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클라베'는 창작자에게 정말 많은 영감을 주는 소재가 아닐까 생각하게 됩니다. 단일 종교로써 가장 큰 교파의 수장을 뽑는 과정인 동시에, 특유의 방식과 분위기 등이 창작 소재로 쓰이는 원인이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오늘 개봉한 영화 <콘클라베>는 역시 이 '콘클라베' 선거를 소재로 한 영화이자, 로버트 해리스의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삼은 영화입니다.
영화 상에서 두드러지는 건, 아무래도 가치관 내지 사상의 대립이라고 생각됩니다. 본질적으로 반대편에 극단적 보수주의로 분류될 수 있는 '테데스코' 추기경이 반동으로 표현되고, 그 중간 단계에 다른 추기경이 있는 구조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래서, 이 영화는 본질적으로 '폴리티컬 스릴러'로 분류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후보 하나 하나를 지워가면서 표를 얻고 설득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으니까요.
다만, 이 구조가 100% 잘 작동하냐는 조금 애매합니다. 영화적으로 비슷한 구조라고 한다면, <1987> 같은 영화가 떠오르는데, 하나의 악역 내지 반동 인물이 있고, 이 인물이 모든 어그로를 끌어주는 구조라고 할 수 있을텐데, 테데스코 추기경이 이 모든 어그로를 끌어가는지는 조금 애매하다고 생각이 들긴 하거든요. 물론, 영화 자체가 로렌스 추기경이라는 후보이자 선거 관리자라는 인물을 따라가고 있기에, 그리고 어찌되었건 추기경이기에 매우 공격적으로 묘사하기에는 애매한 지점이 있긴 했겠지만요.
그걸 떼놓고 봤을 때는, 말 그대로 잘 다듬은 정갈한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정치적인 이야기에서 개인적인 이야기로 전환되는 지점이 있긴 합니다만, 어찌되었건 이 부분이 매끄럽고 잘 만들어졌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가장 '킥'이라고 할 만한 부분은 레이프 파인즈 배우의 연기를 비롯한 연기 차력쇼에 있구요.
이 영화를 보면서 가장 즐거웠던 부분은 정갈하게 다듬은 이야기와 그걸 구현해내는 연기, 배경에 있었습니다. 그러니까, 보면서 소재는 비슷한 <천사와 악마>류의 이야기와는 다른 느낌이거든요. <천사와 악마>가 어찌되었건 '로마를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영화라면, 이 영화의 시각적 느낌은 그 '분위기'에 빠져들게 하는 류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 부분에서 연기의 역할도 굉장히 뛰어나구요.
어찌보면, '신의 뜻'을 이루고자 하는 '신의 일'을 하는 성직자도 결국 사람이고 철저하게 인간이라는 점, 그래서 사람이기에 흔들리고 의심하며, 그 개인적인 일로 인해 무너지는 것임을 보여주는 영화는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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