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시작은 몽골 제국의 동쪽 끝, 안서도호부 지역에서부터였다.
허벅지와 사타구니가 검게 부어오르는(가래톳) 이 질병은 처음에는 마치 성병처럼 보였지만, 착각이었다.
그들은 몸에 가래톳이 생기고 고열이 발생하다 각혈을 하고 빠르게 사망했다.
의사들은 대체 이 질병이 무엇인지조차 몰랐다. 치료법조차 없었다.
시체가 쌓이고 몸뚱이가 검게 물들어 썩어가도 손 놓고 있을 수밖에 없다.
이 원인도 모르는 전염병은 엄청난 속도로 전 세계에 퍼지기 시작했다.
생지옥이 시작되고 있었다.
이제 곧 전 세계 인구의 사분의 일이 사라질 것이다.
두 세력이 싸우는 사이 몽골 쪽을 공격하는 방안도 있을 수 있지만 실행은 불가능합니다.
왜냐? 현재 제가 공격할 수 있는 몽골의 영토는 유목민들로 가득한 스텝 지방이기 때문입니다.
제 봉신들이 과거 다뉴브 강을 넘어 스텝 지역을 점령했지만, 결국 제가 죽으면 독립해버릴 유목민들의 영토입니다.
이 영토를 독립시키지 않으려면, 성이나 도시를 건설해서 정주 지역으로 개발을 해야합니다.
그러나 그런 개발에는 많은 돈과 시간이 드는 법. 냉정히 따져서 돌려받기 힘든 투자입니다.
결국 저는 아무런 이득도 없는 몽골과의 전쟁을 할 필요가 없습니다.
저의 '호의'를 사용하여 멋대로 '궁정 사제' 자리를 요구한 교황.
교황의 정당한 요구를 피할 방법이 없군요.
저는 예전에 선언했던 대로 영역법을 바꾸어 '완전한 여성 지위'를 만들려고 하는데 '관용 기술' 6단계가 필요하군요.
[ 언젠가 여성들이 인류를 이끌지도 모른다. 나는 그 초석이 되고 싶은 거다. 그렇지 이둔? ]
이제 우리 불가리아 제국은 완벽한 남녀평등법이 시행됩니다.
여성은 남성과 완전히 동등한 취급을 받게 되며 모든 자문회 위원이 될 수도 있고 지휘관도 가능합니다.
'남녀평등 상속법'도 시행할 수 있으며, 여성이 후계자라는 이유로 봉신들과 관계도가 깎이지도 않습니다.
게다가 '관용 기술' 을 올림으로써 종교, 문화가 달라서 생기는 봉신들과의 트러블을 완화해 줍니다.
이제 여성도 대장군과 지휘관이 가능해집니다.
현재 불가리아의 자문회 위원들.
이둔은 재상 + 섭정이라서 제국의 2인자입니다. 콘스탄체도 중요한 첩보관을 맡고 있습니다.
단순히 여자라서 뽑은게 아니며 (교황 빼고)철저히 능력치만 보고 뽑은 구성원입니다.
페스트(지역 이름 Pest) 공작과의 전쟁은 이 쪽이 압도적이기에 설명할 필요가 없군요.
그러나 웃프게도 또다른 페스트가 터집니다.
이 페스트는 지역 Pest와는 다른, 질병 Pest 입니다.
네...... 흑사병입니다......
Pest, Plague, Black death, bubonic plague 등등등등 많은 이름이 있지만 결론은 어차피 하나입니다.
우리는 이제 망했습니다.
불가리아의 첫 여성 지휘관, 그녀의 이름은 마야.
동쪽 끝에서 발생한 이 흑사병은 건강 -7의 초강력한 질병입니다.
보통 사람의 평균 건강은 4~5. 흑사병에 걸리면 99%로 사망합니다.
(tmi: 흑사병은 크게 3가지 종류가 있는데 그 중 선(腺)페스트는 가래톳 페스트라고 불리며
쥐나 벼룩에 의해 유행됩니다. 벼룩이 보통 점프해서 허벅지나 사타구니를 물었기 때문)
젠장!! 아직 병원이 완전체가 되지 못했는데!
돈이 필요합니다. 저는 미치도록 돈이 필요합니다.
흑사병이 니케아에 도달하기 전에 5천원을 모아야 합니다!!
관리력을 올려서 세금 증가, 사업 관심사로 관련 이벤트 증가.
언젠가 짜르그라드로 돌아와서 사용하려고 아껴둔 '기술 점수' 를 니케아에 때려박습니다.
타의적으로 니케아는 영원한 제국의 수도로 확정되었습니다.
성세금, 도시 세금, 무역 가치 증가 + 최종 병원 업글이 가능 + 건물 가격 감소 + 건설 속도 증가 등등등등
조금이라도 돈을 더 쥐어짜기 위해 니케아에 엄청난 투자를 한 것입니다.
이 게임 연재 내내 모았던 기술 점수를 흑사병을 대비하는데 상당수 사용했습니다.
저는 최대한 돈이 필요합니다. 베네치아에 무역금지 전쟁을 선포해서 940원을 뜯어낼 것입니다.
상비군은 성능은 확실하지만 돈 퍼먹는 하마입니다. 구사르 보충을 금지시켜서 돈을 최대한 절약합니다.
베네치아와의 전쟁은 오직 기본 징집병으로 해결할 것입니다.
저는 지금 뭘 가릴 처지가 아닙니다. 여동생에게 지원군을 요청합니다.
(흑사병이 오기 전에 최대한 빨리 전쟁을 끝내기 위해)
그러나 결과적으로 흐리스티나는 또다시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습니다.
현재 전쟁 중인 웬드 제국 vs 몽골 제국의 병력과 자금.
베네치아의 군대가 니코메데이아에 상륙했고, 저는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돌격을 감행합니다.
[ 너와 대화를 할 시간 따위는 없다! ]
내 앞길을 가로 막으면 전부 이렇게 된다! 닥치고 돈을 내라!
적의 수장을 죽였고, 전투는 승리했습니다.
저는 현재 진심모드로 플레이 중입니다. 어떻게든 빠르게 전쟁을 끝내고 돈을 빼앗고 싶습니다.
몽골 제국도 운명의 아이를 이기지는 못하는 건가...
베네치아와의 전쟁은 새로운 도제를 포로로 만들면서 빠르게 종결 되었습니다.
이제 3276원을 모았습니다.
베네치아에게서 돈을 뜯었고, 다음에는 제노아 차례인데....
제노아는 우리 영토에 무역기지가 5개 밖에 없어서(베네치아는 16개)
전쟁에서 이겨도 259원밖에 안 주므로 전쟁을 할 이유가 없습니다. 포기합니다.
관리력 + 1, 불가리아 모든 영역의 번영도 상승 ===> 세금 증가
이제 저는 5년간 일체 어떠한 전쟁도 하지 않고 평화를 유지할 것입니다.
최대한 돈을 얻기 위해서입니다.
제가 깜빡하고 있었는데
1년 전 저의 친구 세벤크는 제 장남 그레거를 독수리 전사회에 들어오도록 권유를 해보라는 임무를 주었습니다.
장남 그레거가 강한 남자가 되길 바라는 마음.
그레거는 흔쾌히 입단 테스트를 치러 갑니다.
[ 네가 해낼 줄 알았다, 그레거. 너는 네 아들이니까. ]
이제 그레거는 저와 같은 독수리 전사가 되었습니다.
지출을 최대한 줄이고, 수입을 최대한 끌어올린 결과
현재 저는 매달 110원의 높은 수입을 얻고 있습니다.
그러나 흑사병이 터진지 겨우 1년이건만, 니케아 방향으로 급격히 밀려오고 있습니다.
5천원을 모으려면 시간이 필요한데...
한편 저는 독수리 전사 협회의 '전설 모으기' 라는 결정을 실행했는데
여기에 대해서 언젠가 언급할 날이 있을지 없을지 모르겠군요.
페르시아에 퍼졌던 흑사병이 우리 영토에 접근하는데 겨우 두 달.
흑사병을 피해 동쪽에서 밀려오는 난민들이 우리 제국의 국경에 도착했습니다.
[ 우린 반드시 살아남을 것이다! ]
그러나 3개월 후, 프루사까지 퍼진 흑사병은 이제 곧 수도 니케아를 위협합니다.
니케아가 빨갛게 흑사병이 퍼지면, 어차피 저를 포함해 다 죽습니다.
좀 이르지만, 만일을 대비해서 미리 관문을 폐쇄하기로 결정합니다.
슬슬 흑사병으로 인한 사망자들이 나오기 시작합니다.
젠장!
제 봉신들이 흑사병으로 죽을 때마다 알림창이 뜨고 있습니다.
슬프게도, 제 알림창에 뜨지 않고 죽어가는 사람들의 숫자는 상상을 초월합니다.
성문을 폐쇄하고 존버한 결과 드디어 돈이 모였습니다.
이제 크킹2 최강의 풀 업그레이드 병원을 만들 수 있습니다.
그러나 니케아는 어떻게든 견디고 있지만, 다른 지역의 피해는 극심합니다...
제 이복 여동생(모친이 다른)도 흑사병으로 사망.
젠장, 니케아의 식량이 거의 바닥났습니다.
성문을 닫은 상태라 식량을 구할 방법이 없습니다...
참고로, 다른 봉신들도 흑사병을 막기 위해 저처럼 성문을 닫고 버티지만
높은 레벨의 병원이 없는 이상 완벽히 막을 수가 없습니다.
결국 뚫립니다....
저는 철저히 대비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식량이 바닥났는데
다른 봉신들은 어떻겠습니까? 눈물이 흐를 뿐입니다....
흑사병은 신의 분노란 말인가? 판데믹에 저항 할 수 없단 말인가?
저는 오늘도 인류가 '코로나'를 극복하길 기대하고 있습니다.
성 안의 식량이 바닥났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지하실의 쥐를 먹으면서 버티고 있습니다....
저를 포함한 모든 궁전 소속원(자문회 위원, 궁정 신하들, 지휘관들, 성인이 되지 않은 내 자식들 등등)의
건강 수치가 전부 깎인 상태. 굶고 있기 때문입니다.
아.... 개같은 흑사병 때문에 우리 니케아 가문 친척들이 죽어나가고 있습니다...!
식량이 떨어진 이상, 이대로 가면
[사람을 잡아먹는] 이벤트가 100% 발동할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 저는 성문을 개방하기로 했습니다.
현재 니케아는 완전체가 된 병원의 힘으로 흑사병을 어떻게든 막아내고 있기에
여기에 모든 것을 걸기로 한 것입니다.
[ 신이시여........!! ]
흑사병의 진출 상황.
흑사병은 몽골과 웬드 제국에 피해를 주지 않은 상태(몽골 동쪽이 약간 퍼졌지만 스텝까지 번지지 않음)
운명의 아이가 조금씩 전쟁의 승기를 잡아가고 있습니다.
흑사병은 미친 속도로 퍼져서 이제 전 유럽에 도달했습니다.
수 많은 사람이 죽어 나가고 있습니다...
결국 저의 여동생 흐리스티나는 35세의 나이에 흑사병으로 사망했습니다...
저의 후계자였기에, 제가 앞으로 플레이할 '차기 주인공' 이었던 외조카 '라두'는
흐리스티나의 뒤를 이어 이탈리아의 왕이 되었지만 결국 흑사병에 걸려 쓰러졌습니다.
내 조카들 다 죽겠다 흑사병 개새키야!!
그저 성문을 닫고 굶으며 버티는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식량이 완전히 바닥나면 인간을 잡아먹다가 결국 자동으로 성문이 열리게 되거나
그 전에 흑사병이 뚫어버리기 때문에 그저 하늘에 운을 맡기는 수밖에...
현재로써는 오직 수도 니케아만 안전합니다.
최종 진화한 니케아의 수도 병원은 전염병 저항력 75% 버프로 흑사병을 계속 막아내고 있습니다.
몇 대에 걸쳐 병원을 계속 업그레이드 한 저의 선택은 결과적으로 옳았습니다.
약 5년간 이어진 두 제국의 전쟁은 결국 운명의 아이의 승리로 끝납니다.
그러나 그들은 기뻐하거나 낙심할 시간조차 없습니다.
흑사병이 그들의 영토에 밀려 들어왔기 때문입니다.
아...... 내 다음 플레이 주인공이었던 라두가 이렇게 죽을 거라고는 예상치 못했는데...
동맹 맺으려고 4촌 약혼까지 시켜놨는데.....
이렇게 될 것 같아서 약혼을 미리 시켜 놓은건데 젠장!!
동맹은 커녕 약혼조차 받지 않더라고요.
몇 년에 걸친 흑사병은 이제 퍼진 순서대로 조금씩 사라지고 있습니다.
티벳 쪽과 페르시아 쪽은 사라진 상태.
대신 유럽의 흑사병이 동쪽으로 이동하면서 웬드 제국과 몽골로 번지고 있습니다.
이제 그만 좀 해라...
아..... 아끼던 아들인 그레거도 결국 흑사병에 걸렸습니다.
게다가 가장 어린 아들인 아말리치도 흑사병으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모든 약혼이 취소되어 궁전에 머무르던 딸 일바는 어느샌가 임신을 한 상태...
아직 흑사병은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새롭게 흑사병이 퍼지는 지역들이 계속 나옵니다.
결국 장남 그레거는 흑사병으로 사망하고 그의 작위와 영지는 전부 저에게 넘어옵니다.
4명의 아들 중 3명이 죽었고, 이제 남은 아들은 레프 하나 뿐입니다....
(다행히 딸들은 전부 살아남음)
서쪽 최상단의 아이슬란드를 포함한 몇 개의 섬은 흑사병을 피한 상태.
딸 일바는 저의 지휘관인 토미슬라브와 연인 관계였고 그의 사생아를 낳았습니다.
안그래도 결혼시켜 달라고 알림창 뜨던데....... 그래 너네가 행복하면 된거지.
좋아하는 상대와 결혼해라.
봉신들이 자꾸 죽어서 영토를 물려 받음 -> 다른 봉신에게 줌 -> 흑사병으로 죽어서 또 영지가 나에게 돌아옴
그냥 흑사병 끝날 때까지 페널티를 감수하고 영토를 제가 갖고 있기로 했습니다.
흑사병 끝나면 다시 분배할 생각입니다.
저는 오랜 헌신 끝에 드디어 독수리 전사 협회의 지도자가 되었습니다.
[ 그레거가 살아 있었다면 내가 직접 가르쳤을 텐데... ]
1309년 11월 26일 현재 상황.
1303년 5월에 시작된 흑사병은 아직 완전히 사라지지 않고 계속해서 퍼지고 있지만
적어도 이탈리아 왕국과 불가리아 제국에서는 점점 자취를 감추고 있습니다. (세르비아, 헝가리 근처는 아직 위험)
결국 저는 살아남았습니다.
그러나 살아있던 니케아 가문원 31명 중에 17명이 흑사병으로 죽었고 14명만 남았습니다...
[ 묵시록의 4기수는 1/4만 죽인다고 하지 않았나!! 절반 이상이 죽었단 말이다!! 내 아이들을 돌려다오!! ]
흑사병은 제 가족들 뿐만 아니라 친구들도 빼앗아갔습니다...
제 친구들 전원이 흑사병으로 사망했습니다....
흑사병은 모두에게 공평합니다.
웬드 제국은 상대적으로 늦게 흑사병을 맞이했지만, 빠른 속도로 사망자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몽골 제국은 상황이 더 심각합니다. 카간 본인을 비롯하여 가문이 떼죽음을 당할 것 같군요...
죽음이 지나간 자리에 절망이 깊게 파입니다.
참혹하기 그지없는 현실이 펼쳐집니다.
일가족을 잃고 홀로 살아남은 처량한 피난민들의 절규가 울려 퍼집니다.
농민과 귀족들이 모두 교회에 모여 신께 자비를 빌지만 사이좋게 죽어 나갈 뿐입니다.
검게 된 시체가 썩어가는 악취를 풍기고, 이 송장을 태우려고 쌓아둔 장작만이 제 역할을 다 합니다.
묵시록의 4기수는 신의 분노를 여지없이 보여주며 생지옥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