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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봐도 좋은 양질의 글들을 모아놓는 게시판입니다.
Date 2006/03/28 10:01:14
Name 윤여광
Subject [yoRR의 토막수필.#19]일상다반사.

[BGM - run, wolf warrior, run!]
[Vocal By Joyce]


  아침 7시면 항상 눈이 떠진다. 조금 뒤척이다 다시 잠들기도 하지만 어쨌든 하루 기상 시간은 7시로 고정이다. 어렵게 이불을 털고 일어나 식탁에 앉아 윗부분이 살짝 식은 밥을 다 먹고 나면 10분이 지난다. 그리고 엉킨 머리를 감고 양치를 하고... 조금 멋을 부리고 싶어 안경에 색을 넣은 것이 너무 과해 교수에게 선글라스로 오해받고 난 뒤에는 안경을 잘 쓰지 않게 되었다. 그래서 렌즈를 낀다. 오늘은 뭘 입고 나갈까 하는 내가 마치 모델이나 된 마냥 망설이다 결국엔 손 가는대로 아무거나 걸치고 강의 일정대로 교재를 챙기고 핸드폰을 챙기고 담배를 챙기고... 신발을 신고 현관문을 여는 시간이 7시 40분. 이것이 내 하루를 시작하는 정해진 공식이다. 노는 날이 아닌 이상에야 이 공식이 깨지는 일은 없다.


  지난 겨울 이사를 한 덕에 집에서 나와 정류장까지 걸어야하는 시간이 조금 줄어들어 가뜩이나 게으른 내 걸음이 내 얇은 지식만큼은 편하게 됐다. 그래도 버스가 오는 시간은 예나 지금이나 같다. 대학이 2개밖에 없는 주제에 버스 노선이 재수 없게도 내가 다니지 않는 대학쪽으로 편중됐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10분내에 지나가는 버스 댓수가 10대라면 7대는 반대쪽으로 가는 차니까. 조금은 국립대도 대우를 해줬으면 좋겠다라는 말도 안되는 억지를 머릿속으로 뇌까리고 있으면 곧 도착하는게 내가 기다리는 버스다. 웃기는 일이다. 애타게 기다릴때는 오지도 않다가 늦을까봐 택시를 잡아보려 길가로 몸을 기웃거리면 멀리서 달려오는 나만큼이나 게으른 녀석. 버스에 올라타면 나는 항상 맨 뒤 좌석에 몸을 앉힌다. 그것도 양 쪽 끝 창측으로만 앉는다. 만일 그 자리가 비어있지 않고 다른 자리만 남아있다면 나는 앉지 않는다. 그래도 딴에는 잔머리가 잘 돌아가는 탓에 그 자리에 앉으면 노약하신 분들이 타셔도 양보하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을 알아서였다. 대개는 내가 앉은 맨 끝까지 그 분들이 오시기 전에 앞자리에서 양보하거나 남아있는 몇몇 빈자리에 앉으시기 때문에. 앉고는 싶으나 버스의 맨 끝까지 느린 걸음으로 오시기 전에 출발하는 기사들의 운전 습관 덕에 나는 여태 버스에 타면서 양보라는것을 한 적이 없다. 노인을 공경할 마음이 없다면 공경하지 않아도 되는 자리에 앉자. 그게 아니라면 애초부터 따가운 눈총 받을 짓을 하지 말자. 이것이 내가 버스의 맨 뒷자리에만 앉는 이유다. 얄밉다면 얄밉고 버릇이 없다면 없는 녀석이다. 나라는 놈은. 그래도 나름대로 합리적이지 않은가. 내가 세운 가설로 보자면 내가 앉을 수 있는 좌석은 2자리뿐이다. 그 2자리를 제외하면 나는 모든 좌석을 다른 승객들에게 양보하고 있는 것이다...라지만. 결국엔 자기 합리화일뿐이다.


  학교에 도착하면 대강 9시가 조금 안된 시간이 된다. 수업이 대부분 9시로 몰려있는 내 일정을 생각하면 조금은 여유가 있는 시간이다. 수업을 들을 강의실이 있는 건물로 간다. 그리곤 각 건물마다 앞에 설치된 벤치에 앉아 주머니에 든 담배를 하나 문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흘끗흘끗 쳐다보기도 하지만 별 신경 쓰지 않는다. 벤치 옆에 놓여진 쓰레기통 위에 마련된 재떨이를 보라지. 엄연한 흡연 구역임을 증명해주는 공공 시설이 있기에 오늘도 내 담배는 당당하다. 여자들은 담배 피는 남자를 싫어하느니 뭐라느니 하는 소리가 귓가에 울리긴 하지만 이것 역시 내가 담배를 버릴 만큼의 위협적인 말은 아니다. 너무나 오만한 말이긴 하지만, 누가 좋아해 달랬나? 피식 웃으면서 남은 담배를 마저 피운다. 내가 진심으로 좋아하는 사람이 나에게 담배를 끊을 것을 요구한다면 그럴 수도 있지만 지나가는 수 많은 사람 중에 내가 알게 되고 내가 좋아해야 할 사람이 몇이나 될까. 따위의 얄팍한 생각만하고 있다. 사실 끊어야겠다고 마음을 먹은지 오래긴 하지만 그래도 손이 가는 것이 담배다. 나는 의지가 약한 녀석이다. 살을 빼야겠다고 하면서 앞에 놓여진 피자 한 조각을 먹으며 이것만 먹고 살 빼야지...하는 것과 같은 맥락의 이야기로 보고 싶다.


  음식을 편식하는 것과 같이 나는 강의도 좋아하는 과목을 파고들지만 그렇지 않은 과목은 F를 받아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불성실하다. 무슨 자랑도 아닌 이야기를 이렇게나 당당하게 하냐고 묻는다면. 결국엔 이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라고 대답할 것이다. 나는 나 자신을 판단할 때 지극히 비관적이면서 직관적이고 다른 사람을 판단할 때도 마찬가지다. 항상 좋은 면을 보다가 점차 실망을 하기 보다는 기대를 꺾어버린 후 그것을 조금 씩 회복해 나가는 것이 더 재밌다. 아니 그게 내 방식에 맞는다. 긍정은 필요하지만 그것이 필수가 될 수는 없다. 고인 물을 보며 마실 물이 많다고 행복해지는 것 보다 물이 고여있으면 썩을 텐데..하는 고민이 훨씬 현실적이다.


  최근에 와서 내가 세상을 보는 눈이 지나치게 현실적인 면을 쫓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고 꿈만이 가득했던 어린 시절이 그리워지는 것은 아니다. 나는 내 어린 시절이 싫다. 따돌림 당하기 쉽고 남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하지 못하고 구석에서 혼자 찔끔찔끔 눈물이나 흘리고 있는 못난이였기에. 그렇다고 지금 그 모습을 완전히 탈피한 것도 아니지만 최소한 그렇게 되려고 노력은 하고 있기 때문에 작게 나마 애정이 생겼다. 입만 열면 하는 이야기. 친구들은 내 목숨보다 소중하다. 지금은 그 생각에 대해서도 의심이 생기고 있다. 일단은 내가 살아있어야 그들을 사랑하든 말든 할 것 아닌가 하는 소심한 지적이나 내가 과연 그들을 위해서 뭘 해줄 수 있는 지에 대한 의심. 전부다 내가 시선이 변한 탓이다. 맘에 들지 않는다. 내가 한 번 더 변할 시간을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그 때도 나 자신이 맘에 들지 않는다면. 그렇다면 또 다음을 기다리고 볼 일이다.


  수업이 끝나고 학교 내를 걷다 보면 나를 보고 반갑다고 아는 척을 하는 선배들이나 동기 혹은 인사를 하는 후배들이 보인다. 나 역시 웃으면서 손을 들어 보이긴 하지만 한편으로는 내가 과연 저 사람들과 정말 친구라고 할 만큼 많이 알고 익숙해진 것일까 하는 생각에 씁쓸해 지기도 한다. 나는 항상 다른 사람 앞에 나 자신을 소개하면서 낯을 가리지 않고 먼저 다가가는 성격이라고 말을 하지만 실상 따지고 보자면 그렇지 못하다. 할 수 있는데 안 하는 것이 아니라 정말 쉽지 않아서 노력하지만 잘 안되기에 내 말을 거짓이라고 말하기엔 애매하다. 정말 노력한다. 내 앞에 두고 있는 사람의 말을 하나도 빠짐없이 잘 들으려 하고 이해하려고 하며 이해할 수 없다면 그저 인정해주는 수 밖에 없다. 웃으면서 하는 이야기 속에 적을 만들어갈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문제는 내가 한 사람 한 사람을 인정하고 받아들이기엔 내 가슴이 너무나 좁다는 것이다. 앞에선 웃으면서 속으로 이건 아닌데 하는 이야기가 있으면서도 일단은 넘어가고 나중에 혼자 곱씹어 본다든가 아니면 아예 대놓고 초면인데도 불구하고 뭐라고 지적을 하든가. 나는 그래서 남들에게 미움도 많이 받는다. 그래도 미움 받는 것이 낫다고 생각한다. 최소한 거짓말쟁이가 되는 것 보단 좋은 일 아닌가. 결국에 생각해본다면 나는 낯을 가리지 않는 것이 맞다. 초면에 아무렇지도 않은 말투로 마치 그 사람과 몇 년을 알고 지낸 사람 마냥 면박을 주는 일은 살살 웃으면서 적절하게 상황을 타고 흘러가는 낯을 가리는 성격으로는 절대 할 수 없는 일이니까.


  이제 다시 버스에 올라타서 내가 앉을 수 있는 2자리가 비어있는 지 확인한다. 오늘은 안타깝게도 그 자리들이 모두 차버렸다. 거리가 조금 멀긴 하지만 서서 가는 방법 외엔 길이 없다. 양보를 하기 싫다면 양보를 안 해도 되는 자리에 있으면 되는 일이다. 알지도 못하는 다른 사람들의 기분 나쁜 눈길을 받는 것 보다 차라리 내 두 다리가 좀 불편한 것이 백배 천배 편하다. 창밖으로 휙휙 지나가는 풍경을 보며 매일 보는 그것임에도 불구하고 기분에 따라선 사진으로 담아두고 싶을 때가 있다. 사진에 찍히기 싫다고 손사래를 쳐대는 내 친구들에 비해 카메라를 어떻게 들이대도 가만히 똑같은 자세를 취하고 있는 그들이 내게는 훨씬 쉬운 모델이다. 나는 사진을 참 좋아한다. 내 모자란 기억을 보충해주는 일기장같은 친숙함도 있지만 기억으로만 남아있는 추억보다는 그림 한 장 사진 한 장으로라도 남아 있는 내 시간의 한 조각이기 때문에. 대부분 언제든 만나서 쉽게 찍을 수 있는 친구들의 사진이 대부분이긴 하지만 쉽게 구할 수 있기에 더 소중하다. 항상 옆에 있는 그 무언가를 잃었을 때 혹을 그리워 할 때 그것은 다른 무엇보다 더 간절하게 다가오기 때문에 위로의 한 방법으로서도 사진은 좋은 역할을 해낸다. 1년간 찍은 사진을 한 번에 모아 인화하고 앨범에 한 장 한 장 넣어두는 시간은 정말 행복하기 그지없다. 새해가 다가오는 하루에 지난 시간을 되돌아보고 한 번 더 기뻐할 수 있다는 것은 누구에게나 다를 바 없는 즐거움이 아닐까. 이 때는 참 재밌었지. 이 때는 자리가 조금 일찍 끝나서 아쉬웠어 따위의 회상이 좀 더 즐거워지는 것이다. 최근에 들어서는 내가 주로 사진에 담던 그들이 국방의 의무를 위해 잠시 사회에서 떠나있는 탓에 방안에 놓여진 카메라가 조금 쓸쓸해 보이긴 하지만 어떤 의미로는 더 기대되기도 한다. 이제는 어른이 되어가는 그들을 어떤 모습으로 사진에 담아볼까 하는 사진가(?)로서의 욕구가 조금씩 차오르는 것 같아서 말이다.


  집으로 돌아오면 이제 하루가 끝이다. 아직 시간은 끝이 아니지만 일정으로 봤을 때 내 하루는 이것이 끝이다. 습관적으로 컴퓨터를 키고 웹서핑을 하면서 이런 저런 뉴스를 보며 세상이 어떻게 되려나 하는 건방진 생각이나 하고 있다. 이미 오래전부터 흐름이 되버린 온라인 게임보다는 오래전 패키지로 구입한 고전들을 다시 즐기는 것을 더 좋아한다. 게임에서만큼은 다른 사람들 신경 쓰지 않고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하는 욕심이 강하다. 그렇게 어물쩡 시간이 더 흐르고 9시 뉴스가 나오면 멍하니 티비를 쳐다보다가 과제가 있다면 그것을 해결하고 아니면 책장에 정리되어있는 이미 수십번은 봤을 소설들을 꺼낸다. 읽을 때 마다 다른 재미가 있는 글들을 좋아한다. 그래서 나 역시 그런 글들을 쫓아가려 하지만 당연히 잘 될 리 없다. 애초에 나는 아직도 많이 부족한 사람이니까. 다시 내일 뜨는 해를 맞이하기 위해 잠이 들 때 즘이면 괜시리 오늘 하루도 이렇게 가는 구나 하는 허무한 한숨이 나온다. 내일도 이렇게 정해진 일상에 따라 움직이게 되겠지 하는 지루함. 그래도 어쩔 수 없다. 따지고 보면 일상이 없다면 삶도 없는 것이다. 내가 사는 시간이 곧 일상이고 하고 싶지 않더라도 먹고 자고 숨쉬는 일을 하지 않을 수는 없는 것이다. 어쨌든 해는 뜰 것이고 나는 움직여야 한다. 정해진 일상 속에서 그 하루를 얼마나 즐겁게 보내느냐는 순전히 내 의지와 노력에 달린 일이다. 그러니 어쩌겠나. 조금이라도 웃으려면 일단은 내 생활에 충실해져야 하는 것을.


-글 올리기가 너무 늦어졌습니다. 거의 한 달은 올리지 못한 것 같군요. 그래도 재촉하시는 쪽지가 오지 않아 다행입니다.(응?) 복학한 학교는 의외로 즐거운 곳입니다. 모르던 사람들과 꽤 많이 안면을 익혔고 그래도 조금은 좋은 녀석으로 인식된 것 같아 안도의 한숨이 나오는군요. 이제 다음 이야기가 언제 올라올지는 기약할 수 없지만 최대한 빨리 빨리 찾아뵙겠습니다. 이제 3월도 얼마 남지 않았네요. 다가오는 4월이 3월보다는 조금 더 행복한 날들이 되도록 저는 이제 또 가보겠습니다.-
* 캐럿.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6-03-29 0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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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ss the tears
06/03/28 11:08
수정 아이콘
우와...진짜 오래 기다렸습니다
좋은 글로 눈이 많이 즐거웠습니다
감사합니다!!
06/03/28 11:19
수정 아이콘
언제 또 올리시나 기다렸습니다....
드디어 올리셨군요....언제나 좋은글 감사합니다....^^
06/03/28 12:42
수정 아이콘
정말 오래 기다렸습니다. ^^
이번 글도 정말 좋습니다. ;ㅁ; 제가 최근에 느낀 것과 비슷한 점이 많네요.

다음 글도 많이 기대하겠습니다. ^ㅡ^
06/03/28 14:22
수정 아이콘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하루 하루 정말.. 시간이 자꾸만 빨리 가는 거 같아요.
새벽의사수
06/03/28 15:27
수정 아이콘
좋아하는 노래네요...^^
잘 보고 갑니다.
06/03/29 00:22
수정 아이콘
저랑 비슷하시네요.
저도 가끔 비슷한 고민을 하거든요.
모아두어야 할 수필이 하나 또 늘어서 기분이 좋네요.^^
아케미
06/03/29 00:24
수정 아이콘
제가 오늘(아니 어제군요;;) 느낀 기분이랑 비슷해서인지 더 와닿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고맙습니다.
자리양보
06/03/29 00:53
수정 아이콘
역시 여광님의 글은 깊은 밤에 읽어야 제 맛이군요 : )

좋은 글...이라는 말이 이렇게 잘 어울리는 글이 있을까요. 항상 좋은 글 감사드리며 행복한 4월 되세요. ^^
흐르는물
06/03/29 00:57
수정 아이콘
하루 하루 좋은 시간이 되기를 바랍니다
ClassicalRare
06/03/29 08:20
수정 아이콘
그냥 하는 말이니까 귀담아 듣지는 말아주시길. 수필.隨筆.붓이 움직이는 대로 쓰여지는 글.그 정도?. 수필은 어떤건가요? 제가 정말 의심이 들어서 이런 질문이 나옵니다. 제가 듣기로 그것은, 아무나 쓰기 힘든, 전문적인 수필가들만이 쓰고, 또 그럴수 밖에 없는, 글. 이라고 '배웠습니다' 역시 배운대로. '왜냐하면' 수필은 형식이 없고 개성이 강한 글이지만, 글쓴이의 생각이 관조적이고 다분히 철학적인 글이고, 한가한 시간에 쓰여지고, 읽히는 글이면서, 다양한 경험적 세계를 통해서 관조적인 지혜를 보여주는 글이나 그 내용이 철학적이어도 그 체계를 갖지 않는 글이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수필과 수상을 구분해야 한다는 말도 들었습니다.

따라서 수필은 잡문이 아니고, 잡문이 수필의 취급을 받아서도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글쓰는데 무슨 상관이야. 라고 생각하신다면, 그건 수필문학의 종전이론(우리가 중.고등학교에서 배우는 수필이론)의 풍조와 폐단의 산유물이라고 생각합니다. 당장 네이버에서 수필이란 무엇인가요? 라고 지식인에서 찾아보면 그 답을 어느 누가 쓴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수필은 글쓴이의 경험을 얘기한 것입니다' 라는 답변들이 많이 보입니다. 이것과 같은 것 이라고 생각합니다.

혹이나 제 말을 듣고 기분이 나빠지셨다면 정말 죄송합니다. 그런 의도로 적은것이 아님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단지 저는 제가 '배운' 것에 대한 확연한 결론이 내려지질 않고 있어서 그 의문을 하는 것 뿐입니다. 다른 분들의 생각을 듣고 싶습니다.
06/03/29 08:50
수정 아이콘
(칸노 요코.. 캬아~)
등교전에 글 잘 읽었습니다 ^^
윤여광
06/03/29 08:57
수정 아이콘
ClassicalRare//일단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저는 글에 대해서는 단 한번도 배운적이 없습니다. 고등학교 국어시간에 문학의 장르에 관해서 배우는 것으로 글에 대해서 배운다...라고 하기엔 우리 나라 교과서들의 내용이 부실합니다. 아니 교과서가 그러하지 않더라도 철저하게 입시 위주로 교육하는 학교나 학원에서 글이란 어떻게 쓰는것이다...하는 문제는 알려주지 않으니까요. 그렇다고 제가 문예창작과...로 대학을 온 것도 아니고 말입니다. 뭐. 말씀해주신대로 수필은 나름대로 굉장히 고급에 속하는 문학의 장르입니다. 자신의 작은 생활의 경험에서 다른 사람들이 공감하고 고개를 끄덕일수있는 철학을 끄집어낼 수 있어야합니다. 그런 의미에서보자면 제 글을 반쪽 수필입니다. 제 글에는 경험은 있으되 철학은 없으니까요. 철학이라고 하기엔 너무나 빈약한 제 생각이 담겨있으니 말입니다. 다만 제가 이 곳에 글을 올리며 계속해서 수필의 이름을 빌리는 이유는 바로 글을 읽어주시는 분들이 달아주시는 공감의 댓글때문입니다. 저는 그렇습니다. 글이라는 것은 아무리 훌륭한 문장으로 이루어지고 진실만이 담겨있다 해도 독자의 공감을 끌어내지 못하면 그것은 쓰레기라고 생각합니다. 비단 시중에 출판된 모든 서적류를 보면서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렇다고 제가 모든 책을 읽는 것은 아니지만. 그리고 보시면 아시겠지만 저는 수필앞에 '토막'이라는 말을 붙여 사용합니다. 이 의미는 쉽게 생각했을때 그냥 분량이 짧기 때문에 그렇게 썼을것이라 하실수도 있지만 제가 토막이라는 말을 사용한 진짜 의미는 ClassicalRare님께서 '배우신대로' 알고 계신 수필이라는 장르의 이름을 빌리기엔 수필의 전체 구성요소 중 몇 토막만을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무언가빠져 있어서 수필이라고 하기엔 그렇지만 그렇다고 그냥 일기라고 하기엔 아까워서 토막수필..이라는 이름을 붙였다...정도로 생각해주시면 되겠습니다. 저는 글을 올리며 나는 수필가다...라는 따위의 오만한 생각을 가져본 적이 없으며 그런 말을 할 수 있을 시기는 앞으로 10-20년은 더 지나고 더 살아봐야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리고 한 가지만 더 말씀드리자면 위에 ClassicalRare님이 적어주신 수필의 정의 중 '수필은 형식이 없고 개성이 강한 글이지만, 글쓴이의 생각이 관조적이고 다분히 철학적인 글이고, 한가한 시간에 쓰여지고, 읽히는 글이면서, 다양한 경험적 세계를 통해서 관조적인 지혜를 보여주는 글이나 그 내용이 철학적이어도 그 체계를 갖지 않는 글'이라는 말을 볼 때 제 생각이지만 제 글이 그다지 크게 저 범주를 넘어서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여태 올린 20여개의 토막수필 중 제 경험이 들어가지 않은 글은 없으며-물론 각색되긴 했지만 어쨌든 경험을 바탕에 두고 있기에-때로는 우화 때로는 일기 때로는 편지의 형식을 갖추면서 정해신 형식이 없으며 철학적이라고 하기엔 부족하나 어쨌든 작자의 생각이 충실히 들어가있고 한가한 시간 즉 저로서는 공강 시간에 작성하기에 들어맞고 피지알의 모든 유저분들께서 제 글을 읽으실때에는 어느 정도 한가한 시간에 봐 주시기에 이 또한 맞다고 봅니다. 다만 들어맞지 않는 부분 몇 가지가 있긴 하지만 저는 이것이 제 글은 '수필'이 아니라 ''토막'수필이기에 그렇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더. ClassicalRare님께서 적어주신 말씀 중에 굉장히 불만(?)이 생기는 이야기가 있어 적어봅니다. '아무나 쓰기 힘든, 전문적인 수필가들만이 쓰고, 또 그럴수 밖에 없는, 글' 저는 절대로 이 부분에 대해선 공감할 수 없습니다. 딱 털어두고 말해서 글은 누구나 쉽게 쓰고 읽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좋은 문장력은 아무나 가질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하지만 좋은 문장력과 철학만이 글의 전부라면 아마 제가 생각하기에 책은 있으되 독자는 없을 것이라고 봅니다. 글은 쉬워야 합니다. 문장이 쉬워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읽고 이해하기에 어려움이 없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선 독자들도 나름대로 학습이 필요하겠지만 하나의 글을 이해하기 위해서 삶의 일정 시간을 학습에 투자하기엔 개개인의 욕구가 너무나 강하기에 적정 수준의 예를 들면 우리 나라의 고등 학교 교육 정도...를 받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읽고 이해할 수 있는 글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특정 독자층을 겨냥해서 출판되는 작품들도 많습니다. 다분히 철학적이고 지식이 담겨있는 딱 보기에 조금은 난해할 수 있는 글이 있습니다. 그렇지만 그런 글이라고 해서 무작정 어렵기만 해서는 안됩니다. 그 책의 수준에 비해서 '무지한' 독자들도 그것을 읽고 내용의 전부를 이해할 수는 없어도 일부를 이해하되 이해하지 못한 나머지 내용의 힌트를 '독자가 이해한 쉬운 부분'에 담아두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상상해보세요. 제가 이런저런 이야기를 담은 책을 내두고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난 뒤 어때요? 라는 식의 물음을 던졌을 때 사람들이 으음...하는 식의 난감하다는 표정을 지을 때. 제가 생각하는 작가는 문장력이 좋고 훌륭한 철학을 담고 기발한 지식을 담아내는 것이 아닙니다. 비록 문장력은 다른 기라성같은 작가분들에게 밀리고 훌륭한 철학도 없고 지식도 없지만 그 글에서 한 줄기 공감을 얻어내는 것. 그것이 작가라고 생각합니다. 말이 길어졌습니다. ClassicalRare님. 글에 대한 지적이라면 그러하실것이고 제가 걸고 있는 수필...이라는 제목에 지적이라면 그러실겁니다. 그냥 하는 말이니 귀담아 듣지 말아달라는 말씀대로 넘어가기엔 ClassicalRare님이 적어주신 장문의 댓글을 그냥 넘길 수 없어 글쓴이로서 한 마디 적고 갑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댓글 감사합니다.
ClassicalRare
06/03/29 11:55
수정 아이콘
이렇게 긴 댓글까지.혹이나 아침부터 거슬리는 말이었다면 정말 죄송합니다.
그걸 사과드리고 싶습니다. 그리고.. 혹시나 오해할 여지가 조금 있는게 - 제 댓글에서요.- 제가 배웠다고 하는것은. 전공과목으로 수강신청을 한게 아니고 대학 교양과목으로 수필문학의 이론. 수업을 들었던 것을 바탕으로 댓글을 달았습니다.

저는 인문대학을 다니지도 않습니다. 오히려 수학이나 물리에 관심이 많은 물리학과 학생입니다. 물론 평소에 글읽기나 글쓰기에도 관심을 가지고 있지요.
그리고, 제가 수업을 들으면서 적어도 그 수업시간에 교수님말씀에서 '아무나 쓰기 힘든,전문적인 수필가들만이 쓰고, 또 그럴수 밖에 없는글. 이라는 건 저도 처음엔 공감하기 힘든 부분이었습니다. 그래서 제 안에 확연한 결론이 서지 않았다는 말이었고요.

하지만, -또 제가 배운것을 들어보자면- 교재..라고 할 수 있는 책에서, 적어도 그 책은 수필문학의 종전 이론에 대한 비판적 안목으로 쓰여져 있기 때문에, 그런것일지는 모르겠습니다만,
확고합니다. 새롭고 그 양적성장많이 아닌 질적으로도 성장하기 위해 수필이론을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줘야 한다는 것이.

저는 이런 말들을 하고 싶었습니다. 그것이 완전한 확신을 가지고 있는것은 아니겠지만.
또 듣고 싶었습니다. 다른 사람의 생각. 제 생각이 맞던 틀리던 의견을 들어보고 싶었습니다. 정말 그것 뿐이었습니다.

그리고 작가는..
어려운 글을 쓰는 것도 작가고 읽기 쉬운 글을 쓰는 것도 작가라고 생각합니다. 그것에 대해서는 서로 나누어질 필요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글이 어렵다는 건 어떤걸 말씀하시는 건가요. 어려운 한자들이 많이 나오는 글입니까. 아니면, 이해하기 힘든 표현들이 많이 나와 전체적인 글을 읽기 힘든 글을 말하는 것인가요. 그건 독자의 지식정도에 따라서 변화되는 것 이라고 생각합니다. 때문에 고등학교의 학력을 가지고 이해하기 쉬운 글. 이라는 것도 조금은 모호하다고 생각됩니다.
물론 글에 대한 공감은 필수 겠지만요. 그게 없으면 정말 책만 있는 무의미한거겠죠.
하지만, 적어도 수필가에게 나오는 글은 철학이 존재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읽는건 쉽게 읽혀도 쓰는건 쉽게 되어져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또 그런걸 수필이라고 불러야 하는 것 같고요.

윤여광님이 쓰신 글. 저도 차 한잔 하면서 여유로운 시간에 읽었고, 많은 부분에 공감했습니다. 제가 한가지 놓친건. 솔직하게 말해서... 토막수필.글의 제목은 읽고 넘어갔지만, 토막. 수필. 토막의 의미는 전혀 생각해 보지 않았습니다. 생각해 보니 어감도 좋고 여러모로 좋은 표현인듯 합니다.

혹이나.. 저 때문에 이곳에 글올리는 일이 싫어지시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저도 계속 윤여광님 토막수필 공감하면서 잘 읽고 있으니까요.

마지막으로,제 댓글에 감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윤여광
06/03/29 13:09
수정 아이콘
ClassicalRare//^^ 걱정안하셔도 됩니다. 저는 잘 쓰진 못하더라도 최소한 아무 글이나 쉽게 써서 휘갈기는 사람은 아닙니다.
06/03/29 15:52
수정 아이콘
오랫만의 글, 반갑고 잘 읽었습니다.
ClassicalRare님과 윤여광님의 댓글도 한편의 글을 읽는 듯 하네요.
'토막수필론'이랄까요?^^;
좋은 글도, 읽을거리 풍부한 댓글도 감사합니다.
06/03/29 21:22
수정 아이콘
ClassicalRare, hyoni// 올드 회원 들의 좋은 글은 언제나 감사해 하고 있습니다. 두분다 7레벨로 등업 하셨습니다. ^^
축하 드립니다.
ClassicalRare
06/03/29 2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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앗.. 저 올드회원인가요;;
오호..벌써..;;;
06/03/31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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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글쓰신분 하루 일과가 놀랄만큼 비슷하네요. 버스안에서 생각하는 것도 비슷하고..이런게 복학생 마인드일까요? ^^
아 끽연에 관해서-저희학교는 마땅한 곳이 없어서 전 학교 위 산속에서 고독과 담배를 동시에(?) 피웁니다. 그럴때면 늘 예전 여자친구와 맞담배피던 철없던 때가 생각나구요. (센치미터모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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