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째 지지를 나타내는 별 진|때 신(辰)의 자원과 이에서 파생된 한자들을 살펴보자.

왼쪽부터 辰의 갑골문 1, 2, 금문, 초 문자(=晨), 고문, 소전, 진(秦) 예서, 전한 예서, 후한 예서. 출처: 小學堂
옛 형태에서 지금의 형태로 되면서 큰 변화를 겪었고, 옛 형태도 지금 형태도 대체 무엇을 본뜬 것인지 확 떠오르는 게 없는 난해한 글자다. 《설문해자》에서는 “번개를 뜻한다. 3월에는 양기가 움직여 우레와 번개가 진동하고, 농민들이 농사를 시작하는 때다. 만물이 모두 살아난다. 새 을(乙)과 비수 비(匕)가 뜻을 나타내며, 싹이 트는 것을 상징한다. 언덕 한(厂)이 소리를 나타낸다. 辰은 또 방성이니, 천시이다. 위 상(二)이 뜻을 나타내며, 二은 上의 고자다.”라고 풀이했다. 즉 乙, 匕, 厂, 二로 쪼갠 것이다.
그러나 갑골문과 금문의 구성은 이와는 다르다. 궈 모러(郭末若)는 辰을 조개가 앞발을 내밀고 있는 모습으로 보아 조개 신(蜃)의 초문으로 풀이했다. 상 청줘(商承祚)는 돌 석(石)과 손 수(手)가 합해 돌을 흔드는 모습으로 떨칠 진(振)의 초문으로 풀이했다. 갑골문 1에서 좌상단이 石의 갑골문과 같기 때문이다. 추 시구이(裘錫圭)는 호미와 같은 농기구를 잡고 김을 매는 모습으로 보고, 곧 김맬 누(耨)의 뜻이라고 풀이했다. 농사 농(農)과 욕될 욕(辱) 등 辰이 뜻을 나타내는 농사 관련 한자들은 이에서 유래한다고도 했다. 다만 조개와 농기구라는 뜻이 서로 관련이 있다고 보기도 하는데, 농기구가 발전하기 전에는 조가비로 김을 매는 작업을 했을 것이라는 의견이 있기 때문이다.
辰은 《광운》이나 《강희자전》에서는 반절음이 식린절(植鄰切)이나 승진절(丞眞切)로 표기되는 한 음밖에 없고 이를 한국 한자음으로 나타내면 “신”이다. 그러나 현대 한국에서는 진이나 신으로 읽는다. 한국어문회의 훈음은 “별 진”과 “때 신”인데, 일관되게 읽는 것은 다섯째 지지란 뜻일 때 진으로 읽는 것뿐이다. 별이란 뜻으로도 일월성신(日月星辰)으로도 쓰이는 성신(星辰)에서는 신으로 읽으며, 때란 뜻으로도 시진(時辰)에서는 진으로 읽는다. 더 자세한 내용은 나무위키의 辰 문서에서 찾아볼 수 있다. 한국어문회에서도 공인한(!) 글이다.
辰은 앞서 살펴본 丑, 寅, 卯가 지지 이외의 뜻이 거의 없는 것과는 달리 子처럼 지지 외에 별, 때의 뜻으로도 여전히 널리 쓰이고 있다. 생일을 높여 말하는 생신(生辰)이나 탄신(誕辰), 해와 달과 별을 나타내는 일월성신(日月星辰), 오늘의 운세를 나타내는 일진(日辰) 등이 있다. 다섯째 지지로 십이시에서는 오전 7-9시, 이십사시에서는 오전 7:30-8:30, 달로는 음력 3월, 방위로는 정동에서 남으로 30° 방위를 중심으로 한 15° 안의 방향이다. 동물 중에서는 용이 辰을 상징하나, 단순 가차일 뿐이다.
스미스는 辰의 원 뜻이 조개라는 가설을 받아들여, 달의 모양이 조개 모양이 된다는 점에서 다섯째 지지의 뜻이 나왔을 것으로 보았다. 한편 쉬슬러는 때라는 뜻이 때 시(時)에 명사화 접미사 -n이 붙어 '진행되는 것'이라는 의미에서 나왔을 것으로 보았다. 별이라는 뜻은 떨칠 진(振)에서 파생되어, '스스로 떨리는 것'이라는 것에서 유래했다고 보았다.
辰(별 진|때 신, 진성(辰星: 수성), 임진왜란(壬辰倭亂) 등. 어문회 준3급)에서 파생된 한자들은 다음과 같다.
辰+人(사람 인)=侲(아이 진): 진자(侲子: 아이초라니) 등. 인명용 한자
辰+口(입 구)=唇(놀랄 진): 박순어(溥唇魚: 볼락) 등. 어문회 준특급
辰+女(계집 녀)=娠(아이밸 신): 유신(有身/有娠: 임신), 임신(妊娠/姙娠) 등. 어문회 1급
辰+宀(집 면)=宸(대궐 신): 신궐(宸闕: 궁궐), 어신필(御宸筆: 임금의 친필) 등. 어문회 1급
辰+手(손 수)=振(떨칠 진): 진동(振動), 부진(不振) 등. 어문회 준3급
辰+日(날 일)=晨(새벽 신): 신명(晨明), 혼정신성(昏定晨省: 부모에게 효성을 다함) 등. 어문회 3급
辰+攴(칠 복)=敐(치는소리/기뻐할 진): 인명용 한자(㲀과 동자)
辰+木(나무 목)=桭(처마 진): 어문회 준특급
辰+殳(창 수)=㲀(칠/기뻐할 진): 인명용 한자
辰+肉(고기 육)=脣(입술 순): 순망치한(脣亡齒寒), 독순술(讀脣術) 등. 어문회 3급
辰+肉(고기 육)=脤(제육 신): 인명용 한자
辰+虫(벌레 훼)=蜃(큰조개 신): 신기루(蜃氣樓), 해시신루(海市蜃樓: 신기루) 등. 어문회 1급
辰+衣(옷 의)=裖(홑옷 진): 인명용 한자(袗과 동자)
辰+言(말씀 언)=誫(우레 진): 인명용 한자(震과 동자)
辰+貝(조개 패)=賑(진휼 진): 진휼(賑恤: 흉년에 가난한 백성을 도와줌), 은진(殷賑: 활기차게 번성하는 상태에 있음) 등. 어문회 준특급
辰+金(쇠 금)=鋠(둥근쇠 신): 인명용 한자
辰+雨(비 우)=震(우레 진): 진동(震動), 지진(地震) 등. 어문회 준3급

辰에서 파생된 한자들.

왼쪽부터 屒의 갑골문, 금문, 소전, 侲의 소전. 출처: 小學堂
아이 진(侲)은 지금은 아이초라니를 뜻하는 진자(侲子)만이 사전에 올라와 있지만, 고전 한문에서는 아이초라니뿐만 아니라 일반적인 아이, 동자를 뜻하기도 한다. 아이초라니란 음력 섣달에 귀신을 쫓기 위해 행하는 나례 의식에 참가하는 나자 중의 하나로, 12 ~ 16세의 남자아이가 털과 붉은 건을 쓰고 붉은 치마를 입는다. 원래 중국에서 진자는 귀신을 쫓는 역이었으나, 한국에서는 오히려 쫓기는 역귀 역으로 변모했다.
《설문해자》에는 侲은 수록되지 않고 대신 엎드릴 진(屒)이 수록되어 있는데, 소학당에서는 屒을 侲의 초문으로 보았다. 주검 시(尸)에 제사 때 두는 신상이라는 뜻이 있어서 시동(尸童)이라고 영정이나 신주 대신 앉히는 아이가 있는데, 屒을 侲의 초문으로 둔 것을 보면 이 시동을 의식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왼쪽부터 娠의 갑골문, 소전, 후한 예서. 출처: 小學堂
아이밸 신(娠)은 현대에는 거의 항상 아이밸 임(妊, 姙)과 짝지어 임신이라는 낱말로만 쓰이지만, 고전 한문에서는 단독으로 아이를 배다는 뜻으로도 쓰이는 것을 볼 수 있다. 단옥재는 《설문해자》의 풀이대로 아기가 뱃속에서 움직이기 때문에 떨칠 진(振), 우레 진(震)에서처럼 辰이 소리를 나타내게 된 것이라 한다. 갑골문에서는 여자의 이름을 나타내는 고유명사로 쓰인 것 같고, 전래문헌에서는 지금처럼 임신의 뜻으로 쓰였으나 《설문해자》에서는 특정한 여종이란 뜻도 있다고 했다.

윗줄 왼쪽부터 振의 갑골문, 금문, 소전. 아랫줄은 윗줄을 해서로 바꾼 것. 출처: 小學堂
떨칠 진(振)이라는 훈음은 《설문해자》에서는 “들어 구제하는 것이다. 손 수(手)가 뜻을 나타내고 辰이 소리를 나타낸다. 일설에는, 떨치는[奮] 것이다.”라 해 두 번째로 언급하고, 가장 먼저 언급하는 것은 구제하는 것이다. 이 훈음은 현대에는 진휼 진(賑)이 대신하지만, 진나라 이전 문헌에서는 실제로 구제한다는 뜻으로 賑 대신 振을 쓴다. 지금도 진구(振救)라는 말에서 구제라는 뜻의 振을 찾아볼 수 있다. 떨친다는 뜻의 예로는 《월령》에서 “동풍이 얼음을 녹이면 동물들이 깨어나 떨쳐 일어나기 시작하고”[東風解凍,蟄蟲始振]에서 볼 수 있다. 이 떨친다는 뜻에서 떨린다, 진동한다, 정돈한다 등의 뜻이 나왔다. 진동은 振動도 있고 震動도 있는데,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물리 운동의 떨림은 振으로 표현하며, 진동 외에 진자(振子)도 이 振을 쓴다. 떨친다는 뜻은 결국 무언가를 떨쳐 일으킨다는 말도 되는데, 이게 바로 진흥(振興)이다. 한편 아이 진(侲)과 상통해 아이라는 뜻도 있어 진남(振男), 진녀(振女)라는 단어에서 쓰인다.
振은 아직 소전에 정확히 대응하는 옛 문자가 발굴되지 않았으며, 대신 소학당에서는 쉬엄쉬엄갈 착(辵)과 새벽 신(䢅)이 결합한 문자나, 辰과 칠 복(攴)이 결합한 치는소리/기뻐할 진(敐)을 振의 초기 형태로 보고 있다.

왼쪽부터 䢅의 갑골문, 금문, 진(晉) 금문, 초 문자, 소전. 출처: 小學堂
새벽 신(晨)은 지금 형태로는 날 일(日)이 뜻을 나타내고 辰이 소리를 나타내는 형성자 같으나, 옛 형태는 이와는 다르다. 《설문해자》에서 새벽 신은 䢅으로 나오며, 깍지낄 국(臼의 가운데를 끊은 한자)이 뜻을 나타내고 辰이 뜻과 소리를 모두 나타내는 회의 겸 형성자다. 주석에서는 辰은 아침 시각이고 깍지낄 국은 아직 어두워서 손을 서로 맞잡지 못하는 것이라고 했으며, 주준성의 《설문통훈정성》에서는 경전에서는 䢅 대신 지금의 새벽 신인 晨을 쓴다고 지적했다.

왼쪽부터 晨의 갑골문, 연 문자, 초 문자, 소전, 혹체, 진(秦) 예서, 전한 예서, 후한 예서.
전갈자리 성도. 가장 오른쪽 위의 네 별이 이십팔수의 방성이다. 출처: 위키미디어 커먼즈
《설문해자》에 晨이 나오기는 하는데, 曟의 생략형으로 나오고, 뜻은 방성(房星)이라 한다. 방성은 이십팔수 중에서 봄과 초여름의 일곱 별자리, 곧 청룡의 한가운데에 있으며, 서양 천문학에서는 전갈자리의 베타·델타·파이·로 네 별에 해당한다. 《설문해자》에서는 백성이 농사지을 때를 알려주기 때문에 밝을 정(晶)이 뜻을 나타내고 辰이 소리를 나타내는 형성자로 풀이했고, 단옥재는 辰이 뜻과 소리를 모두 나타낸다고 했다. 그러나 소전과 갑골문을 제외하면 晶을 쓰는 경우가 없고, 다만 전초고문자(전승되는 고문자를 베낀 것)에는 있긴 하다.
어쨌든, 지금은 曟·晨·䢅을 모두 새벽 신으로 쓴다. 이 한자를 쓰는 단어 중에 혼정신성(昏定晨省)이 있는데, 저녁[昏]에는 부모의 잠자리를 정(定)하고 새벽[晨]에는 부모를 살핀다[省]는 데에서 지극한 효성을 나타낸다.

왼쪽부터 脣의 고문, 소전, 진(秦) 예서, 전한 예서. 출처: 小學堂
왕 리(王力)의 《동원자전》에서는 입술 순(脣)의 어원은 집의 처마를 뜻하는 처마 진(桭)과 통하는 대궐 신(宸)에서 찾는다. 곧 어떤 물체의 가장자리라는 의미에서 입술이나 처마 등의 뜻이 파생되었다는 것이다. 쉬슬러는 脣을 원시중국티베트어에서 입술이나 부리를 뜻하는 *m-ts(j)ul에서 비롯한 입술을 뜻하는 렙차어 Lepcha ᰣᰌᰫᰯ (a-dul)과 비교했고, 베네딕트는 이 단어와 어원이 같은 티베트어의 입술, 부리 등을 뜻하는 མཆུ (mchu)와 비교했으나, 아직은 확실하지 않다.
이 한자가 들어가는 낱말로는 입술을 뜻하는 구순(口脣)이나, 입술을 조음 기관으로 쓰는 순치음(脣齒音, 영어의 f, v 따위로, 입술과 이로 내는 소리), 양순음(兩脣音, 미음, 비읍 등 두 입술로 내는 소리) 등 언어 관련 용어들을 들 수 있다.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에서는 성욕이 입술로 표현되는 구순기를 인간의 첫 발달 단계로 보았다. 붉은 입술을 뜻하는 단순(丹脣)이라는 말도 있는데, 하얀 이라는 뜻의 호치(皓齒)와 어울려서 아름다운 여자를 일컫는 단순호치(丹脣皓齒)라는 사자성어를 이룬다. 예나 지금이나 붉은 입술과 하얀 이는 미인의 조건이다.
고사성어로는 서로 의지하고 있어서 하나가 없어지면 다른 하나도 타격을 입는다는 뜻의 순망치한(脣亡齒寒)이 있다. 문자 그대로 하면 “입술이 없어지면 이가 시리다”라는 뜻이다. 춘추오패인 진(晉)이 강국이 되는 과정에서 주변의 수많은 나라들을 집어삼켰는데, 그 과정에서 지금의 싼먼샤시에 있던 괵(虢)나라를 치기 위해 진나라와 괵나라 사이에 있는 우(虞)나라에 길을 빌려줄 것을 요청했다. 그러자 우나라의 신하 궁지기가 이를 반대하면서, 괵나라와 우나라는 “순망치한”, “보거상의”(輔車相依)의 관계라고 일컬은 데에서 이 두 성어가 유래한다. 보거상의란 수레를 지탱하는 덧방나무와 수레가 서로 의지하는 관계로, 순망치한과 비슷한 뜻이다.
그러나 우공은 진나라의 요청을 받아들였고, 진나라는 길을 빌려 괵나라를 멸한 후 돌아오는 길에 우나라까지 공격해 멸망시켜 한 번의 원정으로 두 나라를 모두 병탄했다. 이에서 “길을 빌려 괵나라를 멸하다”, 즉 가도멸괵(假道滅虢)이라는 고사성어가 나왔다. 괵나라와 우나라는 멸망하면서 고사성어를 세 개나 배출한 셈.
한편 唇은 “놀랄 진”이라는 훈음이 따로 있지만, 이 脣의 속자로도 많이 쓰였다. 위에 있는 박순어도 그 예. 일본 신체자와 중국 간화자에서도 唇이 脣을 대신한다.

蜃의 소전. 출처: 小學堂

신기루가 일어나는 이유. (a)는 원래 빛이 직진할 때의 경로, (b)는 굴절이 일어난 경로, (c)는 굴절이 일어난 빛이 눈에 맺히는 상의 위치. 결과적으로 굴절 때문에 낙타가 뒤집혀 보인다. 출처: 위키미디어 커먼즈.
蜃은 신기루(蜃氣樓)라는 말에 쓰인다. 말 그대로 하면 신(蜃)이라는 대합조개 또는 이무기의 기운으로 만들어진 누각(樓閣)이란 뜻이다. 이 말은 따로 고사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사마천의 《사기·천관서》에서 유래하는데, 바로 "바닷가에서 신이 뿜어내는 기운이 마치 누대(樓臺)와 같다”라는 문장이다. 고대 중국에서는 신기루 현상을 신이 뿜어내는 기운으로 만들어내는 것으로 여겼다. 신기루는 밀도가 다른 공기층을 통과하는 빛이 굴절하면서 일어나는 현상으로, 이를 보는 사람은 굴절이 일어나지 않았을 때 맺히는 상의 위치를 실제 위치로 착각하기 때문에 허공에 물체가 떠 있다거나 하는 등의 이상한 현상으로 받아들인다. 그러나 신기루로 인해 보이는 물체의 위치는 실제 위치가 아니라서, 신기루에는 허상, 환상과 같은 뜻도 있다.
지금은 蜃을 다른 낱말에 쓰고 있지 않지만, 고전 한문에서는 조개 합(蛤)과 어울려 대합조개라는 뜻으로도 쓰인다. 중국에서는 대합조개를 신비로운 생물로 보았는지, 《국어·진어》에는 진(晉)나라의 대부 조간자가 “참새가 바다로 들어가면 합(蛤)이 되고, 꿩이 화이허로 들어가면 신(蜃)이 된다.”라고 하는 대목이 있다. 《설문해자》에서도 이 조간자의 말을 인용해 蜃을 풀이했는데, 여기에서는 화이허를 바다로 바꾸었다.

왼쪽부터 震의 갑골문, 주문, 소전, 진(秦) 예서, 한나라 도장 문자, 후한 예서. 출처: 小學堂
우레 진(震)은 《설문해자》에서는 “벼락이 물건을 흔드는[振] 것이다. 비 우(雨)가 뜻을 나타내고 辰이 소리를 나타낸다. 《춘추전》에 이르기를, '벼락이 백이의 묘를 흔들었다'라고 했다.”라고 풀이해, 振으로 震을 풀이하고 있다. 지금도 진동(振動)과 진동(震動)을 구분하기가 어려운데 허신의 풀이로도 뭐가 다른 건지 헷갈린다. 굳이 따지고 들면, 진동(震動)은 벼락이 물건을 흔드는 것이므로 외부의 힘에 의한 강한 충격이라는 점이 강조되지만 진동(振動)은 물체의 떨림에 집중한다는 정도? 지금 震의 훈음은 우레로 나와 있지만 실제 쓰기는 진동(震動), 지진(地震), 뇌진탕(腦震蕩)처럼 물체가 충격을 받아 흔들리는 현상을 나타내는 데 쓰이고 있는데, 원래 그런 한자이기 때문이다.
갑골문에서는 뜻 부분이 비 우(雨)가 아니라 발을 나타내는 그칠 지(止)로 나온다. 주문은 구름 운(雲) 밑에 다리굽은솥 력(鬲)이 있고 그 좌우로 사귈/엇갈릴 효(爻)와 불 화(火)가 배치되어 있는데, 보기만 해도 벼락을 맞아서 불이 나고 부들부들 떨릴 것 같다. 비 우 부수에서 가장 획수가 많은 글자는 우레 뢰(雷)를 가로 세로로 두 번씩 반복해 쓰는 우렛소리 평(䨻)이지만, 구성 요소가 가장 복잡한 글자라면 이 震의 주문 아닐까.
쉬슬러는 振과 이 한자 모두 원시중국티베트어에서 떨다는 뜻의 *dar ~ d(u/i)r에서 유래했을 것으로 보았다.
辰은 호미, 원시적으로는 조가비로 김을 매는 것을 뜻하며, 파생된 한자들에 김을 매는 동작이나 조개의 뜻을 부여한다.
娠(아이밸 신)은 女(계집 녀)가 뜻을 나타내고 辰이 소리를 나타내며, 辰의 뜻에 따라 김을 매면서 밭을 뒤흔들듯 뱃속의 태아가 움직이는 것을 뜻한다.
振(떨칠 진)은 手(손 수)가 뜻을 나타내고 辰이 소리를 나타내며, 辰의 뜻에 따라 김을 매면서 밭을 뒤흔드는 것을 뜻한다.
蜃(큰조개 신)은 虫(벌레 훼)가 뜻을 나타내고 辰이 소리를 나타내며, 辰의 뜻에 따라 대합조개, 또는 바닷가에 사는 이무기를 뜻한다.
震(우레 진)은 雨(비 우)가 뜻을 나타내고 辰이 소리를 나타내며, 辰의 뜻에 따라 김을 매면서 밭을 뒤흔들듯 벼락이 지면을 뒤흔드는 것을 뜻한다.
또 辰은 가차되어 때를 뜻한다.
晨(새벽 신)은 日(날 일)이 뜻을 나타내고 辰이 소리를 나타내며, 辰의 뜻에 따라 새벽 때를 뜻한다.
또 辰은 脣(입술 순)에서 비롯해 물체의 가장자리를 나타낸다.
桭(처마 진)은 木(나무 목)이 뜻을 나타내고 辰이 소리를 나타내며, 脣의 뜻에 따라 지붕의 가장자리인 처마를 뜻한다.
이상의 관계를 나타내면 다음과 같다.

辰에서 파생된 한자들의 의미 관계도.
요약
辰은 원래 조개나 호미로 김을 매는 것을 뜻했다고 하며, 나중에 다섯째 지지의 뜻으로 인신되었다.
辰에서 侲(아이 진)·唇(놀랄 진)·娠(아이밸 신)·宸(대궐 신)·振(떨칠 진)·晨(새벽 신)·敐(치는소리/기뻐할 진)·桭(처마 진)·㲀(칠/기뻐할 진)·脣(입술 순)·脤(제육 신)·蜃(큰조개 신)·裖(홑옷 진)·誫(우레 진)·賑(진휼 진)·鋠(둥근쇠 신)·震(우레 진)이 파생되었다.
辰은 파생된 한자들에 조개나 김을 매다, 또는 가차되어 때, 또는 脣에서 비롯해 가장자리란 뜻을 부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