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야, 이길 수가 없잖아 ` 경기 초반, 임요환의 공격이 수포로 돌아가며 오히려 조여져버린 상황을 보며 필자의 입에서 나온 말이다. 프로게이머 사이의 경기에서 초반에 이정도 차이가 난다면 거의 진 것이나 다름없다. 하지만, 임요환은 이런 상황을 예상이라도 한듯 뒤집어냈으며 결국 끝까지 자신이 게임을 만들어나갔다.
초반 서로간의 2팩토리체제, 임요환은 scv생산을 평소보다 덜 생산하면서 김대건보다 좀 더 빠른 타이밍의 러쉬를 생각했다. 서로간의 체제확인이 제대로 된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만약 김대건이 빠른 테크트리를 탄다면 첫번째 러쉬로 게임의 승기를 잡겠다는 생각이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초반 마린2기를 생산해서 김대건의 정찰을 차단하고, 아모리도 숨겨서 건설하는 등 자신의 의도를 숨겼으며, scv3기와 골리앗2기 탱크1기의 초반땡러쉬는 만약 김대건이 2팩토리를 가지않았다면 바로 밀려버릴만한 위력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배럭으로 정찰해보니 김대건도 역시 탱크+골리앗의 2팩토리체제, 이미 땡러쉬를 감행중인 임요환은 자신이 시즈모드가 빠르다, 라는 것에 기대를 걸고 조금 욕심을 부린 것일까, 약간은 무리하다 싶을 정도의 공격은 김대건의 아슬아슬한 병력추가와 시즈모드개발에 의해서 좌절되었다. 배럭으로 분명히 상대가 2팩토리 탱크+골리앗이라는 것을 확인했다면, 입구의 서플라이 정도만 파괴하고 조이기 선에서 그치는 편이 확실한 방법이었을텐데, 상당히 무리한 시도로 안좋은 결과를 불러일으켰다.
김대건은 모든 면에서 우위를 점하는 상황. 반대로 임요환은 공격갔던 병력도 전멸하고 scv가 미네랄당 1기가 겨우 붙어있는 자원확보가 달랑달랑한 상태. 그나마 입구가 조여지지않도록 노력해보지만 피해가 늘어갔을 뿐, 완벽하게 조이기도 성공하고 테크트리,자원,병력 면에서 한단계 위인 김대건이 거의 이긴 상황이나 다름없었다.
안정적으로 멀티도 뛸 수 없는 네오버티고의 이 상황에서 임요환이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역시나 단 하나, 드랍쉽의 활용뿐이었다. 하지만 김대건은 그것을 알고도, 아니 알아서일까.. 게임을 다 잡아놓고도 무척이나 소극적인 플레이를 보여준 것은 무슨 이유였을까.
먼저 드랍쉽을 생산해냈음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견제공격을 시도하지않고, 오히려 임요환의 2탱크드랍에 약간의 피해를 입는다. 그리고 상대적으로 빠른 확장으로 얻어지는 자원이 쓰인 곳은.. 군데군데 지어지는 김대건의 터렛이었다. 본진과 멀티, 그리고 조이기를 한 지역과 드랍쉽예상이동경로에 지어진 터렛, 결코 적은 자원은 아니였을텐데 바로 이것이 임요환에게 역전의 기회를 제공해 준 것이라 할 수 있다.
임요환이 드랍쉽으로 약간의 견제 후에 시도한 것은 전병력으로 김대건의 멀티를 파괴하는 것, 드랍쉽만을 이용한 공격은 김대건의 드랍쉽에게 막힐 수 밖에 없기에 임요환은 자신의 본진이 밀리던, 멀티를 하지못하던 선택할 수 있는 수단은 그것밖에 없었다. 별반 많지않지만 전병력이라 할 수 있는 7대의 탱크와 2골리앗, 2드랍쉽의 공격, 3cm드랍으로 본진바깥으로 이동해 김대건이 눈치채지 못하게하면서도 빠르게 진격하는데에 성공한다. 또한 자신의 멀티확장도 성공.
터렛이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했고, 급작스러운 멀티에 대한 공격에 놀라 제대로 된 대처를 하지 못했던 김대건은 바로 여기서 역전을 당하게 된다. 임요환은 이것을 놓치지 않고 게임을 완벽히 굳혀나갔다.
이 게임의 주도권은 처음부터 끝까지 임요환이 쥐고 있었다. 약간은 무리한 첫공격, 그리고 실패. 당연히 불리한 게임을 이끌어 나갈 수 밖에 없었고, 그것을 다시 자신의 공격으로 타개해내면서, 배틀크루져까지 뽑아내는 여유로움까지. 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기고 있는 상황까지, 게임의 주인공은 임요환이었다.
한빛, 코카콜라배에 이은 임요환의 3번째 스타리그. 이번엔 과연 어떠한 엔딩이 기다리고 있을지 기대해보도록 하자.
스카이배 온게임넷 스타리그 본선 8강 B조 2경기
11월30일 제4경기 임요환(Terran) VS 김대건(Terran)
경기맵 : 네오버티고
2001/12/03 김대기 올림. 늦은 업 죄송 m(_._)m
_-_宇宙流 靑空 aozora@nownuri.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