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Date 2003/09/24 13:47:30
Name 귀여운호랑이
Subject [잡담]좋아하는 마음, 두려움, 조건.
낭만의 계절이라고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 하는 가을이 왔네요. 제가 정말 싫은 계절이 가
을과 겨울입니다.
둘 다 사랑하는 연인들을 위한 계절이라는 생각이 들어서죠. 전 25년 동안 . . . . 한번도
사랑을 못해봤거든요.--;;

"아니 25년동안 연애도 못해봤어? 너. . .좀 이상하구나", "쯧쯧. . 불쌍한 녀석"이라고 말
하실 수도 있겠죠. 사실 저 자신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이렇게 된 가장 큰 원인은 물론 저의 여러가지 부족함때문일겁니다. 이성 앞에서의 자신
없는 모습, 행동, 상대의 감정에 대한 배려의 부족 등등. 그리고 또 한가지를 꼽자면 거의
14년간에 이르는 짝사랑도 있겠죠.
그 긴 시간동안 그 한 사람만 생각하다보니 다른 누군가를 만나야겠다는 생각이 그렇게
강하지 못했거든요. 14년 동안 얼굴 한번, 목소리 한번 듣지 못했던 사람인데 바보같이 혼
자 그렇게 마음속으로만 기다려왔습니다. 그러다보니 혹시나 모를 몇번의 기회도 다 놓치
고. . .그러다 그 마음을 접고서 그제서야 다른 사람을 찾으려 하니 정말 어렵더군요.
혼자서 지낸 시간이 너무 길다보니 그런 삶에 너무 익숙해진걸까요. 하지만 불쑥 다가오
는 외로움이라는 것은 정말 사람을 힘들게 하더군요.
다른 연인들에 대한 부러움과 막연한 동경, 혼자 있을때의 고독, 왠지모를 비참함까지. 그
렇게 시간이 지나니 이 외로움에까지 익숙해져 가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얼마 전부터 한 사람이 맘 속에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저번 학기부터 저와 수업
을 같이 듣는 후배인데 그 사람에게 왠지 마음이 끌리는 걸 느낍니다. 정말 누가 봐도 좋
은 사람이거든요.
그런데, 그런데 문제는 제가 뭘 어떻게 해야 될지 모르겠다는 겁니다. 어떤 말을 해야할
지, 그 사람 앞에서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 . 그렇게 혼자 고민하다보니 괜히 부담만 더
생기네요. 또 망설일 수 밖에 없는 이유가 그 사람과 나와의 차이입니다.
제가 그 사람에 비해 너무도 부족한 점이 많거든요. 집안 형편, 미래에 대한 희망, 현재 나
의 입장 등등. 내가 그 사람에게 다가서기에는 막고 있는 벽이 너무도 큽니다. 그렇지 않아
도 이런쪽에 소심하고 겁많은 저이다 보니 그 벽을 생각할때 마다 한숨만 나오네요.
그러다 보니 오히려 그 사람과 같이 있는 시간을 피하게 되고 말도 잘 하지 못하고. .  그
렇게 저 혼자  고개만 숙이고 있습니다.

사람을 좋아하는데 조건같은걸 따지는게 아니라고 항상 생각해왔지만 막상 제가 이런 입
장이다보니 그런 벽이 너무도 크게 느껴집니다. 그래서 제 마음을 표현하기가 더욱 더 두
려워지기도 하고요. 사실 제 마음을 전해보아도 그 사람이 받아주지 않을거라는 걸 잘 알
거든요.

마음의 표현은 그 결과가 어떻게 되든지 하지 않는 것보다 하는게 더 낫다고 많은 사람들
이 이야기 하지만 과연 그게 정말일지 모르겠습니다. 저 같은 경우는 오히려 상처만 더 커
질 것 같아 겁이 많이 납니다. 그렇게 시간만 흘러가고 있네요. 그 지나는 시간만큼 저는
더 힘들어지고. . .

사람의 마음을 들뜨게 하고 그 이름 자체로 행복하게 해주는 계절인 가을인데 오히려 이
가을이 저를 더욱 마음 아프게 하는군요.

여러분들은 부디 저처럼 혼자 가슴앓이만 하지 마시고 지금 만나고 있거나 혹은 앞으로
만날 사람과 서로가 서로에게 좋은 사람이 되어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가을이네요. . .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아카디아
03/09/24 14:33
수정 아이콘
작업의 방법을 +_+
온리시청
03/09/24 14:34
수정 아이콘
상처받기 두려워서 자신을 지키려고 웅크려있는 사람에게 기회란 오지 않습니다...
고백하세요....그리고 만약에 상처받으시거든 빨리 그 상처를 치유하려고 노력하세요....
지금 힘들어하는 것을 참는 노력보다는 쉬울것입니다....

저는 요즘 상처받을 기회도 없답니다....ㅠ.ㅠ
03/09/24 14:40
수정 아이콘
조건을 비교한다는 것은 결혼할 때나 생각하는 겁니다. 저는 결혼과 사랑이 별개다라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사랑만큼에는 어떠한 조건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죠...조건은 노력여하에 따라 얼마든지 극복할 수 있습니다. 고백하지 않은 후에 남는 아쉬움과 후회가 얼마나 큰지 아시고 싶지 않으시다면 얼릉 고백하세요..GoGoGo~~~
수빈이
03/09/24 14:42
수정 아이콘
이제 겨우(?) 스물다섯번째 가을을 맞으시면서 왜그렇게 겁이 많으세요. 아직은 현재의 형편, 미래 그런것들이 부족하다고 고개를 숙이실 나이가 아닙니다.
결혼할때는 조건을 따질수도 있지만, 사랑할때부터 조건을 따지지는 않아요. 자신감을 갖고 진심을 표현해보세요. 아직 한창 나이이신데 얼마든지 밝은 미래는 노력해서 만들 수 있어요.
두려움에 끝내 진심을 표현하지도 못해버린다면 그 아쉬움은 두고두고 가슴에 남을꺼에요.
해도 후회, 안해도 후회일때는 해보고 후회해보라는 말 있잔아요 ^^;
제 경우를 말씀드리면.... 제 남자친구는 그보다 더한 조건(나이,환경,미래 등등..)으로 고민했었지만, 결국 저에게 따뜻한 사랑을 보내왔고.... 저는 그 따뜻한 마음이 너무 푸근했습니다.그가 없으면 허전해지더군요.(사실 몇달간 고민 많이 했습니다.^^;)
사랑은 쉽게만 찾아오는건 아닙니다. 용기내세요!
수빈이
03/09/24 14:45
수정 아이콘
letina님 / 어쩜 저와 똑같은 생각을... ^^; 다 쓰고나니 이런글을 먼저....
제가 꼭 따라쓴 것 같은... 후후
03/09/24 14:48
수정 아이콘
수빈이님/ 저도 깜짝 놀랐답니다...^^;;; 얼릉 저작권료 내세요...하하하
농담인거 아시죠? 귀여운호랑이님 힘내세요!!
스톰 샤~워
03/09/24 16:07
수정 아이콘
음. 좋을 때네요.
'사랑은 아름다운 정신질환이다'라고 누군가 얘기했던 것처럼 사랑을 해서 생기는 모든 것은 그것이 아픔일지라도 행복한 겁니다.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다고 무턱대고 고백하시면 큰일납니다.
다행히 잘되면 모르지만 특별히 그 사람이 당신을 마음에 두고 있지 않다면 눈물의 씨앗이 될 가능성이 농후하죠.
그 사람을 사랑한다면, 그래서 결실을 맺고 싶다면 지금부터 꾸준히 사전작업을 하세요.
고백이란 사과 열매를 따는 것과 같은 겁니다.
하나의 사과를 따기 위해선 봄부터 땀흘리는 수고가 있어야 하는 거죠 ^^
후배들에게 조언을 할 때마다 하는 말이 있습니다.
"사랑은 테크닉이다"
상대방을 기쁘게 해 주는 테크닉이 없으신 분은 사랑에 실패하기 쉽습니다.
'사랑 앞에서 꾸미는 건 싫어. 그냥 순수한 내 맘을 보여주고 싶어' 하는 후배들이 많죠.
그 친구들 거의 술먹고 다시 찾아 왔습니다. 엉엉 울면서 ㅠ.ㅠ
지금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다면 꾸준히 그 사람을 기쁘게 해 주세요.
그러다 보면 굳이 말로 안해도 서로가 사랑하고 있음을 느끼게 될겁니다.
서로가 사랑한다면 조건의 차이는 문제가 안되죠.
사랑은 일종의 정신질환 상태로 빠지는 거니까요.
아이리스
03/09/24 16:33
수정 아이콘
흠.. a형이시군요.. 받을 상처가 두려워 그 사람에게 다가가지 못한다면.. 그 사람이 자신의 마음을 알지 못하여 다른 사람에게로 갈 수 있다는 또다른 상처를 받을 수 있습니다. 사실은 저한테 하고 싶은 말이에요ㅠ.ㅜ 사람은 다른 사람에게는 쉽게 충고를 할 수 있지만.. 정작 자신의 일로 부딪히면.. 두렵고, 회피하게 됩니다.. 위에 글로 자세히는 모르지만, 짐작컨데.. 여자는 느낌이 강합니다. 어느정도 호랑님의 마음을 눈치채고 있을지도 모르겠네요..(혹시, 기다릴지도..^^) 귀여운 호랑이님.. 고백하고 거절당할 상처가 더 클까요? 아님.. 멀리서 바라만 보다가 다른 사람에게로 간 그녀를 보는 상처가 더 클까요? 생각해 보시고 상처를 덜 받는 쪽으로 선택하세요.. 그리고, 고백했다가.. 거절당할 것이 두려우시다면.. 조금더 시간을 가지고.. 편안한 분위기로 만들어 보세요.. 대학다닐때, 호랑님과 진짜 비슷한 입장에 있던 복학생 누군가가 누군가에게 썼던 방법인데.. 몇개월 바라만보기-> 우연을 가장한 얼쩡대기 -> 친구를 이용한 자연스러운 사이로 만들기 -> 의미있는 날 공략하여 고백하기 -> 망부석 되기... 결국 그 여자분 감동으로 넘어갔습니다. 열번찍어 안넘어 가는 나무.. 있습니다. 그러나, 열 한번째는 넘어가더라구요.^^ 그리고, 자신의 조건을 탓하는 것은 핑계일 뿐이고, 무엇보다 님께 필요한 것은 자신감과 용기가 아닐까 합니다. 힘내세요~~ 저희가 밀어드릴께요..(어떻게 밀지?) 화이팅!!

아.. 근데.. 남자들은 표현하지 않아도 자신의 마음을 알아주길 바랍니다. 왜 그럴까요?? 그러나, 여자는 그 마음을 알면서도.. 표현하지 않는 사랑은 사랑이 아니라고 울부짖습니다!! ^^
사고뭉치
03/09/24 16:50
수정 아이콘
아이리스님 말씀이 정답이네요1 ^^
표현하지 않는 사랑은... 결국 짝사랑일수 밖에 없어요..

귀여운 호랑이님! 당당하게 어깨펴고 힘내세요! ^^V
03/09/24 18:13
수정 아이콘
누구나 다 아는 얘기지만,
용기있는 사람만이 사랑을 얻을수 있는겁니다.

그리고 자신감까지 있다면 좀 더 쉽게 얻으실 수 있겠죠.
대부분의 여자는 자신감있는, 어떻게 보면 허풍쟁이로 보일수 있는 그런 남자들을 더 좋아합니다.

용기를 내서 치밀하게 계획을 세우고 행동하세요. 사랑도 연출이죠 *^^*
귀여운호랑이
03/09/24 19:42
수정 아이콘
좋은 답 해주신 분들 모두 감사드립니다. 만약 그 사람과 잘 될 수 있다면 모두 여러분들의 좋은 말씀 덕분이라는 걸 잊지 않을께요.
아이리스
03/09/24 20:22
수정 아이콘
네.. 잘 되시기를 진정으로 바랄께요.. 카운셀링 언제나 대기조입니다. 화이팅!!^^
날으는 저그
03/09/25 00:13
수정 아이콘
Good luck~~^^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13256 [잡담]좋아하는 마음, 두려움, 조건. [13] 귀여운호랑이1672 03/09/24 1672
13255 스타 가르치기 아류작!!;; [7] stay2169 03/09/24 2169
13252 이번주 4대 빅메치 [8] 초보랜덤3280 03/09/24 3280
13251 여긴 채혈원(?) 입니다. [1] UnknOwn-MuMyuNG1569 03/09/24 1569
13250 [잡담]귀향. [23] Daviforever2130 03/09/24 2130
13249 [잡담] 난 스타를 즐길수 없다.. [8] 은하늘이2422 03/09/24 2422
13247 스타 가르치기.......두번째 이야기 [40] neogeese3491 03/09/24 3491
13245 (To. Yellow) 누군가를 응원하는 것이 이렇게 가슴 아플 수도 있다는 것을… [19] 또다른스타3275 03/09/24 3275
13243 PgR 프로게이머 랭킹 - Total Ranking 변경 [14] Altair~★3930 03/09/23 3930
13242 이운재 선수의 글을 읽어보고난후에..저의 생각.. [27] 박지완5135 03/09/23 5135
13241 [잡담]야인시대 [9] 찬양자2043 03/09/23 2043
13240 all kill vs all kill! [9] Artemis2792 03/09/23 2792
13239 이재훈 선수는 과연 불독을 쓴 것일까? [31] 몽키.D.루피5140 03/09/23 5140
13238 신개마에서의 이재훈선수와이윤열선수의 경기를 꼭 보고 싶습니다. [13] 초보랜덤3234 03/09/23 3234
13237 오늘 챌린지리그 승자를 예상해봅시다 + 문자중계 [137] 태상노군4295 03/09/23 4295
13235 그렉매덕스의 16년 연속 15승이상 달성을 보며.... [28] MastaOfMyself3106 03/09/23 3106
13234 [잡담]농자지 천하지대본 [14] 미남불패2404 03/09/23 2404
13232 잡담입니다...만 [11] [Oops]Reach-fan1801 03/09/23 1801
13231 MBC 게임의 최근 명경기는 어떤 경기가 있을까요? [14] 세츠나3192 03/09/23 3192
13230 [펌] TCP/IP 에니메이션 영화 [8] 로곤2212 03/09/23 2212
13228 [잡담] 기대 [3] La_Storia1775 03/09/23 1775
13227 노스텔지어와 짐레이너스 [4] 정태영3001 03/09/23 3001
13226 내가 가진 이상한 병에 대해서.. [12] 후추가루2952 03/09/23 2952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