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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03/09/08 08:22:55 |
Name |
안개사용자 |
Subject |
[픽션] 폭투혈전! 틈을 노려라!!! 4부 |
<폭투혈전! 틈을 노려라!!!>
Chapter 4. Lost in 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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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전...
작은 편의점 앞에 많은 사람들이 북적이고 있었다. 게임계의 거목, 당대 최고의 게이머, 게임계의 챔피언 김동쓰가 편의점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그는 휴가를 즐기러 바닷가를 찾았다가 문득 허기를 느끼고 편의점에서 들어가 컵라면을 먹고 있었다.
"김동쓰야 김동쓰.... 역시 실물이 더 나아."
"김동쓰가 라면을 먹고 있어. 그도 우리와 같이 라면을 먹나봐."
"젓가락질을 할 때마다 떨리는 저 팔뚝 근육 좀 봐..."
여기저기서 사진기 플래쉬까지 터지자, 김동쓰는 라면을 사다가 집에서 끓여먹지 않은 것을 후회했다. 그때 계산대에서 초코바를 사고 있던 한 청년이 초코바는 주머니에 넣고 그 껍질을 가지고 와서 김동쓰에게 내밀었다.
"김동쓰선수, 사인 한 장 부탁합니다."
김동쓰는 라면을 먹다말고 그를 보았다. 20대초반이었을까? 강렬한 눈빛을 가진 젊은이였다. 옷차림은 비록 허술하기는 했지만 무언가 강한 자신감이 뿜어져 나온다는 느낌을 받았다. 김동쓰는 흔쾌히 쵸코바 껍질 위에 사인을 하기로 했다. 사인을 시작하기에 앞서 몸을 풀면서 그는 이름 모를 청년에게 질문을 던졌다.
"성함이?"
"임요황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사인 안에는 제 이름대신 홍진풍이라고 적어주세요. 그 친구도 김동쓰선수 팬이거든요."
"임요황씨는 게이머이신 거 같습니다."
"어떻게 그걸..."
김동쓰는 싱긋 미소지었다.
"당신 오른쪽 검지 손가락에 단단히 물집이 잡혀있고, 손등전체에 굳은살이 배겨 있습니다. 그리고 아까부터 계속해서 왼쪽 손가락은 당신 허벅지를 규칙적으로 두드리고 있고요. 두드리는 위치를 보고 판단하건 데, 테란유저시군요. 두드림에 있어 강약조절이 완벽하고 리듬을 타는 것을 보면 대단한 고수실 것 같네요."
"어떻게 그런 것까지... 정말 대단하시군요."
"뭘요..."
김동쓰는 팔을 걷어붙이고 심호흡 한번 한 후 사인에 들어갔다. 한 시간쯤 지났을까? 김동쓰의 이마에는 땀이 송글송글 맺힐 때쯤, 드디어 수집광들 사이에 하나의 예술품으로 평가받는 김동쓰의 사인이 완성되었다. 김동쓰는 자신의 노력과 혼이 담겨져 있는 사인을 정성스레 임요황에게 건네주었다.
"언젠가 경기장에서 임요황씨와 겨뤄볼 날이 오기를 바라겠습니다."
"네. 감사합니다."
사인을 건네준 김동쓰는 불어터진 컵라면 국물을 단숨에 들이키고는 편의점을 나섰다. 과연 챔피언답게 행동에 빈틈이 없었다. 단 한번의 들이킴에 건더기 하나, 국물 한모금 남기지 않고 말끔하게 비워졌던 것이다.
'김동쓰... 비록 지금은 내가 거리의 이름 없는 게이머에 불과하지만 언젠가 당신처럼 반드시 성공해서 이름을 떨치고야 말겠어.'
편의점을 나가는 김동쓰를 보며 주먹을 불끈 쥐며 다짐하는 임요황이었다. 잠시 다짐을 한 임요황도 김동쓰의 뒤를 따라 편의점 문을 나서려고 할 때 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많은 사람들이 눈에 광기를 띤 채 그를 둘러쌌다.
"김동쓰 사인 내게 주게."
"안돼요! 저에게 주세요. 제가 시가 100만원 상당의 김성세의 미소년 브로마이드 줄께요."
"다 필요없고, 나에게 주면 내가 내사인 1000개 해주겠네. 나에게 주게."
임요황은 거칠게 그들의 손을 뿌리쳤다.
"이게 무슨 짓입니까? 저는 이미 이 것을 줄 사람이 따로 있습니다."
"안돼!!!!!! 이리 내놔!"
수십명의 사람들이 서로 쵸코바껍질을 가지기 위해 임요황에게 달려들었다.
"사..... 사람살려."
홍진풍과 임요황이 같이 사는 옥탑방. 홍진풍이 오른손에 붕대를 감고 있었다. 격렬한 게임훈련으로 다친 상처를 붕대로 감고 있었던 것이다. 다 감아갈 때쯤, 초인종이 울렸고 홍진풍은 얼른 문쪽으로 달려갔다.
"요황이 형?"
하지만 문을 열고 들어온 자는 아랫집에서 PC방을 운영하고 있는 이블K였다.
"임요황이 아니라서 미안하군."
"무슨 일이시죠? 이번 달 겜비는 다 드린 걸로 알고 있는데요."
이블K는 억지로 안타까운 표정을 지으며 이마를 쳤다.
"아차! 이거 깜빡하고 미리 말을 안 해놓았군 그래. 사실 이번 달부터 게임비가 300%인상되었어. 이를 어떻하나?"
"네? 그걸 이제 와서 말씀하시면 어떻해요? 저희에게 그런 돈 없다는 거 아저씨도 잘 아시잖아요."
"후후... 그러니까 전에 내가 말했던 것처럼 내 전속게이머로 들어오라니까. 네 앞날을 보장해줄 수 있는 곳은 이블컴퍼니뿐이야.
여기까지 말을 하던 이블K는 붕대가 감겨 있는 홍진풍의 손을 내려다보았다.
"이런 이런. 손까지 다친 모양이구나. 너처럼 천부적인 재능을 가진 미래의 챔피언이 이런 고생을 하고 있다니.. 내게 오면 모든 것이 해결돼. 가족 같은 분위기에 숙식제공까지 한다는데 왜 내게 오는 것을 마다하는거지?"
"저만 그렇게 생각하는 게 아닙니다. 다른 모든 게이머들이 당신을 믿지 말라하더군요."
"아아 KTF들... 그런 애들하고 돌아다니면 망하기 딱 좋아."
이블K는 잠시 홍진풍의 단칸방 안을 보고 한숨을 쉬며 말을 이었다.
"그건 그렇고 너와 같이 살고 있는 임요황은 요새 뭐하고 지내는 지 알고 있나?"
"몇 군데 유명 PC방 대회에서 경기를 한다고 들었습니다."
"저런. 네게 사실을 말하지 않은 모양이군. 그 녀석 뒷골목 PC방에서 놀고 있어. 너도 알거야. 그 바닥이 얼마나 매너가 험한지. 맵핵, 미네랄 핵이 항상 켜져 있고, 욕설이 난무하는 곳이지. 오늘 보니까 그 곳에서 17:1로 경기를 하고 있더군. 그 노매너 플레이어들을 상대로 안간힘을 쓰고 있는 모습이 내가 봐도 불쌍해 보였어 간신히 이기려나 하니까 상대방에서 디스 걸어버리고..."
"요황이 형이... 뒷골목에서 그런..."
"그래... 네가 걱정할까봐 이야기 안한 모양인데 그 녀석 디스를 당한 게 한 두번이 아니야. 매너플레이를 해도 맵핵이라고 욕먹는 것도 일상다반사고... 결국 그렇게 힘들게 네 겜비대준다고 노력하다가 밥도 못 먹어 영양실조까지 걸렸다고 하더라. 이제 그를 힘들게 하지말고 놓아주지 그래."
"지금 뭐라고 하셨습니까?"
언제 왔는지 이블K의 등뒤에서 임요황이 분노의 눈빛으로 그를 노려 보고 있었다.
"아... 그냥 요새 너희들 안부를 물으러 온 것 뿐이야. 아무튼 진풍이는 내 말을 잘 생각해봐."
이블K는 끝까지 미소를 잃지 않은 채 홍진풍에게 윙크를 한 후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저 아저씨가 뭐라고 한거야?"
"아무것도.... 그런데 오늘 벌이는 괜찮았어?"
"그럭저럭... 아참 이것 봐라. 짜잔!! 챔피언 김동쓰 싸인이야."
임요황이 내민 것은 너덜너덜해진 쵸코바 껍질이었다. 거의 찢겨져서 겨우 홍진풍의 이름만이 달랑 남아있었다.
"뭐야? 내 이름 뿐이잖아."
"아니... 그게 갑자기 사람들이 종이를 찢어가는 바람에 달랑 이거밖에 안남았는데.. 미안해. 아무튼 확실히 김동쓰가 쓴 거 맞아."
"알았어. 알았어. 믿어줄께."
쵸코바껍질을 액자에 넣어 벽에 건 후 임요황과 홍진풍은 주택 옥상으로 올라갔다. 그들은 매일 저녁 때마다 그랬듯이 옥상 벽에 기대어 앉아 멀리 펼쳐진 푸른 바다를 바라보았다. 문득 생각났다는 듯 임요황은 아까 주머니에 넣어두었던 쵸코바를 꺼내 홍진풍에게 건네주었다.
"자 이거 먹어."
"형은 안먹어?"
"난 다음달에 데뷔하잖니? 그때까지 체중감량해야지... 하하하"
홍진풍은 알고 있었다. 스타크 경기에 있어서 체중은 별 상관없다는 것을...
"형 요새 게임하느라 너무 무리하는 거 아니야? 몸 생각도 해야지. 그리고 돈 모으면 나를 위해서 쓰지말고 형도 쓰란 말이야. 요새 사람들이 맨날 돈을 모아놓고 제대로 쓰지도 않는 형을 보고 뭐라하는 지 알아?"
"........."
"저축테란이래. 그런 말 듣고도 괜찮아?"
"뭐..... 그런 말쯤 들으면 어때? 하하하하"
홍진풍은 장난끼가 돌았는지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저축테란. 저축테란. 저축테란. 저축테란. 저축테란. 저축테란. 저축테란. 저축테란...."
"그그...... 그만!!!!!!!!"
임요황은 귀를 막으며 소리쳤다. 그의 이마에서 식은 땀이 흘러내렸고 호흡이 가빠진 듯 거칠게 헐떡였다. 손까지 부르르 떨리고 있었다.
"거봐. 형도 그런 소리 듣기 싫어하잖아."
"아.... 아니야 그것 때문이 아니라. 아무튼 우리 딴.... 딴 이야기하자. 넌 이 다음에 뭐가 되고 싶냐?"
"뜬금 없이 무슨 해괴한 질문이야? 형은 뭐가 되고 싶은데?"
"난 하늘이 될거야."
"아.... 참 황당한 대답이군. 그러면 난 폭풍.... 가끔 나 자신이 폭풍이 되어 이 세상을 한번쯤 시원하게 뒤엎어버리고 싶다는 생각을 해."
"흐흐흐..."
임요황은 뒤로 몸을 젖히며 노을이 진 하늘을 바라보았다.
"그래. 메가웁스에서 우리 둘이 맞붙는 거야. 하늘과 폭풍이 맞부딪치겠지. 사람들은 경악을 하며 우리의 경기를 볼테고... 우리의 컨트롤 하나하나에 열광하고..."
"그래서 누가 이기는데?"
"그게 뭐가 중요해? 우리 둘이 그 많은 사람들 앞에서 우리의 능력을 뽐낼 수 있다는 게 중요하지."
"하긴... 나도 사람들이 꽉 찬 그 경기장에서 형과 내가 최고의 경기를 펼치는 꿈을 꿔. 가끔."
"그지? 만약 우리가 그곳에서 경기를 한다면 내가 장담하건대, 반드시 연말 베스트게임에 뽑힐 거야."
"하하하. VOD 최고 조회수로 기록되고?"
"맞아 맞아... 흐흐흐"
임요황은 실컷 웃다가 대뜸 진지한 표정이 되어 진풍을 바라보았다.
"그렇게만 된다면 난 죽어도 여한이 없을 것 같아."
"농담이라도 그런 소리하지마."
문득 홍진풍은 임요황이 영양실조라고 하던 이블K의 이야기가 떠올라 정색을 하고 말했다. 어느새 해는 져서 어둑어둑해 있었다.
"그만 들어가자..."
그날 밤 임요황은 끙끙 앓았다.
"아줌마 밥 좀 주세요. 네? ...... 아저씨 겜비는 내일 갚을께요. 네? .... 진풍아 난 괜찮아... 손가락이 가끔 떨리고, 가슴이 조금 아프고, 속이 쓰리고, 다리에 힘이 없을 뿐이야... 내걱정은 마.... 아.... 근데 배가 고파. 진풍아... 아아음...."
밤늦게까지 잠을 이루지 못하던 홍진풍은 옆에서 계속 헛소리를 하는 임요황을 안타깝게 바라보았다. 그러다가 무언가를 결심한 듯 이내 전화기를 들었다.
"이블K사장님.... 저 진풍입니다. 사장님의 제안대로 하겠습니다."
임요황은 덜컹 하는 문소리에 잠에서 깼다. 옆을 보니 홍진풍이 자리에 없었다. 그가 누워있던 이불 위에 대신 쪽지가 하나 있을 뿐이었다.
요황이 형에게...
나 이블K씨를 따라가기로 했어. 특훈 후 날 정식 대회에 데뷔시켜준데.
내가 이블K에 전속계약금으로 받은 라면 300개를 놓고 갈테니, 이거 먹고 형도 좋은 성적 거두길 바랄게.
나중에 메가웁스 경기장에서 만나 멋진 경기를 펼져 보자.
그러면 그때까지 안녕...
"지... 진풍아~"
임요황은 쪽지를 읽자마자 맨발로 방을 뛰어나갔다. 마침 이제 막 홍진풍을 태운 이블K의 차가 떠나고 있었다. 임요황은 필사적으로 달려가서 그 차의 문짝을 붙잡았고 외쳤다.
"진풍아~~~~네가 떠나다니 이게 왠 마른하늘에 날벼락 같은 소리야!!! "
홍진풍은 고개를 돌려 마지막으로 임요황의 얼굴을 보려고 했으나 이블K가 그것을 제지했다.
"돌아보지 말아라... 그게 임요황을 도와주는 일이야..."
"하지만.. 형이 저렇게 저를 부르는데..."
"자! 걱정하지마 이런 사태가 벌어질 것 같아서 미리 귀마개를 준비해왔어. 이걸 끼라구..."
이블K는 귀마개를 홍진풍에게 끼어주었다. 하지만 귀마개와는 상관없이 홍진풍의 마음 깊숙이 임요황의 목소리가 파고 들어오는 것만 같았다. 몇 분 동안이나 차에 매달려서 소리치던 임요황도 결국은 이내 차 문짝이 떨어져 나가면서 문짝과 함께 떨어져 나가고 말았다.
"이블사장님. 문짝이 떨어졌는데요."
"빨리 밟기나 해. 저 녀석에게 범퍼까지 잡아 뜯기기 전에....."
점점 홍진풍이 탄 차는 멀어져 갔다. 그 모습을 보면서 임요황은 문짝을 부둥켜 안고 흐느꼈다.
"내가 널 팔아서 언제 라면 먹고 싶다고 그랬어!!! 진풍아 돌아와줘!!!! 니가 없는데 라면 300개로 내가 호강한들 그게 다 무슨 소용이란 말이야!!!!! 다신 배고프다는 잠꼬대 안할게!!!!! 내가 잘못했어! 진풍아!!!!!!!!"
임요황은 마지막으로 숨을 크게 드리쉬고는 몸의 모든 기운을 모아 뿜어댔다.
"진풍아아아아아아아아!!!!!!!!!!!!!"
홍진풍의 몸이 움찔거렸다.
"무슨일인가?"
"뇌파가 상당히 불안합니다. 아무래도 무슨 꿈이라도 꾸고 있는 것 같습니다."
"무슨 꿈을 꾸고 있는거지?"
"그건 저도 모르죠. 그 때문인지는 모르지만 아까부터 무의식적으로 계속해서 최면을 거부하고 있습니다."
이블K의 지하연구소. 침대에는 머리에 각가지 장치가 연결되어있는 홍진풍이 누워있었다. 벌써 3시간째 100명의 연구진들이 그의 정신을 통제하려고 끊임없이 시도하고 있었지만 홍진풍 잠재의식의 격렬한 저항 때문에 난항을 거듭하고 었다.
"뭐가 이렇게 어려워? 이제 시합까지 8시간밖에 안남았어. 단지 옛 기억들을 지우고 임요황에 대한 증오를 심는 것이 이렇게 어려운 일인가?"
"굳이 임요황에 대한 기억을 지우지 않고도 홍진풍을 조정할 수는 있지 않습니까?"
"아니야. 그걸로는 부족해!"
이블K는 완전히 홍진풍을 통제하고 싶었다. 그러기위해선 홍진풍의 기억에서 임요황이라는 존재를 완전히 없애버려야만 했다.
'내가 너를 못가진다면..... 아무도 너를 가질 수 없도록 널 없앨 수도 있어....'
"박경낙! 다시 최면 강도를 높여서 다시 기억삭제를 실행하도록..."
"다시 한번만 더 생각해주십시오."
"어서!!!!"
"하지만.... 알겠습니다. 회장님."
홍진풍의 머리에 붙어져 있는 자기테이프로 또다시 충격이 가해졌다. 불안정한 뇌파. 떨리는 손. 신음소리. 또다시 정신이 몽롱해져가는 홍진풍의 눈에서 결국 고여있던 눈물이 뺨을 타고 흘러내려갔다.
* Ending Title - 자우림 "미안해 널 미워해"
기억 나지 않아
어젯밤 꿈조차
지우려고 했던게 아닌데
잠들지 않도록 널 부르며 눈 감았지
사무쳐 그리지는 않았지
미안해 널 미워해 이대로 인걸
이해해 넌 그렇게 그대로 인걸
<4부 끝>
* homy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3-12-01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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