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스카이배 4강 3경기, 맵은 사일런트볼텍스.
게임스코어 1:1.
상대는 전례없는, 그리고 그 이후로도 누구도 넘보지못하고있는 온게임넷 스타리그 3연패에 도전하고있는, '황제'라는 칭호가 가장 잘 어울리는 사람.
전 테란유저입니다. 오리지날부터 테란을 하던, 그런 골수유저는 아니고, 한빛배의 임요환선수의 드랍쉽에 이끌려 우루루 테란을 플레이하던 그 시절에 테란으로 전향한, 로망이 별로 있지는 않은, 가벼운 테란유저라면 가볍다고할지도 모르겠습니다.
4강전이 처음 시작했을떄, 전 분명히 임요환선수를 응원하고있었습니다. 경기가 막바지에 접어들고 gg가 화면에 나왔을때도, 그떄까지고 임요환선수가 결승에 진출한것에 만족하고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때의 그 플레이는 누가 뭐래도 당시 최고의 테란과 테란의 싸움이었습니다. 끝까지 승부의 방향을 알수없었던, 가슴졸여야했던, 그리고 감탄할수밖에없었던. 절대로 지지않을것같은 슬레이어즈박서를 1:1 타이, 3경기의 벼랑끝까지 몰고갔었습니다.
그리고 2001 KT 왕중왕전. 전 그가 우승하리라 생각했습니다. 아직 그의 팬이라고 말할순없었고, 박서가 멋져보였지만, 왠지모를 믿음이 있었고, 그는 지지않을것 같았습니다.
그는 그때도 이기지 못했습니다.
2002 네이트배 스타리그, 한솥밥을 먹는 마우스오브조로와 맞붙어, 결국 16강탈락.
그 이후로 그는 힘든 시간을 보냅니다.
온게임넷뿐만아니라, 겜비씨(당시)에서조차 예전의 숨막힐것같은 단단함을 보여주지 못합니다.
2002 스카이배. 임정호선수와의 16강 마지막 경기. 장소는 네오 포비든존.
2003년 8월15일의 임요환선수의 역전극이 사상최고의 역전극이라고 표현되지만, 제 개인적의 사상최고의 역전극은 이경기였습니다.
모르고있다가 어느새보니 역전되어있는 경기가 아니라, 정말 끈질기게끈질기게 막아내고 또 막아내고 조금씩 공격하고 전멸당하고, 또 공격하고. 그 오랜시간을 눈물나게 방어하고 공격하다가, 결국 가디언을, 디파일러+럴커 조합을 뚫고 이기는 그를보고, 한가닥 희망을 또 품었습니다. 무언가 되지않을까. 하지만 그 경기에서 모든 힘을 쏟을걸까요, 그는 다시 주저앉고맙니다.
2003년도, 이제 더이상 그의 모습을 온게임넷 스타리그에선 볼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그는 이적합니다.
그 때문에 GO팀의 팬이 되었던 저로서는, 무척 당황스러웠습니다.
개인적으로 KTF팀은 마음에 두지 않고있었고, 왠지모를 허탈감이라고나할까요. 그런것들이 느껴졌습니다.
아직까지 그는 메이져대회 우승경력이 없습니다.
사실 준우승경력도 없습니다.
이제 사람들은 그를 최강테란의 하나로 꼽지 않습니다.
옛날처럼 출전할때마다 우승후보로 꼽히지도 않습니다.
해설자분들의 멘트는 언제나 "부활할수있을지가 관건입니다" 입니다.
어제, MSL 마이너리그의 조정현선수와 엔터더 드래곤에서의 테테전 경기를 봤습니다.
그리고 거기서 다시한번 TheMarine을 보았습니다.
이번에도 저 혼자 갖고있는 막연한 기대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런 막연한 기대가 그에게 부담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이번엔, 이번엔 뭔가 다를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제가 생각하는 가장 테란다운플레이.
상대방의 목젖아래까지 숨통을 조여드는 단단함.
상대방을 농락하는듯한 파워풀한 순회공연.
다시 또 기대를 합니다.
마린은 돌아올거라고.
마린은 테란의 상징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