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핵개발이 거의 완성단계에 이르고 미국에서도 별 대책을 찾지 못한 가운데, 한국에서도 스티븐 배넌의 북핵동결-주한미군 철수 맞교환 떡밥으로 난리가 났고(물론 배넌의 의도는 그게 아니라곤 하지만), 실제로 몇몇 미국 관리들을 중심으로 북핵을 사실상 인정하고 미사일 폐기에 전념해야 된다는 말들이 나오기 시작한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북핵을 인정한다는 것 자체가 한국 입장에서는 심각한 안보적 위협이 될 수밖에 없고, 한국 내에서도 전술핵 재배치(이미 자한당이 당론으로 확정했죠)와 자체 핵무장론이 서서히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한국이 독자적으로 핵무장할 가능성이 극히 낮고 북한의 핵위협-국제사회의 제재&대화로 이어지는 현상유지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는 입장이지만 만일 한국이 핵무장을 할 거라면 한일 동시 핵개발 외에는 답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클리앙과 엠팍에서 한일 공동 핵개발의 가능성에 대해 여러 글들이 올라왔었는데, 정리하면 한일 공동 핵개발에는 다음과 같은 잇점이 존재합니다.

우선 일본은 아오모리현 롯카쇼무라에 플루토늄의 생산이 가능한 핵연료 재처리 시설이 있고, 한국은 경주 월성에서 트리튬(수소폭탄 원료)을 만들수 있습니다. 핵보유국이 되기 위해서는 국제사회가 제대로 대응할 시간을 주지 않고 재빠르게 저지르는게 중요한데 다행히 두 나라는 핵무기 원료 공급면에서 상호보완적인 부분이 있기에 제대로 협력만 하면 원폭과 수폭 둘 다 1년만에 완성이 가능합니다.

게다가 핵무기를 개발하는 것 이상으로 핵을 투발할 장비가 필요한데 한국은 사거리 800km급, 탄두중량 약 1t의 현무 미사일을 가지고 있고 일본은 개조만 하면 핵잠수함으로 변환이 가능한 소류급 잠수함이 있습니다. 그리고 한국과 일본 모두 한쪽에서 약점이 존재하는데(한국-해군력, 일본-육군력) 만일 이 두개를 공동으로 이용하면 각국이 따로 개발하는 것보다 비용절감이 큽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게 한국과 일본은 전세계적으로 알아주는 제조업 국가입니다. 한국과 일본만 갖고 있는 기술이나 제품이 수두룩하구요. 설령 중국과 러시아가 유엔 차원에서 제재를 가한다고 해도 한국 혼자면 당해내기 무리겠지만 한일이 함께라면 제재할 방도가 마땅치 못합니다. 두 나라와 무역거래를 끊어버리면 중국도 그렇고 러시아도 그렇고 거의 전세계 경제가 마비되거든요.

한일 공동 핵개발을 막는 가장 큰 문제는 아무래도 역사 및 영토(독도) 문제와 국민감정입니다. 문제의 한일협정과 이로 인한 후유증인 위안부 합의부터 시작해서 일본의 독도침탈 야욕, 일본 정치인들의 망언으로 인해 한국에서는 일본을 신뢰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고 이는 일본도 마찬가지입니다.

http://npolicy.org/books/East_Asia/Ch4_Ferguson.pdf
하지만 더 큰 위협인 북한의 핵 완성이 목전에 다다른 이상 미국의 물리학자이자 미국과학자연맹 회장인 찰스 D. 퍼거슨(Charles D. Ferguson) 박사가 2015년에 작성한 '퍼거슨 보고서' 에서의 한국의 핵개발 시나리오 중에서 한국과 일본이 '적의 적은 나의 친구(the enemy of my enemy is my friend)' 논리에 따라 공동의 적인 북한에 맞서기 위해 미국의 묵인 하에 일본과 손잡고 동시 핵개발을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았습니다.

물론 한국과 일본이 미국의 묵인 없이는 핵개발을 시도할 수도 없고 여러 문제가 산적해 있어서 한일 공동 핵개발의 가능성은 극히 낮습니다. 하지만 북한의 핵 소형화가 성공하면서 미국이 북핵을 사실상 인정하고 주한미군을 축소하는 제스쳐라도 보인다면 한국과 일본에서 독자적 핵무장을 주장하는 여론이 커지고 이렇게 되면 한일 공동 핵개발 떡밥이 다시금 수면으로 올라올 가능성이 있다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