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제작 의도와 다르게 오늘날 널리 사용되고 있는 것들이 있습니다. 두통약으로 만들어졌지만 맛있는 음료가 된 코카콜라, 협심증 치료제로 개발되었지만 발기부전 치료제로 쓰이는 비아그라 등등..
이제부터는 새로운 예시가 하나 더 추가될 것 같네요. 잘못한 믿음에 근거해 만들어진 안마기. 오늘 이 글을 보시면 아마 잊혀지지 않을 겁니다.
Fig.1 마사지 기계의 시초는 바이브레이터?!
[최초의 안마기(?) 펄소콘]
최초의 마사지 기계는 제럴드 마카우라 박사Dr. Gerald Macaura 에 의해 발명된 펄소콘Pulsocon 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 기계는 크랭크를 돌리면 분당 최대 5,000번의 진동이 발생하는 장치로 1869년 ‘혈액 순환기’로 특허받았죠.
하지만 마카우라 박사의 숨겨진(?) 의도는 빅토리아 시기 억압된 여성의 성적 충동을 풀어주는 장치였습니다. 당시에는 여성의 많은 정신적 문제가 여성의 생식기에서 비롯된다고 규정지으며 히스테리라고 명명했는데요. (히스테리는 그리스어로 자궁을 의미하는 히스테리카에서 유래하기도 했고요) 많은 의사가 히스테리에 대한 치료법으로 생식기 마사지를 추천했죠.
그래서인지 마카우라 박사는 자신의 장치가 수 많은 질병을 치료할 수 있다고 선전했는데요. 결국 마카우라 박사는 사기죄를 선고받아 1년간 감옥에 갇히게 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펄소콘은 날개 돋친 듯 팔려 그가 감옥에 있는 동안에만 7만 5천 달러를 벌었다고 하죠… 펄소콘의 성공을 보고 비슷한 제품이 우후죽순처럼 등장했다고 합니다.
1900년대 초반에는 마카우라 박사의 의도와는 다르게(?) 펄소콘은 실제 체육관에서 근육을 자극하기 위한 장치로 사용되었다고 합니다. 오늘날 마사지 건의 기능과 크게 다르지 않기도 하고요.
[조지 테일러의 골반 마사지기]
비슷한 시기 마사지에 진심인 미국 의사 조지 테일러*George H. Taylor* 가 있었습니다. 그는 재활 운동 치료 연구소도 설립하고, 운동 치료와 관련된 책을 출판하고, 마사지 기계를 만들어내죠. 그가 만든 마사지 기계는 증기로 작동하는 골반 마사지 장치였는데요. 이 장치도 여성의 히스테리를 치료하기 위한 장치였죠.
Fig.2 켈로그, 시리얼만 만든 줄 알았지?
시리얼을 만든 것으로 유명한 존 하비 켈로그 John Harvey Kellogg 는 ‘마사지의 예술Art of Massage’이라는 책을 집필할 정도로 마사지에도 관심이 많았습니다. 수많은 마사지와 관련된 기계를 만들어 내기도 했고요.
켈로그는 약한 전류를 피부에 직접 자극하는 것이 납 중독, 결핵, 비만, 심지어는 시력에 도움이 된다고 믿었는데요. 그 믿음으로 전기 근육 자극기를 발명합니다. 실제로 오늘날에 물리치료를 위해 사용되는 전극 패드의 시초라고 볼 수 있죠.
1900년 경에는 일종의 안마의자, 진동의자를 발명합니다. 딱딱한 나무 의자 전체를 진동시키는 장치였는데요. 캘로그는 이렇게 사람을 진동시킴으로서 장운동을 활발하게 만들어 건강에 도움이 된다고 믿었죠. 같은 논리로 전기로 작동하는 마카우라 박사의 펄소콘과 같은 장치를 만들어내기도 합니다. 이 장치들은 요양원에서 사용되었죠.
1920년대에는 전기로 작동하는 승마기를 만들기도 했습니다. 이 승마기는 미국 30대 대통령 캘빈 쿨리지Calvin Coolidge 를 위해 만들어진 것으로 하루에 세 번 백악관에 보내졌다고 하죠.
Fig.3 안마의자는 목욕탕에서 해야 제맛
제대로 된(?) 마사지 기계는 1954년에 등장합니다. 공중목욕탕에서 청소용품을 팔아 생계를 이어가던 후지모토 노부오藤本信夫 라는 사람이 있었는데요. 후지모토는 목욕탕 탈의실에서 사람들이 피로를 풀 수 있는 수단을 생각하며 쓰레기 더미에서 소프트볼, 자전거 체인, 자동차 손잡이 등을 수집해서 최초의 안마의자를 제작했다고 하죠.
첫 제품은 마사지 볼이 주무르는 동작을 반복하고, 의자 측면에 있는 손잡이를 돌리면 마사지 볼이 상하로 움직이는 방식이었습니다. 1975년이 되어서야 볼을 위아래로 움직이는 핸들이 사라지고 스위치 방식으로 바뀌었고, 1979년에는 볼이 의자 내부로 들어갔죠.
1995년에 출시한 제품에서는 마사지 볼이 아닌 에어백에 공기를 넣었다 뺐다가 하면서 마사지하는 기능이 탄생합니다. 이 제품은 에어 마사지 기능뿐만 아니라 종아리, 허벅지 마사지 기능도 최초로 도입되었는데요. 2004년 출시한 제품에서는 어깨와 발바닥 마사지 기능도 추가되면서 오늘날의 모든 마사지 의자의 표준이 이때 완성되죠.
Fig.4 재활치료 가기 귀찮아 만든 마사지 건
[맥시 프로 안마기]
1974년에는 전문적이고 제대로 된 마사지 기구가 등장합니다. 캐나다의 지압사였던 리만 존슨Lyman Johnson 이 환자에게 쓰기 위해서 만든 비브로토너Vibrotoner 가 바로 그 주인공이죠. 이 비브로토너는 발전을 거듭하여 현재는 맥시 프로 안마기Maxi Pro Massager 라는 이름으로 팔리고 있는데요. 현재도 물리치료에서는 많이 쓰이는 기구라고 합니다.
하지만 맥시 프로 안마기와 같은 기구들은 가격도 비싸고, 크고 무거워 혼자 사용하기에는 어려웠죠. 그래서 병원같은 곳에서 쓰기에는 괜찮았지만 일반인이 사용하기에는 어려운 제품이었다고 합니다.
[TheraGuns G1 ⓒtherabody.com]
2007년 제이슨 베르셀란드Jason Werseland 는 대학 시험을 치르러 가던 길에 오토바이 사고를 당하는데요. 이 사고로 디스크와 허리 통증을 겪게 되죠. 재활치료를 위해 매번 병원에 가는 것이 힘들었던 그는 휴대용 안마기를 개발하게 됩니다. 그렇게 해서 제품화 된 것이 바로 TheraGuns G1이라는 최초의 마사지 건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