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괌에 미사일을 쏘네, 전례가 없는 분노와 화염의 맛을 보게 될 것이네 하면서 말로 하는 전쟁을 벌이던 북미 양국이 이제는 슬슬 대화국면을 찾아들어가는 것 같습니다. 양측 다 한 발씩 물러나서 숨고르기를 하는 모양새입니다.

그런데 보도에 따르면 미국과 중국에서는 이제 북의 핵을 용인하고 관리하는 측면으로 생각의 전환을 하자는 주장이 조금씩 나오고 있다고 합니다. 중국 측 주장이야 뭐 그렇다고 하더라도 미국에서조차 대화는 물론이고 이제 아예 북의 핵을 용인할 수밖에 없다는 식의 논조들도 나오고 있다는 것입니다. 전 오바마 행정부의 외교안보 관료들이 주로 이런 의견들을 피력하고 있다고 하는데 어차피 북이 핵을 포기할 리도 없고 딱히 포기시킬 방법도 마땅하지 않으니 북한이 핵을 보유하는 것은 용인하되 ICBM에 탑재해서 미국 본토로 날리는 것만 못하도록 관리하자는 게 주된 논점이라고 합니다.

심지어 트럼프 행정부의 극우성향 매파로 알려진 스티브 배넌 전 백악관 수석도 "중국이 북핵을 동결시켜주면 미국은 주한미군을 철수시킨다"는 내용으로 중국과 거래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고도 합니다. 물론 배넌은 이 발언이 논란이 되어서 경질되었지만 그의 발언은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해서 답답해하는 백악관의 기류를 반영하는 게 아닌가 합니다. 한 칼럼리스트는 꼭 완전철수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DMZ에서라도 주한미군을 철수시키는 안으로 협상을 해봐야 한다고도 했다고 합니다.

물론 이것들은 다 개인들의 의견 피력일 뿐이고 트럼프 행정부가 이를 수용할지는 알 수 없습니다만 이런 말들이 나오는 것 자체가 미국 역시 북핵문제를 풀 뾰족한 묘수가 없다고 인정하는 게 되는 것 아닌가 싶습니다. 북한이 어디 저기 중동에 있었다면 미국이 벌써 몇 번을 폭격해도 했을 것이고 김정은도 아마 진즉에 사담 후세인 꼴이 났지 싶지만 정말 절묘하게 자리 잡다 보니 군사적 옵션을 쓰기가 어렵고 그러다 보니 어렵게 갈 수 밖에 없는 것 같네요.

이런 상황에서 문재인 정부는 또 어떤 역할을 해야 할지 혹은 일정정도 역할을 하는 게 가능이나 할지 모르겠습니다. 만약 북한 핵이 용인된다면 우리도 전술핵을 가지자는 목소리가 더욱 커질 텐데(이미 자유한국당에서는 이를 당론으로 정했죠.) 이러면 결국 한반도 비핵화 자체가 물거품이 돼 버리는 건 또 아닌지 모르겠습다. 다시 신냉전 시대로 회귀하는 걸까요? 해법이 있기는 한 것인지 답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