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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봐도 좋은 양질의 글들을 모아놓는 게시판입니다.
Date |
2004/03/04 22:19:40 |
Name |
lovehis |
Subject |
어느 두 장거리 육상선수 이야기 - Jju편 |
어느 두 장거리 육상선수 이야기
- Jju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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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ju 이야기 -
'난 여기서 쓰러질 수 없어, 내가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데... 처음으로 내가 좋아하
는 것을 찾았어... 여기서 멈출 수는 없어, 이제 조금이야... 정말 조금 남았어. 난
아직 힘이 남아 있단 말이야, 난 더 이상 소심 하지도, 의지 박약도 아니라는 말
이야.'
멀어져 가는 Nal_rA와 Zeus의 뒷 모습을 초점 없는 눈으로 바라보던 그에게 지난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 갔다.
'소심'과 '의지 박약'... 그것은 Jju가 어린 시절부터 살아오는 동안 가장 많이 들어온
그에 대한 평가였다. 그는 항상 남보다 무엇이나 빨리 배웠고, 빠른 시간 안에 일정
수준 이상의 성과를 거두어서 항상 주의 사람들에게 놀라움을 주곤 했다. 하지만
반면에 그는 무엇을 해도 금방 실증 내곤 하여, 어느 정도 이상의 성과를 거둔 것이
없었고 단지 '조금 잘하던 애 '정도 이상의 평가는 받지 못하였다. 또한, 지극히
소심한 성격 탓에 자기 주장은 없고, 그저 남들 하는 대로 무엇이던 따라 하며, 남
앞에 나서는 것을 싫어 할 뿐만 아니라, 남의 말을 잘 거절 못하는 우유부단한 면
까지 보였다. 사실 장거리를 육상을 하기 전에 하던 권투도 그런 이유로 시작했었
다. 고등학교에 입학한 후, 그 또래 다른 아이들 보다 다부져 보이던 모습과, 조금은
강인해 보이는 인상 때문에 권투부 선배들의 약간은 강압 섞인 권유로 그는 권투를
시작 하였다. 시작한지 얼마 지나지 않은 여름 방학 무렵에는 학교 대표 선수가 될
만큼 빠른 성장을 보였고, 권투부 아니 학교 모든 사람의 기대를 한 몸에 받는
기대주가 되어 있었다. 또한 그는 그 기대에 부흥이라도 하는 듯이 입상은 하지
못했지만, 여러 대회에서 좋은 경기를 보여주며 충분한 가능성을 입증 하였다.
그렇게 시간은 지나고 2학년.. 그리고 또, 3학년... 여전히 Jju는 권투를 하고 있었
지만 학년이 올라가도 그의 경기력은 1 학년 때와는 별로 다를 것이 없는 수준 이였고,
대회 성적 역시 그 수준 이였다.
"야야... 원투.. 원투... 그래... 훅... 다시 원투.. 원투... 그래.. 그래... 자자 모두 오늘은
여기까지 하고 모두 집합. "
연습실 여기 저기 에서 각자 연습에 열중하던 선수들은 최감독의 말에 따라
최감독에게 모여들었다.
"음... 니네들도 알고 있겠지만, 얼마 있으면 전국 체전 예선이다. 오늘은 각 체급별
대표 선수를 지명 하겠다. 음.. 우선 라이트급에 철민이, 플라이급에 경철이, 라이트
급 에 민수, 미들급에 형규, 헤비급에 대수... 이상이다... 선수로 호명된 애들은
특별히 열심히 연습하고... 나머지도 기회가 있으니까 항상 준비해 두도록.. 그리고
Jju는 나 좀 보자, 나를 따라 오도록... 그럼 이상"
"네.. 감독님, 수고 하셨습니다."
"그래."
1학년 여름 이후 처음으로 대표 선수명단에 제외된 Jju는 약간은 당황한 모습으로
최감독의 뒤를 따라 감독실로 들어 갔다. 최감독은 소파 위에 널브러져 있는 권투 잡지
와 신문을 치우며 Jju에게 앉기를 권유 했다.
"여기 앉아라."
"네..."
"그래... 이번에 너무 실망 하지 말고, 그냥 후배에게 기회를 한번 준 셈 치고, 너무
상심 말아라. 너도 알겠지만, 요즘 민수가 컨디션이 너무 좋아서 그냥 두고 볼 수
없었다. 아무튼 너도 열심히 연습하고... 혹시 민수의 컨디션이 좀 떨어지면 바로
네가 나갈 준비를 해라. 알았지?"
"네..."
"그래... 그럼 이만 나가봐라."
"네... 감독님 전 이만..."
감독실에서 나온 그는 샤워장에서 샤워를 하였고, 샤워를 마치고 탈의실로
들어가려던 그의 귀에는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권투부 주장 대수와 민수의
목소리였다.
"...그런데... Jju선배는..."
"괜찮아, 그 녀석은 원래 그 녀석은 권투를 별로 좋아하지 않아. 그냥 그러려니
하고 있을 테니... 신경 쓰지 마라."
탈의실로 나가려던 Jju는 잠시 그 자리에 서서 가만히 그들의 이야기를 듣기 시작
하였다.
"설마 요? 그래도 3년 동안 해온 권투시고... 실력도 좋으시잖아요."
"그래.. 그 녀석 실력은 좋지... 하지만 그냥 좋은 정도야. 나도 예전에는 그 녀석
재능을 무척 부러워했지. 권투를 시작한지 몇 달 만에 학교 대표로 선발 되고...
그리고 대회에서도 항상 어느 정도 성적을 내고... 정말 타고난 재능이야 최고지.
하지만 그 녀석 근성도 없고, 권투를 하기에는 너무 소심해..."
"네...?"
"넌 잘 모르겠구나... Jju녀석 지금까지 몇 번이나 좋은 기회가 있었지만, 한번도
살린 적이 없었지.. 심지여는 경기에 지고도 정말 억울해 하는 모습을 본적도 없어.
또, 그 녀석 경기에는 뭔가 빠져 있지... 유리한 경기를 펼치고도 결정적인 순간이
오면 항상 멈짓 멈짓 하지... 그 소심한 성격 때문에 결정적인 찬스를 항상 놓치곤
해... 좋은 실력 일지는 모르나 좋은 선수는 될 수 없어... 그런 녀석이야. 아깝지만,
내가 그 녀석 이면 이미 권투를 그만 두었을 꺼야."
"그런...."
"아까도 봐라, 내가 그 상황 이였다면 가만히 안 있었을 걸... 하지만 그 녀석
아무 말도 안하고...아무튼... 이만 가보자.... Jju 걱정은 하지말고 열심히 해..."
생각지도 않게 주장과 민수의 말을 옅듣게 된 Jju는 주장에 말에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주장의 말은 틀린 것이 없었다. 비록 3년 동안 권투를 했
지만 그는 권투가 좋은 적이 없었다. 그냥 해온 것고, 주위의 기대로 인하여 그만
두지 못했을 뿐이지, 절대 그가 하고 싶은 일은 아니엇다. 그는 타고난 재능에 의지
하여 운동을 하였고, 패배에 대한 후회나 이기고자 하는 근성이 없었다. 때문에 그의
경기력은 항상 제자리였으며, 이젠 후배에게 그의 자리마저 물려줘야 하는 상황 이
된 것 이다.
'음... 그만 둘까? 그래... 어차피 좋아하지도 않고 내게 잘 안 어울리는 것 같아...
이제 그만 둘 좋은 기회가 온 거야...여기까지.. 그래 이정도 인 거야.'
그 날 이 후 그는 다시 연습실을 찾지 않았다. 권투를 그만둔 그는 평범한 고등
학생으로 돌아와 있었다. 아니, 그 동안 등안시 해온 공부와 그의 소심한 성격
때문에 반에서 아무런 존재감이 없는 평범 이하의 모습으로 변해 있었다. 아무런
희망도 없고 그렇다고 좋아하는 것도 없이, 그냥 멍하니 하루 하루를 보내고 있을
뿐 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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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헉...헉... 오늘은 조금만 더 달려볼까..."
오래된 버릇 때문 일까? 아니면 달리는 것이 좋아서 일까? 그는 매일 아침 일찍
일어나 새벽 조깅을 즐기고 있었다. 권투부 때도 연습은 별로 좋아하지 않았지만,
러닝을 할 때면 상쾌한 기분이 들어 즐기곤 했는데... 권투부를 그만 두면서 한동안
잊고 있다가 얼마 전부터 다시 시작 하였다. 그는 아침에 이렇게 달리는 것이
마음에 들었는지... 달릴 때면 모든 걱정이 사라지고, 모든 고민도 사라지고 그냥
행복해 지는 것을 느꼈다. 그 행복은 특별히 좋아하던 것이 없는 그에게는 조금
이상한 느낌이기 까지 하였다. 그러던 어느 날...
'Soul Winners... 뭐지 저 사람 들은. 운동 선수들 인가? 음 아마 전지 훈련 왔나
보지...좀 시끄럽군...'
몇 일 전부터 그가 좋아하는 새벽 조깅 코스에 못 보던 사람들이 달리기 시작
하였다. 운동선수로 보이는 그들은 등에 "Soul Winners"라는 글자가 새겨진 운동복
을 입고, 감독으로 보이는 사람의 구령에 맞추어 달리고 있었다.
'음... 조용한 것이 좋은데... 내일부터는 다른 곳에서 달려야겠군....'
조깅이 끝난 후 그는 항상 쉬던 공원 밴취에 앉아 조용히 숨을 고르고 있었다.
그 날 따라 유난히 맑은 하늘과 상쾌한 바람의 향기 그리고 파릇 파릇한 한 여름의
느낌이 좋아 밴취에 앉아 하늘을 멍하니 바라 보다가, 낯선 목소리에 정신이 들었다.
"학생인가?"
아까 운동하던 사람중 감독으로 보이던 30대 남자였다.
"네...."
"달리는 폼이 좋더군, 체형도 좋고... 자네 육상선수 인가? 아니면 다른 운동이라도..."
"아니요... 그냥..."
"그래, 그냥 취미로 달리는 것이 그 정도면 좋은 재능이군... 자네 이름이 뭔가?
혹시 육상 해볼 생각 없나?"
갑작스러운 제안에 Jju는 당황한 목소리로 대답 하였다.
"Jju입니다... 그리고... 전... 그냥..."
"그래... 지금 대답 하지말고... 여기 내 명함이 있으니 나중에 생각나면 연락 꼭
주게."
"네..."
그는 Jju에게 명함을 주고 다시 선수들 쪽으로 돌아갔다.
"Soul Winners... 김은동감독... 이상한 사람이군..."
그는 그 명함을 운동복 주머니에 꾸겨 넣고 이네 잊어버렸다. 시간을 흘러 Jju는
고등학교를 졸업했다. 특별히 공부를 좋아하던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열심히 한
것도 아닌 그는 대학입학에 실패를 하였고, 사회 생활을 시작 하였다. 특별히
잘하는 것도 없고, 관심 있는 것도 없는 그는 막상 졸업을 하자 막막한 상황 이였고,
그 나이의 청년들이 그러하듯이 서울에 대한 막연한 동경 이랄까? 고향을 떠나
서울로 가고 싶은 생각만 가지고 있었다.
평상시와 같은 새벽 조깅... 오늘은 날씨도 어느 정도 따듯 하고 어제 빨아둔 겨울용
운동복이 덜 말라 좀 이른 감이 있지만 여름용 운동복을 입고 달리고 있었다. 아직
차가운 겨울 바람이 조금은 매섭기는 했지만, 온몸이 땀에 젖을 정도로 달리는
그에게는 조금 고맙기 까지 했다. 조깅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던 중 그는 주머니 속에
서 느껴진 이질감에 무엇인가를 꺼내 보았다. 명함 이였다.
'누구지.... 아 그 사람...'
그 명함을 바라보던 그는 작년 여름에 있었던 일이 생각 났다. 그리고는 그리고
그 사람의 말도...
'그래... 지금 대답 하지말고... 여기 내 명함이 있으니 나중에 생각나면 연락 꼭
주게.'
Jju는 갑자기 좋은 생각이 들었다.
'서울로 갈수 있다... 그래 달리기를 좀 하면서 서울 생활에 적응하고 내가 좋아하는
것을 찾는 거야... 여기 좁은 곳 보다는 서울에는 뭔가 있겠지... 그래 뭔가 있을
꺼야...'
집에 돌아온 그는 아침을 먹은 후 수화기를 들었다.
"저... 여보세요... 거기 김은동 감독님..."
그것이 그의 육상선수생활의 시작 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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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은 다 좋은데... 너무 소심한 것 같아... 거기서는 바로 치고 나갔어야지... 그리고,
페이스 유지도 좋지만 가끔은 오버도 필요 한 것 아니야 ? 너무 안정적인 것만
찾아서는 이길 수 없다고, 기록도 그렇고.."
서울 이태원에 있는 Soul Winners의 합숙소... 벌써 1년이라는 시간 동안 그는 이 곳
에서 생활을 했으며, 이젠 슬슬 육상선수라는 인정을 받기 시작 했고, 서울 생활
에도 나름대로 적응 해오고 있었다. 하지만, 경기나 연습 후에 항상 옆에서 그에
대해 충고하는 팀 선배이자 자신보다 어린 Chojja의 잔소리는 언제 들어도 적응
될 수 없었다. 물론 그가 나름대로 Jju를 위해서 하는 소리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
기에 Jju는 항상 조용히 듣고 있기는 했지만, 선수 생활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 그에게는
별 의미 없는 말이였다.
"잘 알았어... 다음에는 꼭 그렇게 할게..."
Jju는 Chojja가 이런 말을 들어야 잔소리를 멈춘다는 것을 잘 알았고, 그의 생각
대로 Chojja의 잔소리는 멈추었다.
"그래.. 말은 잘한다... 아무튼... 난 잠시 나갔다 올게... 형이 코치님 에게 말씀 좀
해주고 있다 봐."
"그래..."
그가 속한 Soul Winners는 우리나라 육상 중장거리를 대표하는 명문 팀 이였다.
다른 육상팀과는 다르게 단거리종목 아니 투포환이나 높이뛰기 등의 필드 종목
선수들은 없고 오직 중장거리 선수들로만 유지되고 있었고, 그로 인해 선수의
숫자도 많지는 않았다. Chojja가 나간 뒤 합숙 실에는 아무도 남아 있지 않았다.
특별히 활달한 성격도 아니고, 그렇다고 서울에 아는 사람도 얼마 없고, 또한 혼자
있는 것을 즐겼기에 자유시간 에는 주로 혼자 연습실에 남아 있었다. 그 동안 Jju는
Soul Winners의 연습생으로 입단해 몇몇 대회에서 가능성을 보여 주었고, 요즘에는
정식 계약을 하여 선수로서 생활을 시작 하였다. 그리고 팀 내에서는 차세대 유망주
로 인정 받기 시작 하였지만, 그 동안 의 결과는 그가 권투를 할 때와 같았다. 여러
대회 예선에 참가 하였지만, 결과는 번번히 예선 탈락 이였다. 당연한 결과였다.
사실 Jju는 육상이 좋아서 선수 생활을 시작한 것 보다는 단지 고향을 떠나 서울로
올 수 있는 방법으로 선택 한 것 이였고, 아직까지 육상에서 그 이상의 감정은
느껴본 적이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래... 월수 200에 숙식 제공... 어때 빨리 거기 나와서 나랑 같이 생활하자. 언제
까지 달리기나 하고 있을 꺼야? 우리 생활 비록 밤에 잠을 못 자지만... 나름대로
재미도 있고 수입도 짭짭 하고... 그리고... 아무튼 여기서 결정 해라."
Jju는 오랜만에 고향 친구의 연락을 받고 그를 만나고 있었다. 그 고향친구는 Jju
에게 팀을 떠나 자신과 일을 할 것을 권유 하였다. 나이트클럽 웨이터... Jju에게
있어서는 조금 거리가 먼 직업 이였지만, 나름대로 보수도 괜찮고 무엇보다 지금
하고 있는 육상이 그에 마음에 없었기 때문에 구미가 당겼다. 그는 친구에게 몇일 시간
을 달라고 말을 한 후 그는 합숙실로 돌아 왔다. 그리고 몇 일 후 그는 그 동안 정들었던
합숙실을 떠나 새로운 웨이터라는 새로운 직업을 가지게 되었다.팀원들은 조금 서운한
모습으로 그를 보냈다. 특히 Chojja는 거의 욕설에 가까운 말로 그를 돌이키기 위해서
노력 했지만 그에게는 아무 소용 없었다.
몇 달이 지나고 Jju는 나이트클럽 웨이터로써 나름대로 행복하고 자유로운 생활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여전히 그는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찾을 수 없었다. 단지 즐기는
생활, 그것은 그가 바라는 그 무엇인가는 될 수 없었다. 하루 하루 무의미 하게 지나
가는 것이 이젠 Jju에게는 일상이 돼버려 그 동안 꾸준히 하던 새벽 조깅이나 운동
같은 것 조차 그는 하지 않고 지냈다.
"어... 수고 했고, 다들 알다시피 내일부터 1주일 간은 우리 클럽 내부 공사가 있으
니 집에서 쉬고... 그럼 다음주에 보자."
하루가 또 지났다. 그리고 내일 부터는 오랜만에 휴가 아닌 휴가... 사실 이 일을 시작
한 후에 그는 변변한 휴가도 한번 보낸 적이 없었으며, 휴일 날도 그 전날 밤의 피로
때문에 잠으로 보내기 일수 였다.
"야... Jju, 너 뭐하고 보낼 거니? 내가 계획이 있는데.... 얼마 전에 쌈쌈한 애들 좀
건졌거든... 같이 며칠 스키나 타고 올래?"
Jju는 잠시 생각하다가 대답 했다.
"아니... 괜찮아 난 오랜만에 고향이나 다녀 갔다 오려고...."
"그래... 고향이라... 그럼 잘 다녀와라..."
휴가가 시작 되고 Jju는 그의 말처럼 고향으로 내려 갔다. 오랜만에 와보는 고향은
그에게 편안함을 주었다. 하지만 서울 생활과는 다르게 좀 일찍 시작된 밤 때문 이였
을까? 아니면 잠자리가 낯설어 서였을까? 그는 평상시와는 다르게 일찍 잠에서 깨어
났다.
'휴... 몇 시지... 5시... 너무 이른걸... 평소 같으면 이제 잘 시간인데... 뭘 할까?'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마당에 있는 아침신문을 가져와 읽기 시작 했다.
'정치라... 관심 없지... 경제... 와 돈 많은 사람 많이 있네... 문화.... 스포츠.... 어...
Chojja네... MBCSports배 마라톤 준 우승... 와 Chojja 이 녀석 많이 컸네...'
신문에서 친구의 얼굴을 보자 그는 좀 어색한 느낌을 받으며 기사를 읽었다. 그리고
갑자기 오랜만에 달리고 싶다는 충동을 느꼈다.
'그래 오랜만에 좀 달려 볼까?'
아직은 추위가 가시지 않은 겨울 이였지만, Jju는 천천히 달리기 시작했고, 곧
몸이 풀리면서 땀이 흐러 내렸다. 방금 전 까지 춥게만 느껴졌던 바람이 이네 시원한
느낌으로 변했고, 그는 이유를 알 수 없는 행복한 마음이 들었다.
'헉...헉...헉.... 이거 오랜만에 달리니까 힘들군... 얼마 달리지 않았는데... 그래도
좋은데....'
일주일의 휴가기간 동안 그는 매일 아침 조깅을 하였고, 예전만큼은 아니었지만
몸도 가벼워 지는 것을 느꼈다. 이렇게 짧은 휴가는 끝나고 다시 서울로 돌아왔다.
평상시와 같이 늦게 일어난 오후... 그는 오랜만에 티브이를 키고 여기 저기 채널을
바꾸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러던 중 그의 눈에 마라톤 중계가 눈에 들어왔다.
이미 중반을 넘어선 마라톤 레이스... 그는 눈을 돌릴 수가 없었다. 달리고 있는
선수들의 숨소리 그리고 그들이 고통스러워 하는 모습... 그 모든 것이 그의 눈에
들어왔다. 아니 마치 첫눈에 반한 것 여인의 모습처럼 그이 가슴에 들어왔다. 그는
숨쉬는 것도 잊을 만큼 정신 없이 그 모습을 보았다. 경기가 끝나고 정신을 차렸을
때, 그는 알 수 있었다. 그 자신이 드디어 좋아하는 것을 찾게 되었다는 것을... Jju는
그 길로 Soul Winners 합숙소로 찾아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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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된다... 넌 근성이 없어. 그리고 마라톤이라는 것은 그렇게 쉬운 게 아니야... 한
번 그만둔 녀석은 또 그만 두게 되어 있어. 이만 포기 하고 하던 일 계속 해라..."
Jju는 김감독에게 팀에 복귀 하고 싶다는 부탁을 했지만, 김감독은 그의 말을 단번에
거절 하였다.
"네가 재능이 있다라는 것은 인정한다. 나도 그 재능이 아깝다고 생각하고... 하지만
너의 그 성격과 근성은 너도 잘 알 거다. 너 같은 놈은 마라톤을 할 수도, 할 자격도
없다."
김감독의 단호한 거절을 들은 Jju는 어쩔 수 없이 발걸음을 돌리기 시작 하였다.
바로 그 때 갑자기 Chojja가 들어왔다.
"감독님... Jju형이 팀에 돌아오지 못하면 저도 다른 팀으로 갈 거에요. 감독님도
Jju형의 재능을 인정 하시잖아요... 한번만 기회를 주세요, 네...."
갑자기 들어온 Chojja의 협박에 가까운 말에 김감독은 당황 하며 말했다.
"그래도.. 안 되는 것은 안되..."
"그럼... 감독님... 전 Jju형이랑 다른 팀을 알아봐야겠습니다. 안녕히 계세요 감독님,
그리고... 형 다른 팀 알아보러 가자..."
생각이상으로 Chojja가 강하게 나오자 김감독은 적지 않게 당황 하였다. 이런 문제
로 Chojja가 팀을 떠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것은 김감독도 잘 알고 있었지만, 사기를
위해서 현재 팀에서 가장 성적인 좋은 Chojja가 이렇게 강하게 주장하는 의견을
물리칠 수 도 없었다.
"잠... 잠시만... 그럼 이렇게 하자 몇 달간 Jju는 그 전처럼 연습생으로 생활을 하고,
그 동안 평가를 해서 다시 결정 하기로... 어때 Jju?"
Jju는 밝은 표정으로 대답 하였다.
"네... 감사합니다. 감독님..."
이렇게 Jju는 다시 육상선수로서의 시작을 하였다. 몇 달간의 공백으로 그의 몸은
굳어져 있었고, 체력은 떨어져 있었지만, 그의 재능은 사라지지 않았다. 그는 곧
다시 예전 페이스를 되찾았고 점차 기록도 좋아지기 시작했다. 처음으로 좋아하는
것을 하게된 Jju는 정말 모든 노력을 다하였고, 그는 달린다는 것의 행복함을 가슴
속으로 느끼기 시작 했다. 하지만 그의 대회성적은 항상 바닥권 이였다. 그는 소심한
성격으로 인하여 경기 운영을 제대로 하지 못했고, 그 보다 기록이 좋지 않은 선수들
에게 까지 추월 당하기 일수였다. Jju는 처음으로 승부에 지는 것이 억울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고, 그 억울함에 그는 더욱 열심히 노력하였지만 그에게 기회는
예전처럼 찾아오지 않았고, 그는 처음으로 승리에 대해 조급해 지기 시작했다.
"음... 지금은 비록 우리 팀에는 없지만 Chojja와의 약속으로 인해 너를 연습생으로
받아 주었고... 그리고 너도 많이 노력 하고 있다는 것은 나도 잘 알지만... 그래도
이젠 우리 팀 사정도 진짜 어렵다는 것은 너도 알지? 이번이 OnSports.net배 가
마지막 기회다 이번에도 예선 통과 못하면 넌 그만 고향으로 돌아가라... 알았지."
예상은 했지만 김감독의 말을 들은 Jju는 고민에 빠졌다. 어떻게 하면 이길 수
있을지.. 이긴다는 것은 그에게는 어려운 일이었다. 지난 살아온 시간 동안 그에게
승리는 익숙하지 않는 것이었다. 사실 이기는 방법도 잊어먹었는지 모른다. 그리고
OnSports.net 예선 대진이 나왔다. 이미 실력은 A급인 그에게 1~2차 예선은 문제가
아니었다... 하지만, 최종예선.. 그와 같은 조에는 마라톤의 황제라 불리는 Boxer
가 있었다. Jju는 Boxer와 같은 조 라는 것 만으로 절망 하였다. 그의 마음속에
Boxer는 이길 수 있는 상대가 아니었을 뿐 아니라, 그와의 경기에서 완주할 지신도
없었다. Boxer는 상대의 페이스를 흐트러트리는데 천부적인 능력이 있었고,
그렇기 때문에 그와 같이 달리는 선수들은 대부분은 자신의 능력을 보여주기도 전
리타이어를 하기 때문이다. 그런 걱정에 빠져있던 그에게 오랜만에 전화가 왔다.
다른 팀으로 이적한 Chojja였다.
"형... 이젠 달리는 것 좋아한다며... 달리면서 맞는 바람이 좋다며... 그럼 그 바람
만 생각하고 달리는 거야, 형이 요즘 달리는 것을 보면 너무 생각이 많은 것 같아.
이기려는 생각 뭐 그런 것들....하지만 형...그런 생각 하지마... 그런 것은 이기는데
아무런 도움을 주지 않아. 승부는 생각하지 말고... 아무 생각 하지말고, 아무
걱정 하지 말고 그 바람에 녹는 거야... 그럼 분명 이길 수 있을 거야. "
'바람에 녹는다... 바람에 녹는다....'
Jju는 그 말이 좋아졌다. 사실 그 동안 그는 너무 승부에 열중한 나머지 달리는
것의 기본을 잊고 있었다. 달린다는 것을... 달린다는 것의 즐거움을 잊고 오직
남보다 한발자국 이라도 빨리 달린다는 것에 정신을 빼앗겨 자신을 잊고 있었던
것 이다. 달리 다는 것의 즐거움을...
'그래... 달리는 것은 즐거운 일이야... 승부는 그 다음이고. 남과 승부를 하는 것이
아니라 내 안에 있는 나와 승부를 하는 것이야... 그래 고마워 Chojja...'
Chojja의 말을 들은 그는 이제 승부와는 상관없이 자신만의 경기를 할 수 있을 것
같았고, 그 결과 이번 OnSports.net 예선전 최고의 이변이라고 말해지는 결과를
거두며 결선에 올라섰다.
하지만 이것도 끝인가? 멀어져 가는 Nal_rA와 Zeus의 뒷모습을 보면서 그는
또 다시 절망에 수렁으로 빠져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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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이 만들어가는 이야기 -
'일어나야 해... 일어나야 해... 이렇게 쓰러져 있을 수는 없어...'
약간의 휴식 때문이었을까? 정신 없이 쓰러져 있던 그 둘은 이제 서로를 바라 보았
다. 서로의 지쳐 쓰러져 있는 모습을 본 그들은 마치 거울을 보고 있는 것아 조금은
서글픈 생각까지 들었다. 뭔가 실망한 표정과, 슬픈 얼굴 그리고 심하게 지쳐있는
모습으로 서로를 바라보다가 이네 고개를 떨구었다. 그들은 자신의 그런 모습이
정말 보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마음속으로 패배자의 모습으로 쓰러져 있는 자신을
떨쳐 버리고 싶었다. 이미 2위권을 형성하던 그룹 들은 그들을 스쳐 지나가기 시작
했고 그들은 다시 순위권에 들어설 가능성이 없어 보였지만, 그들은 패배자의 모습
을 한 자신에게서 멀어지고 싶었을 뿐이다.
'일어설수 있어... 난 다시 달릴 수 있어...그래... 그래... 조금만... 조금만...'
누가 먼저였을까? 그들은 일어나 달리고 있었다.
"아... 쓰러져 있던 SC와 Jju선수 다시 일어나 달리기 시작 하는군요... 대단하군
요... 원래 저렇게 한번 쓰러지면 다시 일어나기 어려운 법인데... 대단한 정신력
입니다."
"네 그렇습니다... 원래 실력에 비해 근성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았던 Jju선수
근성을 보여 주네요. 그리고 SC선수 난 잔기술뿐만 아니다 라는 것을 보여
주고... 이미 선두권에서는 멀리 떨어졌지만... 저런 상태로 완주만 한다고 해도
정말 대단하다고 할 수 있죠."
중계진들의 말처럼 레이스 중반 이후, 특히 이렇게 거의 종반에 들어서 쓰러진 후
다시 달린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이미 그들의 체력은 바닥이 난 상태였고,
넘어져 있는 동안 쉼의 달콤함을 몸이 알아버렸기 때문에 다시 일어난 다는 것은
인간의 의지만으로는 불가능에 가까운 것이었다. 하지만, 그들은 다시 달리기 시작
하였다.
'헉...헉... 어떻게 일어설 수가 있었지 이 녀석? 아직 체력이 남아 있었나? 근성
없는 녀석이라는 말을 들었는데... 헉..헉....아닌가?'
SC는 Jju를 보고며 생각 했다. 그가 듣기에는 Jju는 근성이 떨어지고 소심하여
마라톤선수로는 부적격 하다고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지금 자신의 옆에서 달리
고 있다는 것을 보고는 그에 대한 평가가 잘못 되어 있다고 생각 했다.
'헉... 헉... 이 녀석 어떻게 된 거야? 체력이 떨어져서 주법을 바꿨다더니... 그게
아니잖아... 이 녀석 대단한데..'
'체력이 떨어지다니? 그게 무슨 말이야? 나로 말하자면.... 헉... 이건 뭐지?'
둘은 당황한 얼굴로 서로를 바라 보았다. 갑자기 서로의 생각이 서로에게 들린
것 이다. 환청 이였을까? 인간의 한계를 넘어선 무엇? 아니면 기적? SC는 다시
한번 용기 내어 Jju에게 말을 해 보았다.
'이봐... 들려? 이봐... 들리느냐고?'
'그래... 들린다.. 왜? 그런데 뭐야 이거?'
잠시 동안의 어색한 침묵이 흐르고, 먼저 SC가 말을 꺼내었다.
'이게 어떻게 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말이 통하는 것 같군...'
'그렇군...'
다시 어색한 침묵이 흐르고, SC는 아까 궁금하게 생각 했던 것을 Jju에게 물어
보았다.
'그건 그렇고, 넌 어떻게 다시 일어설 수 있던 거지? 거의 불가능한 일이잖아.'
'그냥... 네 모습을 보니... 마치 내 모습 같아서 조금 한심해 보이잖아 그래서 도망
치고 싶어서 일어섰지... 그런 너는?'
'나도 그랬는데... 우리는 같은 생각을 하고 있던 거구나... 그런데 넌 왜 달리니?
이렇게 힘든데.. 그냥 쉴 수도 있었잖아.'
'아니 그렇게 하고 싶지는 않아. 난 달리는 것이 좋아. 태어나서 처음으로 내가
좋아하는 것을 알았어... 이 즐거움을 조금 더 느끼고 싶어.... 조금 더.... 그러는 넌?'
'아... 나 말이야... 난 주위 사람을 실망 시키고 싶지 않았어. 내가 여기서 쓰러지면
날 믿고 응원해준 사람들에게 너무 미안 하거든... 내 이기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는데... 중간에 포기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더 미안하잖아... 그것뿐이야.'
SC의 대답에 Jju는 당황한 듯 물어보았다.
'야... 그럼 단지 그 것 뿐이란 말이야? 그것 때문에 그렇게 많은 사람들의 비난을
참아가며 그런 주법을 쓰고... 그렇게 이겼단 말이야? 네가 좋아하는 것도 아니고,
주위 사람들을 위해서....'
'뭐.... 사실은 그것만은 아니고... 사실 난 너처럼 재능이 뛰어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테크닉이 뛰어난 것도 아니고... 내가 이길 수 있는 최선을 찾은 거야.'
Jju는 SC의 대답에 고개를 끄덕이며 말하였다.
'그렇구나... 난 내가 부럽다... 난 사실 근성이 없어서... 잘 이기지 못하거든...
그리고 소심하기도 해서 승부에 좀 떨어지고... 너처럼 그렇게 이기는 방법도
잘 모르겠어....'
'어... 그래... 너... 달리기 좋아한다며? 그럼 달리는 것 이지 이기는 방법이 어디
있니? 이기는 방법? 그런 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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