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Date 2003/09/15 06:10:47
Name so'sstyle
Subject 나는 오크 유저다...
- 너 왜 오크 하냐?

아주 오랜만에 고향 친구를 만났다.
중학교때부터 함께 스타크래프트, 카운터스트라이크, 리니지, 워크래프트3 등을 함께 즐겨오던.
언제나 비슷했던 실력, 비슷했던 노력, 약간은 재능이라고 할수 있던 게임 실력.

주변의 친구들은 그와 날 라이벌이라 불렀다.


스무살이 된 후, 학교를 휴학한후, 아르바이트를 그만둔후 꽤나 긴 시간을 집에서 보냈다.
그렇게 보내다보니 늘은것이라곤 게임을 하는 시간뿐.

그렇게 이래저래 귀찮아져 친구들과의 연락마저 끊고

게임에 질때마다 욕설을 내뱉으며 담배 한모금을 빨던 그때도
임요환이라는 유명한 프로게이머와 이중헌이라는 오크유저의 우상이 있기에
나도 그들처럼 되고싶어 더러운 기분을 잠재우고 또다시 아이콘을 클릭하곤 했다.


늘지 않았다.
나의 실력은 전혀 늘지 않았다.
그렇게 열심히 올려온 레벨도, 내딴엔 100% 라고 생각했던 전략도
강한 타 종족의 유닛에겐 상대가 되지 않더라.

오랜만에 고향에 내려갔다.

친구를 불러, 술한잔을 마시면서 여자이야기, 담임선생님 이야기, 그리고 게임이야기로
자연스래 넘어가던 시끌벅적했던 술자리에서
친구는 나에게 물었다.


- 너 왜 오크하냐?
- 왜?
- 오크... 약하잖아...
- 그런가... 강할땐 강해...

스타크래프트때도 프로토스만을 고집하던 나는, 몇몇 마이너 대회에서 우승,준우승등의
경력을 가지고 있던 나는 주변 프로토스 친구들에게 영웅이었다.

야 너 어떻게 플토로 그렇게 게임을 잘해?

잘한단 소리보다, 그 약하단 종족으로 그렇게 잘해낸다는 칭찬이 듣기 좋았었을뿐
그래서 게임아이 상위권에 대부분이 테란일때도 프로토스만을 고집했던 난

워크래프트3의 확장팩에서도 오크를 고집했다.

클래식때의 그 암울함을 조금은 벗어낼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그리고 지금까지 상황판단력,컨트롤,집중력 그 어느것도 나에게 따라오지
못하던 친구녀석들에게 수없이 패배했던 기억을 되새기며
종족을 바꾸고 싶던 충동을 참아왔었는데.

친구녀석은 아시아 래더 30위 내에서 나이트엘프로 이름을 날리고 있다고 했다.
이녀석 역시 클래식 시절에 가장 암울하다던 언데드로 게임을 즐기던 녀석이었다.
그시절 1000위 내에도 들지 못하던 친구녀석은, msn 아이디를 바꾸었다.

이기면 장땡...

친구의 장난이라고 느꼈지만 그녀석은 종족을 휴먼으로 바꾸고 곧바로 100위 안으로 진입했다.

그리고, 확장팩에선 최강종족으로 인정되고 있는 나이트엘프로 바꿔서
워크래프트를 하고 있는 대부분의 유저에게 아이디만 대면 알수 있는 그런 게이머가 되어있었다.
아직까지 겨우 300위권에 머물고 있는 나와는, 다른 무언가.


차원이 다르다는것은 이걸 의미하는것이었나.

넘을수 없는 벽은 이걸 뜻하는 것이었나.



테란에게 패배하던 저그의 느낌은 이랬던것일까.

나이트엘프가 실수하지 않는한 오크에게 질 이유는 없다고 하던 이유가 이런 탓이었나.


아마 그날밤, 남들이 보면 웃을지 모르겠지만 고작 게임때문에 꽤나 많은 술을 마셨던걸로, 기억한다.




아직은. 어린가보다.

이런것에 화내는것을 보면.






아직은. 어린가보다.

오크의 영웅이 되고 싶어하는것을 보면.






아직은. 어린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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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블리제로스
03/09/15 08:15
수정 아이콘
이 글을 읽으면서, 플토를 고집해온 선수들의 마음을 조금은 들여다 본 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미니-_-v
03/09/15 08:20
수정 아이콘
수만번의 한숨과, 그리고 또 한번 어렵게 끌어올리는 '오기'
.......
주제넘지만, 희미하게 느껴졌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bilstein
03/09/15 09:08
수정 아이콘
제가 아는 동생이 래더 26위라길래 그런가보다 했는데...진짜 대단한 거군요...오리지날 때부터 언데드했던 애인데...
마리양의모티
03/09/15 11:20
수정 아이콘
어제 저도 진짜 간만에 칭구랑 워3를 했는데여..

오크로 언데 이겨씀미다... 그런트에 블마랑 칩튼 델구 가서 와이번6마리로

리치랑 데나 레이드 하니까 걍 지지치데여...
이동성
03/09/15 11:48
수정 아이콘
최근 마이큐브 플토의 선전, 그리고 칼림도어를 제외한 타서버에서의 오크 선전을 고려한다면 막연히 플토, 오크는 약하다 하는 말은 그리 타당하지많은 않은듯..
마린스
03/09/15 13:40
수정 아이콘
저는 오크를 쭉 하고 있지만..사실 오크를 처음 고를때 순수한 의도가 아니라 베타 시절때 2비스트어리 패라이더 전략이 개사기급이었기 때문에 그것때문에 선택해서..의도가 불순했기 때문에 찍 소리 못하는중.그후로는 손에 익은거 버릴수도 없고.
03/09/15 16:37
수정 아이콘
오크,플토 두 종족의 공통점이라면 한순간의 패치로인해 약해진 종족이죠..
03/09/16 00:20
수정 아이콘
플토보다 오크가 더 암울해보입니다만..
Matsu Takako
03/09/16 22:34
수정 아이콘
개인적으로 제가 고수가 아니라서 그런지는 모르겟지만...
단 한번도 오크가 약하다고 생각한적 없는데--;;
전 스타는 테란 워3는 오크 다 제가 좋아하는 선수와 같은 종족합니다
(스타:임요환.워3:이중헌) 나중에 한판하죠^-^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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