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후기리그 결승의 날이 밝았습니다.
다들 좋은 꿈 꾸셨는지요? ^^;
개인리그 우승자를 2명이나 배출하고도 아직도 배가 고픈 조정웅 감독님
완전히 다른팀으로 변한 CJ를 이끌고 미칠듯이 달려가는 조규남 감독님
뜻하시는 바를 이루는 하루가 되기를 소망해 봅니다.
잠시 후기리그의 관전 포인트에 대해서 얘기를 나눠 볼까요?
우선 엔트리 입니다.
1세트 파이썬 이제동(저) vs 변형태(테)
2세트 백마고지 구성훈(테) vs 박영민(프)
3세트 성안길 김성곤/이학주(저/테) vs 마재윤/서지훈(저/테)
4세트 몬티홀SE 오영종(프) vs 김성기(테)
5세트 운고로분화구 박지수(테) vs 한상봉(저)
6세트 황산벌 최가람/손주흥(저/테) vs 장육/주현준(저/테)
7세트 블루스톰 에이스결정전
이제는 꽤 쌓인 팀단위 리그의 역사에서 나타난 몇가지에 주목해 볼까요?
1. 저그를 믿지 마세요, 팀리그는 테란
몇명의 본좌급 저그를 제외하면, 팀단위 결승에서 저그가 자신의 몫을 한 경우는 생각보다 드뭅니다. 저그에게 좋다는 맵에서 상대전적에서 앞서고 기세에서도 월등한 선수가 원사이드하게 밀린 경기도 많았습니다. 반대로 테란은 모든 종족 상대로 안정적인 경기력을 보여줄 수 있어서 특히 팀리그에서 중용되었었지만, 엔트리가 공개되고 준비가 길어진 시점에서 테란의 장점은 줄어들었다고 봐도 됩니다.
2. 무당 선수
신내림을 받은양, 월등한 기량을 보이는 선수가 있습니다. 후에 본좌가 되면서 이것이 우연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 경우도 있지만, 단일 대회에서만 특출난 활약을 보인 선수도 있었습니다. 이 '신내림' 받은 선수가 있는 팀이 승부를 좌우하는 추가 되기도 합니다.
3. 깜짝 전략? 필승 전략!
한상봉 선수의 성큰 러쉬가 있었지만, 팀단위 리그에서 올인은 꽤 자주 나왔던 전략입니다. 아니, 거의 결승마다 나왔다고 봐도 됩니다. 종족 상성상 뒤지는 상대와 맞붙게 되거나, 상대의 성향을 파악했거나, 한방 빌드를 알아냈다면 쓰입니다. 이게 문제가 무었이냐면, 소위 한방 빌드를 시전하는 방법이 다른 경기들과 결승은 그 완성도에 있어서 차이가 많다는 대에 있습니다. 결승에서 쓰일 빌드는 그 빌드만 가다듬어 수십 수백 게임을 모든 양상을 상정해 놓고 연습을 마치고 완성된 빌드입니다. 그래서 전성기의 본좌가 보여주는 경기력에 준하는 경기를 그 경기에 한해서 보여줄 수 있는 것 입니다. 박정석 선수를 상대로 이창훈 선수가 기요틴에서 보여줬던 2레어 수송 빠르기업 히드라 드랍이라든가, 어느 리그였는지 기억은 잘 안나지만 센터 게이트로 박용욱 선수가 저그를 잡은 경기, 전상욱 선수가 레퀴엠에서 박정석 선수를 치즈러쉬로 이긴 경기, 비록 졌지만 엔터더 드래곤에서 나왔던 질럿 캐논 러쉬 등 처음 당하는 선수는 최선의 선택을 해도 거의 질 수 밖에 없는 엄청난 질의 전략들이 나옵니다. 평소에 난 어떤 꼼수도 다 막고 이길 수 있어! 라고 자신하던 팀일수록,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경기한 팀에게 전략으로 밀려버린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 전략적인 모습이 가장 강했던 팀이 티원이었고, 최근 까지는 엠히, 이번 플레이오프를 들어서는 CJ가 엠히를 오히려 전략에서 압도를 했습니다.
4. 데이터는 정직하다
순위는 상대전적 >> 종족 상성 >> 맵별 전적 순 입니다만, 이 세가지에서 모두 처지는 선수가 정석으로 경기를 풀어갈 경우 반드시 라고 할정도의 확률로 집니다. 본좌의 몰락에 대해서는 이제 꽤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다고 봅니다. 선수가 연습을 게을리한 그 시점부터 성적이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2달, 3달이 지나서 떨어졌다 싶으면 이미 늦었다고 합니다. 반대로, 어느 선수가 특정 경기 하나만이라도 본좌급의 경기력을 보여주기 위해선 얼마의 연습량과 기간이 필요할까요? 제가 생각하는 정답은, '본좌급 경기력은 본좌가 되어야만 나온다' 입니다. 1-2주의 준비기간은 상당히 길어보이지만, 상대전적에서 앞선 선수의 경기력을 뛰어넘기에는 부족한 시간일 수 있습니다. 거기에 상성, 맵전적을 극복해야 합니다. 힘들죠. (물론 예외는 있습니다. 이 선수가 '미치거나', '한방 전략'을 들고 나왔을 경우 입니다.)
5. 수신 제가 치국 평천하, 가화 만사성
부모, 자식, 형제가 있어야 합니다. 팀단위 리그는 우리네 사람 살이와 많이 닮아 있다는 것 입니다. 화목한 가정에 행운이 깃들고 가세가 번창하듯이, 자신, 가정, 나라, 천하 순으로 평정해 나갈 수 있습니다. 역대 팀단위 리그 챔피언들에 있어서 엄마, 아빠,할아버지, 할머니, 아들, 딸은 누구였을까요? 아니, 부모, 형제는 뭘 의미하는 걸까요?
아빠는 본좌를 일컫는 표현입니다. 집안의 기둥. 커리어, 실력 모두 완벽한 구심점이 있어야 합니다. 팀단위 리그의 괴물 티원의 최연성이 대표적인 존재였고, 위메이드의 이윤열, 현재 CJ에는 마재윤이 있습니다. 현재의 기세로만 본다면 이제동 선수도 경기력 만으로는 본좌급의 포스를 보여주고 있죠.
엄마는 팀정신을 추스리는 정신적 지주를 일컫습니다. 이전의 본좌일 수도 있고, 경기력은 본좌보다 조금 못미칠지 몰라도 팀내에서 절대적인 영향을 끼치는 선수입니다. 팀의 사기를 북돋는 보배, 엠히에는 박지호가 있었고, 티원에는 박용욱, 위메이드에는 안기효, CJ에는 박영민, 서지훈, 르까프에는 오영종이 있습니다. 여기서 한가지 재미있는 점이, 이런 류의 선수들은 보통 프로토스 유저가 많습니다. 종족 특성에 기인한다고 생각을 하는데, 프로토스가 보다 밝은 곳을 지향하고, 구김살 없으며 외형적인 멋을 추구할줄도 아는 성향의 플레이어들 ( 소위 수컷냄새나는 사내들 ) 이 많은 종족이기 때문인 듯 합니다. 예외는 어디에나 있죠? 테란 중 가장 프로토스 같은 정석적 성향의 플레이어 서지훈 선수는 엄마가 맞습니다.
장남은 허리를 받치는 선수를 말합니다. 팀단위리그는 팀플의 1승이던 개인전의 1승이던 동등한 1승일 뿐입니다. 화려해 보이는 장기전 끝의 한타 싸움이나, 한방의 4드론이나 1승은 1승일 따름입니다. 그래서, 아무리 본좌가 팀내에 있다고 할지라도, 팀리그가 아닌 이상 프로리그에서는 받쳐주는 팀원의 역할이 대단히 중요합니다. 축구에서는 미드필더, 사람의 신체에서는 허리라고 볼 수 있는데, 허리가 튼튼해야 합니다 모름지기.
형제는 경기에 출전하지 못하는 선수를 말합니다. 다른 팀이 도와준다고 할지라도,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팀내에서의 협조와 연습입니다. 자신이 출전하지 못한다고 해서 남의 일인양 편하게 시청하고 팀의 패배에도 실실 쪼개는 선수는 필요 없습니다. 마치 자신의 일인양 패배에 분개하고, 승리를 가장 먼저 기뻐해 주고, 이럴 수 있는 존재들이 있어야 합니다. 팀원이라고 해서 다 형제가 될 수는 없습니다. 팀원들을 마치 형제처럼 만드는 능력, 경기에 나자기 못하는 선수들에게 조차 같은 목표의식을 심어줄 수 있는 역량이 우승자 감독에게는 반드시 필요합니다.
6. 프로리그는 팀스프리트
프로리그의 핵심. 가장 중요한 요인.
이전 CJ와 엠비씨 게임 히어로의 플레이오프는 객관적인 전력상 엠히가 나아 보였습니다. 그러나, '어거지'로 이깁니다. 저그에게 밀봉당하기 직전의 상황에서 신의 한수를 연발하며 '미쳤던' 캡틴 박영민의 경기, 그리고 강구열 선수의 마지막 골리앗 러쉬때에 스콜지 한기로 몸빵을 하는 컨트롤로 골리앗을 살리게 만든 장육 선수의 필사적인 노력, '지는 빌드'를 들고 나와 닫히기 일보직전이던 승리의 문을 억지로 열어 젖힌 김성기 선수의 에이스 결정전. 모두 혼자였다면 포기하고 싶었을지도 모릅니다. 이전의 CJ라면 이렇게 사력을 다해 경기 하지는 않았겠지요. 그런데, 최선의 최선이 쌓이다 보니, 어느새 선수들은 최악의 상황에서도 최선의 선택을 하고, 좌절하지 않으며 서로를 믿는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었습니다. 팀전의 묘미라고 할 수 있겠지요.
위의 여섯가지를 근거로 시합 예상을 해볼까요?
맵 출전 선수 상대전적 종족 전적
1세트 파이썬 이제동(저) vs 변형태(테) 이제동 1 : 0 변형태 테란 43 : 28 저그
2세트 백마고지 구성훈(테) vs 박영민(프) 구성훈 0 : 0 박영민 프토 16 : 8 테란
3세트 성안길 김성곤/이학주(저/테) vs 마재윤/서지훈(저/테)
4세트 몬티홀SE 오영종(프) vs 김성기(테) 오영종 1 : 2 김성기 프토 5 : 6 테란
5세트 운고로분화구 박지수(테) vs 한상봉(저) 박지수 0 : 0 한상봉 테란 13 : 10 저그
6세트 황산벌 최가람/손주흥(저/테) vs 장육/주현준(저/테)
7세트 블루스톰 에이스결정전 테란 13 : 30 저그 / 저그 24 : 17 프토 / 프토 17 : 14 테란
1세트 파이썬
예상 - 변형태 승 (51:49)
본좌급의 포쓰를 뿜는 이제동의 승리를 점치고 싶었지만, 파이썬은 저그에게 그다지 좋은 맵이 아님을 전적이 말해주고 있습니다. 사실 예측이 가장 어려웠던 대진이기도 한데, 가장 절묘한 카드를 CJ에서 들고 나왔다는 생각입니다. 가장 저돌적인 테란을 이제동이 나올 것이 확실한 맵에 배치, 그것도 전적에서 테란이 저그를 크게 앞서는. 그럼에도 본좌급이기 때문에 이제동 선수의 승리도 예상하는 바, 5:5 이지만 한쪽은 선택해야 하니 변형태 선수 쪽으로 걸겠습니다.
2세트 백마고지
예상 - 박영민 승
구성훈 선수가 깜짝 전략을 준비해 오지 않은 이상, 박영민 선수의 승리를 예상해 봅니다.
3,6팀플 예측 불가
4세트 몬티홀SE
예상 - 김성기 승
양쪽다 할만한 맵, 기세가 좋은 선수들이지만, 기세상으로 미세하게 나마 플레이오프에서의 승리로 김성기 선수가 앞서 나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카운터 유닛인 캐리어를 어떻게 모으느냐, 어떻게 대응하느냐가 승부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봅니다.
5세트 운고로 분화구
예상 - 박지수 승
사실, 심정적으로 가장 응원하는 선수의 패배를 예상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만, 저그의 신예는 본좌가 아닌 한, 어느 정도의 약점을 보인 것이 팀리그의 역사입니다. 박지수 선수의 강력한 압박을 예상해 봅니다.
에이스 결정전
예상 - 마재윤 승
팀플에서 르까프의 우세를 점친다면, 경기는 에이스 결정전까지 흐를 수 있습니다. 블루스톰은 저그가 타 종족을 압도하고 있는 맵이기 때문에, 감히 저그 이외의 카드를 내보내기 힘듭니다. 그리고 르까프에는 이제동, CJ에는 마재윤이 있습니다. 그래서, 이제동 대 마재윤을 예상합니다.
이제동 대 마재윤의 상대전적은 2:2 이지만, 최근의 경기는 모두 이제동이 승리했습니다. 최근 기세나 데이터만 놓고 보자면 이제동 선수의 승리를 점치고 싶지만, 이때 고려해야 하는 것이 팀스프리트와 본좌론입니다. 이제동 선수는 경기력은 물론 최근의 저그들 중 최고이지만 아직 본좌는 아닌 준본좌입니다. 마재윤은 비록 실력이 감소하고 있다고 할지라도 본좌였습니다. 저그 대 저그전은 빌드 싸움이 중요하고, 2인용 맵이기 때문에 오히려 변수가 많을 수 있습니다. 가령, 날아오는 오버르드의 경로를 예상한 우회한 5드론에 9드론 이상의 스포닝은 한방에 끝납니다. 그렇다고 수비적으로 9드론으로 출발했다가 상대가 12드론 스포닝일 경우는 빌드 차이를 극복하기 어렵습니다. 이때 필요한 것이 경험과 배짱입니다. 배짱은 이제동 선수도 훌륭하지만, 결승 단위에서의 경험은 마재윤 선수가 압도적으로 많습니다. 한창 본좌로 치달아 가던 박성준 선수를, 저물어가던 홍진호 선수가 저저전에서 뮤탈 200 싸움에서 이기고 승리한 적이 있습니다. 경험의 중요성을 보여준 경기였지요. 두번째 요소는 팀스프리트 입니다. 사실 르까프는 조정웅 감독님으로 인해 어느 팀보다 헝그리 정신을 잘 유지하고 있습니다. 우승자를 둘이나 배출하고도 승리에 굶주린 르까프가 보다 절실히 승리를 원해 결국 우승할 것이다! 라고 이번 (준)플레이오프를 보기 전의 CJ가 상대였다면 단언했을 것 입니다. 그러나 지금의 CJ는 르까프에 전혀 꿀리지 않을 정도로 팀의 단합도 잘 되어 있고, 승리에 대한 갈망도 높습니다. 그렇기에 멋진 승부가 나올 것 같습니다.
글이 길어졌습니다만, 한가지만 더 말씀드리자면, 프로리그는 이스포츠가 만들어 낸 최고, 최대의 축제입니다. 플레이오프의 기적같은 명경기들을 보고도 글이 생각보다 적게 올라와 아쉬웠는데, 분위기를 끌어 올려 봅시다!
결론은,
CJ 우승합시다.
* 메딕아빠님에 의해서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08-01-29 10: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