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te |
2003/09/23 17:08:23 |
Name |
미남불패 |
Subject |
[잡담]농자지 천하지대본 |
예전에 스타를 접었다가 내 꼬실림에 넘어가 프로터스로 다시 시작하게 된 내 친구...
레슨에 앞서 일단 그 친구 하는걸 옆에서 지켜보기로 했습니다.
미네랄 8덩이에 10을 넘기지 않을 듯 하던 프로브...
상대방이 뭘하든 신경안쓰고 묵묵히 마이웨이를 걸어가는데도 불구하고, 남아도는 미네랄과 가스... 막히는 파일런...
공격가던 소수의 질럿과 드라군 보는동안 본진이 무탈(추정)에 초토화...
되는데도 불구하고 한점 흔들림없이 러쉬가서 적 성큰에 찰과상을 입히고 장렬히 전멸...
다시 병력을 뽑으려는데 미네랄이 부족하자 그제서야 일터로 시선돌림...
무탈(추정. 불쌍해서 빼준듯)때문에 프로브하나없이 황량한 일터... 불타는 넥서스...
암울함을 넘어선 허탈함. 그게 그 친구의 현주소를 확인한후의 감상입니다.
뒤에서 보며 마우스도 안빼앗고 잔소리 한마디 안한 내가... 내 수양이 깊어졌음을 스스로 대견해 하며 상담을 시작했습니다.
친구 : 졌군... 친구.
나 : 그렇군... 친구.
친구 : 내가 왜 진 것 같은가?
나 : ......후우... 그걸 한번에 다 말하는건 자네한테 너무 잔인한 처사가 될 것 같군. 하나씩 하나씩 차근차근 고쳐나가는게 좋겠네.
친구 : 그래? 뭐부터 고칠까?
나 : 옛말에 이르기를 '농자지 천하지대본'(띄어읽을때 유의하시게)이라 했네. 일꾼이 많아야 나라가 바로선다는 말이지.
친구 : 내가 일꾼이 부족하던가?
나 : 많이... 자네 일꾼 숫자가 미네랄 무데기 숫자하고 비슷하더군.
친구 : 그랬지.
나 : 노동자에게 최적의 작업환경을 제공하기 위한 배려였던가?
친구 : 허허... 그렇다고 할 수 있지. 괜히 많이 뽑아봐야 일꾼뽑는돈만 아깝지. 그돈으로 질럿 한마리 더 뽑는게 좋지 않겠어?
나 : 프로브가 미네랄 한볼태기를 캐서 넥서스에 물어다 놓고 다시 미네랄로 향하는 그 시간.. 그 시간동안 채취되지 않고 있는 그 미네랄덩이를 보며 안타까워 할 줄 알아야 하네. 일꾼이 미네랄이나 가스를 캘때는 겹치기 때매 일하다 박치기할 염려는 없다네. 일꾼이 많으면 그만큼 같은 시간에 많은 자원을 캘 수 있다는 말일세. 일꾼은 미네랄 덩이의 두배 혹은 그 이상으로 뽑아 주는게 좋네. 노동자 처우개선은 전쟁을 이기고 나서나 생각하시게나.
친구 : 그렇군. 일꾼을 많이 뽑아도 상관없는 거였군.
나 : 아닐세.
친구 : 응?
나 : 많이 뽑아도 상관없는게 아니라 반!드!시! 많이 뽑아야 하네. 자네 '나비효과'라고 들어봤나?
친구 : 그게 뭔가?
나 : 빠다플라이 이팩트(Butterfly Effect)... 북경에서 나비가 팔랑거릴때 이는 미풍이 플로리다주에 태풍을 불러일으킨다는 이론일세.
친구 : 그건 말도 안되잖나.
나 : 말되네. 처음의 사소한 변수가 종국에는 엄청난 결과를 초래할 수 있거든.
친구 : 그 변수가...?
나 : 일꾼일세. 일꾼 10마리랑 11마리로 돈캐는 두 사람을 비교해 보세나. 일단은 둘이 접수하는 자원은 거의 차이가 없겠지? 11마리 쪽이 일꾼 한마리 더 뽑느라 50원이 더 들었으니까 당장 시작점에서의 자원상황은 10마리 쪽이 눈꼽만치 더 많을지도 몰라. 근데 그 상태로 10분만 경과하면 둘 사이에 수집되는 자원의 양은 어마어마하게 벌어진다네. 자원의 차이는 곧 병력의 차이지.
친구 : 그렇군. 그래서 방금 내가 그렇게 압도적으로 밀렸던 거군.
나 : ...... -_-a
친구 : ......?
나 : ...에... 뭐... 여러 변수가 있었지만 일군 부족이 가장 큰 변수이기는 했지.
친구 : 알겠네 친구. 앞으론 일꾼 많이 뽑아야 겠어.
나 : 그래야지. 전략이고 컨트롤이고 물량이고 나발이고 일단 돈이 있어야 힘이 실린다네.
그렇게 어렵사리 친구에게 일꾼의 중요성을 설득시켰습니다. 예전에 후배들을 가르칠때는 마우스 빼앗아 가면서, 뒤통수 때려가면서 했는데 이 친구는 그게 안되니 힘들군요.
허나 제 교육자적 열정(^^;;;)이 식는 그날까지 레슨은 계속될 겁니다.
짜투리. 환절기네요. 아침에 일어나 보니 코감기가 지독하게 걸렸습니다. pgr식구들도 감기 조심하세요. 특히 코감기... 폐활량이 웬만치 좋지 않으면 키스도 못합니다.
참고로 전 키스는 커녕 햇살가득 좋은 날에 손잡고 데이트 할 여자친구도 없습니다. 오해 마시길..^^
|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