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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3/07/14 17:28:03
Name 라울리스타
File #1 872909565_80256948_d.jpg (174.3 KB), Download : 56
Subject [일반] 오쿠다 히데오의 [스무 살, 도쿄]


개인적으로 책의 저자인 오쿠다 히데오를 좋아합니다. 힘이 들어가지 않은 간결한 문체는 쉽게 읽히게 해주지만, 세심하고도 탁월한 심리 묘사는 다 읽고 난 이후에 가슴에 무언가를 여운이 남게끔 해줍니다. 아마 오쿠다 히데오의 여러 작품들 중에서도 '스무 살, 도쿄'는 이러한 특징이 가장 제대로 발휘된 작품이 아닌가 싶습니다.


책의 주 내용은 18살에 시골인 나고야를 떠나 단순히 '도쿄의 시티보이'가 되고 싶은 마음을 가지고 도쿄에서 재수생활을 시작한 주인공 '다무라 히사오'의 성장기입니다. 80년대 일본과 세계를 강타한 '존 레넌 사망', '캔디스 해체 공연', '나고야 올림픽 유치 실패', '베를린 장벽 붕괴' 등과 같은 6개의 사건들이 발생한 날에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풀어내면서 약 12년 간의 세월 동안 주인공의 성장기를 묘사합니다. '워크맨', '카폰'과 같은 첨단 전자기기와 당시 일본의 유명한 스포츠인, 연예인 등과 같은 특유의 디테일한 묘사는 독자가 그 시절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하더라도 마치 그 시절에 들어간 듯한 느낌을 받도록 해줍니다. 따라서 책을 읽는 즉시 후딱 한 권을 다 읽게 됩니다.


또한 그 시절에 누구나 다 해본 고민들이 묘사되어 있습니다. 대학 초년생때 여자의 마음에 대해 잘 알지 못했던 둔감쟁이의 풋사랑부터 시작해서, 아버지의 사업 실패로 인한 자퇴와 그로인한 강제 취업, 자신에게 프라이드를 가지고 있지만 더 유능한 사람들에 대한 두려움, 결혼 적령기
때 결혼에 대한 여러가지 생각들, 그리고 마지막엔 버블경제 시대에 돈과 세상에 찌든 사장과 일을 한 이후에 동창들과의 마지막 20대 모임에서 '청춘은 끝났고 인생은 시작된다'라며 사장 못지 않게 변해가는 자신들의 꿈을 점차 거둬가는 모습을 보여주지요. 어떠한 해피엔딩도 없이 '사는게 다 그런거야'라는 느낌의 작가의 담담한 끝맺음은 현실에 대해 체념하는 듯 하면서도, 그래도 세상은 살만하다는 메시지를 주는 듯 합니다.


이미 군 시절에 한 번 읽어본 책인데, 최근에 구매해서 다시한 번 읽었습니다. 제가 이 책을 가장 재미있게 읽은 이유는 주인공인 '다무라 히사오'의 행동과 생각들이 저와 너무나 비슷하게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아니, 저 뿐만 아니라 아마 대한민국에 사는 '지극히 평범한' 20대 남자라면 다들 비슷한 생각을 하실 겁니다.


10대 때만 하더라도 그저 별다른 생각없이 하루하루를 보내는 질풍노도의 시기를 지나왔습니다. 20대에 접어든지 벌써 어연 7년차, 그 동안 10대때는 겪지 못한 많은 일들이 스쳐지나갔지요. 대입에 실패해서 재수를 시작했으며, 때론 너무 둔감해서, 때론 너무 열렬히 좋아해서 실패했던 사랑도 있고, 부모님의 사고로 인하여 대학교를 그만둘 뻔 하여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했던 적이 있으며, 또한 군대에 있으면서 사회에서 보지 못한 좋은 사람, 이상한 사람들을 겪어보기도 하고, 학교에 다니며 저보다 훨씬 더 여러모로 나은 친구들을 보고 좌절아닌 좌절을 했던 적도 있습니다. 그리고 이번 4-1학기에 '예비 취업 전쟁'이라 할만한 인턴십에서 서류, 인적성, 면접의 몇 차례 탈락의 쓴 맛을 맛보기도 했지요.


이러한 몇 차례의 좌절들로 인하여 과거보다 성장한 부분도 분명 있지만, 전체적으로 계속해서 '현실주의자'로 변해가지 않았나 싶습니다. 아직 젊디 젊은 나이인데, 어떤 일이든 순수한 마음보다는 내가 손해를 볼지 안볼지에 대해 계산해가기 시작했습니다. 분명 잘못한 일임에도 자기합리화와 남 핑계를 대는 횟수가 늘었으며, 어느덧 세상에 대한 냉소적인 시각과 다른 사람에게 다가가는 것에 대한 꺼려움도 많이 늘었습니다. 어렸을 때 즐겼던 취미들은 '이제 어린애들 놀이야'라며 하나하나 포기하기 시작합니다. 어린놈이 벌써부터 늙은이가 된 마냥 행세를 한 것이죠.


이런 저의 모습을 보고 주변의 다른 사람들은 이야기 합니다. 그래도 너 정도면 빨리 철들고, 행복한 case다. 몇 살땐 연봉 얼마를 받고, 어느정도 직장에 다니는 여성을 만나서 언제 결혼하고...이러면 그래도 남부럽지 않게 살거다.


그러나 이 책을 보며 다시한번 생각하게 됩니다. 20대의 여러 경험들은 '현실주의자'가 되라는 것이 아닙니다.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인생을 가장 잘 즐길 수 있는 자신의 위치를 찾아가는 것이라구요. 평범한 사람들에겐 조금이라도 자신의 욕망을 즐기려 하면, 레이스에서 뒤쳐지게 되는 것이 우리나라의 현재 현실입니다. 그래도 이제는 조금 마음을 열어 즐기면서 살아보려 합니다. 세상은 즐길면서 살 가치가 있으니까요.


현재 20대이거나, 20대를 향수하고 싶은 30, 40대에게 이 책을 조용히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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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actice
13/07/14 17:47
수정 아이콘
하지만 저희는 히사오처럼 가만 있어도 여자가 절로 생기지 않잖아요.... ㅠ.ㅠ 흐흐 저도 오쿠다 히데오 참 좋아합니다. 다만 좋은 글과 그렇지 않은 글(나쁘다고는 할 수 없지만, 매너리즘이 느껴지는)의 편차가 좀 큰 작가더라고요.
자기 사랑 둘
13/07/14 17:54
수정 아이콘
예전에 군대에서 공중그네 읽고 이 작가의 작품 나중에 한번 더 찾아서 읽어보야지 하고 마음 먹었었는데...
2008년쯤인가 한참 더운 여름이였는데 가족여행가서 쉴때 어머니가 책 한권 권해주시면서 이거 읽어봐라 하시면서 주신 책이
[스무 살, 도쿄]였습니다. 이 책 읽고 어머니 20대때의 이야기, 그리고 사춘기 시절 이야기를 나누면서 내적으로 굉장히 많이 성숙하게 된 계기가 아닌가 싶습니다.
Cynicalist
13/07/14 18:47
수정 아이콘
히데오 작품들이 재미있죠 소소하게 웃긴 부분도 많고

무엇보다 진중문고에 한권씩 껴있었...
13/07/14 18:51
수정 아이콘
저도 예전에 도서관에서 챙겨봤던 기억이 나네요.
개인적으로는 책들도 그렇지만 일본드라마 보면서 [꿈의 캘리포니아][허니와 클로버] 남주에게 묘하게 감정이입이 되던 기억이...
가나다라마법사
13/07/14 19:05
수정 아이콘
좋죠. 좋아하는 작갑니다.
어제 소문의여자 사왔어요. 기대하고 있습니다.
냉면과열무
13/07/14 19:12
수정 아이콘
내일 서점에 가서 읽어보고 구입해야겠어요. 추천 감사합니다.
루크레티아
13/07/14 20:10
수정 아이콘
가볍고 통통 튀는 것. 그것이 오쿠다 히데오의 매력이죠.
무거운 이야기도 가볍게, 하지만 절대로 유치하지 않게 이야기 하는 재주를 지닌 사람입니다.
13/07/14 21:04
수정 아이콘
제가 가장좋아하는 일본작갑니다

무조건 추천!
13/07/14 21:59
수정 아이콘
감사합니다. 아주 좋아하는 작가에요. 야구 좋아하는 것도 좋구요. ^^ 개인적으로 히데오의 최고 작품은.. [마돈나] 라고 생각합니다. 응?? 그 제목이 맞나???
Practice
13/07/14 23:46
수정 아이콘
저도요! 마돈나 읽기 전에는 남쪽으로 튀어가 원탑이라고 생각했는데, 마돈나 읽은 뒤로는 투탑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흐흐
시크릿전효성
13/07/15 09:10
수정 아이콘
일본소설(특히 오쿠다나 요시다 슈이치)을 너무나도 좋아합니다.
큰 쓰나미 같은 감동이 아니라 잔잔하게 여운이 남는다랄까요?
문체도 간결하고, 많은 분들에게 추천하고 싶습니다.
제리드
13/07/15 11:15
수정 아이콘
이거 진짜 재밌게 봤는데
똥꼬쪼으기
13/07/15 12:57
수정 아이콘
좋은책 추천해주셔서 감사해요~
이런글 보면 너무나 읽고싶어서 지르는데 막상 책이 도착하고나면 책장에 손이 안가는건... 저만 그런가요??

책 지름신 받아서 질러놓고 진작 본거는 20%도 안되는듯... ㅠ_ㅠ

이번 여름에 한번 읽어보겠습니다.
13/07/15 20:16
수정 아이콘
저도 참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마지막부분의 "그럼 청춘이 끝나고, 이제 인생이 시작되는건가?"(기억이 가물가물..)
하는 부분도 참 좋은 대사라고 생각합니다. 강추하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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