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는 글 (편의상 존칭은 생략합니다)
아시는 분들이 계실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성당에 다니고,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을 하고 있다. (심지어 교감이다!)
보수라고는 전혀 없이하는 완전 지원제이기 때문에, 청소년들을 좋아하고, 같이 일을 하는 사람들끼리 믿고 의지하지
않으면, 금방 지쳐버리기 십상이다. 때문에, 어릴 때부터 좋은 싹을 보이는 친구들은 미리미리 포섭을 해 두기도 한다.
활발하고, 붙임성 좋은 후배가 있었는데, 녀석도 그런 이유로 해서, 큰 기대를 받으며 같은 단체에서 활동하게 되었다.
그러나, 그 친구가 교사를 그만두게 되었을 때 주위 사람들에게는 좋다고 할 수만은 없는 평가를 받게 되었다.
특별히 잘못한 부분은 없었는데도 불구하고.
무엇이 문제였을까?
정답은 지나친 기대였다.
어릴때부터 워낙 밝고 명랑한 친구였기 때문에, 오래 봐왔기 때문에 그만큼 잘 해줄거라는 기대감.
1. 시작
☆ 염보성
내가 염보성을 처음 본 것은 리얼스토리 POS편이었던 것 같다. 박지호(확실치 않음)에게 팀원중에 가장 많이
까부는 동생이 누구냐고 물어봤었고, 염보성이라고 대답했으며, 실제로 잠시 후 염보성이 팀원의 소지품을 숨기는
장난을 치는 모습이었던 것 같다. 예나 지금이나 엠히는 나의 응원권의 변두리에 속해있기 때문에 염보성은
당연하게도, 한동안 잊혀져 있었다. 최연소 스타리거로 데뷔했을 때에도, 나는 '점점 최연소 게이머가 어려지는군'이라고
생각했을 뿐이었다. 그러나, 낭중지추 [囊中之錐]라고 했던가, 관심없이 지켜보는 와중에도 놀라울만한 경기력을 매번
보여주는 이 어린 선수에게 나는 관심을 갖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그 시점은 이미 많은 사람들이 그의 팬이 된
후였다.
★ 호비뉴
2005년 무렵, 브라질의 산토스 구단은 팀의 에이스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다름아닌 호비뉴가 문제였다. 레알마드리는 그를 영입하기 위해서 3000만 달러를 마련해 놓았고, 호비뉴 역시
동의했지만, 정작 산토스 구단과는 2008년까지 계약이 되어 있기 때문에, 레알과 계약을 하려면 5000만 달러의
위약금을 물어야 했다. 아무리 유망주라고는 하지만 5000만까지 지를 마음은 레알에게 전혀 없었고, 이미 마음을 떠난
산토스의 에이스는 훈련을 거부하면서까지 투쟁에 돌입했다. 이 때까지만 해도 설마설마 했겠지만, 호비뉴는 계약시
자신의 몫으로 되어 있는 이적료 2000만 달러를 포기하면서까지 3000만에 레알행을 강행하고야 만다.
지저스!
하긴, 뭐 그래도 브라질에는 한 해 건너 한 해씩 괴물들이 터져 나오는 동네니까.
2. S급 선수
☆ 염보성
데뷔 후 염보성은 다들 아시다시피 S급 선수로서의 역량을 발휘해내기 시작한다. 그 무렵부터 아주 아주 중요해진
프로리그에서 선봉불패 신화를 써내며 거물급 선수를 연전연파, 일약 스타덤에 오르게 된다.
처음에는 최연소 선수로 데뷔한 이 어린 선수에게 자신이 응원하는 선수들이 픽픽 쓰러지는 모습을 언짢아하던 팬들도
시간이 갈수록 그의 플레이에 감탄하기 시작했다. (나만 그렇다면 안습 ㅠㅠ)
특히나 그의 만화에서 튀어나온 듯한 외모와 표정들은 그를 단순히 실력만 있는 선수가 아닌 S(sauce)급 선수로
거듭나게 해 주었다. 예나 지금이나, 어떤 스포츠를 막론하고, 실력 뿐만 아니라 팬들에게 화제거리를 제공할 수 있는
선수들이야말로 진정한 스타라고 할 수 있는 법이다. 어떤 관점에서 보면 다소 지나친 감이 있는 이성은 선수의 세레머니나,
최연성, 마재윤 선수의 오만해 보이는 어투, 프로게이머로서는 지나치게 잘생긴듯한 김택용 선수의 외모도 내가 모두
좋아하는 것은, 항상 팬들에게 화제거리를 몰고다니기 때문이다. 그들은 E-Sports를 바깥세상에 전파할 수 있는 매력을
가지고 있고, 실제로 저런 면들은 비매니아들을 매니아의 세계로 끌어오는 방법이 되곤 한다. 이야기가 좀 샜는데,
여하튼, 염보성 선수는 실력과 동시에 상품성도 갖춘, 훌륭한 선수로 성장해 나간다.
★ 호비뉴
칭찬인지 저주인지 모르겠지만, 펠레의 자신과 가장 닮은 선수이며 단시간안에 최고의 선수가 될 것이라는
찬사를 들으며 산티아고 베라나베우에 입성한 호비뉴는 이제 자신의 시대가 활짝 열리리라 생각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그의 첫 시즌인 05~06시즌은 썩 유쾌하지만은 않았다. 많은 분들이 아시겠지만, 갈락티코 정책의 말기라고
부를 수 있는 이 시점에서의 레알은 만신창이였다. 베컴의 택배크로스, 카시야스의 미친 선방, 수미까지 내려와서
볼을 배급해줬던 라울-_-;;; 중요한 게임에서 결정적인 헤딩골을 넣어준 이적생 라모스, 몇게임 걸러 클래스 폭발시켜주신
지단옹과 작두구티(며칠 전 구티에 관한 글 너무 재미나게 읽었습니다)의 개인적인 역량으로 근근히 버티는게 고작이었다.
게다가 주전 선수들의 줄부상까지. 호비뉴는 쉽게 주전기회를 얻을 수는 있었지만, 그리고 종종 빛나는 활약을
보여주곤 했지만 그 역시 모래알같은 조직력 속에서 빛나는 개인적인 역량일 뿐이었다. 또, 지나친 드리블링으로
흐름을 끊는 일도 자주 발생했다. 반대로 안정을 찾아가며 리가 우승컵을 들어올린 06~07시즌에는 카펠로 감독의
전술과 맞지 않아 벤치신세를 졌으며, 심각하게 이적을 고려하는 지경에까지 이르게 되었다.
그.러.나.
레알을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아시겠지만, 코파아메리카에서 브라질을 우승시키고 돌아온 호비뉴는 예전의 호비뉴와
달랐다. 좌우중앙을 가리지 않는 활동폭과 팀 동료와 맞추는 호흡도 굉장히 좋아졌고, 꼭 필요한 순간에 넣어주는
해결사적 기질까지 우승컵과 함께 가져온 것이다. (아니, 원래부터 가지고 있었던 것일지도.....)
이제, 호비뉴는 레알의 팬이라면 너무나도 사랑스러운 존재가 되어버렸다.
3. 플레이 스타일
☆ 염보성
염보성의 플레이를 보고 있으면 전성기의 이윤열이 생각나는 것은 나뿐일까?
즉, 지독할 정도로 스타크래프트라는 게임을 이해하고 있다는 뜻이다. 엠히의 팀컬러라고 생각되는, 확실히
공격적인 모습을 바탕에 깔고 있기는 하지만 나는 그의 플레이에 '센스'라는 단어를 반드시 붙여주고 싶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전성기의 이윤열은 힘이 무지하게 강해서 때리면 상대가 쓰러졌고, 머리조차 좋아서
여러가지 빌드에 여러가지 전략을 준비해오기도 했으며, 심지어 순간적인 임기응변에도 능한, 그야말로 기계같은
모습을 보여주곤 했다. 혹시 '질레트부터 보신' 분들이 계실까봐 쉽게 비유를 하자면, 오늘 송병구가 보여준 테란전과
같은 운영을 모든 맵 모든 선수 모든 종족을 상대로 보여줬다는 말이다. 리플레이의 활성화와 상향 평준화로 인해 이제는
그러한 선수가 등장할 수 없게 되었지만, 염보성의 전적과 경기력은, 그때의 이윤열의 모습과 상당히 흡사하다고 생각된다.
프로토스전에 조금 약햔 모습을 보이지만(그것도 약한 것은 아니다. 어디까지나 상대적으로....) 전반적으로 크게 쏠림이 없고
높은 승률을 유지하고 있다.
또 한가지, 그의 플레이에서의 특징은 '신속한 병력운용' 이라고 생각된다.
후반으로 갈수록 다루어야 할 부대는 많아지고, 부대에게 맡겨진 역할도 다르다. 이 때 염보성은 '순간적으로 판단하고
순간적으로 역할을 배분시키는' 작업에 매우 능숙하다. CJ와의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12시를 공격하던 김성기의 병력에 대해
'수비의 임무를 맡은' 중규모의 부대로 김성기의 병력을 제압하자마자 중앙으로 바로 진군해 렐리로 찍힌 9시부근의 병력이
좌익을 형성하고 본대가 김성기의 멀티를 목표로 우익을 형성할 때, 합류하여 여러 방향에서 공격을 시도한 모습은
이런 '염보성식 신속진군'의 극치라고 볼 수 있는 부분이었다.
★ 호비뉴
호비뉴는 남미선수들의 특권과도 같은 화려한 발재간을 가졌다. 빠른 발놀림과 드리블 능력이 발군이고
거칠고 세계 정상급 수비수들이 드글거리는 유럽무대에 진출하기 전까지는 '바이시클 킥 아티스트'로 불릴만큼
다양한 각도에서 다양한 자세로 바이시클 킥을 구사하여 농구에서 '슬램덩크' 와 같은 효과를 가져왔다.
(즉, 단순한 1점이 아닌, 팀의 사기를 높이고 상대의 의지를 꺾을 수 있는 한 방이라는 말이다.)
라리가에 적응하기 전에도 이미 수비수 둘, 셋을 제치는 모습은 종종 볼 수 있을 정도로 그의 드리블은 대단하다.
이는 기본적인 주력과 볼을 다루는 기술, 또한 다양한 훼이크 모션을 가졌기 때문에 가능한데, 이는 언젠가 다루게 될
리오넬 메시의 '전방위 회전가능 드리블'(이 이름은 내가 지어서 좀 창피하다!)과는 약간 다른 개념이다.
음, 그렇고, 작은 몸에서 나온것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슈팅이 세기도 있고, 위에서 언급했듯이 슈팅기술이 매우
다채로워서 수비수의 입장으로서는 매우 까다로운 상대다. 단점으로 지적되던 패스웍도 최근엔 일취월장한 느낌이다.
4. 아킬래스 건
☆ 염보성
그렇다. 내가 이야기 하지 않아도 모두가 알 것이다. 염보성의 개인리그 성적은 그야말로 참담하다.
토탈 70%에 육박하는 승률이 무색할 정도이다. 결승전 무대는 커녕, 4강, 심지어 8강에도 든 적이 없는 걸로 기억한다.
뭐 딱히 대진운이 안 좋았다거나, 맵이 따라주지 않은 것도 아닌데, 이 정도 기량을 가진 선수가 이루어낸 커리어가
저 정도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다. 개인적으로는 엠히에서 염보성을 개인리그로 좀 밀어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는데,
아직 어린 선수가 혹시 계속되는 개인리그 탈락 때문에 슬럼프가 오지는 않을까 걱정이 앞서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미 수많은 그의 선배 게이머들이 출중한 실력을 지녔음에도 '그저 운이 없게도' 몇 시즌간 개인리그에서
명함을 못 내밀다가 쓸쓸히 기량이 저하된 경우를 많이 보아왔다. 나는 그것이 두려울 뿐이다.
또, 최근 염보성의 게임이 많이 느슨해진 경향도 있는 것 같다. 주로 어느정도 위치에 올라선 선수들이 위기때 대처하는
방식인데, '가장 잘해왔던 방식으로' 하는 것이다. 플레이오프 에결에서 김성기의 본진 정찰 허용이 의도적이었다면,
다분히 그런 모습을 파고들었을 가능성도 높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나는 염보성을 보면 위의 그 후배가 생각난다. 너무 많은 것을 기대하고 있는 건 아닐까. 하고.
처음부터 지금까지, 너무나 너무나 잘해주고 있는 선수라서. 만에 하나 슬럼프에 빠지게 될까봐.
우습게도, 이제 겨우 그는 19살일 뿐인데.
★ 호비뉴
3에서 언급했듯이, 그동안 호비뉴에게 지적되던 단점들은, 코파 아메리카 후에 상당히 개선된 모습을 보여주었다.
나혼자 드리블이 상당히 짧아지고 간결해졌으며, 동료와의 패스웍, 짧은 패스의 속도와 성공률같은 부분이 그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긴패스와 수비공헌에 있어서 그는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최근 좌우중앙을 가리지 않고
뒤흔들어주는 그의 플레이 덕에 득점에만 집중할 수 있게된 라울의 제8의 전성기와 늘 그렇듯이 쉽게 골을 넣어주는
반니가 있기 때문에, 그의 수비력이 조금만이라도 더 좋아졌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축구선수로서 그가 아직 들어올리지 못한 것은 챔스와 월드컵이다. 죽을 때까지 리그 우승한번 못해보는 축구 선수가 많다는
것쯤은 알고, 그가 들어올린 리가 우승컵이나 아메리카 컵이 결코 무게가 가볍지 않다는 것을 알지만, 정녕 펠레의 재림이라면,
그가 앞으로 가져가야 할 컵들은 분명하다. 따라서, 이 부분은 그에게 아쉬운 부분이 맞다.
역시, 이 작은 청년에게 너무 많은 것을 기대하고 있기 때문일까? 글쎄, 최근 그의 플레이를 보면 그렇지 않은 것 같기도 하다.
5. 미래
☆ 염보성
팀킬을 즐기지 않고는 살아갈 수 없는 엠히의 가혹한 운명 때문에 MSL에서 이재호에게 완벽하게 패배한 염보성이었지만,
오늘은 마재윤의 빈틈을 놓치지 않고 들어간 회심의 찌르기에 힘입어 재경기에 돌입하는데 성공한다.
상대는 파괴신과 슈퍼토스(!). 이제동에게는 얼마전 아무 것도 못해보고 완패한 기억이 있고, 도재욱은 카트리나와
악령의 숲을 끼고 포진을 하고 기다리고 있다. 어렵다. 아마, 본인도 이제동과 도재욱에게 배팅할 것 같다.
그렇지만, 염보성의 선배 게이머들은 이미 그보다더 어려운 상황에서도 신화를 만들어갔다. 라그나로크를 끼고도
결승5차전까지 물고 늘어졌던 홍진호의 근성, 압도적인 임요환의 팬들을 두고도 승리를 거머쥔 김동수의 뚝심,
무적초인 이윤열을 끌어내렸던 강민의 침착함. 그리고 수많은 선배들은 게임외적인 부분까지 신경쓰면서 이 판을
키워왔다. 그렇다면, 온전하게 '게임에만 집중할 수 있는 여건 1세대'쯤 되는 염보성의 한계는 어디까지일까.
차분하게 염보성을 집중해보도록 하자. 간간히 터지는 폭소는 보너스다.
★ 호비뉴
동갑내기 축구스타(!) 로번이 레알행을 확정지었을 때, 많은 사람들이 호비뉴의 입지를 걱정했다.
포지션이 겹치는 대다가, 1년 가까이 붙박이 주전으로 쓰이지 못한 호비뉴에 비해 윙으로 쓰일 때는 세계 최고 수준임을
입증한 로번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역시 로번은 로번이었고, 로번이 잔부상에 신음하는 동안 호비뉴는
한층 업그레이드 된 모습으로 슈스터 감독과 서포터즈들을 기쁘게 해주고 있다.
여기저기서 잡음이 들리는 바르샤와는 달리, 꾸준하게 리가 1위를 고수하고 있으며, 최근 몇 번의
엘 클라시코에서도 좋은 활약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그가 진정으로 뛰어 넘어야 할 경쟁자는 로번뿐만이 아니다.
이미 호비뉴보다 두어걸음 앞서 가고 있는 '엄친아' 카카, EPL '윙트라이커' 호날두, '리틀 마라도나' 메시가 그들이다.
출발은 분명히 그들이 빨랐다. 게다가 그들의 주력도 만만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지만, 지금 이렇게 해맑게 웃고 쉴새없이 장난을 치는 호비뉴를 그들이 등 뒤에서 발견했을 때는, 이미 늦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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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수요일에 써놓은 글이었는데, 금지어가 걸려있어서 백을 하는 도중에 날아가 버려서 다시 씁니다. ㅠㅠ
이번엔 복사해 놓고 눌러야겠습니다.;;;;
사진은 파이터 포럼과 익뚜님의 홈피에서 퍼왔고, 문제가 된다면 자삭.....문제가 없도록 하겠습니다.
즐거운 밤 보내세요~
* 안녕하세요님에 의해서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08-02-05 08: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