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모든 일에는 다 음과 양이 있는 법...
영화를 고른 내 손목아지를 오함마로 내리치고 싶은 영화가 있다면 반대로 언제 봐도 감동의 도가니탕을 국물까지 쭉 들이키게 만드는 "나만의 걸작"도 있게 마련입니다...

극장 개봉 시 혹시나 간판 빨리 내릴까 싶어서 여러 번 내 돈 내고 관람했을 뿐만 아니라 OCN에서 해줄 때 마다 보고 또 인터넷에서 여러 번 다운 받아 보고 DVD, 블루레이 일반판, 한정판 다 사고 방에 포스터도 붙여놓고 언제, 어디서 봐도 그 감동의 정도가 줄어들지 않은 작품들 말입니다...

이런 작품들은 남들도 다 인정하는 유명한 영화들일 수도 있겠지만 의외로 남들은 잘 모르고 나 혼자서만 발견한 독립영화같은 작품들도 해당 될 수 있겠지요...

여러분들에게는 어떤 작품이 그런 작품입니까?...^^



[터미네이터 2: 심판의 날]


"더 크게, 더 많이, 더 세게"라는 속편의 법칙을 제대로 살리는 영화들은 의외로 적은 편입니다...
그런 면에서 영화산업만큼 "형 만한 아우 없다"라는 속담이 잘 적용되는 분야도 별로 없을 것 같습니다...
전편이 성공을 거두게 되면 대개 더 많은 제작비를 쏟아붓고 더 화려하게 만들어서 더 큰 흥행을 기대하지만 대개는 전작의 재기발랄함은 다 사라져 버리고 우악스러운 물량 공세만이 스크린에 잔상을 뿌리면서 관객들을 씁쓸하게 만들곤 하는데 이런 속편의 법칙을 멋지게 깨뜨리면서 SF 영화의 걸작으로 남은 영화가 있습니다...예, 바로 [터미네이터 2: 심판의 날] 이지요...

재미와 감동을 이렇게 잘 버무릴 수 있는 영화는 정말 흔치 않은 것 같습니다...이 터미네이터 2는 그 두 가지 요소의 균형을 아주 절묘하게 잡은 것 같습니다...아놀드의 최 전성기이기도 하고 개인적으로 제임스 캐머런 감독 최고의 작품이 아닌가 합니다...액체처럼 여러가지 형태로 몸을 바꿀 수 있는 T-1000의 등장은 정말 심장이 쪼그라드는 것 같은 공포감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습니다...그리고 마지막의 그 용광로 입수(?)신은 진짜...

요즘 리부트 영화들이 많이 나오고 있는데 진짜 리부트 되야할 0 순위의 영화가 바로 터미네이터 시리즈가 아닌 가 합니다...
더 이상 [터미네이터]이름에 먹칠만은 말아주었으면...



[살인의 추억]


봉준호 감독의 [설국열차]가 어떻게 나올 지는 모르겠지만 아직까지는 봉 감독 최고의 작품은 역시 [살인의 추억]이라고 해야겠지요...80년대 우리 사회를 뒤 흔들었던 화성지역 연쇄살인사건을 소재로 해서 단순한 범죄 스릴러물이 아니라 그 당시 한국 사회 시스템의 우습고도 씁쓸한 자화상을 잘 투영시켜서 관객들의 공감대를 불러 일으켰던 것으로 기억합니다...소위 말하는 "웰 메이드 영화"의 시초가 된 작품이기도 하지요...이 영화는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호평을 많이 받았고 해외 봉준호 감독의 팬덤을 형성시키는데 지대한 역할을 한 작품이기도 합니다...

이 영화 속에는 주옥같은 장면들이 많은 데 특히 시작부의 논에서 벌어지는 롱테이크 샷이나 후반부에 김상경, 박해일의 터널 장면 역시 명 장면으로 손꼽히고 있습니다...주, 조연 할 것 없이 고른 연기를 보여주고 있고 지루할 틈 없는 편집 역시 봉 감독 최고의 작품으로서 손색이 없습니다...개인차가 있겠습니다만 저는 봉 감독의 후속 작들인 [괴물]이나 [마더]는 [살인의 추억]보다는 떨어지는 작품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천장지구]


이 영화는 객관적인 “명작”이라든가 하는 것과는 거리가 먼 소위 말하는 “나만의 영화”계열에 속하는 작품이라고 하겠습니다. 이 영화를 처음 본 게 대학 1학년 때인 것으로 기억하는데 딱 그 시기의 감성에 잘 들어맞는 작품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3류 건달과 부잣집 외동딸의 사랑이라는 전형적인 “미녀와 야수”스토리인데다가 영화 곳곳에 남자 세계의 “의리”라고 하는 이제는 조금 낯간지러운 주제의식이 드러나는 신파 가득한 영화이지만 그 당시 저에게는 “그래 저것이야말로 진정한 사나이의 인생이지…이 버러지만도 못한 나의 삶이여!...”를 외치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 영화였습니다. 무릇 배우라는 사람들이 우리 같은 일반인들보다 미모 수준이 훨씬 더 뛰어난 집단이라고 본다면 영화 속의 유덕화의 모습은 10대 후반이나 20대 초반 남자가 꿈꾸기에 딱 이상적인 그런 모습으로 나온다고 보면 되겠습니다…쌍코피 장면, 눈물의 맨발 웨딩 드레스 러닝 장면에 심금(?)을 울리는 영화 주제가까지…

지금은 일부러라도 이 영화를 보지 않고 있는데 이제 와서 이 작품을 다시 본다면 그 때의 감성이 살지 않음은 물론이고 그 유치함에 그 때의 좋았던 추억마저도 다 퇴색될까 바 걱정스럽기 때문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