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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봐도 좋은 양질의 글들을 모아놓는 게시판입니다.
Date 2006/02/22 02:03:52
Name Sickal
Subject 조용호, 그에 대한 소사(小思)...
전 프로토스 유저입니다. 시작은 저그로, 스타크래프트를 배운건 테란으로, 그리고 최종적으로
제가 둥지를 튼 것은 프로토스였죠.
그래서 전 저그를 참 싫어했습니다. 물론 테란 만큼 싫어하진 않았습니다만.
저그와 프로토스가 벌이는 사이오닉 스톰과 러커, 히드라, 질럿간의 마우스 우클릭으로 이루어지는
그 전투의 오소독스함은, 감히 스타크래프트의 어떤 재미와도 비교가 불가능한 것이라 생각하고
있어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제게 조용호라는 선수는 참 많은 의미를 던져주었던 선수였습니다.

제가 게임 방송에 관심을 전폭적으로 갖기 전까지, 조용호 선수는 제게 단지 김동준 해설이 극찬한
'청소년 3대 고수 3인방'의 한 명이었을 뿐이었습니다.

그리고 그가 MBC게임, 온게임넷 양 방송사의 결승에 오를때 까지도, 게임 방송에 관심이 없었던 시절이라
그의 플레이를 주목하지도 않았고, 관심을 가져보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저그의 플레이가 일반인에게 감동을 주기에는 사실 홍진호 선수의 폭풍이나, 박경락 선수같은 난타전이
아니라면 무리가 있었던 시절이었으니까요.

더구나 제가 그에게 관심을 갖게 되었던 것은, 그가 대 프로토스전 1년만 진다는 수식어가 무색하리만큼,
대 프로토스전 승률 1위라는 자리가 무색하리만큼, 대 프로토스전 패배가 잦았던 SPRIS MSL 때 부터
였습니다.
그전까지 대 프로토스전 승률 78%가까이를 내달리던 모습을 각인하기 시작했던 저로선 그의 그런 잦은 패배를
'세월에 따른 무뎌짐'정도로 파악할 수밖에 없었고, 그러한 그의 플레이에서 실망감 외에 다른 감정을
발굴해내기로 어려웠었습니다.

그런 제가 그의 플레이에 처음 주목한 것은 2차 프리미어리그, 그리고 투싼 배 팀리그를 살펴보면서 였습니다.

당시 조용호 선수는 퀸을 이용한 플레이로 '커맨드 먹기'라는 플레이를 잠깐 동안 대세, 혹은 이슈로 만들었었습니다.
물론 그의 개인전이 약간의 부진에 빠지면서 그 플레이는 곧 잊혀졌지만, 저는 그 플레이 이후 저그의 마법 유닛에 대한
새로운 가능성이 토론되기 시작하고, 디파일러의 보다 적극적인 활용, 빠른 하이브의 완전한 정립 등을 보면서
MBC게임 10대 명경기로도 선정된 바 있었던, 김현진 선수와의 경기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김현진 선수와의 경기 이후, 조용호 선수는 '목동저그'라는 그만의 별칭을 갖게 됩니다. 비록 변성철 해설께서
플레이 말기 시절에 패스트 하이브를 즐겨 구사했다는 엄재경 해설의 멘트를 기억하고는 있었지만 (게임큐에서
지금까지도 회자되는 임요환 선수의 그 기적의 역전승에서 말씀하신 멘트 입니다.), 대 테란전 울트라라는
'체제'를 확립 시키고 실전에서의 가능성, 그 이상을 보여준 선수는 제 생각엔 조용호 선수가 최초였습니다.

본래 저그는 참 묘한 종족 입니다. 프로토스 상대로는 재앙에 가까운 종족이지만, 사실상 섬맵에서는 처지가 역전이 됩니다.
머린 메딕 한 부대에도 저그의 유닛은 피바다를 이루며 사라져 가지만, 저그가 테란을 압도하는 경기를 살펴보면
테란의 입장에서는 트라우마에 걸릴 정도로 압도적인 승리를 거두는 종족 또한 저그입니다.

그 와중에서도 대 테란전이 서서히 테란에게로 기울어져가는 1.08 밸런스 패치 이후, 이른바 테란을 상대하던
'히드라 러커'체제의 한계점에 대한 해법을 제안한 것이 저는 조용호 선수라고 생각하고, 그 플레이가
울트라리스크 위주의 '목동저그'체제라 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가 보여주었던 퀸을 이용한 커맨드 센터 감염, 그는 팀리그에서 이 플레이가 바탕이 되어
나도현 선수를 잡았던 적이 있습니다. 히드라가 대 테란전 주역이었던 시절이 저 멀리 사라져 버리고 난 뒤
저글링, 러커가 왔을 때 테란이 커맨드를 들고 수비에 반타작 이상 성공을 하면, 커맨드를 들었었던 사실 자체는
아무런 의미가 없어지게 된다는 사실을, 조용호는 퀸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조용호 선수에게 감히 '대 테란전 해법에 대한 선구자'라는 표현을 사용했었습니다.
선구자라 함은, 그 플레이를 완벽하게 구사하는 '마스터'와는 다른 의미입니다. 그가 설령 그 플레이를 완벽하게
소화해내지 못해 경기에서 패하는 경우가, 그보다 더 완벽히 그 플레이를 흡수해 승률이 높은 다른 저그 유저보다
많다고 한들, 그 플레이를 펼치게 해준 효시를 당긴 선수라는 사실 자체는 변하지 않는다고 보는 것입니다.

수많은 러커와 히드라가 다수의 탱크에게 무너지고, 엄청나게 많은 멀티가 드랍십에 희롱당하던 그 시절에
조용호 선수가 던진 '하이브 체제의 병력'이라는 화두는 현재 저그의 대 테란전의 한 축을 있게한 원동력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그의 또 다른 해법 제시였던 퀸의 활용이 약간은 미비한 것이 다소 아쉽습니다만, 당신은 골프왕배
MSL에서 변은종 선수가 보여준 최연성 선수의 클로킹 레이스를 묶는 플레이를 보았을 때, 앞으로도 얼마든지
가능성이 열려있는 전략이라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커맨드를 먹어야만 조용호 선수의 플레이에
영향을 받았다고 말 할수는 없는 것이니까요.)

그는 이제 어느덧 노련한 선수 라는 수식어를 다는 것이 더 자연스러워 보이는 입장에 와 있습니다. 제가 게이머
A to Z에 붙였던 'Kid'라는 말과는 달리, 그는 그야말로 관록의 플레이어이며, 이는 대부분의 노장게이머가 갖고 있는
것이고, 그들만이 가지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그가 CYON MSL에서 보여준 우승에 대해 감사하고 있습니다. 관록으로도 정교해진 플레이어들의
경기력에 맞설 수 있다 라는 것을 증명해준 사례를 남겼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때 홍진호 선수가 그러했으며,
현재의 임요환 선수가 그러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것처럼, 조용호 선수에게도 어느덧 그러한 '단순 전투력'만으로는
비교할 수 없는 전력이 보강되어 있으며, 그것을 극한으로 발휘했던 결과물이 한 메이저리그의 '우승'이라는 점에서,
그에게 감사하고 있습니다. (노력한 만큼 찾아온 다는 것에 대해 증명해준 사실도)

그가 LG IBM 팀리그 올스타 개막전에 최연성 선수를 상대로 보여주었던 그런 플레이를 봐도, 그는 항상 노력하고
돌파구를 찾는 것에 인색하지 않은 선수라고 생각합니다.

그가 보여주었던 플레이는 이미 2006년의 초입에 있었던 일입니다. 전성기를 뛰어넘어 하나의 계기를 만들었다는
그 놀라운 사실도, 연초에 이루어졌었던 일이라는 이유만으로 잊혀지곤 합니다. 더군다나 현재처럼 많은 게이머들에게
'검증'의 요구가 쏟아지고, 폄하하는데 정신이 없는 일부의 네티즌들에게는 또 하나의 요깃거리밖에 되지 않을
'우승'일지 모르나, 그 우승에 대한 폄하는 절대로 있을 수 없다는 생각입니다.

발전의 끝에 다다른 테란이나, 발전과 정체의 갈림길에서 선구자 없이 방황하는 프로토스와 달리, 저는 마재윤이라는
'운영의 끝'을 보여주는 선수가 있고, 대 테란전 해법을 꾸준히 제시해왔고, 앞으로도 그래주길 바라는 '노장' 조용호 선수가 있는
저그에게 앞으로 많은 기대를 걸고 있습니다.

물론 이번이 그에게 찾아온 마지막 우승일지도 모릅니다.

그에겐 더 이상의 대 테란전 대안이 없을 지도 모릅니다. (테란이 변화하지 않으니까요.)

하지만 그럼에도 더 이상 조용호 선수의 플레이를 볼 때 불안하지 않은 것은, 이제 그에게서만 볼 수 있는 '그 무엇인가'를
앞으로는 조용호 선수가 놓치지 않을거라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ps - 피지알에 참으로 오랜만에 쓰는 글입니다. 항즐님께 감사드립니다.
* 메딕아빠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6-02-23 0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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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2/22 02:05
수정 아이콘
ps 2 - 아 이 글은 원래 조용호 선수의 우승 즈음에 올리려고 했었습니다만...그 때는 생각이 정리도 잘 안되고 해서 차일 피일 미뤄두고 있었던 참이었습니다. 하지만 더 미뤘다가는 영원히 미루고 말 것 같다는 생각에 다급히 올리게 되었습니다. 졸필이나, 그저 헌사 정도로 생각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Daviforever
06/02/22 02:14
수정 아이콘
양대리그 결승에 올라가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그곳에서 좌절한 뒤 다시 그곳에 올라가는 일도 쉽지 않습니다.
프로게임계에서 지금까지 결승에 진출한 다음,
결승에 다시 돌아간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요.
3년만에 결승에 진출하고, 그 결승에서 우승한 선수, 없었습니다.
임요환 선수가 결승에 올라가지만, 결국 우승은 차지하지 못했습니다.

KTF 무관의 기간을 2년 9개월로 종결지을 선수가 목동이 될지 몰랐습니다.
그가 우승하면서 무슨 인상적 플레이를 보여줬냐고 반문하시겠습니까?

그가 우승했습니다.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인상적입니다. 그렇지 않나요?
모든 올드게이머들이 높게만 여기던 벽 하나를 무너뜨렸습니다.
조용호, 정말, 정말 대단한 선수입니다.
Sulla-Felix
06/02/22 03:09
수정 아이콘
그당시 조용호의 테란전은 정말 인상깊었습니다.
루나에서의 테란전은 특히 완전 과거 홍진호의 그것이었죠.
특히 기억에 남는 것은 주력이 전진할대마다 드랍을 통해
테란 주력의 발을 묶으면서 뒤에는 럴커를 매복시키고
확장과 테크를 올리면서 퀸으로 커맨드까지 먹는 화려함 그 자체였는데요.
지금도 조용호의 테란전을 보면 과거처럼 목동스타일이 아닌 상당히
공격적인 운영을 즐겨하는게 드러납니다. 실제로 승률또한 마재윤,
변은종 다음으로 알고 있구요. 다만 이상하게 팬들에게 어필을
잘 못하죠. 아무래도 엠겜에서 주로 많은 활약을 했기 때문이 아닌가
합니다.
청수선생
06/02/22 04:35
수정 아이콘
년에 1번 지는 프로토스전
대 테란전 목동체제
대 저그전 스페셜 리스트

조용호 선수가 한참 전성기를 주가 하던 시절에 나온 말들입니다.

조용호 선수 싸이언때의 우승은 KTF 팬으로써 절대 잊혀지지 못할 감동의 우승이었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조용호 선수 노장의 힘을 보여주었고 우승으로 답해주었습니다. 조용호 파이팅!
06/02/22 09:32
수정 아이콘
정말 기억을 더듬어보면 다비님 말씀대로 ktf 무관의 한을 푸는 선수가 조용호 선수가 될지는 정말 몰랐네요 ^^; 우승자 조용호 !!
사일런트Baby
06/02/22 10:13
수정 아이콘
제가 생각하는 조용호 선수의 강점은 특징이 없다는것 같습니다..
저도 조용호 선수를 좋아한지 몇년은 되는것 같은데 왜 좋아하는지
이유를 모르겠다는 겁니다..

조용호 선수의 목동저그 포쓰는 예전 엠비씨 게임 '리버오브 프레임' 이었나요? 그맵에서 완성 됬죠. 빠른드랍업으로 두개의 섬멀티를 동시에 가져간되 뮤탈견제. 가디언. 울트라 저글링 . 테란의 gg...
(이전략 섬멀티가 있는 맵이라면 꽤나 유용합니다.. 로스트템플에서도 말이죠.)
예전 엠비씨게임 결승전에서 이윤열선수가 알고도 막지 못한 목동저그의 힘은 대단했었는데 말이죠..

개인적으론 프로리그에서 개인전에 조용호 선수가 나와서 활약했으면 좋겠네요. ChoJja_Legend 화이팅!!
사고뭉치
06/02/22 10:20
수정 아이콘
그가 보여주는 목동체제를 늘 재미나게 보고 있습니다.
레어 유닛이 주 테마이던 시절에, 하이브를 주 테마로 선보이며 신선함을 던져주였었죠. +_+
오래 기다렸지만, 그가 우승해서 너무나 기분이 좋습니다. ^^*
Den_Zang
06/02/22 12:28
수정 아이콘
조용호의 우승이 폄하되면 정말 안되죠..
카이레스
06/02/22 12:35
수정 아이콘
소리없이 강한 선수라고 할까요....참 좋아하는 선수입니다. 이번 우승에서 올드게이머의 가능성, 저력을 보여줘서 기쁘기도 했고요. 더구나 KTF에게는 정말 단비와 같은 소식이었습니다. 에이스들이 올드게이머 집단이기도 한 KTF에 조용호 선수의 우승이 원동력과 자극제가 되었으면 하네요^^
06/02/22 17:18
수정 아이콘
쓰지도 않는 소사라는 단어 대신에 소고나 소견 등으로 고치길 권합니다.
체념토스
06/02/22 17:58
수정 아이콘
잘봤습니다.
천마도사
06/02/23 10:16
수정 아이콘
메딕아빠님 정말 빠르세요 ^^:;
이직신
06/02/23 15:10
수정 아이콘
저그 전략의 선구자... 이거 하나로 그는 충분히 가치있는저그죠
utopia0716
06/02/23 15:49
수정 아이콘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천마도사 // 그죠? 메딕아빠님은 월급은 직장에서 받고, 일은 pgr에서 하는 거 같아요.
daydreamer
06/02/23 21:30
수정 아이콘
동감을 많이 했습니다. 조용호 선수의 우승이 많이도 가려지고 묻힌것 같아서 개인적으로 많이 아쉬워했었습니다.
주목받아 마땅한 선수고, 올드게이머로써 다시한번 결승에 올라가서 우승을 차지한 선수니까요. 기억되어지고, 칭찬받아야 하는건데.
잊혀지는게 아쉽고 싫더군요. 이렇게 멋진 글 써주시니.
괜히 조용호 선수의 공이 이제 조금 드러나는 것 같아 기분이 좋아지네요.
daydreamer
06/02/23 21:35
수정 아이콘
아참. http://blog.naver.com/shaynugn으로 담아갑니다. 기분 나쁘시다면 삭제하겠구요, 물론 스크랩은 금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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