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편까지는 갑(甲)에서 계(癸)까지 열 가지 천간 한자를 살펴봤으니, 이제부터는 자(子)부터 해(亥)까지 열두 지지 한자들에서 파생된 한자들을 살펴보고자 한다. 이 중 이미 다룬 巳, 申, 亥 세 한자를 제외하면 아홉 글자다.
巳 편에 설명한 대로, 아들 자(子)의 갑골문은 서로 다른 형태가 존재한다. 해서로 놓고 보면 현재의 글자인 子와, 이와는 다른 형태로 아기의 모습을 자세하게 묘사한 子의 이체자다.

왼쪽부터 子의 갑골문, 금문, 춘추 금문, 제 문자, 진(晉) 문자, 초 문자, 소전, 진(秦) 예서, 전한 예서, 해서. 출처: 小學堂

왼쪽부터 子의 또 다른 갑골문 1, 2, 3, 금문, 주문, 서진 예서, 해서. 출처: 小學堂
현재 子의 원형이 되는 갑골문은 巳의 갑골문에서도 한 번 짚고 넘어갔다. 子와 巳는 소전에서는 형태가 많이 다르지만 갑골문과 금문에서는 매우 유사하다. 이 子의 갑골문은 아기의 머리, 팔, 그리고 강보에 싸인 하반신을 본뜬 것으로 해석하는데, 이에서 팔이 없는 형태가 巳로 갈려나왔다.
아래의 子의 또 다른 갑골문은 아기의 머리털과 아직 닫히지 않은 숨구멍과 다리를 본뜬 것으로 해석한다. 금문에서는 몸의 모습을 더 자세히 묘사해 강보 사이로 두 팔과 다리가 나온 모습을 나타냈다. 《설문해자》 주문은 이 아래 부분을 아기를 올려놓은 안석 궤(几)의 모습으로 파악했다. 지나치게 복잡해서 그런지 지금은 쓰이지 않는 형태이지만, 의외로 서진 예서에서도 이 한자를 쓴 것을 볼 수 있다.
《설문해자》에서는 이 글자도 지지 글자이기 때문에 음양오행설에 따라 추상적으로 뜻을 풀이해, “음력 11월(자월)은 양기가 움직이고 만물이 불어나는 때로, 이로써 사람을 일컫는다. 상형자다. 㜽는 고문의 子로, 내 천(巛)은 여기에선 머리카락을 그린 것이다.”라고 풀이했다. (주문은 위의 문단 참고) 즉 아기나 아들이라는 이 한자의 원래의 뜻을 풀이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子는 갑골문에서 이미 지금의 뜻인 아기, 아들의 뜻으로 쓰이고 있다. 이에서 나아가서 지위가 높은 사람을 존경하기 위해 붙이는 접미사가 되었는데, 공자(孔子), 맹자(孟子), 노자(老子) 등이 그 예다. 또 상나라 왕족의 성을 흔히 자(子)라고 하는데, 실제로는 상나라 때에는 이 글자를 지금의 성씨처럼 쓴 것이 아니라고 한다. 다만 상나라 왕족과 동성의 족장들을 이 子로 가리켰는데, 상나라가 망하고 주나라가 들어서면서 상나라의 후예들에게 子를 성으로 쓰도록 했기 때문에 상나라의 국성이 子인 것처럼 잘못 알려진 것이다.
금문에서 子는 사랑 자(慈), 힘쓸 자(孜)와 통가되어 쓰이기도 했다.
子의 어원은 위키사전에서는 원시중국티베트어에서 어린이, 자손, 친척, 출현하다(태어나다), 사랑하다 등을 뜻하는 *tsa ~ za에서 나온 것으로 본다. 그리고 글자 자(字), 사랑 자(慈), 불을 자(滋), 새끼칠 자(孶)가 동원자가 된다.
지지로서 子의 사용은 비슷하게 생긴 巳 때문에 혼란스러운데, 마쓰마루 미치오(松丸道雄)와 히로세 구니오(廣瀨薰雄)는 원래 갑골문과 금문에서 子는 巳 대신 여섯째 지지로만 쓰였고 첫째 지지는 위에서 소개한 子의 주문 형태로만 쓰였다고 했다. 조너선 스미스는 이 子의 주문을 묵정밭 치(甾)로 보았고, 이 글자는 검을 치(緇)와 연관되어 어둡다는 뜻이 있으므로 초승달 때의 어두움에서 첫째 지지라는 뜻이 나왔다고 풀이했다. 그리고 子의 어원이 출현하다와 관련이 있으므로, 달이 나타나는 것을 子와 연관시켰다. 그에 따르면 전국시대에 들어 子가 비로소 첫째 지지의 뜻으로 쓰였고, 巳가 새로 나타나 비게 된 여섯째 지지 자리를 채웠다.
子는 첫째 지지고, 따라서 옛날에는 동지를 역법의 기준으로 삼고 동지가 든 달을 자월(子月)로 삼았다. 시각으로는 오후 11시부터 오전 1시, 또는 오후 11시 반부터 오전 0시 반까지를 일컫는다. 0시를 자정(子正)이라고 하는 것도 자시의 정중앙이기 때문이다. 子는 동물로는 쥐가 대표하지만, 쥐와 子와는 원래 아무런 상관이 없다.
그러나 이 자월이 곧 한 해의 시작이나 정월인 것은 아니어서, 《사기》에 따르면 하나라에서는 인월(寅月), 상나라에서는 축월(丑月), 주나라에서는 자월을 정월로 삼았다고 한다. 중국 최초의 통일 왕조인 진(秦)나라의 역법인 전욱력에서는 한 해의 시작은 해월(亥月)에 두고 정월은 입춘이 들어 있는 인월로 정했는데, 이러면 자월은 11월이 된다. 지금도 이를 따라 자월은 11월이다. 다만 진나라 역법은 한 해가 1월이 아니라 10월부터 시작해서 11월, 12월을 지나 1월로 돌아가고 9월로 끝나는 형태였다. 당시는 서기를 안 쓰지만, 서기에 적용해 보면 2024년 음력 9월 다음 달이 2025년 음력 10월이 되고, 2025년 음력 12월 다음 달이 2025년 음력 1월인 꼴이다. 지금처럼 한 해를 1월로 시작하는 것은 한 무제 때 역법을 태초력으로 고치면서 한 해의 시작을 정월인 인월로 정하고부터다.
아들 자(子, 자식(子息), 갑자(甲子) 등. 어문회 준7급)에서 파생된 한자들은 다음과 같다.
子+人(사람 인)=仔(자세할 자): 자세(仔細), 산자성(産仔性) 등. 어문회 1급
子+子(아들 자)=孖(쌍둥이 자): 인명용 한자
子+宀(집 면)=字(글자 자): 자판(字板), 문자(文字) 등. 어문회 7급
子+攴(칠 복)=孜(힘쓸 자): 자자(孜孜: 꾸준하게 부지런함), 근근자자(勤勤孜孜: 매우 부지런하고 꾸준함) 등. 어문회 준특급
子+木(나무 목)=李(오얏/성 리): 이성계(李成桂), 도리(桃李: 복숭아와 자두, 또는 그 꽃) 등. 어문회 6급
子+禾(벼 화)=秄(북돋울 자): 인명용 한자(耔와 동자)
子+米(쌀 미)=籽(씨 자): 인명용 한자
子+耒(따비 뢰)=耔(북돋울 자): 운자(耘耔: 김을 매고 북돋움) 등. 어문회 특급
子+虫(벌레 훼)=虸(며루 자): 자방충(虸蚄蟲: 며루, 곧 각다귀의 애벌레) 등. 인명용 한자
字에서 파생된 한자는 다음과 같다.
字+牛(소 우)=牸(암소 자): 인명용 한자

子에서 파생된 한자들.

仔의 소전. 출처: 小學堂
자세할 자(仔)는 《설문해자》에서는 “견디다[克]는 뜻이다. 사람 인(人)이 뜻을 나타내고 子가 소리를 나타낸다.”라고 풀이해 지금과 뜻이 전혀 다르다. 이 풀이는 《시경·주송·경지》에서 책임을 진다는 뜻으로 쓰인 자견(仔肩)에서 나온 것이다. 지금 쓰이는 자세하다는 뜻은 아들 자(子)와 상통해서 작은 것, 세밀한 것을 나타내는 데에서 비롯했다. 어문회 1급 한자로 급수도 높고 쓰이는 단어도 몇 없지만, 그 몇 없는 단어 중에 자세(仔細)하다, 자상(仔詳)하다라는 일상 생활에 널리 쓰이는 것들이 있어서 의외로 유용한 한자다.

왼쪽부터 字의 갑골문, 금문, 전국시대 문자, 소전. 출처: 小學堂
글자 자(字)는 《설문해자》에서는 “아기를 낳는 것[乳]이다. 子가 집 면(宀)의 아래에 있는 것으로 뜻을 나타낸다. 子는 또 소리다.”라고 설명한다. 《자원》에서는 집 면이 아니고 여자의 두 다리 사이로 아기가 나오는 모습, 즉 아이를 낳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허신처럼 집 안에서 아기를 낳거나 키우는 모습이라고 설명하는 학자들도 있다. 집이건 여자 다리건, 이 글자의 원 뜻은 아기를 임신해 낳는다는 것이며, 이에서 아이를 키운다는 뜻이 인신되었다. 《표준국어대사전》에도 양육을 뜻하는 자양(字養) 등 이렇게 字를 쓰는 낱말이 남아 있다.
지금의 뜻인 문자, 글자라는 뜻이 나온 이유를 살펴보려면 먼저 문자(文字)라는 낱말에 주목해야 한다. 중국인들에게 문자란 곧 한자다. 그리고 한자를 만든 원리로 꼽히는 육서는 상형, 지사, 회의, 형성, 전주, 가차다. 이 중 상형과 지사로 만든 글자는 다른 구성 요소들로 쪼개지지 않는다. 이런 글자들은 무늬와 같은 모양에서 따 온 기초적인 글자들로 문(文)이 된다. 그리고 이런 문(文)들을 조합해서 만든 회의자나 형성자는 문(文)이 낳은 것이라 해서 자(字)라 했다. 이러한 문과 자가 모여 있는 체계가 문자(文字)인 것이고, 이것이 원래는 자식을 낳다는 뜻인 字가 문자를 뜻하게 된 이유이다.

왼쪽부터 李의 초 문자 1, 2, 진(秦) 문자, 고문, 소전, 진(秦) 예서, 후한 예서. 출처: 小學堂
오얏 리(李)는 전국시대 초나라 문자에선 올 래(來)와 아들 자(子)를 겹쳐서 쓰기도 하고, 이 글자의 왼쪽에 나무 목(木)을 붙여서 쓰기도 했다. 이 형태는 來와 子가 모두 소리를 나타내는 형성자의 짜임이다. 전국시대 진(秦)나라 문자에서는 木이 子 위에 올라가는 형태로 쓰며, 이 진나라 문자가 소전과 예서를 거쳐 현대로 계승되었다. 또 《설문해자》에서는 木을 子 옆에 쓰는 글자 杍를 李의 고문이라고 했는데, 상청줘(商承祚)는 《상서》의 마융 주석 등의 자료에서 가래나무 재(梓)의 고문을 杍라고 한 것을 들어 《설문해자》가 梓의 고문을 李의 고문으로 잘못 기재했다고 했다.
李는 흔히 “오얏 리”라고 하는데, 여기에서 오얏은 자두의 옛 말이다. 전한의 비운의 맹장 이광(李廣)을 사마천이 기리면서 《사기》에 남긴 말이 “속담에 '복사꽃과 오얏꽃은 아무 말이 없지만, 그 아래로는 저절로 길이 난다.'[도리불언, 하자성계(桃李不言, 下自成蹊)]라고 한다.”이다. 어쩌면 사마천은 이광이 이(李)씨이기 때문에 李가 들어가는 속담을 일부러 고른 것이 아닐까 한다.
이(李)씨는 노자의 성씨로 유명하지만, 일설에는 노자는 본디 노(老)씨이고 후에 이씨가 노자를 자신의 조상으로 존숭하면서 이씨가 되었다고 하기도 한다. 전국시대에 이씨는 진(秦)나라의 장수 이신(李信)과 조나라의 장수 이목(李牧)을 배출했는데, 이목은 〈천자문〉에서도 용병에 능한 장수로는 백기·왕전·염파·이목이라고 할 정도로 유명한 장수이며 이신은 초나라와 전쟁에서 패배했으나 연나라와 제나라를 멸한 공으로 농서후에 봉해졌으니 그 역시 명장이라 할 만하다. 또 초나라 출신으로 통일 진나라의 기반을 닦은 법가 정치가인 이사(李斯) 역시 이씨다. 이씨는 전국시대에 각지에서 시대를 대표하는 인물을 배출한 것이다. 지금도 이씨는 중국에서 왕(王)씨의 뒤를 이어 인구수 2위의 성씨이며, 한국의 이씨 등 전 세계의 이씨를 모두 모으면 세계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성씨가 된다.
이광은 이신의 후손이다. 비록 흉노와의 싸움에서 이렇다 할 전과를 세우지는 못했으나 한문제나 흉노나 안팎으로 그를 뛰어난 장수로 여겼는데, 행군 도중에 길이 꼬여서 문책을 받게 되자 억울함을 참지 못하고 자결했다. 이광의 손자 이릉(李陵)은 기원전 99년 한무제가 총애하는 이부인(李夫人)의 오빠로 총애를 받아 장군이 된 이광리(李廣利)를 지원하기 위해 5천 보병을 거느리고 출전했다가 흉노의 군주인 저제후(且鞮侯) 선우가 이끄는 3만 기와 맞닥뜨려, 결사적으로 항전해 적 1만 명을 죽였으나 결국 포위되어 항복했다. 사마천은 이 이릉을 변호했다가 자신의 남성을 잃었으나, 이 굴욕을 참고 《사기》를 완성했다. 한편 이릉의 운수를 꼬이게 한 이광리는 기원전 90년 연연산 전투에서 5만 군대가 거의 다 죽는 한나라 역사상 유례 없는 대패를 하고 흉노에 투항했으나, 먼저 투항한 위율의 시기를 받아 인간 제물이 되는 비극적인 죽음을 맞이하고 말았다.
이릉이 한에 남긴 가족들은 이릉이 흉노의 군사를 훈련시킨다는 헛소문[사실은 이서(李緖)라는 또 다른 투항자와 헷갈린 것]이 전해지면서 모두 처형됐다. 이릉은 흉노에 항복한 이후에 저제후 선우의 딸과 결혼해 새로 자식을 두었으나, 이 아들은 호한야 선우 때 무려 다섯 선우가 난립하던 시절 한때 선우였다가 호한야에게 투항한 오자 선우를 다시 선우로 옹립했다가 오자 선우와 함께 처형되었다.
이광은 농서군 성기현(지금의 간쑤성 징닝현과 칭양현 사이) 출신인데, 이미 이광 생전에 농서군이 분할되면서 성기현은 천수군 소속이 되었으나, 이광의 가문은 이후에도 농서 이씨로 일컬었다. 비록 이릉의 항복 사건으로 농서 이씨의 명성에는 손상이 갔으나, 이후에도 농서 이씨는 명문으로 남았고 당나라를 세운 이씨 가문도 농서 이씨의 후손을 자처했다.
위의 한나라 농서 이씨의 이야기에도 이광리나 이서 등 다른 이씨 집안 사람들이 나오는데, 이미 중국에 여러 계통의 이씨가 있었음을 짐작하게 한다.
한국의 이씨는 가장 유서 깊은 집안이라면 단연 신라 6부 촌장으로 양산촌장 알평(謁平)의 후손인 경주 이씨가 되겠고, 또 명예가 높기로는 조선 왕조를 세운 이성계의 집안인 전주 이씨가 있다. 경주 이씨는 가장 역사가 오래된 집안이다 보니 우계 이씨, 차성 이씨, 합천 이씨, 아산 이씨, 재령 이씨, 원주 이씨, 장수 이씨, 영천 이씨, 진주 이씨 등은 아예 본관을 새로 써서 갈려나왔고, 다른 여러 이씨들의 시조가 경주 이씨가 아닐까 하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그리고 고려의 권신으로 이름 높은 이자겸(李資謙)을 배출한 인천 이씨의 조상 이허겸(李許謙)은 본디 허씨였으나 안녹산의 난으로 피신하는 당현종을 호송한 공으로 이씨 성을 하사받은 이기(李奇)의 자손이라고 한다. 곧 인천 이씨는 허씨에서 갈려나온 성씨가 되는 셈이고, 역시 이허겸을 시조로 모시는 덕수 이씨도 마찬가지라 할 수 있다. 덕수 이씨는 율곡 이이를 파조로 하는 문성공파와 충무공 이순신을 파조로 하는 충무공파가 특히 유명하다.
전주 이씨 효령대군파 21대손은 항렬자가 헤아릴 규(揆)이니, 지지의 첫 글자인 아들 자(子)에서 성이 나오고 천간의 마지막 글자인 천간 계(癸)로 이름을 마치는 것이다.
子는 파생된 한자들에 자식, 기르다 등의 뜻을 부여한다.
仔(자세할 자)는 사람 인(人)이 뜻을 나타내고 子가 소리를 나타내며, 子의 뜻에 따라 아기처럼 매우 작고 세밀한 것을 뜻한다.
孖(쌍둥이 자)는 子가 뜻과 소리를 모두 나타내며, 子가 동시에 둘이 나오는 쌍둥이를 뜻한다.
字(글자 자)는 집 면(宀)이 뜻을 나타내고 子가 소리를 나타내며, 子의 뜻에 따라 아기를 집에서 키우는 것, 또는 아기를 낳는 것을 뜻한다. 지금의 뜻인 글자는 낳는다는 것에서 문자를 조합해 새로운 문자를 만든다는 뜻이 파생된 것이다.
牸(암소 자)는 소 우(牛)가 뜻을 나타내고 字가 소리를 나타내며, 字의 뜻에 따라 새끼를 낳아 기르는 암소를 뜻한다.
秄(북돋울 자)는 벼 화(禾)가 뜻을 나타내고 子가 소리를 나타내며, 子의 뜻에 따라 곡식을 키우고자 북돋우는 것을 뜻한다.
籽(씨 자)는 쌀 미(米)가 뜻을 나타내고 子가 소리를 나타내며, 子의 뜻에 따라 곡식의 자식인 씨앗을 뜻한다.
耔(북돋울 자)는 따비 뢰(耒)가 뜻을 나타내고 子가 소리를 나타내며, 子의 뜻에 따라 농사지을 때 작물을 키우고자 북돋우는 것을 뜻한다.
이상의 관계를 나타내면 다음과 같다.

子에서 파생된 한자들의 의미 관계도.
앞서서 허신이 李의 고문으로 오해했다고 한 杍는 梓의 고문인데, 梓는 나무 목(木)이 뜻을 나타내고 재상 재(宰)의 생략형이 소리를 나타내는 형성자다. 이는 형성자의 소리 부분으로 子와 宰가 서로 통할 수 있음을 보인다. 그러니 宰의 자원과 파생된 한자들도 같이 살펴보자. 이미 글이 길긴 하지만, 宰에서 파생된 한자는 몇 없으니.

왼쪽부터 宰의 갑골문 1, 2, 금문 1, 2, 초 문자 1, 2, 3, 소전. 출처: 小學堂
宰는 지금의 형태로 보면 집 면(宀)과 매울 신(辛)이 합한 회의자로 보이지만, 옛 형태에서는 辛이 아니라 허물 건(䇂)이 들어가기도 한다. 예전에 䇂과 辛은 세로 획이 휘었냐 곧냐로 구분한다고 했는데, 宰의 갑골문과 금문 1에서는 세로 획이 휘었고 2에서는 곧다. 따라서 宰의 해석도 두 가지로 갈린다. 한 가지는 辛이든 䇂이든 둘 다 죄를 뜻한다고 보고, 노예가 집에서 일한다는 뜻으로 보는 것이다. 宰에는 재부(宰夫)라는 일종의 궁중 요리사라는 뜻이 있기도 하다. 이런 집에서 일하는 노예는 점차 집의 각 분야의 일의 전문가가 되었고, 성경의 요셉 이야기에서 볼 수 있듯이, 노예가 가정 총무의 일을 맡는 일까지도 있었다.
또 다른 하나는 䇂이 풀을 깎다는 뜻에서 다스리다는 뜻이 인신된 깎을 예(乂)의 이체자라는 것에서 나온 것으로, 집에서 여러 일을 다스린다는 것을 뜻한다는 설이다.
어느 설을 따르든, 그래서 宰는 금문에서 가정이나 궁중의 여러 일을 관리하는 임무의 뜻으로 쓰였다. 재상이라는 뜻은 이에서 인신되었다.
초 문자에서는 2, 3처럼 칼날 인(刃)이나 칼 도(刀)가 들어가기도 하는데 이 형태는 현대에 계승되지 못했고, 소전에서는 䇂과 辛 중에서 辛이 채택되어 지금까지 전해지고 있다.
재상 재(宰, 재상(宰相), 주재(主宰) 등. 어문회 3급)에서 파생된 한자들은 다음과 같다.
宰+木(나무 목)=榟(가래나무 재): 재궁(梓宮/榟宮: 자궁(왕, 왕대비, 왕비, 왕세자의 시신을 넣는 관)의 원말) 등. 인명용 한자(梓의 혹체)
宰+木(나무 목)=榟→梓(가래나무 재): 자동제군(梓潼帝君: 중국에서 사람의 녹적이나 문장을 맡았다는 신), 상재(桑梓: 고향 또는 고향에 있는 조상) 등. 어문회 준특급
宰+水(물 수)=滓(찌끼 재): 재탄(滓炭: 잘게 부스러진 숯), 잔재(殘滓) 등. 어문회 1급
宰+糸(가는실 멱)=縡(일 재): 이재(李縡: 조선 영조 대의 문신·학자로, 낙론의 대표적인 학자) 등. 어문회 준특급
宰+馬(말 마)=䮨(얼룩말 재): 인명용 한자

宰에서 파생된 한자들.

왼쪽부터 梓의 소전, 혹체(榟), 한나라 도장 문자, 후한 예서. 출처: 小學堂
가래나무 재(梓)는 杍라는 이체자에서도 볼 수 있듯이 음을 재가 아니라 자라고 읽을 수도 있다. 어문회 급수 시험에서는 음을 재로만 명시했지만, 단어에 따라서는 자로 읽을 수도 있다고 인정해 주고 있다. 국어사전에서도 자동제군(梓潼帝君)처럼 변이음이 아니라 원음이 자인 경우가 있다고 나온다. 여기에서 나오는 자동(梓潼)은 중국의 지명으로, 현대의 쯔퉁현(자동현, 梓潼縣)과 그 주변 일대를 가리킨다. 신나라에서 이 이름을 자동(子同)으로 고친 것으로 비추어 보면 재동이 아니라 자동이 옳은 것 같다. 중국어로는 옛 운서에서도 이 한자의 음이 자 하나뿐이기에, 중국어를 통해서 재인지 자인지 구별할 수는 없다.
梓는 《시경·소반》에서 “뽕나무와 가래나무도 공경함을 아는 법”(유상여재維桑與梓, 필공경지必恭敬止)라는 표현에 등장한다. 소반은 부모에게 버림을 받은 자식의 억울함을 토로하는 시인데, 여기에서 뽕나무는 누에를 치는 데 쓰이는 나무고, 가래나무는 제기나 관을 만드는 데 쓰이는 나무다. 《시경》의 주석 중 하나인 모시에서는 부모가 뽕나무와 가래나무를 심어서 자손들에게 생계를 유지할 수 있게 해 준다고 풀이하고 있다. 위에서 제시한 상재(桑梓)라는 단어도 이에서 유래한다. 〈소반〉의 화자는 이렇게 마땅히 공경해야 하는 것이 부모인데, 자신은 부모의 사랑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을 원망해 자신이 좋지 못한 때에 태어난 것인지 하늘에 의문을 던지고 있다. “유상여재 필공경지”는 이런 부모답지 못한 부모를 아이러니하게 강조하는 시구인 것이다.

滓의 소전. 출처: 小學堂
찌끼 재(滓)는 《설문해자》에서 “찌끼[澱]를 뜻한다. 물 수(水)가 뜻을 나타내고 宰가 소리를 나타낸다.”라고 해 형성자로 풀이했다. 일상 생활에 쓰임은 적은 편이나 잔재(殘滓)라는 단어에 쓰이고 있기에 엄연히 살아 있는 한자다. 이 잔재라는 말은 시대를 따라잡지 못하는 전통이나 인습을 가리키기도 하고, 특히 한국은 일본의 식민 지배를 받았기 때문에 일제 시대의 '잔재'가 아직까지도 한국에서는 극복의 대상으로 자주 언급되고 있다.
宰는 파생된 한자에 다스린다는 뜻을 부여한다.
滓(찌끼 재)는 물 수(水)가 뜻을 나타내고 宰가 소리를 나타내며, 宰의 뜻에 따라 물에서 다스려야 하는 찌끼를 뜻한다.
縡(일 재)는 가는실 멱(糸)이 뜻을 나타내고 宰가 소리를 나타내며, 宰의 뜻에 따라 다스려야 하는 일을 뜻한다.
䮨(얼룩말 재)는 말 마(馬)가 뜻을 나타내고 宰가 소리를 나타내며, 宰의 뜻에 따라 색이 다스림의 대상이 될 수 있는 어지러운 말, 곧 얼룩말을 뜻한다.
이상의 관계를 나타내면 다음과 같다.

宰에서 파생된 한자들의 의미 관계도.
요약
子(아들 자)는 강보에 싸인 아기의 모습을 본뜬 형성자며, 지지의 첫째 글자이기도 하다.
子에서 仔(자세할 자)·孖(쌍둥이 자)·字(글자 자)·孜(힘쓸 자)·李(오얏/성 리)·秄(북돋울 자)·籽(씨 자)·耔(북돋울 자)·虸(며루 자)가 파생되었고, 字에서 牸(암소 자)가 파생되었다.
子는 파생된 한자들에 자식, 기르다 등의 뜻을 부여한다.
宰(재상 재)는 宀(집 면)과 辛(매울 신) 또는 䇂(허물 건)이 결합한 회의자로 집 안에서 노예가 일하다, 또는 집의 일을 맡다는 것에서 재상이란 뜻이 나왔다. 형성자의 소리로는 子와 상통할 수 있다.
宰에서 榟(가래나무 재)·梓(가래나무 재)·滓(찌끼 재)·縡(일 재)·䮨(얼룩말 재)가 파생되었다.
宰는 파생된 한자들에 다스리다는 뜻을 부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