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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봐도 좋은 양질의 글들을 모아놓는 게시판입니다.
Date |
2001/12/01 00:38:25 |
Name |
+_+ |
Subject |
빌드의 상성.. |
오늘 박정석 선수와 김정민 선수의 대결이 있었죠.. 또 홍진호 선수와
안형모 선수의 대결도 있었구요.. 이 두 경기를 보면서 느낀점은, 이제 경기의
승패가 최초의 전략의 우열에 의존하지 않고, 빌드의 상성을 얼마나 잘 이해하
고 상대편의 변화에 대해 빌드를 바꿔나가는지에 갈리게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첫번째 경기부터 보겠습니다..
박정석 선수는 평범한 드라군 + 옵저버 채제, 김정민 선수는 투팩이었죠.
이 빌드는 균형이 잡힌 상태죠. 이 때 김정민 선수는 초반 조이기를 시도하려는
듯 합니다. (2벌쳐 + 2탱크 + 2scv.. 조정현 선수식의 초반 조이기죠. 보통의 2
팩보다 한 타이밍 더 빠르다는 점때문에 빠른 멀티를 뛰는 플토에 대해 상성
관계에서 우위에 있죠..파워드라군에는 약하고..) 이걸 옵저버로 본 박정석
선수는 곧바로 3번째 게이트를 늘려서 초반의 강력한 조이기를 막기 위한
드라군 생산 준비를 합니다. 그런데 여기서 김정민 선수는 회군을 하고 앞마
당 멀티를 하더군요. 제가 생각하기에는 투팩 이후 멀티를 처음부터 하려던
것이라기 보다는, 박정석 선수에게 게이트, 병력 생산에 자원을 소비하도록
강요하고 플토의 멀티 타이밍을 한발 늦추려는 시도로서 진출하려는 제스쳐를
취한것처럼 보이더군요. 즉 테란은 투팩의 타이밍 러쉬, 원팩 더블의 좀 더
늦은 타이밍의 러쉬 2개의 타이밍 외에 조정현식 전술의 개발로 인한 더 빠른
타이밍의 조이기가 가능해 졌고, 이는 플토가 전처럼 2게이트 이후 함부러
멀티를 할 수 없다는 것으로 마치 테란의 벙커링이나 2메딕 8마린 러쉬정도의
빠른 타이밍의 러쉬때문에 저그가 함부러 12드론 앞마당이나 삼룡이 먹는걸
못하게 된 것같은 효과를 내는거죠. 또 성큰 짓는것을 강요하듯 플토에게도
역시 자원을 소모하도록 강요하기도 하고요.. 이래저래 조정현의 공로로
테란에게는 한장의 대 플토 상대 카드 (타이밍이라는 측면에서..)가 생기게
된 거죠..어쨌든 이 상황에서 플토의 3게이트는 테란은 투팩 이후
멀티, 이 두 빌드의 상성관계는 테란의 우세가 되죠.. (테란은 소수의 유닛
으로 방어를 할 수 있기때문에..) 그래서 박정석 선수는 바로 멀티를 시도합
니다. 하지만 더블넥으로 쫒아가는 것 만으로는 테란의 가스멀티에서 나오는
자원을 바탕으로 하는 물량에 결국 밀리게 되고, 여전히 테란의 우세입니다.
(멀티수가 같으면 보통은 테란의 우세를 점치죠. 게다가 플토가 더 멀티가
늦은 상황에서는...) 그래서 박정석 선수는 3넥으로 가게되죠.
하지만 여기서 문제가 생깁니다. 원팩 더블과 투팩 더블은 타이밍이 미묘
하게 다르다는 거죠.. 투팩 더블은 좀 더 빠른 시간에 진출 할 수 있습니다.
즉 3넥으로 간 후에 박정석 선수의 빌드는 멀티 1개의 테란에 우위에 있지만,
이건 멀티가 활성화 된 이후입니다. 역시 김정민 선수는 3번째 넥서스가
완성되고 돌려는 타이밍에 바로 튀어나오더군요.. 보통 원팩 더블에 대해
플토가 3넥을 가도 마땅한 응징수단이 없지만, (물론 원팩 원스타 또는
벌쳐로 3넥의 우위에 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원팩더블이 조이기를 해봤자
3넥을 압도할 만한 병력은 초반에 없죠..)투팩 더블의 경우는 탱크가 더
많죠.. 즉 김정민 선수가 3넥의 우위에 있을때 조여 줌으로서, 겉으로 보기에
는 원사이드하게 끝나버리고 맙니다.
이 경우에 박정석 선수는 그럼 어떻게 해야 2팩에 앞마당도 빠른 테란에게
우위를 점할 수 있었을까요? 저는 최인규선수의 방법이 해답이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또는 kbk에서 손승완 선수가 2경기에서 했던 방법이죠..
(지긴 했지만...) 즉 3번째 넥서스를 늦추고, 테크를 올려서 게릴라를 하는
거겠죠.. 그 때 김정민 선수는 골리앗이나 컴셋이 없었고, 만약 테크가 더
빠른 박정석 선수가 셔틀을 이용한 다템이나 질럿 게릴라를 하면서 테란의
진출 타이밍을 늦추면서 멀티를 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물론
탁상공론이기는 합니다만, 이런 관점에서 경기를 보고 있자니 원사이드는
커녕 선수들의 주고 받는듯한 경기운영이 수준높게 보이더군요.. 물론 이걸
다 생각해서 했다기 보다는 많은 경기를 통한 경험으로 타이밍을 '아는'거겠죠.
즉 상대방이 게이트를 늘릴때 최소한으로 방어를 하면서 멀티를 뛸 건지,
병력을 맞춰주면서 생산건물을 늘릴 건지, 상대편이 멀티를 뛸때 자신은 따라
갈건지 앞서 갈건지, 이런 '결단력'은 확실히 많은 경험에서 오는 것이고,
유명한 선수들이 경기를 통해서 갖추게 되는 것이더군요... 개인적으로 이 분야
에서 최고는 최인규 선수라고 생각합니다만.. (상성관계를 절묘하게 이용하는)
두번째 경기를 보기로 하죠..
이 경기에서 안형모 선수는 드론정찰을 하죠. 이건 상대방이 9드론 or 10드론
스포닝이 아니라면 앞마당을 뛰겠다는 생각이었던 것 같습니다. 엄재경님
께서 말씀하신 것 처럼, 9드론 스포닝>12드론 더블>12드론 트윈>12드론
스포닝>9드론 스포닝의 상셩이 성립하게 되죠..즉 홍진호 선수가 12드론
트윈을 가자, 자신은 한발 더 째면서 12드론 더블로 가죠.. 이렇게 되면
후반으로 갈 수록 가스차에 의해 뮤탈수가 밀리죠.. 그래서 홍진호 선수는
따라서 트리플로 갑니다. 어차피 12드론 트윈으로 나오는 저글링으로는
12드론 더블을 효과적으로 견제할 수 없기 때문이죠.. 하지만 이 경우에는
12드론 더블에 비해 테크가 늦게 되죠.. 결국 테크의 차를 극복해야 하는
숙제가 생깁니다. 여기서 홍진호선수는 더 많은 해처리를 이용, 저글링으로
시간을 벌려고 시도합니다. 이 맵은 언덕이 낮고 넓어서 저글링이 강한
면모를 보이게 되고, 안형모 선수는 가스가 있는데도 뮤탈을 뽑지 못하는
비애를 겪게 되죠.. 하지만 약간 저글링의 열세를 낙관했던지, 뮤탈이 4마리
튀어 나오고 그 8마리 저글링 차로 인해서 바로 저글링에 쓸리고, 뮤탈 역시
수가 모자라서 스컬지에 죽게 됩니다.
여기서도 보이듯이, 상대편이 자신의 빌드에 대해 우위에 있다면, 그걸
쫒아가는 것으로는 결코 경기를 이기기 힘듭니다.. 즉 한발 앞서가는 빌드를
생각하고 그걸 구현하거나, 상대편의 빌드 역시 자신에 맞추어 가도록 끌어
내림으로서, 자신이 우위에 있는 쪽을 강조해야 이길 수 있겠죠.
뭔가 글만 길어지고 횡설수설 했는데, 이런 관점에서 경기를 보다 보니
마치 바둑을 보는 것처럼, 한 수에 대해 응수하는 듯한 흐름이 보이더군요..
이런 관점도 같이 즐길 수 있다면 좋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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