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패는 순전히 기억력의 차이로 결정되었습니다.
그렇지만
- 양쪽 다 기억력이 완벽하다면 누가 유리했을까
- 이 게임이 또 나온다면 어떤 전략을 사용하면 좋을까
에 대한 얘기를 해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아 써보겠습니다.
* 기본 전략
처음 방향을 설정하는 방법은 세 가지 길이 있습니다.
1. 기역자: 위쪽으로 외벽을 타고 올라간 후에 옆으로 꺾어서 다시 벽을 타는 방법입니다. 김유현은 이 방법을 사용했습니다.
2. 대각선: 외벽을 탈 수 없어서 손해보는 부분이 있지만, 상대에게 주는 정보가 가장 적어지는 장점이 있습니다.
3. 니은자: 먼저 옆쪽으로 가서 상대 진영에 도착한 후에 위로 올라가는 방법입니다. 외벽을 탈 수 있고 상대가 기역자를 선택할 경우 잡아 먹을 수 있습니다.
* 대각선으로 간 이유
일반적으로 3번 적진영돌파가 가장 우월한 전략입니다. 그런데 김유현은 왜 3번을 선택하지 않았을까요?
그것을 이해하기 위해 저는 방송을 돌려보며 모든 움직임을 복기해 보았습니다만, 그 전에 게임 설명을 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것은 규칙 설명에 예시로 나온 미로입니다.
여기서는 1번과 3번이 비효율적이며 2번 대각선으로 가는 것이 최선입니다.
오현민과 장동민이 모두 "대각선으로 가라" 는 조언을 신아영에게 해준 이유도 이것 때문인듯 합니다.
또한 여기서는 최단거리가 14칸 밖에 안 되서 골인하는 동안 후진을 한 번만 하면 되는 매우 쉬운 미로입니다.
* 김유현이 선택한 길
그런데 실제로 나온 것은 반대로 대각선으로 가는 것이 엄청나게 불리한 데다 후진도 더 많이 하는 미로였죠. 아래와 같습니다.
숫자로 표시한 것은 김유현의 이동 경로인데 모두 18칸을 이동했습니다.
이것은 최단거리에서 조금 돌아간 것인데, 최단거리는 10번째 칸에서 아래로 가서 총 16번의 이동으로 골인하는 길입니다...만
김유현은 그 최단거리를 선택할 수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10칸에서 아래로 가는 것은 골에서 멀어지는 후진이고
위로 가면 외벽을 탈 수 있기 때문에 당연히 위쪽으로 가야 했습니다. 즉 16칸 최단거리는 플레이어가 찾을 수 없는 길이라고 봐야 합니다.
김유현이 간 길은 기역자와 대각선의 중간 형태인데 외벽을 탈 수 있는 경우 이용했습니다. 그리고 상대 골 지점에는 가지 않고 대각선으로 피했습니다. 왜냐하면 상대 골 근처의 정보를 주는 것은 매우 치명적이기에 의도적으로 돌아간 의미도 있고, 김유현은 애초에 대각선이 좋다고 생각해서일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이 경로는 이동거리에 비해 낭비하는 턴 수가 매우 많습니다. 왜냐하면 골인 직전에 벽에 3번 (14 17 18 사이에 있는 모든 벽) 부딪쳐야 하기 때문에 한번 부딪쳐서 출발점으로 돌아올 때마다 5턴씩 5*3 = 15턴을 낭비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 김유현이 만약 3번 니은자 전략으로 상대진영 돌파를 시도했다면
총 22칸을 가야 골인할 수 있습니다. 그래도 결과적으로 니은자로 가면 더 빨랐을 것입니다. 기역자 경로가 후반에 벽이 많은 데 비해 니은자로 가면 마지막 3칸이 외벽타고 일직선이기 때문에 낭비하는 턴이 훨씬 적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상대가 주는 정보도 이용할 수 있습니다.
니은자로 가려면 초반 M자형의 굽이굽이를 통과해야 하기 때문에 삽질을 많이 하지만 후반이 편하기 때문에 종합하면 더 빠른 길이 됩니다.
물론 플레이어는 후반이 쉽다는 것을 모르기 때문에 결과론적인 얘기일 뿐입니다.
* 전체 이동 복기: 김유현은 대각선으로 가려고 했다.
총 40턴이 넘게 걸렸는데 지면 관계상 일부만 붙여놓고 전체 기록은 첨부파일로 업로드했습니다.
(황토색 글자는 방송에 나온 위치이며, 검은색 글자는 제가 추측한 이동입니다.)
김유현은 4턴에서 3칸까지 간 후에 5턴에서 좌상으로 이동했습니다. 이것은 대각선 루트로 가려고 했다는 증거이며, 대각선이 막혀서 어쩔 수 없이 기역자에 가까운 움직임을 한 것으로 보입니다.
김유현이 골인하는 데 걸린 시간은 최소 40턴 최대 47턴 이상입니다. 편집으로 안 나온 장면이 많아서 정확하게는 알 수 없고요.
방송에는 김유현의 실수 (박았던 벽에 또 박는 것) 이 나오지 않았습니다만, 복기해 보면 김유현은 최소 4턴 최대 11턴 이상을 실수로 날린 것을 알 수 있습니다.
* 신아영의 길
신아영은 원래 대각선으로 가려고 했지만 벽에 막혀 강제로 니은자로 가게 되었고, 도중에 포기하고 방향을 바꿔서 기역자로 갔습니다.
처음에 가려던 길이 검은색 숫자, 포기하고 방향을 바꾼 길이 분홍색 숫자입니다.
검은색 길로 가면 김유현과 같은 18칸이 걸리지만 실제로는 훨씬 빠른 길입니다. 왜냐하면 10칸 까지만 가면 그때부터 김유현이 찾은 길을 따라서 15칸까지 갈 수 있고, 이후 외벽타기로 골인 지점까지 일직선이기 때문입니다. 대신 초반에는 매우 힘든데 6칸과 7칸에서 연속 후진을 하기 때문입니다. 예제로 나온 미로가 골인할 때까지 후진이 한 번 뿐인데, 반의반을 가는 동안 후진을 두 번이나 하는 것은 받아들이기 힘들었을 것입니다. 실제로 신아영은 6 or 7 지점에서 포기하고 방향을 바꿔 분홍색 길로 가게 됩니다. 분홍색 9칸 정도 갔을 때 김유현이 골인하여 게임이 종료됩니다.
* 신아영은 역전할 기회가 있었다.
결과론적인 이야기를 하자면 신아영은 니은자가 힘들더라도 계속 가야했습니다. 그랬다면 마지막에 역전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김유현이 자신의 12칸까지 가서 골 지점을 눈앞에 두었을 때, 그때라도 신아영이 정신을 차렸다면 이길 수 있었습니다. 김유현은 그 후로도 벽에 3번 부딪쳐서 15턴을 낭비해야 했는데 신아영은 그때부터 6턴 만에 골인할 가능성이 있었습니다. 전 턴에 신아영은 6칸 오른쪽이 벽인 것을 확인했는데, 다시 출발점으로 와서 6칸 까지 간 후에 남은 유일한 길인 7칸 - 외벽타고 8칸 - 오른쪽이 벽인 것은 김유현이 확인했으므로 9칸 10칸으로 전진할 수 있습니다. 거기서부터 15칸까지는 김유현이 가는 길을 따라 날로 먹은 후에 외벽타기만 시전하면 바로 골인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김유현의 길을 잊어버렸어도 됩니다. 친절한 남자는 골인 직전 벽에 부딪쳐서 다시 출발점부터 자신의 길을 보여주었으니까요. 신아영이 "이 길이 아닌가벼" 를 시전하며 새로운 길을 찾은 것이 마지막 패착이 된 셈입니다.
* 요약
1. 제작진은 게임 설명에서 대각선이 최적인 쉬운 미로를 보여줘놓고, 실전에서 더 어렵고 대각선이 막힌 미로를 내놨다.
2. 김유현은 대각선으로 가려다 막혀서 기역자로 갔다. 이것은 니은자보다 훨씬 오래 걸리는 최악의 길이었다.
3. 방송에는 나오지 않았지만 김유현은 약간의 실수를 했다.
4. 신아영은 대각선으로 가려다 막혀서 니은자로 가게 되었고, 이것은 초반은 어렵지만 후반이 매우 쉽기 때문에 가장 빠른 최적의 길이었다.
5. 그런데 초반 어려움을 이기지 못해서 도중에 포기했고, 기역자로 방향을 바꿨는데 이것도 패배의 원인 중 하나이다.
6. 두 플레이어 모두 니은자로 가는 것이 훨씬 유리했지만, 김유현은 두 배 이상 오래 걸리는 길을 선택하고도 승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