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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8/01/22 11:38:30
Name ls
Subject [스타구경] 온게임넷 박카스 스타리그 16강 1회차

박카스 스타리그 16강 1회차 경기 관전평입니다.

벌써 1주일 가까이 전에 있었던 경기라 관전 후기를 올릴까 말까 하다가 한 번 올려봅니다. 요즘 환경이 스타 경기를 보고나서 바로 글을 쓸 수 있는 상황이 아닌지라.. 비록 뒷북이지만 재미있게 읽어주시는 분이 계셨으면 합니다. 편의상 경어는 생략하였으니 양해 부탁드립니다. :)





A조 1경기. 이제동 vs 마재윤 @ 블루스톰 / 상대전적 3:3

마재윤은 12풀 앞마당. 이제동은 11풀 앞마당. 이제동은 마음 먹고 발업 저글링 푸시 카드를 던졌고, 드론 한 마리 차이는 의외로 큰 효과를 불러왔다. 마재윤은 드론을 늘리는 쪽으로 갈피를 잡았다가 발업도 늦어지면서 낭패. 앞마당에 이제동의 저글링이 들이닥친 상황에서 저글링 두어기를 미네랄 뒤쪽으로 돌리면서 상대 저글링 병력을 분산시키고 드론 세 마리를 방어에 동원하는 등 나름 효율적인 싸움으로 앞마당이 날아가는 건 막아냈다.

분위기는 달아오르고, 저글링 한 타 방어 이후 양쪽 모두 대규모 저글링 부대를 동원. 바쁘게 센터를 오가던 중에 양 진영의 저글링 부대가 엇갈린다. 아주 좋은 타이밍에 마재윤의 저글링이 가운데로 난 소로를 따라 이제동의 앞마당으로 뛰어들지만 입구에 홀드시켜 놓은 저글링 두 마리에 시간을 뺐기며 절호의 찬스를 놓친다. 몇 초 늦어지긴 했지만 어쨌든 마재윤의 저글링은 이제동의 본진으로 달려들었고, 이제동의 저글링도 이에 뒤질새라 마재윤의 앞마당으로 들이닥친다.

승부가 갈린 곳은 바로 여기. 마재윤의 저글링이 이제동 본진의 드론을 노린 반면, 이제동은 앞마당 해쳐리와 스파이어를 밀어버린다. 이제동은 일꾼이 많이 잡히긴 했어도 앞마당에 붙어있던 드론 수도 꽤 되었던지라 병력 생산에 심각한 지장은 없었다. 하지만 저글링 싸움에서 뮤탈 싸움으로 흐름이 넘어가는데 스파이어를 잃었으니, 마재윤이 밀리는 것은 당연지사.

저글링이 엇갈리는 순간,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대처하는 이제동의 판단력은 그가 왜 저저전 역대 최강의 본좌인지를 설명해 주고도 남음이 있다. 이건 지극히 개인적인 감상이지만, 이런 순간적인 판단력이 바로 시대를 지배하는 선수들에게서 나타나는 '포스'가 아닌가 싶다. 조금 달리 표현하자면 극단적으로 날카로운 감을 보유하고 있다는 소리. 피지컬이나 운영능력, 전략성 같은 것과는 또 다른 경지라고나 할까. 오늘 마재윤도 충분히 A급이라는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선방을 보였으나 그에게는 그런 포스가 없었다. 그것이 바로 오늘날의 이제동과 마재윤의 차이. '뜨는 별'과 '지는 해'의 결정적인 차이가 아닐까 싶다.

어쨌거나 개막전부터 '구 저그본좌와 현 저그본좌의 대결'이라는 떡밥 만점의 매치업을 성사시킨 이제동은 결국 경기를 자신의 승리로 이끌었다. 이제동은 데뷔 후 지금까지 공식전 46승 15패, 07년 이후로는 26승 7패의 저저전 성적을 기록하고 있으니 그저 후덜덜. (본 경기는 전적에서 제외) 동족전 승률이 75%에 육박한다는 게 말이나 되나. 그것도 테테나 토토전도 아닌 저저전인데. 아무튼 이제동은 지난 OSL 우승 이후 지금까지 공식전 무패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테란전 짱, 저그전 짱, 토스전은 송병구를 다전제에서 완벽하게 압도하고, 저그전 스페셜리스트 김택용까지 잡아냈다. OSL이든 MSL이든 과연 이번 시즌에 이제동을 막아낼 자가 있을 것인가...





B조 1경기. 이영호 vs 윤종민 @ 트로이 / 상대전적 없음

윤종민이 아주 손쉽고 무난하게 3가스를 먹으면서 저그가 도무지 질 수 없는 분위기로 흘러가나 했더니, 이영호가 경기를 휘떡 뒤집으면서 역전승을 거두었다. 덕분에 '이미 이영호가 이길 수 없는 상황이지만 최선을 다했으니 스스로도 만족스러울 것' 어쩌고 하는 멘트를 날렸던 김태형 해설만 완전 뻘쭘해졌음. 비단 저 한 마디가 아니더라도 전반적으로 해설진들이 삽질을 하긴 했다만.

이 경기의 하이라이트는 마메 병력이 밀고 올라와서 성큰이 7개나 깔린 앞마당을 쑥대밭으로 만들어 버리는 장면. 망설임 없이 그런 판단을 내릴 수 있는 이영호는 나이에 비해 노련하기 짝이 없는 선수다. 게다가 저그의 빠른 가디언 전략을 파악하고 동시에 3 스타포트를 올리는 기민한 대처. 생산된 가디언을 방어에 돌리도록 바이오닉 병력으로 상대 본진을 두드리는 센스. 본진을 덮친 가디언과 뮤탈, 디바우러를 마메와 레이스로 달려들어 잡아내는 과감함까지. 물론 이 모든 것들의 앞에 냉정한 현황 파악과 이해득실을 분명하게 가려내는 판단력이 있다는 것은 두 말할 필요도 없다. 현재 가장 포스가 넘치는 테란 첫 손가락에 이영호가 꼽히는 것은 다 그만한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반면 윤종민의 패인은 유리한 상황에 대한 지나친 낙관과 돌발상황에 대한 대처능력 부족으로 볼 수 있을 듯. 마메 병력에 앞마당이 쓸린 것을 감안하더라도 충분히 저그가 할 만한 상황이었는데, 당황한 나머지 정신 못차리고 허둥지둥거리다 다 잡은 월척을 놓치고 말았다. 앞마당이 날아갔을 때 어시밀레이터를 깨고 본진을 섬으로 만들었어도 한결 나았을 텐데. 앞마당 밀린 이후의 윤종민은 한 마디로 OME. 덤으로 우리 캐리김도 이 경기에 한해서만은 OME.

뭐. 어쨌거나 결론은 '이영호 진짜 잘한다'는 거다. 이 날 윤종민 상대로 경이로운 역전승을 연출해내더니만, 그 다음 날은 MSL 32강에서 뇌제 윤용태를 상대로 대박 역전승을 거두더라. 그것도 로키 2에서 무난하게 캐리어까지 띄운 윤용태를 말이다. 이건 뭐.. 이번 시즌에는 정말 일을 저지를 수 있을 것 같은 포스.





C조 1경기. 김택용 vs 서지훈 @ 카트리나 / 상대전적 3:1

무난한 택 승. 요새 김택용 성적도 저조하고 분위기도 영 다운이라 어찌될까 싶었는데, 요새 잘 나가는 리버-캐리어 조합으로 비교적 손쉽게 승리를 따냈다. 뒤로 한 발 물러서기는 했지만 여전히 본좌 후보는 후보라 이거지.

MSL에서 짐승과도 같은 8강 본능 발동시킨 이후 양대리그에 자주 얼굴을 비추고 있는 서지훈. 이 날은 생각을 너무 많이 한 걸까. 빈 드랍십으로 상대의 주의를 끌고 입구로 벌쳐를 밀어넣는 성동격서의 전술적 움직임을 선보였지만 완벽하게 허탕을 치면서 결국 자원과 시간만 낭비한 꼴이 되고 말았다. 역전의 가망이 없는 건 아니었지만 김택용의 적절한 시간끌기 선방과 예상보다 빠른 캐리어에 지지. 역시 카트리나에서 테란이 토스 잡기는 힘들다.





D조 1경기. 김동건 vs 박명수 @ 악령의 숲 / 상대전적 없음

맵부터 테란이 불리할 거라고 말이 많았던 악령의 숲. 게다가 상대는 당대 최고의 테란전 스페셜리스트 교촌... 이 아니라 박명수. 김동건이 이 경기를 가져가리라 예측한 사람이 몇이나 되었을까. 하지만 길고 짧은 건 대봐야 알고, 스타 경기는 막상 붙어보기 전에는 결과를 알 수 없다고, 많은 이들의 예상을 뒤엎고 김동건이 장기전 끝에 박명수의 덜미를 잡고 D조 첫 승리를 품에 안았다.

뮤탈 나와서 테란 본진 이리저리 들쑤시고 재미 볼 때까지만 해도 박명수 페이스였는데, 김동건 한 방 러시에 6시쪽 멀티가 날아가면서 완전히 꼬여버렸다. 그게 날아가는 것도 그냥 해쳐리랑 드론만 날아가고 말았으면 차라리 나았을 걸, 급한 마음에 럴커들이 진형도 제대로 못 갖추고 버로우하는 바람에 각개격파 당하면서 병력 손실이 너무 컸다는 점이 문제였다.

이 한 방으로 박명수 쪽으로 기울었던 경기가 평형으로 돌아갔다면, 그 다음 무게추의 행방을 결정한 것은 저그의 3시 멀티. 추가 가스멀티 확보가 필요한 저그, 그리고 그것을 필사적으로 막아야하는 테란. 이 곳을 먹느냐 먹지 못하느냐가 승부의 갈림길이나 다름 없었고 두 선수 모두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3시 멀티를 두고 펼쳐진 치열한 공방의 승자는 베슬이 쌓일 대로 쌓인 테란이었다. 끊임없이 죽어나가는 디파일러의 압박 앞에 3시 멀티는 날아갔고, 박명수의 1승도 함께 날아가 버렸다.

경기의 흐름을 보니 악령의 숲이 과연 테란에게 불리한 맵인가 싶은 생각이 들더라. 숲 안에 자리한 유닛의 시야 감소, 레인지 유닛인 마린의 명중률 감소 같은 점들이 초반에는 테란에게 불리하게 작용할지 모르겠지만, 경기 시간이 길어질 수록 오히려 테란에게 유리한 점들이 더 많지 않은가 싶다. 요새 말이 많은 유닛 버벅거림 현상 문제 등등 여러 이유로 숲이 넓게 펼쳐진 센터에서의 싸움은 테란 뿐만 아니라 저그도 힘들긴 마찬가지고.

오히려 저그가 힘들어 보이는 부분은 확장을 가져가기가 어렵다는 것. 앞마당-뒷마당 이후 추가 멀티를 확보하기가 꽤 빡세보인다. 앞-뒷마당의 자원량이 적다고 하지만, 그 외 추가멀티를 가져가기가 어려운 상황에서 손쉽게 확보 가능한 멀티의 자원이 적다는 건 오히려 저그의 발목을 잡을 수도 있는 노릇이고. 뭐, 경기 수가 더 쌓이면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모르겠지만, 지금 생각으로는 저그의 트렌드인 쓰리햇 운영으로 악숲을 돌파하기란 쉬운 일이 아닐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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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딕아빠님에 의해서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08-01-24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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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01/22 11:39
수정 아이콘
호응해주시는 분들이 계시면 늦더라도 꾸준히 올려보겠습니다. :)
제3의타이밍
08/01/22 11:43
수정 아이콘
좋은 글이네요 흐흐
경기를 보지 못했더라도 전체적인 흐름 파악이 잘 될거 같아요~
경기를 보기전에 봐도 괜찮은 글입니다 하하
박수흠
08/01/22 14:16
수정 아이콘
저도 잘 보고가요~
non-frics
08/01/22 14:56
수정 아이콘
경기 못봤었는데 내용을 정리해주시니 좋네요 잘보구갑니다 ~~
마이스타일
08/01/22 15:51
수정 아이콘
잘보고가요^^
08/01/22 16:24
수정 아이콘
님의 훌륭한 후기글 꾸준히 보고있습니다.
저랑 비슷한생각을 하셨군요, 허나 개인적으론 4경기다 OME.
그중에 혼자 빛을 내는선수가 있었다면 당연 이영호일테고요.
이제동선수나 김택용선수 같은경운 상대방선수가 너무 못해서인것같더군요.
마지막 김동건 선수는 박명수선수의 맵적응력 부족으로 운좋게 이긴것같고요(그의 근성도 대단했습니다만;)
못된녀석
08/01/22 18:56
수정 아이콘
제가 느끼기엔, 다 OME는 아니었고
1경기는 과연 마재윤,이제동..
이제동이 무난히 이길것같던 경기가 엘리전형태로 가면서 디펜딩 챔피언의 승리
개막전다운 시합이었고

서지훈vs김택용은, 한방에 못끝낸 서지훈이 김택용의 역습을 끝끝내 못막고 패배.

나머지 2경기는 못봐서 패스
abrasax_:Respect
08/01/22 23:08
수정 아이콘
저는 게임을 다 챙겨보기는 힘든데 이 글만 봐도 게임이 훤히 보이네요. 글 잘 봤습니다~.
08/01/23 01:10
수정 아이콘
여기 호응하는 사람 추가요
목동저그
08/01/23 05:27
수정 아이콘
김택용 선수와 서지훈 선수는 지난 MSL 준결승에서 붙은 바가 있죠.
김택용의 3:1 승리로 끝난 걸로 알고 있는데 상대전적 없음은 무슨 말인지;; 그냥 온겜 상대전적만 치는 건가요?
08/01/23 09:09
수정 아이콘
목동저그님// 아. 위 경기에서 계속 붙여넣기로 넣다가 수정하는 걸 깜빡했네요. 수정하겠습니다 -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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