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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03/09/22 05:43:15 |
Name |
신문종 |
Subject |
[스타소설] 유리장갑 - 1 - |
오옷, 이제야 글이 써지는군요!
한달을 꼬박 기다렸습니다. 아아, 너무 기뻐요...!
제 첫 글은 예전부터 꼭 써보고 싶었던 스타크래프트 소설입니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유리가면'이란 만화의 패러디 이구요, 그냥 웃기려고 쓴 글이니 스타크래프트
게임상의 설정은 과장되거나 틀린 부분이 많습니다. 하지만 나름대로 여러 전문가들에게
조언을 구하고 쓰는 글이니 크게 눈에 거슬리지는 않으실거예요 (혹시 그러더라도
너그러이 이해를...^^)
조금 relax한 마음으로 즐겁게 보아주세요 ~~
유리장갑(1) - 천의 손가락을 가진 소년 -
스타크래프트계 환상의 빌드 '6드론 울트라 빌드'의 부활을 지향하는 최각희
는 평범한 소년 마동탁의 무한정한 재능을 한 눈에 간파하고는 그를 후계자로
키우기 시작한다.
한편 15세에 벌써 스타의 천재라고 불리워지는 안유미도 부모의 후광을
뛰어넘을 만한 '6드론 울트라 빌드'에 몰두하게 되어 두 사람은 영원한
라이벌이 된다.
그리고 최각희의 계획을 방해하는 대동 게임방과 주위의 음모 -
환상의 빌드 '6드론 울트라 빌드'를 둘러싸고 다양한 인간들의 욕망이
격돌한다.
만인의 가슴을 허탈함으로 고동치게 하는 게임 로맨스 대작 '유리장갑'
스타트!
. . . . .
마동탁은 언뜻 보기엔 평범한 소년이었다. 결코 잘생겼다고는 할 수
없었고 성적 또한 좋지 않았다.
아버지는 돌아가시고 엄마는 자그마한 짱깨집의 보잘 것 없는 더부살이
종업원.
하지만...
이 작은 소년의 가슴속에 뜨겁고 격렬하게 타오르는 불꽃을...
누가 알고 있었을까.
제 1부. 천의 손가락을 가진 소년.
서울 염창동 뒷골목.
그곳에서 소년의 꿈은 용트림하고 있었다.
허름한 짱깨집에서 우렁찬 목소리가 흘러 나왔다.
"다녀왔습니다."
하지만 그에 대꾸하는 목소리는 결코 곱지 않다.
"이녀석! 뭘 꾸물대고 있어! 학교가 끝나면 냉큼 집으로 오라고 했잖아!"
찢어질 듯 한 엄마의 목소리를 주인집 아저씨가 끊었다.
"아아, 하연씨 됐어요. 동탁아 배달 부탁한다."
"네, 어디죠?"
"남북 게임방에 짬뽕 셋."
주인집 아저씨의 말을 들은 마동탁의 얼굴이 환해졌다.
전에 없던 생기가 돌고 있었다.
"남북 게임방!"
부리나케 달려나가는 마동탁의 뒷모습을 보며 주인 아줌마는 아저씨를 나무란다.
"안돼! 저애에게 게임방 배달만은 안된다고 했지?"
"아.. 그랬던가."
한편 배달을 나간 마동탁은 게임방에 짬뽕을 배달 시킨 후 주변을 두리번 거리고
있다.
게임방 여기저기에선 스타크레프트 게임이 한창이다.
마침 현란한 손놀림을 보이는 한 소년의 뒤에서 마동탁은 눈을 때지 못했다.
'조금만, 조금만... 곧 돌아갈거야.'
주인집 아주머니와 엄마의 불호령이 무섭기도 했지만 자꾸만 눈길이 가는 것 만은
마동탁으로서는 어쩔 수가 없었따.
뛰어다니는 질럿들, 저글링들...
게임은 금방 소년의 승리로 끝났고 소년은 게임값을 지불하고 나가 버렸다.
'아아, 재미있다... 멋져, 스타크래프트란 정말 멋져...'
동탁은 얼굴을 붉히며 양 손을 볼에 갖다 대었다. 후끈 달아오른 뺨의 온기가
손에 전해졌다.
엄마의 불호령보다, 아줌마의 꾸중보다, 소년은 스타를 더 좋아했던 것이다.
'어? 저사람... 또 왔어. 뭐 하는 사람일까...'
소년의 눈길이 머문 곳에는 허름한 검은 원피스 차림의 음울해 보이는 여자 한 명
이 있었다. 그녀는 동탁이 이곳에 배달을 올 때마다 늘 있는, 거기다 매일 저 검은
옷 한벌만을 입고 있는 이상한 여인이었다.
"아차, 나 배달 중이었지."
동탁은 서둘러 짱깨집으로 달렸다.
"도대체 어떻게 된거야?! 배달하는데 한 시간씩이나 걸리면 밀린 배달은 어쩔꺼
야!"
아니나 다를까 주인아줌마의 불호령이 떨어진다.
"어차피 내 말 같은 건 우습게 알고 있을테지? 몇 번씩이나 말해도 알아 듣지도 못
하니..."
'시끄러....'
동탁은 쌩까며 시선을 tv 로 돌렸다.
"아~ 홍진호 선수 GG예요! 가망이 없어요! 망했죠? 아~ 저기다 해쳐리를 피는건
무모해요!"
TV 에서 들려오는 음성에 마동탁의 표정이 밝아진다.
'스타...스타야.'
"알아들었어, 동탁? 또 한번 이런일이 생기면 용서 않을테니까! 알겠지?"
하지만 그것은 동탁의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다만 동탁은 스타크래프트 화면을 보면 눈깔을 반짝이고 있을 뿐이었다.
"얘가 정말! 텔레비젼 꺼!!"
마동탁은 흠칫 놀라 TV를 끈다.
또 한차례, 짱깨집에서 일어난 소동에 종업원들은 입을 모아 얘기했다.
"동탁이는 정말 스타를 좋아하는구나. 쇼나 퀴즈프로는 보지도 않으면서.."
"스타라면 잔소리도 귀에 안들어 온다니까."
그 뒤 며칠 후, 동탁은 여전히 짱깨통을 들고 거리를 뛰어다니고 있었다.
거리 곳곳에 매달려있는 형형색색의 크리스마스 장식품들. 하지만 동탁의 입에서
나오는 것은 하얀 입김 뿐이다.
그런 동탁의 발길을 잡는 것이 있었으니.
"저것 봐, 임요환이야! 이거 빅게임이야!"
동탁의 눈은 자연스래 TV가 있는 쇼윈도로 향한다.
'와아, 재밌겠다...'
"앗, 하지만 배달 중이었지,우동에 군만두...빨리 갖다주지 않으면..."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발길은 여전히 움직이지 않는다.
오히려 임요환에 게임에 몰두해 우동따윈 기억하지도 못하고 있는 듯 보였다.
"어이, 거기 만복루! 배달왔으면 빨리 갖고 와!"
"에? 저... 오늘은 다른 곳에..."
동탁은 화들짝 정신을 차리며 짱깨통을 들고 자리를 옮긴다.
"다른 곳에..."
동탁의 눈깔이 반짝거리며 젖어들고 있었다.
그런 동탁의 발길이 닿은 곳은 배달 장소가 아닌, 좀 전의 TV가 있는 쇼윈도의
앞이었다. 스타라고 하면 이 소년은 구재불능 통재불능 발기불능이 되어버리고
마는 것이었다.
"잠깐만이야... 잠깐만...보고 금방..."
상대편 저그를 향해 달려가는 마린들. 스팀팩 소리.
현란한 드랍쉽 컨트론...
동탁은 한 순간도 눈을 땔 수가 없었다. 게임은 여지없는 임요환의 승리로
끝났다.
"아아! 배달 중이었지! 망할!!!"
짱깨집 만복루. 여지없이 엄마의 호통소리가 울려퍼진다.
"칠칠치 못 한 녀석! 배달 도중 다른 곳으로 새다니! 분명 또 게임방이나 기웃 거
렸겠지!"
"아..아녜요, 오늘은."
"거짓말! 마동탁... 아아, 정말 못된 아이."
"오늘은 TV로..."
"씨빡색히!"
동탁이 엄마가 휘두르는 중국칼에 난도질이 되려는 찰나였다.
"쯧쯧, 동탁이도 하연씨도 좀 진정하세요. 이웃에 폐가 되잖아."
주인아줌마였다.
그녀는 진지한 얼굴로 동탁에게 물었다.
"그런데, 너는 어째서 그렇게 까지 스타를 좋아하는 거지?"
"몰라요, 그.. 그냥... 화면을 보는 순간 모든 생각이 사라져 버리고
보고 있는 동안만은 마치 게이머가 돼 버린 것 같이, 나 자신을 잊게
돼요. 쓸모 없고 못난 내가 아니라 프로 게이머가 된 것 같은 기분인걸요!"
말하는 내내 동탁의 눈깔은 별처럼 반짝 거렸다.
"지난번에 본 건 어떤 게임이었어? 동탁 형?"
"으응, 있잖아."
동탁이 신나게 스타얘기를 꺼내려는 찰나, 뒷쪽에서 짜장면을 먹고있던
여자 하나가 고개를 스윽 내미니, 그녀는 다름아닌 전의 남북게임방에
배달 갈 때마다 있던 그 후진검은 원피스의 여인이었다.
"...그래서 임요환이 31번째 마린을 뽑고 미네랄 476, 가스 210이 남았을 때였어
.그때 드랍쉽을 척 날리더니...마린을 펼쳐서 순식간에 스캔, 상대의 럴커 두
마리를 한꺼번에 잡아버린거야!"
"와아~ 그래서?"
"으응, 그리고 나서는 마린을 이렇게 컨트롤..."
동탁의 손이 마치 마우스를 쥐고 키보드를 두드리는 듯, 현란하게 움직인다.
물론 눈깔은 번쩍번쩍 빛이나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고 있는 검은 옷의 여인, 최각희의 눈에서도 불길이 뿜어져 나왔다.
'저...저아이!!'
최각희는 동탁의 앞에 뛰어들어 삿대질을 해 댄다.
"너...너는..! 네, 네 이름은?!"
"에?"
"찾고 있었다, 너같은 애를 오랬동안...!"
동탁은 어리둥절 할 뿐이다. 각희는 동탁의 팔을 확 붙잡았다.
"그래, 너야! 얘, 너 어디서 살고 있지? 나이는? 이름은?"
"노...놓아주세요."
순간 동탁의 반항에 각희의 얼굴 반쪽을 가리고 있던 머리카락이 휙
젖혀졌다. 동탁은 우뢰 같은 비명을 지르며 도망쳤다.
"크아아아!"
드러난 각희의 왼쪽얼굴, 그곳에는 쌍꺼플 수술이 채 아물지 않은 퉁퉁 부운
왼쪽눈이 가려져 있었다.
"눈깔이...눈깔이~~!! 우하하하하!"
각희는 그런 동탁에 아랑곳하지 않으며 독백했다.
"드디어 찾았어! 내 눈이 틀리지 않았다면 저 소년은...
천의 손가락을 가진 소년! ...내 보물..."
1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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