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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봐도 좋은 양질의 글들을 모아놓는 게시판입니다.
Date |
2003/09/01 15:12:04 |
Name |
안개사용자 |
Subject |
[픽션] 폭투혈전! 틈을 노려라!!! 3부 |
<폭투혈전! 틈을 노려라!!!>
Chapter 3. Going Und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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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은 새벽 2시, 주감독은 임요황을 이끌고 미로같이 얽혀있는 어두컴컴한 골목길을 헤메고 있었다. 임요황은 주감독을 따라다니면서도 자다말고 자기를 깨워서 이상한 골목길로 들어서게 한 그를 의심어린 눈으로 바라보았다. 어디다 또 다시 자기를 팔지 모른다는 생각이 든 임요황은 만약 또 주감독이 자신을 팔려고 한다면, 그 순간 그의 뒷통수를 가격하고 도망가야겠다고 마음먹고 주머니에 넣어두었던 짱돌을 꽉 쥐었다. 이런 임요황의 생각을 아는지 모르는 지 주감독은 목적지인 간이화장실에 도착하자 웃으며 임요황에게 말했다.
"다 왔다. 여기야."
"뭐예요? 화장실 가려고 이 새벽에 절 붙잡고 나온 거예요? 혼자 가기 무서워서?"
"지켜보면 알아."
주감독은 왼손으로는 문손잡이를 잡고 오른손으로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내 간이화장실 문을 문질렀다. 삐빅 소리와 함께 문 손잡이를 잡고 있는 주감독의 손에서 빛이 나고 화장실 문의 작은 구멍에서 조그만 광선이 발사되어 주감독의 눈에 명중(?)되었다. 동시에 지문검사와 각막스캔이 이루어지면서 잠시 후 화장실 문이 덜커덩 열렸다.
"............?"
주감독은 아직까지 어리벙벙해 있는 임요황의 손을 잡고는 간이화장실 안으로 들어갔다. 좁은 화장실에서 간신히 자리를 잡은 주감독은 화장지 밑에 달려있는 지하 63층의 버튼을 눌렀다. 그러자 간이화장실칸이 아래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여전히 입을 벌린 채 넋이 나가 있는 임요황을 향해 한번 씨익 웃어보인 주감독은 미리 준비해온 오리가면을 임요황에게 건네주었다.
"자... 이걸 껴. ."
"이건 또 뭐예요? 오리고기 홍보 쫄티로는 부족하다는 건가요?"
임요황은 이틀째 자신이 입고 있는 오리옹 쫄티를 바라보며 한숨을 쉬었다. 그의 우람한 가슴 근육 한가운데 있는 젖꼭지가 쫄티를 뚫고 나오려는 듯 바둥거리고(?) 있었다.
"지금 우리가 가는 곳은 각자의 신분이 노출되기 싫어하는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기 때문에 우리도 이런 가면을 써야해. 물론 오리고기집 '오리 옹(翁)' 식당의 홍보도 할 겸."
"어디로 가는 건데요?"
주감독은 아무 말 없이 아까 간이화장실문을 문질렀던 종이 한 장을 꺼내보였다. 이블K가 보내온 언더매치경기장 초대권이었다.
"아.. 말로만 듣던 언더매치경기장 초대권이군요. 실제로 존재하는 줄은 몰랐어요."
"너도 한때는 비슷한 바닥에서 돈을 위해 싸우던 스트리트게이머였잖아?"
"저야 동네 PC방 상금으로 생계를 이어갔을 뿐이죠. 벌어들인 것도 고작 푼돈인걸요. 하지만 여기는 스케일부터가 틀릴 것 같네요."
"언더매치경기장은 네가 알고 있는 보통 경기장과는 달라. 이곳은 게이머의 목숨을 건 죽음의 경기가 펼쳐지는 곳이야. 그 죽음의 경기를 고위층 몇몇 사람들이 억대의 돈을 뿌리며 즐기지. 도박도 가능하고, 가끔 관중들간의 데스매치도 벌어지는 등 경기진행 자체가 위험하기 때문에 언더매치는 원래 법으로 금지되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블K가 이 언더매치 경기장을 비밀리에 운영하고 있는 모양이야."
"뭐... 아무튼 대단한 곳이네요."
"아니... 그래봤자 불법경기장일 뿐이야."
주감독은 기분나쁘다는 듯한 얼굴로 양변기 위에 앉았다. 임요황은 초대권을 신기하다는 듯이 보다가 그 초대권 위에 인쇄된 오늘 메인 경기인 홍진풍의 1:2 핸디캡 매치 안내를 보았다.
"진풍이가 오늘 경기를..."
"그래. 오늘 홍진풍의 경기가 있어. 이 초대장은 그 경기를 보라고 이블K가 보내온 거야."
임요황의 입가에 미소가 그려졌다. 홍진풍은 그가 떠돌이 게이머 시절 절친했던 동료이자 동생이었다. 피치못할 사정으로 헤어진 홍진풍을 5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만나게 된 것이다. 홍진풍을 만날 생각에 싱글벙글인 임요황과는 달리 주감독의 얼굴은 우울해보였다.
'왜 이블K는 내게 이 초대권을 보내 준 것일까? 미리 홍진풍의 경기를 보여 줌으로서 우리들의 사기를 떨어뜨릴 셈인가?'
주감독은 상대선수의 능력을 알게 될 기회가 생겨 기뻤음에 불구하고 한편으로는 당당하게 초대장까지 보내온 이블K의 자신감에 내심 불안했다.
"띠잉!"
이윽고 그들은 지하 63층에 도착했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니 그들의 눈앞에 이제껏 보아온 것과 다른 세계가 펼쳐졌다. 붉은 조명아래 배팅을 걸며 뭐라 고함을 질러대는 사람들, 배팅을 받으며 분주히 움직이는 종업원들, 높은 자리에서 오페라 망원경을 꺼내 보며 히히덕 거리는 신사, 숙녀들.... 정말 많은 사람들이 넓은 홀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각기 경기를 즐기는 방식은 틀렸지만 그들 모두 각가지 모양의 가면을 쓰고 있었다. 그 관중들 속으로 오리가면을 쓴 주감독과 임요황이 들어갔다.
"어이쿠!"
정신없이 여기저기 둘러보던 임요황에게 어느 갈색 오징어가면을 쓴 한 사람이 부딪쳐 왔다.
"아... 죄송합니다."
"아니... 괜찮아요."
"그런데 혹시 손수건좀 빌릴 수 있을까요? 자꾸 콧물이 나와서... "
임요황은 좀 떨떠름한 얼굴로 오징어가면 사나이에게 손수건을 빌려주었다. 그는 정말 시원스럽게 코를 풀고는 축축한 손수건을 도로 건네주었다. 그리고는 고맙다는 말 한마디 없이 관중 속으로 사라졌다.
"뭐.. 저런 사람이 다있어?"
주감독이 화를 내며 그를 잡으려고 했지만 임요황이 제지했다.
"됐어요. 콧물이 많이 나와서 고통스러웠나봐요. 누구나 콧물을 흘릴 수 있잖아요."
그가 다시 그 손수건을 주머니에 넣으려는 순간, 손수건 사이에 끼워져 있던 쪽지 한 장이 바닥에 떨어졌다. 임요황은 그것을 주워 읽었다.
'임요황씨, 당신은 엄청난 위험에 빠져있습니다. 더 자세한 것을 알고싶으시면 5시간 후 흰토끼를 따라가십시오. 당신의 친구 갈색 오징어. '
"..... 누가 장난 친 건가?"
"뭐... 신경쓸 필요 없겠죠."
임요황은 쪽지를 구겨 쓰레기통에 던진 후 주감독과 함께 좀더 홀의 중앙으로 다다갔다. 홀 중앙은 아래로 움푹 파여져 있었고 그 아래에서 경기가 이미 펼쳐지고 있었다. 특이하게도 경기를 하고 있는 게이머들은 모두 철장안에서 경기를 하고 있었다.
"철장경기? 경기 중 다른 사람의 방해를 받지 않게 하기 위해서 설치를 한 거군요."
"아니... 격렬한 플레이를 못 견뎌 도망가려는 게이머를 막기 위해서 그 몹쓸 이블 K가 고안한 거라더군. 지독한 녀석..."
주감독은 아랫니를 꽉 깨물었다. 철장 안에는 홍진풍 외에 맞은 편 게이머도 들어가 있는 것이 보였다. 임요황의 눈에 익은 게이머들이었다. 장진낭, 장진술. 하지만 이상했다. 그들의 표정이 너무나 굳어져 있었다. 입가에는 미소하나 없었고, 눈은 차갑기 이를 데 없었다.
"장진낭? 장진술?"
"아니... 그들은 장진낭 장진술이 아니야. 장진낭 장진술 형제는 게임계를 떠나 음료수 장사를 하고 있어. 갈아만든 뭔가를 판다고 하더군. 뭐.. 사람은 못 먹는 거라는 데... 아무튼 지금 경기를 하는 저들은 이블K가 장진낭, 장진술의 유전자를 빼낸 후 그것을 조작하여 만들어낸 복제인간들이야. 오리지널에서 유머감각을 없애고 오직 게임만을 할 수 있게 만들어낸.... 사람들은 그들을 장진27호, 장진28호라고 부르고 있어."
"그런 잔인한 짓을...!!"
"이블K에게 있어 게이머란 그의 돈을 벌어주는 도구에 지나지 않은 거야."
장진27호가 키보드를 열심히 치고 있는 동안, 장진28호는 마우스를 움직이고 있었다. 제각기 다른 컨트롤을 하면서도 일체의 오차가 생기지 않았다. 놀라운 팀웍이었다. 화면 속에는 장진 27호, 28호의 저글링과 홍진풍의 저글링들이 팽팽하게 중앙지역에서 서로 맞서며 난전을 벌이고 있었다. 저글링의 피로 새빨갛게 물든 스크린을 보면서 사람들은 열광하며 소리를 질렀다.
전용줄 캐스터가 소리를 높였다.
"아아... 게임시작과 동시에 양측이 저글링 대결로만 가고 있네요. 벌써 1시간이 지나갑니다. .... 정말 팽팽합니다."
"아닙니다. 눈에 띄지 않을 정도이기는 하지만 병력적인 면에서 서서히 홍진풍이 밀리고 있군요. 역시 1:2는 무리인 거 같습니다. 대략 80%정도 장진27호, 28호쪽으로 기울었네요."
"그게 아닙니다. 박사님. 제가 보기엔 홍진풍선수는 몰래 감추어놓은 스탑럴커쪽으로 상대 저글링을 유인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만약 저 곳으로 장진27호, 28호의 저글링이 간다면 그냥 게임이 끝나는 거죠."
김조교의 말대로 조금씩 홍진풍은 자신의 스탑럴커가 있는 쪽으로 상대병력을 유인하고 있었다. 거의 스탑럴커 쪽으로 상대 저글링들이 다가온 순간, 갑자기 장진 27호는 저글링들은 뒤로 빼버렸다.
"아... 장진27호!!! 28호!!! 그 위험한 순간 저글링을 뒤로 뺍니다! 마치 럴커의 존재를 알아낸 것처럼 말입니다. 아! 누가 보면 홍진풍선수의 모니터라도 훔쳐본 줄 알겠습니다."
갑자기 저글링을 빼버리는 상대측 플레이에 홍진풍은 이상한 기운을 느끼고 뒤를 돌아다보았다. 놀랍게도 그의 뒤에는 장진28호가 물끄러미 홍진풍의 모니터를 훔쳐보며 핸드폰으로 경기중인 장진27호에게 정보를 보내고 있었다. 황당해 하는 홍진풍과 마찬가지로 이런 갑작스런 상황에 전용줄 캐스터마저 당황스러워 했다.
"뭐... 뭡니까? 정말 장진28호선수가 상대 모니터를 보고 있었네요!!!! 경기중에 다른 게이머 모니터를 봐도 되는 겁니까?"
"아직도 똑같이 생긴 게이머가 경기를 계속하고 있으니까..."
"복제인간 일심동체이므로..."
엄박사와 김조교가 침착하게 동시에 주먹을 불끈 쥐며 소리높여 외쳤다.
"유효!"
유효가 선언되자 장내는 다시금 소란스러워졌다. 아무튼 경기는 점점 홍진풍에게 불리하게 돌아갔다. 몰래 상대 모니터를 확인한 장진28호는 다시 제자리에 앉았다. 그동안 무표정하게 게임을 하고 있는 장진27호가 입을 열었다.
"점점 화가 나기 시작하는군."
"그렇군..."
장진27호, 28호는 서로의 얼굴을 마주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최후의 일격을 날릴 순간이 온 것이다. 그들은 자신의 손에 기를 모으기 시작했다. 기가 손에 집중되기 시작하자 손가락에서 빛이 뿜어져 나오더니 점점 손놀림이 빨라져 갔다.
"아아!! 나왔습니다. 장진27호, 28호의 주특기 '저굴린대장' (箸屈引大掌 - 젓가락을 구부리는 정도의 기운을 끌어올려 손에 집중시키는 비법)'!!!!"
"아네... 손가락에 기를 집중하여 단시간에 손동작의 속도를 높이는 '저굴린대장'이군요. 럴커의 존재도 알았겠다. 그 위치만 피해서 물량으로 경기를 마무리짓겠다는 의도 같네요!!!"
"네.. '저굴린대장'을 사용하면 손가락에 기가 집중되기 때문에 나머지 신체부위들이 가벼워집니다. 그렇게 되면 저렇게 되는 거죠."
엄박사는 해설을 하는 도중 손가락으로 장진 27호, 28호를 가르켰다. 장진 27호, 28호의 손에 무거운 기가 집중되자 나머지 신체부위들이 가벼워져 발부터 서서히 붕 뜨기 시작했다. 점점 발과 다리가 하늘로 올라가더니 결국은 마치 물구나무를 서는 자세가 되었다. 그 상황에서도 장진 27호, 28호는 빠른 속도로 각자가 맡은 키보드와 마우스를 조정하고 있었다. 이 것이 바로 저글링 대량생산의 비기 '저굴링대장'이었다.
이와 같이 아슬아슬한 곡예 같은 장면이 연출되자 관객들의 열화같은 환호성과 박수가 터져나왔다.하지만 윗 층에서 그 장면을 바라보고 있던 이블K는 못마땅하다는 듯이 인상을 찌그리며 옆에 부동자세로 서있던 박경낙을 향해 입을 열었다.
"복제인간들은 좀만 흥분하면 저렇게 오바해서 맘에 안든다니까. 경기하다말고 왜 물구나무를 서고 난리야!! 여기가 경기장이지. 서커스공연장이냐고? "
이블K의 질책에는 상관없이 장진27호, 28호의 병력은 '저굴린대장'을 통해 빠르게 증가하고 있었다.
"..... 점점 장진27호, 28호의 저글링이 늘어갑니다. 저렇게 병력이 계속 쌓이면 홍진풍선수의 성큰 밭까지 그냥 뚫어버리겠는데요.
"하지만 홍진풍선수의 오버로드 하나가 아주 천천히 장진27호, 28호의 본진으로 가고 있습니다."
"아... 그렇습니다.. 아까 쓰지 못했던 럴커라도 내릴 셈인가요? 하지만 럴커가 내려도 건물을 부수려면 꽤 시간이 걸릴텐데요."
하지만 홍진풍의 오버로드에서 드랍된 것은 럴커가 아닌 드론 6기였다.
"아! 회심의 드론 6기!!!!!!! 내리자 마자 적진에 라이널스 커널 6개를 만듭니다.... 무모한 정면승부를 펼치느니 그냥 적 병력과 성큰 밭을 커널로 건너 뛰어 그냥 본진을 치려는 것 같습니다. 장진 27호 28호선수들이 드론들과 소수 병력을 동원해서 막아보고는 있지만 커널이 하나라도 완성되면 순식간에 장진27호, 28의 본진은 파괴되고 말겁니다. 아아! 갑작스런 홍진풍선수의 플레이에 충격을 받았는지 장진28호선수 잠시 테이블 옆으로 미끄러지다가 다시 균형을 잡습니다."
"이러면 장진 27호, 28호들은 병력을 본진까지 돌릴 수 밖에 없죠."
"아... 엄박사님의 말씀대로 장진 27, 28호의 주 병력 중 반만 본진을 지키려고 달려갑니다."
그 급박한 장면을 보고 임요황은 이상한 것을 느꼈다. 뭐랄까? 상대 병력들이 복귀하는 그 상황이 왠지 홍진풍의 의도였다는 느낌을 받았다.
"설마..."
장진 27호의 저글링들 상당수가 본진으로 돌아가는 것을 확인한 홍진풍이 씨익 미소 지었다. 그렇다. 홍진풍은 오버로드를 이용하여 드론들을 적 본진에 미끼로 보내는 동시에, 다른 오버로드로 적 저글링의 퇴로에다 럴커를 옮겨다가 박아 놓았던 것이다. 럴커 위로 아무 것도 모르는 순진한 저글링들이 달려오는 순간, 홍진풍은 스탑상태를 풀어버렸다.
"헉!!!!!!!!!!!!!!"
장진27호, 28호의 저글링들을 향해 여섯 마리의 럴커에게서 촉수가 발사되었다. 삽시간에 아수라장이 되며 저글링들은 우왕좌앙하다가 거의 모든 병력을 잃어버렸다. 완벽한 유인책에 모든 관객들이 숨을 죽이고 바라보았다. 임요황도 홍진풍의 플레이에 전율을 느끼고 입을 벌렸다.
"그래. 경기는 저렇게 하는 거야!!! 좋아! 아주 좋아!"
이블K는 호탕하게 웃으면서 무릎을 치며 박경낙을 보았다.
"경낙이! 진풍의 싱크로율을 더 높여서 경기를 마무리 지어!"
"하지만, 홍진풍은 무리한 스케줄로 이미 몸이 안좋은 상태입니다. 무리하게 싱크로율을 높이면 몸에 무리가 올 수 있습니다."
"박경낙... 언제부터 내 명령을 거부하기 시작했나? 어서 내말대로 해."
".......... 알겠습니다. 회장님..."
박경낙은 홍진풍과 컴퓨터과의 싱크로율이 표시되어 있는 폭풍 컨트롤 리모콘을 건네주었다. 현재상태 싱크로율 78%. 이블K는 싱글거리며 증폭스위치를 눌렀다. 그 순간, 홍진풍의 헤드폰에 장착된 주사기가 작동, 그의 목덜미를 찔러들어갔다. 아주 짧은 순간이었지만 그 장면을 임요황도 보았다.
"뭐... 뭐지?"
"윽..."
홍진풍은 몸에 약물이 퍼지자 자신의 무의식에 잠재되어있던 또 하나의 자아가 깨어나고 있음을 느꼈다.
'안돼..... 이러면 안돼...'
홍진풍은 필사적으로 그 힘을 억제하려고 했지만 그로써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었다. 그는 그 강렬한 힘에 서서히 육체의 통제력을 잃어갔다. 어느 순간, 그의 두 눈이 번쩍 뜨였다.
"우워어어어어!!!!!!!!!"
싱크로율 100%... 홍진풍은 폭주상태에 돌입했다. 그의 손놀림이 빛의 속도와 같이 빨라졌다. 그의 모든 해처리, 레어, 하이브에서 장진 27호, 28호의 '저굴린대장'을 능가하는 물량들이 폭발하듯이 뿜어져 나왔다. 그 대규모 병력이 그대로 적병력을 뚫고 상대 본진까지 밀고 올라갔다. 가뜩이나 스탑럴커에 반 수 가까이 되는 병력을 잃었던 장진 27호, 28호의 적진은 금새 초토화되었다.
"아... 경기가... 경기가 끝나 버렸습니다. 홍진풍선수가 고함 한번 지르는 동안 장진 27호, 28호선수의 병력과 건물들이 피범벅이 되어 사라져버렸습니다."
눈 깜짝할 사이에 이미 경기는 끝났고 과다전송으로 인해 네트워크에 무리가 와 그 순간 경기화면이 정지되어 버렸다. 너무나 갑작스런 일이라 캐스터와 해설자들은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으아아아아아!!!!!!!!!!!!!"
적진이 완전히 파괴되어 엘리가 되었음에도 홍진풍은 이따금씩 키보드에 머리를 박고 마우스를 씹어댔다. 그러다가 갑자기 그는 의식을 잃고 모니터를 끌어안은 채 앞으로 쓰러져버렸다.
"경... 경기 끝났습니다. 홍진풍선수가 정말 믿기지 않는 완벽한 물량으로 승리를 가져갑니다! 하지만 홍진풍선수 쓰러지고 말았습니다. 지금 막 의료진이 그에게 가고 있습니다."
"이런 일이 벌써 23번째이네요. 홍진풍선수가 인간의 한계를 넘는 컨트롤을 보여준 것이..."
잠시 후 철장이 열리고 가뿐 숨을 헐떡이는 홍진풍에게 의료진과 경호원들이 다가갔다. 맞은편 장진 27호, 28호들은 물구나무를 서서 경기를 진행하느라 손에 쥐가 났는지, 머리에 피가 쏠렸는지 알수는 없지만 매우 고통스러워하며 바닥을 뒹굴고 있었다. 임요황은 수많은 사람들을 헤집고 경호원들의 부축을 받으며 경기장을 빠져나가는 홍진풍에게 달려갔다.
"진풍아! 나야 나! 기억안나니?"
"하아...... 하아........"
"나야! 너의 어렸을 때 친구!!!!!"
".....하아 하아.... 미안하지만 전 당신을 모릅니다."
홍진풍은 겨우 눈을 뜨고 임요황을 바라보았지만 모른다며 고개를 가로졌고는 이내 다시 의식을 잃으며 쓰러졌다. 그를 부축하고 있던 경호원이 홍진풍을 안아 올린 채 임요황을 밀치고 경기장을 나가버렸다. 임요황은 너무나 오랜만에 만난 친구가 자기를 몰라보고 그렇게 사라지자 그 자리에 주저앉아 머리를 쥐어뜯었다.
"진풍아! 어떻게 네가 나를 기억하지 못할 수가 있지? 우린 함께 최고의 게이머가 되기로 같이 약속했던 사이잖아! 그런데 왜 날 몰라보니!! 왜? 왜? "
"요황아! 너무 실망하지마... 그리고 저기 미리 말했어야 했는데..."
흐느껴 우는 임요황에게 주감독이 안쓰러운 듯 다가가 어깨를 토닥거려주었다.
"다음에 진풍이 만날때는 그 가면을 벗고 이야기하라구. 사실 네가 오리가면 쓰고 있으니까 나도 몰라보겠어..."
"아....!"
임요황이 다시 정신을 가다듬어 오리 가면을 벗고 일어설 때쯤, 윗 층에서 내려온 이블K가 싱글거리며 그들을 향해 걸어오고 있었다.
"여어! 오늘 경기 어땠나? 임요황! 오랜만에 친구의 폭풍같은 플레이를 보니까 떨리나?"
"이블K! 경기 중 진풍이에게 무슨 짓을 한거냐?"
"아... 뭘 말하는 거지? 난 잘 모르겠는 걸..."
"끝까지 시치미를 뗄 셈이냐! 이 나쁜 녀석!"
임요황이 온 힘을 실어 이블K를 향해 강펀치를 날렸지만, 그의 주먹은 날아가던 도중 누군가에 의해 가볍게 잡혀버렸다. 이블K의 비서실장 박경낙이었다.
"임요황선수. 신성한 경기장에서 폭력은 안됩니다."
그러자 이번에는 주감독이 박경낙의 멱살을 잡았다.
"박경낙! 네가 왜 이블K같은 녀석에게 빌붙어 있는 거냐? 너 정도면 혼자서도 최고의 게이머가 될 수 있잖아."
"상관하지 마십시오."
박경낙은 주감독의 손을 뿌리치고 뒤로 물러섰다. 박경낙의 뒤에 있던 이블K는 기분나쁜 웃음을 지으며 동전하나를 던졌다.
"두 사람은 먹을 것 살 돈도 없다고 들었다. 이제 정확하게 시합까지 16시간 남았는데, 이거나 받아들고 가서 그 동안 최후의 만찬이나 즐기라고! 하하하"
"이 녀석이 끝까지!!!!"
"황아!! 참아.... 힘을 아껴두어야지.. 그냥 나가자. "
주감독이 왼손으로 임요황의 손을 잡아 당겼다. 임요황의 몸은 분노로 부들부들 떨려왔고 그 때문에 금방이라도 그의 쫄티는 찢어져 버릴 것만 같았다. 주감독은 비록 쫄티의 상태가 걱정되어 임요황을 말리기는 했지만 이블K에 대하여 화가 치밀어 오르는 것은 그도 마찬가지였다.
다시 지상으로 올라가기 위하여 엘리베이터에 몸을 오르면서 주감독은 손에 쥐어진 동전을 꽉 쥐었다. 그것을 본 자는 아무도 없었지만 그의 강한 힘에 동전이 녹아 내렸다.
그 소란했던 언더매치 경기장도 그 많던 관객들은 하나둘씩 빠져나가자 언제 그랬냐는 듯이 금새 조용해져 적막감만이 감돌았다. 조명이 서서히 빛을 잃어가고 모니터와 스크린들이 하나 둘 차례대로 꺼져나가자 이내 경기 스크린 구석에 조그맣게 모습을 보였던 채팅 글자... save me plz........ 도 그대로 어둠 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 Ending Title - 크래쉬 "니가 진짜로 원하는게 뭐야"
사는대로 사네 가는대로 사네 그냥 되는대로 사네
사는대로 사네 가는대로 사네 그냥 되는대로 사네
사는대로 사네 가는대로 사네 그냥 되는대로 사네
사는대로 사네 가는대로 사네
니가 진짜로 원하는게 뭐야 니가 진짜로 원하는게 뭐야
니가 진짜로 원하는게 뭐야 니가 진짜로 원하는게 뭐야
니가 진짜로 원하는게 뭐야 니가 진짜로 원하는게 뭐야
내 인생의 전부를 걸어보고 싶은
그런 니가 정말 진짜로 원하던
내 전부를 걸어보고 싶은
그런 니가 진짜로 원하는게 뭐야
그나이를 쳐먹도록 그걸 하나 몰라
그나이를 쳐먹도록 그걸 하나 몰라
그나이를 쳐먹도록 그걸 하나 몰라
그나이를 쳐먹도록 그걸 하나 몰라
그나이를 그나이를 그나이를 쳐먹도록 그걸 하나 그걸 하나 몰라
그나이를 그나이를 그나이를 쳐먹도록 그걸 그걸 그걸 하나 몰라
이거 아니면 죽음 정말
이거 아니면 끝장 진짜
내 전부를 걸어보고 싶은 그런
니가 진짜로 원하는게 뭐야
<3부 끝>
*********************************
* 보너스 - 작품 속 인물 초간단 소개
1. 임요황
- 홍진풍과 동고동락하며 최고의 게이머를 꿈꾸던 봉천동 헝그리 게이머. 데뷔후 연전연승을 하지만 당시 챔피언인 김동쓰와의 타이틀매치에서 갑작스런 쇼크로 패배한 후 모습을 감춘다. 게임에 대한 두려움을 가지고 살지만 한편으론 게임에 대한 열정도 가지고 있는 열혈 청년.
2. 홍진풍
- 한때 임요황과 동고동락하던 그의 가장 친한 친구이자 라이벌. 그가 가진 멋진 매너로 인해 아마추어시절 KTF(Kind Tournament Fighter)로 불리기도 했다. 하지만 현재는 이블K의 밑에서 냉정한 게임기계(?)로 전락한 상태. 과연 그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3. 김동쓰
- 최고의 플레이로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던 최고수 게이머. 하지만 타이틀매치에서 도전자 임요황이 경기 중 쇼크로 게임계를 떠나자 그 충격으로 은둔생활을 시작한 감수성 예민한 게이머이기도 하다. 밭농사에 능하며 특히 배추농사를 잘한다.
4. 주감독
- 본명이 주온이라고 하나 확실하지는 않다. 뜻한 바가 있어 엘리트 회사를 박차고 나와 계룡산에서 3년, 지리산에서 5년간 정신수양을..... 하려고 가는 도중 우연히 바닷가에서 임요황을 본 후 막무가내로 그를 후원하기로 결심한 괴짜감독.
5. 이블K
- 한때 싸구려 컴퓨터에 비싼 요금을 받던 악덕 PC방주인. 홍진풍을 손에 넣은 후 본격적으로 게임계에 손을 뻗어 게임계의 80%를 좌지우지하고 있는 거물로 성장한다. 유명한 게이머들은 모두 그의 손에 의해 제거되었다는 소문이 있으나 확실한 물증은 없다. 혹자에 의하면 작가의 변태적인 면만을 모아서 만든 인물이라는데...
6. 박경낙
- 시원한 경락맛사지로 이블K의 총애를 받고 있는 이블컴퍼니 서열 1위의 비서실장. 차가운 겉모습으로 항상 속마음을 숨기고 다닌다. 그는 누구의 편일까?
7. 기타 인물들
박정설 - 김동쓰의 후계자. 현재는 자서전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책제목은 플토1의 정설, 가격은 3만9천8백원.
이윤혈 - 누군가가 대신 내버린 해병대 입대지원서 때문에 해병대로 가버린 비운의 게이머.
강도갱 - 이블K의 손에 놀아나는 게임계에 회의를 느끼고 떠나 현재는 술집 '대마왕'을 운영하고 있는 저그유저.
장진낭, 장진술 - 이블K에 의해 강제로 유전자조작을 당하고 쫒겨난 오리지널 게이머들. 현재는 음료수 장사 중.
장진 27호, 장진 28호 - 장진술, 장진낭의 유전자를 변형하여 만든 웃기지 않는 복제인간들.
전용줄 - 항상 힘에 넘치는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게임방송 캐스터
엄박사 - 국립스타쿠전략연구소장. 스타크 맵 연구 및 데이터 분석에서 있어 최고의 권위자
김조교 - 국제스타쿠해설 위원회 명예회원. 스타크 전술 연구분야에서 독보적인 존재.
오리옹 사장 - 이름 모름, 오리고기 잘 굽는 인상 좋은 아저씨.
* homy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3-12-01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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