 대전 회수가 늘면서 사람들은 밸런스가 좋아진다는 느낌을 받는 대신 강한 사람에게 이기지 못해 초보자에게 추천하지 못 하게 됐다는 의견이 나왔다. 반대로 체력을 1/3로 낮추면 게임 밸런스가 악화됐다고 생각하지만, 스릴 넘치고 초보자에게 추천할 만하다는 생각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 즉 대전 회수를 늘리면 잘 하는 사람이 이기는 게임이 되며, 대전 회수를 줄이면 초보자도 한 방에 역전할 수 있어 참가하기가 용이해진다는 것이다.
결론을 내자면 당초 가설은 해당 타이틀 플레이어 인구의 과반 수 혹은 가장 활발한 인구가 많은 플레이어 층에 최적화된 튜닝을 진행하면 밸런스 평가가 향상된다는 것, 이를 실증하기 위한 수법은 방대한 데이터를 여러 각도로 분석하여 도출한 통계치에 가까워지도록 튜닝하는 것이었는데, 이러한 방법은 아케이드 시대(철권 5~6 BR)에는 유효했으나 현주소는 네트워크 커뮤니케이션의 발달, 이스포츠 확대, 스트리머의 대두로 인해 지금은 적절하지 않은 상황이 됐다. 실제로는 대전 기회가 별로 없는 10%의 상위층의 의견에 끌려 다니게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스포츠 등을 고려하여 결과로 보이기 쉬운 튜닝을 실시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높은 평가를 얻을 수 있는 방법이 된다. 향후 AI 등이 발달하면 또 어떻게 바뀔지 모르지만 적어도 현재는 그렇다. 인간은 이론을 쌓아 최종적으로는 감정으로 판단하므로 개발자도 항상 시대에 맞는 감정론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결국 게임 밸런스 튜닝에 대한 절대적인 방정식은 없다는 것이 결론이다. (웃음)
아래는 질의 응답 중 흥미로운 것 일부를 정리한 것이다.
● 철권 7부터 시작한 유저인데, 녹티스를 차기작에서도 볼 수 있을까?
못 알아 들었다고 하고 싶은데 통역이 너무 잘 한다. (웃음) 이 캐릭터가 또 나오기를 원하는 사람이 많다면 모르겠는데, 또 보고 싶으면 반다이 남코 본사 앞에서 시위를 해주시라. (웃음)
● 완벽한 밸런싱은 불가능하겠지만 일부 캐릭터는 캐릭터성을 살리기 위해 일부러 밸런스를 파괴하는 경우가 있더라. 이에 대해 본인은 어떤 입장인가?
캐릭터 개성은 반드시 남겨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개성과 게임의 즐거움의 관계성을 살리는 것은 어려운 문제인데, 개성을 살리면 즐겁게 게임을 할 수 있어 시계열적으로 보았을 때 업데이트 하면서 밸런스를 맞추는 식이 좋을 듯하다. 아무래도 론칭 초기와 중후반은 다를 수 밖에 없는데, 론칭 당시에는 재미있었던 것도 시간이 지나 커뮤니티 반응이 나타나면 이에 맞추어 가는 것이 좋을 것 같다.
● 소울 칼리버는 유명한 배틀 디렉터가 있는데, 철권은 어떤가?
우리도 활용하고 있으며, 해외 유명 게이머에게 테스트를 맡기기도 한다.
● 하라다씨가 프로듀스 한 게임은 특정 유저들이 더 오래 플레이 하는 경향이 있더라. 비결이 있나?
이걸 쉽게 답변하면 다들 쉽게 만들 수 있게 만들 것 같은데... 게임 크리에이터는 여러 종류가 있어서 코지마처럼 작가성이 강한 분도 있지만, 나 자신은 툴을 만드는 프로듀서에 가까워 작가성이 별로 없다. 철권 스토리로 감동 받는 사람은 없지 않나. (웃음) 그 대신 플레이를 했을 때 너무 화가 나니까 더 열심히 해보자 라던가 오늘은 드디어 이겼다 라는 식으로 승패나 플레이 스타일에 따라 분노, 괴로움, 즐거움 등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부분에 포커싱을 맞추는 타입이다.
● 밸런스 패치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시점은 언제쯤 내리는가?
구체적인 수치를 말하는 것은 의미도 없고 기업 비밀이지만, 앞에서 본 다이어그램에서 색이 변하는 것을 보았을 텐데, 한 달 정도 후 어느 캐릭터가 새빨갛게 되는지, 어느 캐릭터는 강한 캐릭터로 파랗게 되는지를 확인하여 그 이유를 철저하게 분석한다. 물론 유저들의 평판도 고려하여 맞춰보는데 만일 통계와 일치한다면 빨리 고쳐야 하고, 빨간 색이 나타났는데도 유저들의 말이 없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지도 분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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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자들이 말하는 밸런스 조절의 어려움은 대체로 다 비슷하네요. 격겜이 유독 밸런스가 더 민감하긴 하는데..
그래 고민 많고 고생 많이 하는 거 알겠는데 머레이는 좀 짜르자 하라다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