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울 모 대학에서 연구교수로 일하며 e스포츠산업에 대해 강의하고 있는 노틸러스입니다.
학기 중에도 많은 글을 쓰고싶은데, 수업에서 이야기하는 것 만으로도 에너지가 다해버리네요..
저는 이 직업이랑 안맞는것 같..
여튼 2월로 가면 또 학기 준비다 뭐다 바쁘기 때문에, 짬이 난 김에 글을 하나 써 봅니다.
지난 2022년 하반기의 e스포츠산업 화두는 "생존" 이었습니다.
피지알에서 겜게를 보시는 분들의 e스포츠 구력이라면 당연히 아는 이야기지만, e스포츠는 언제나 위기였고, 생존에 급급한 판이었습니다.
근데 코로나 전후로 e스포츠가 신산업
(아님) 으로 주목받기 시작하며, e스포츠산업에 대한 이해가 적은 분들은 이 판이 얼마나 위태로운 기반 위에 서 있는지 잘 모르시는 경우가 많더라구요.
하지만 저희는 잘 알지 않습니까? 이 판이 얼마나 돈이 안되는지? 이 판이 당장 내일이면 사라질 수도 있다는 것을?
e스포츠산업은 언제나 위기였고, 지난해 중순을 기점으로 급격한 조짐들이 수면위로 올라오기 시작했습니다.
이런 e스포츠산업 위기 직면은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크게는 두 가지를 들 수 있겠습니다.
첫째, e스포츠마케팅의 한계가 점점 명확해지기 때문이었습니다. 들이는 돈에 비해 수익의 다각화가 어렵습니다. 선수들의 짧은 서비스타임, 과도하게 높아진 연봉, 연봉에 비해 낮은 수익성은 산업이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데 어려움을 겪게 합니다. 특히, 한국 e스포츠 시장은 팬층 확대의 한계에 직면한 상황입니다.
둘째, 수영장의 물이 빠지고 있습니다. 21년 말, 많은 e스포츠 게임단들은 NFT를 필두로 한 블록체인을 새로운 먹거리로 제시하였습니다. 하지만 자금시장의 경색이 찾아오자 web 3.0 같은 새로운 개념에 투자할 돈은 사라지게 되었습니다. 한 대형 게임단은 21년 대비 22년 매출액이 30% 하락했다고 하니, 모든 팀들이 살기 어려운 건 매한가지인 상태입니다.
이렇듯 성장에서 생존으로 방향을 변화해야 하는 게임단들. 이들의 생존 전략은 어떠한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는지, 여기에 대해서 간단한 이야기를 해 보고자 합니다. 물론 한 팀이 하나의 방향으로 가는 것이 아니기에 여러 전략이 섞일 수도 있고, 공개적인 글이기에 제 강한 사견을 다 쓰지 못해 논리적으로 비약이 많을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반박 시 선생님의 말이 다 옳습니다. 흐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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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입1 : 효율 극대화 추구, "머니 마우스" 전략의 샌드박스!
- 어느 개인이나 상황이든 간에, 수입이 줄어들면 지출을 줄이게 됩니다. 그리고 효율의 극대화를 추구하게 되죠.
- 스포츠 관련 전공생들이 1학년 때 어떤 방향으로든 보게 되는 영화가 있습니다. 바로 "머니 볼"입니다.
- "기존에 주목받지 못하던 스탯 또는 방식을 통해 자기 팀 만의 효율적인 선수 선발/기용 전략을 수립하고, 이를 통해 저비용 고효율의 성적을 이루어낸다."는 것은 스포츠 팀의 경영에 있어 전설적인 문구이고, 실제로 이루어지기도 했죠.
- 이 전략을 e스포츠에 적용하고자 하는 팀이 있습니다. 바로 "샌드박스"입니다.
- 샌드박스의 지난 겨울은 매우 추웠습니다. 모기업으로 볼 수 있는 샌드박스네트워크는 MCN의 약한 수익구조로 인해 구조조정을 실시한 상황이고, e스포츠와 관련한 자회사 SBXG는 Web3.0으로의 사업확장이 세계경제의 한파에 막힌 상황이죠.
- 샌드박스네트워크의 이필성 대표님은 "e스포츠는 버짓(예산)이 곧 성적이다"는 말씀을 하신 적이 있습니다. 이 명제에 대한 태도가 바뀌지 않았다면, 더 높은 성적을 위해 더 많은 예산을 써야 하는 상황이지만 그렇지 못했죠.
- 22시즌 프린스를 영입하며 투자 이상의 성적 효율을 보여주었지만, 높아지는 평균연봉과 여러 내외부적인 사정으로 팀을 꾸리는 방향을 선회하게 되었죠. 자세한 내용은 쿠키뉴스의 <“탱킹 아니다” 리브 샌드박스, LCK의 탬파베이 그린다> 를 검색하시어 참고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 리브샌박은 프레스데이를 통해 저평가된 선수를 발견하고 활용할 것이라 하였다(출처:쿠키뉴스)
- 이 방법은 "최저비용 최고효율"을 추구하는 데에는 매우 좋은 방식입니다. 더군다나, 올 시즌 '데이터'를 통해 기존에 묻혀있던 선수들을 발굴하여 좋은 성적을 낸다면, 치솟던 선수들의 연봉을 잡아내는 효과가 나올 수 있겠습니다.
- 다만, "LOL e스포츠에서 좋은 선수를 파악하는 데이터는 무엇인가"에 대한 기준을 잘 잡아야 할 것입니다. 이 건에 한하여서는 팀 내 기준이 있고 이를 적용할테니 상관 없지만, LOL씬이 계속해서 발전하게 된다면 꼭 풀어내야 할 숙제이기도 합니다. 이것도 다음에 글
- 여튼 한파가 불어올 때는 꽁꽁 싸매고 아끼는 것이 제일의 방법입니다.
- 지출을 줄이고 최적의 테크를 구성하는 샌드박스. "머니 마우스"전략이 통할 지, 며칠 후 시즌이 개막되면 알 수 있겠습니다. 보통 안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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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입2 : 집토끼라도 잡자, 우리민족끼리! 젠지와 티원!
- 사실 이 운영방식은 기존의 방식입니다. e스포츠는 홈구장이 없고, 홈구장의 역할을 할 수 있는 공간을 팬들에게 만들어주어야 했기 때문이죠. 홈구장을 팬들에게 만들어 주는 방법, 우리의 커뮤니티를 만들어 제공하면 됩니다. 그리고, 젠지와 티원은 그 방식을 충분히 수행하고 있죠.
- 젠지의 경우에는 디스코드를 무지하게 잘 활용합니다. 스타트업이라고 우기는 팀의 환경은 원활한 커뮤니티 공간을 필요로 했고, 그것을 디스코드가 훌륭히 수행해 주고 있습니다.
- 지난 22년 8월 1만명을 넘긴 "타이거네이션"은 글을 쓰는 1월 6일 현재 13,387명의 참여자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 팬들은 젠지의 왕국에서 함께 이야기하며 정보를 누구보다 가장 먼저 습득합니다. 이들이 젠지의 자산이 되는 것이죠.
- 밖이 추워지면 문을 닫고 우리끼리 옹기종기 모여 살게 됩니다. 이 방법은 강대국일수록 효과적인 방법이 됩니다.
- 티원의 경우, 현시점 15,000명 이상의 참여자를 보유한 디스코드가 검색되고는 있습니다만.. 여러 논란으로 인해 공식 디코는 없다고 합니다. (제보)
- 추가적으로 조마쉬의 경솔한 언행이 비공식 디코, 트위터 등 다양한 곳에서 문제가 되는 것이 단점이죠. 이건 고쳐야 하기는 합니다만.. 한국 시장이 해외 시장보다 상대적으로 효과가 적다보니 그만큼 한국시장이 대접을 못받는 것 같기도 합니다.
- 티원에 있어서 타팀보다 강력한 무기라면 역시 "페이커"입니다. 물론 페이커를 제외한 다른 선수들 역시 물이 오른 상태 + 안정적인 계약 상태 이다 보니, "멤버십"이라는 운영방식을 사용할 수 있는 것이 티원의 가장 큰 장점입니다.
- 심지어 티원은 유튜브 멤버십 같은 간단한 단계의 멤버십을 운영하는 것이 아닌, 독자적인 사이트(t1.fan)를 통해 멤버십을 따로 운영하고 있죠. 팬들은 월 7,900원이라는 금액을 통해 선수들의 독점영상을 볼 수 있고, 다양한 혜택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것이 유의미한 수익이 될 수 있다면, e스포츠 운영에 도움이 많이 될텐데.. 데이터좀 받아보고 싶네요 논문좀 쓰게
- 거기에 지난 연말, T1은 'T1 CON 2022'를 개최하며 팬들과의 유대감을 강화했습니다. 이것이 대형 팀이 가질 수 있는 특권 중의 하나죠.
* 카서스 궁 쓰는 페이커(출처:블로터.넷)
- 자팀의 팬들을 지속적으로 운영하고, 울타리 안에 있게 하는 방식은 대단히 기본적이며 단순하지만 중요합니다. 집토끼를 지속적으로 만족시켜주며 새로운 토끼들을 데려오는 것이 마케팅의 기본이기 때문이죠.
- 다만 매우 작은 우리나라 시장 상, 이를 시도하고 운영할 수 있는 팀이 많지 않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우리 시장이 더 컸다면 한국에도 페이즈 클랜같은 팀들이 좀 더 생겨날 것이고, 다양한 양태의 게임단들이 생겨날 수 있었을텐데 그것이 참 아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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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입3 : 야! 춥냐? 야! 울어? 나는 따듯한데? 지금이 타이밍! 한화생명e스포츠!- 모두가 한파와 암흑기를 이야기하고 있을 때, 홀로 풀베팅을 통해 따뜻한 팀 구성을 실시한 팀이 여기 있습니다. 바로 한화생명e스포츠입니다.
- 한화생명e스포츠는 다른 팀들과 운영의 궤가 약간 다릅니다. 보험회사를 모기업으로 하는 특성 상 수익창출에 약간의 자유가 있기에 게임단의 생존 보다는 모기업의 홍보를 더욱 중요시 할 수 있죠.
- 그 결과 다른 모든 팀들이 한파를 느끼며 꽁꽁 싸맬 때, 한화생명은 리그의 방향을 역행하며 통큰 투자를 단행, 빅-로스터를 구성하였습니다. 짝짝짝.
- 한화생명이 바라보는 방향은 명확합니다. 다른 팀들이 주춤할 때 치고 나가는 것은 전투의 기본 전략이며, 이를 통해 좋은 성적을 노릴 수 있죠. LCK 우승, 나아가서 한국에 열릴 것이 유력한 롤드컵까지 들어올린다면, 계열사와의 여러 시너지를 통한 마케팅 전략을 추구도 가능합니다.
- 보험에 대한 수요가 낮아진 이 시점에서, e스포츠 구단이 성공한다면 미래 세대에게 기업을 어필 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기도 하구요.
- 이런 시점에서, 한화는 새로운 기획을 하나 더 시도합니다.
- 프랜차이즈 제도 도입 이후 팀들의 목표는 "우리의 플랫폼 안에서 팬들이 계속해서 놀게 하는 것" 이었습니다. 그리고 한화생명은 이 목표를 "우리가 만드는 리그 안에서 다음 세대가 놀도록" 구현하고 있죠.
- 물론, 이것이 성공할 지는 매우 미지수입니다. 과거 나이스게임티비 클랜배틀이 그러하였듯, 라이엇의 PC방대회가 그리하였듯, 초기에는 목표대로 좋은 성과를 보이지만 오랫동안 성과를 내지는 못한 사업이 많았기 때문이죠.
- 하지만, 다른 팀들이 긴축재정에 들어갈 때 과감히 투자하는 한화생명의 방향성은 주목할 만 합니다.
- 과연 이들의 전술이 성공할 수 있을까요? 이것이 올해의 가장 큰 화두가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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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신 : 지속가능한 e스포츠를 위하여
- 지난 2년 간 학생들과 함께 e스포츠산업에 대해 수업하며 제가 늘 내건 주제입니다. "지속가능한 e스포츠".
- e스포츠산업에 대해 관심이 높아지며 많은 주목을 받아 투자가 진행되고 있지만, 이와는 별개로 언제든 신기루처럼 사라질 수도 있는 것이 e스포츠판이기 때문입니다.
- 게임을 만드는 사람도, 게임회사를 운영하는 사람도, 게임을 심의하는 사람도 게임을 하지 않는 이 판에 게임을 좋아하는 우리 학생들이 더 많이 진출하고, e스포츠산업을 지속적으로 유지해 나가기를 바라기 때문입니다.
- 물론 2달째 메운디를 깨지 못해서 슬픈 제가 학생들에게 뭘 가르치겠냐만은, 어쨌든 "게이머인 교수자"로서 저는 열심히 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 이 판이 지속가능하기 위해서는 많은 사람들의 노력과 협업이 필요합니다. 특히나 한국 스포츠 시장이 가진 문제점을 한국 e스포츠가 고스란히 가지고 있는데, 바로 "매우 적은 시장의 사이즈" 입니다.
- 이를 극복하기 위한 것으로 저는 "풀뿌리 스포츠", "풀뿌리 e스포츠"를 제안하곤 합니다.
- 유초중고 시절에 경험한 스포츠는 성인이 되어서도 기억에 남습니다. 그 기억은 스포츠를 다시 하게 하기는 어렵지만, 보러가게는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시스템이 매우 잘 되어 있는 것이 옆나라 일본이기도 하구요.
- 그런 점에서, 한화생명의 대회는 매우 중요합니다. 케스파와 배틀리카가 함께 대회를 진행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특히 케스파는 지난 몇년간 나름 보이지 않는 곳에서 생활e스포츠 대회의 운영을 위해 노력해 왔기 때문에 원만한 대회진행에 더욱 노력할 필요가 있습니다. 일단 업보스택을 빨리 지워야
- 항상 제 수업은 답이 없이 끝납니다. 제 글도 중언부언 마찬가지인 것 같기는 한데, 목적은 하나이긴 합니다. "내가 좋아하는 이 판이 오래오래 영원하길 바라는 것". 그것을 위해서, 저는 제 자리에서 열심히 노력할테니 여러분들도 팀들의 운영에 많은 관심과 반응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