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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봐도 좋은 양질의 글들을 모아놓는 게시판입니다.
Date |
2002/08/23 15:40:08 |
Name |
공룡 |
Subject |
<허접꽁트> 락바텀 (1) |
락바텀 (1)
2010년 8월 22일 오후 5시 30분 장충체육관
엄청난 환호와 사방에서 쏟아지는 번쩍거리는 카메라후레쉬 세례를 받으며 두 선수가 장내에 설치된 호화로운 중앙 무대에 등장한다. 장충체육관은 관중으로 꽉 차 있고, 두 선수는 번쩍이는 망토를 벗으며 무대 중앙에 비치된 캡슐 안으로 들어섰다. 각각의 캡슐은 프로토스의 질럿 형상과 저그의 히드라 형상을 하고 있었고, 안에는 의자와 커다란 모니터가 비치되어 있었다. 두 선수가 자리를 잡자 문은 닫혔고, 각각의 캡슐 위쪽에서 폭죽이 터지며 하늘에서 아나운서가 줄을 타고 내려왔다.
"장내에 계신 신사숙녀 여러분, 그리고 전 세계 수천만 시청자 여러분!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8월 4째주 WSC(World Starcraft Championship) 네 번째 경기이자 메인이벤트로, 돌아온 가림토스 김동수 선수와 현존하는 최고의 저그이자 WSC 통합챔피언 장창천 선수의 특별전을 시작하겠습니다!"
다시 한번 폭죽이 터졌고, 관중들은 열광했다. 사방에 펼쳐진 거대한 스크린에서는 노랗게 머리를 염색한 김동수 선수와, 얼굴 반쪽에 용문신을 한 장창천 선수의 모습을 번갈아 보여주고 있었다. 줄을 타고 내려온 아나운서는 어느새 사라지고 선수들이 있는 무대가 어두워지면서 체육관 위쪽 중계부스쪽에 조명이 밝혀졌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스크린에 캐스터와 해설자 두 명의 모습이 보인다. 중계는 시작되었고, 사방에 있는 수십 대의 카메라가 일제히 돌아가기 시작했다.
"시청자 여러분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방금 전 세 번째로 벌어졌던 하드코어 매치의 열기를 그대로 이어줄 오늘의 메인 이벤트! 돌아온 가림토스와 현존하는 최고의 플레이어 장창천 선수의 경기를 이제부터 시작하겠습니다. 만약 이번 경기에서 김동수 선수가 승리할 경우 10월에 있을 WSC 통합챔피언 타이틀에 도전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집니다. 해설에는 역시 엄재휘 해설위원과 김도명 해설위원입니다. 엄재휘 해설위원께서는 이번 경기 어떻게 보십니까?"
"예, 음, 오늘 경기는 여러 가지로 의미가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에, 스타리그 역사를 살펴볼 때 스타리그 제 2의 전성기라고 할 수 있는 2001년에서 2003년 사이에 활약했던 김동수 선수가 다시 복귀한 것은 올드팬들에게 새로운 향수를 줄 듯 하고, 이미 은퇴했던 많은 선수들이 다시 WSC에 복귀할 가능성도 열어주고 있다고 할 수 있겠죠."
이때 김도명 해설위원이 말을 받는다.
"예, 그렇습니다. 특히나 김동수 선수는 이제 곧 30이 다 되어 가는 선수죠. 현재 프로게이머들의 평균연령이 19세임을 감안하면 거의 열살 이상의 차이가 납니다. 그리고 많은 학계의 연구에 따르면 현재의 프로리그 시스템에서 25세 이상이 적응하기에는 매우 힘들다는 통계가 나왔었죠. 2006년까지 활약했던 김정민 선수가 은퇴를 하게 된 계기 역시 나이에 따른 어려움 때문이었죠. 그러나 김동수 선수가 예전 전성기 시절의 실력을 보여준다면 불가능한 것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일설에는 대마왕 강도경 선수나 황제 임요환 선수의 복귀설도 조심스럽게 타진되고 있다고 하더군요."
중계부스가 어두워지면서 간단한 선수들의 프로필이 나간 후 경기가 시작되었다. 거대한 화면에서는 16대의 카메라와 다섯 명의 옵저버가 잡아내는 화면이 계속적으로 비치고 있었고, 별도의 두 화면은 선수들의 얼굴표정과 손놀림을 보여주고 있었다.
"음, 제가 캐스터를 시작한 것이 WSC가 출범한 2006년의 일이라 김동수 선수에 대해서는 자세히 모르는데요. 저처럼 잘 모르는 시청자 분들을 위해서라도 자세한 설명 좀 부탁드립니다."
"예, 제가 말씀드리겠습니다. 전용빈 캐스터께서는 잘 모르실수도 있겠군요. 황제 임요환, 대마왕 강도경 등 올드팬들이라면 향수에 젖을 이름 중 하나가 바로 가림토 김동수 선수입니다. 저 역시 당시에 그리 많은 경기를 보지 못했습니다만...... 아, 그러고 보니 그 당시에는 게임방송이 겨우 두세 개 뿐이었던 시절이었죠. 요즘처럼 전 세계적으로 수십 개의 메이저 방송과 WSC라는 통합 챔프전 같은 것은 꿈도 못 꿀 일이었죠. 어쨌든 당시에 프로토스의 전략 중에서는 초반 하드코어질럿이라는 요즘에는 정말 일반 유저들도 웃을 전략을 많이들 썼었죠. 그러나 김동수 선수는 그 전략 하나로 유명해졌고, 그 뒤 전략가로 변신하여 요즘에도 프로토스 게이머들이 쓰고 있는, 많은 프로토스 전략들의 근간이 되는 전략들을 내놓았습니다. 당시에 여우라는 별명도 가지고 있었죠. 허허!"
"네, 감사합니다 엄재휘씨. 아! 말씀드린 순간 본진 투게이트를 올렸던 김동수 선수 초반 나왔던 프로브와 함께 원질럿 푸시를 들어갑니다. 관중들 탄성과 한숨이 동시에 나옵니다. 주로 탄성이 나오는 쪽은 나이가 들어 보이는 분들이고, 한숨이 나오는 분들은 젊은 분들이로군요. 예, 캐스터인 제가 볼 때도 정말 무모한 움직임 같습니다. 저런 상태라면 이제 곧 나올 저글링에...... 아! 김동수 선수 방금 드론 한 마리를 잡아냅니다. 관중들 열광하고 있습니다!"
옆에 있던 김도명 해설 놀라서 벌떡 일어선다.
"아! 제가 해설하고 나서 저런 장면은 처음입니다. 드론 돌리기를 통해 질럿 두 마리까지도 전혀 손해 없이 방어하던 장창천 선수 오늘 방심한 것일까요? 어? 어어? 지금 또 한 마리가!"
놀랍게도 김동수는 장창천의 저글링이 나오기 전에 드론을 두 마리나 잡아냈고, 뒤이은 후속 질럿 둘로 언덕 쪽에 위치한 해처리를 공격한다.
"아! 놀랍습니다. 장창천 선수 저글링과 드론을 이용해서 김동수 선수의 질럿들을 몰아내려 하지만 쉽지 않습니다. 아아! 후속 질럿이 또 옵니다! 설마 이렇게 빠른 시간에 게임이 끝나는 것은 아닐까요?"
동수는 헤드셋을 벗고 싶었다. 계속해서 들려오는 시끄러운 목소리...... 듣는 사람에게 짜증을 유발시키는 미끈거리는 목소리는 김동수에게 끊임없이 말을 하고 있었다.
[잠깐, 여기에서 질럿 둘 정도를 저글링들 사이에 가져다주고 본진까지 후퇴해! 지금 이대로 끝이 나면 안되지. 자네의 존재성을 조금이라도 더 알리기 위해서는 좀더 시간이 필요해!]
동수는 이를 잠시 악물었다. 그리고 헤드셋에서 들리는 목소리의 명령대로 게이트의 웨이포인트를 다시 본진에 찍었고, 달리던 질럿들도 다시 본진으로 회군시켰다. 자신의 질럿 둘이 저글링들에게 잡히는 것을 보며 이제 몇 초만 더 때리면 파괴되는 언덕해처리를 그대로 둔 채 밀리는 척 뒤로 물러났다. 물러나면서 발업이 된 저글링에 둘러싸인 질럿 둘이 또 산화했고, 입구까지 추격하던 저글링들은 거기서 패트롤을 돌며 입구를 위협한다. 후속 저글링들이 계속 오고 있는 것이 보였지만 동수는 당황하지 않았다. 이미 장창천이 어떻게 나올지는 알고 있었다. 이틀 전에......
"아! 정말 놀람의 연속이군요. 역시 통합챔피언입니다. 김동수 선수의 강력한 하드코어 러시를 놀라운 저글링 컨트롤로 이겨내고 본진까지 몰아냈습니다. 단지 10여기의 저글링으로 질럿 넷과 프로브 하나를 죽였군요. 역시 신기의 컨트롤입니다. 작년에 있었던 사이버 월드컵 결승의 모습이 떠오르는군요!"
"예, 정말 대단합니다. 가림토스 질럿이 장창천 선수에게 통할 줄도 몰랐지만 그런 상황에서 저글링과 드론들을 모아 뚫어낸 장창천 선수의 위기관리 능력은 역시나 하는 말이 나올 법합니다. 1년 가까이 통합챔피언을 지켜낸 것이 허명이 아니었어요!"
관중들은 점차 열광해갔다. 장창천은 뮤탈을 모으기 시작했고, 동수는 이후 빠른 템플러테크를 타기 시작한다. 동수는 프로브 정찰을 통해 다른 쪽 멀티를 알아내고 질럿을 6기 보냈지만, 매복하고 있던 장창천의 저글링 한 부대와 만난다. 이번에도 동수는 홀드키와 무브키를 연타하며 저글링을 최대한 공격하는 척만 하며 하나씩 잃어갔다. 장창천은 별도의 컨트롤 없이 그저 둘러싸서 열심히 공격할 뿐이었다.
"놀랍습니다! 장창천 선수, 초반 그 무섭던 가림토스 질럿 6기를 지금 겨우 저글링 한 부대만으로 잡아냅니다. 과연 어떤 컨트롤로 저런 장면이 만들어지는 것일까요? 개인화면을 보고싶군요!"
김동수는 자신의 본진에 날아온 뮤탈을 멍하니 보고만 있었다. 그리고 정확히 5초 후에야 반응했다. 조금은 비정상적 위치에 캐논을 박아놓아서 가스테러를 당할 수밖에 없었던 곳에 아칸을 보내면서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아칸이 갔을 때는 이미 뮤탈이 어시밀레이터를 깬 후였고, 아칸은 적도 없는 빈 공간을 서성여야 했다. 그리고 잠시 후 방금 했던 멀티에 뮤탈이 날아왔으며, 캐논이 막 지어질 무렵 공격이 들어가면서 멀티는 저지되었다. 이번에도 동수는 한 타임 늦게 병력을 보냈다.
[좋아! 잘 했어! 이제 저그는 멀티가 둘에 프로토스는 노멀티 본진병력 뿐이지. 여기서 장창천은 방심한 듯 하이브를 올리고 가디언 준비를 할거야. 뮤탈 14마리는 자네가 멀티를 시도할 멀티 위쪽 언덕에 있지. 타이밍을 가르쳐 줄 테니 옵저버가 생성되는 대로 그쪽으로 보내고 셔틀로 템플러를 실어나르라구!]
시키는 대로 했다. 한치의 오차도 없었다. 장창천은 뮤탈을 두부대로 나누어 뭉쳐진 상태에서 변태를 하고 있었고, 템플러의 스톰 몇 방에 변태 하던 코쿤은 모두 파괴되었다. 관중들의 환호 속에서 드디어 동수는 자신의 병력을 앞으로 전진시켰다. 옵저버 둘에 드라군 반 부대, 하이템플러 반 부대, 그리고 질럿은 한 부대가 채 되지 않았다. 하이템의 수에 비해 질럿이나 드라군이 좀 적었지만 그걸로 충분했다. 정확히 러커에게 스톰을 쓰면서 한 박자 늦게 달려오는 히드라에게 질럿을 붙인 뒤 역시 스톰을 썼다. 앞마당에 진을 치고 있던 엄청난 수의 장창천의 부대는 순식간에 전멸했고, 동수의 병력은 질럿 하나 죽지 않았다. 게이트가 늘어나면서 다크템플러 둘이 멀티 견제를 갔고, 주 병력은 그대로 장창천의 본진으로 향했다. 그 사이 장창천의 러커가 김동수의 본진에 난입했지만 김동수는 모르는 척 했다. 프로브가 다 죽고, 주요 건물이 깨지기 시작할 무렵에야 질럿들과 템플러를 보냈지만 옵저버가 때마침 없었다는 듯 동수는 엉뚱한 곳에 스톰을 썼고, 러커는 여전히 건물을 부수어 댔다. 그러는 사이에 동수의 주 병력은 장창천의 본진을 쓸고 있었다. 아주 쉬웠다. 장창천의 히드라들은 일부러 스톰에 달려드는 듯한 움직임을 보였고, 동수는 그저 넓게 스톰을 뿌려주기만 하면 되었다.
"놀랍습니다! 사방이 스톰 천지입니다. 장창천 선수 열심히 히드라를 무브시켜 보지만 김동수 선수 마치 예상이라도 한 듯 정확하게 움직이는 히드라의 예측지점에 스톰을 쏘아냅니다!"
"예, 마치 예전 임성춘 선수의 천지스톰을 보는 듯 하군요. 아, 그러고 보니 전용빈 캐스터께서는 임성춘 선수도 잘 모르시겠군요. 임성춘 선수는 그러니까......"
'후우 후우!' 동수는 속으로 숨을 몰아쉬었다. 이제 타이밍을 더욱 잘 맞추어야 한다. 멀티 견제는 끝났고, 저그 본진에는 성큰 몇 기와 히드라 한 부대 정도만이 있었다. 그리고 자신의 본진은 거의 밀린 상태였고, 멀티에는 포톤캐논 한기만이 박혀있을 뿐이었다. 헤드셋에서 들리는 남자의 목소리는 더욱 커졌고 바빠졌다.
[좋아! 지금이야! 이제 하이템플러를 조금 앞으로 밀어서 히드라들에게 던져주고 드라군들은 성큰을 때리고, 질럿 두어 기는 히드라 뒤쪽으로 무브시키라구! 좋아좋아! 뒤로 무브시킨 질럿은 홀드 시켜서 죽게 놔두고 이제 타이밍을 맞춰보지! 장창천에게는 이미 말해줬어! 장창천이 포톤캐논을 깨는 순간 남은 성큰을 동시에 공격하고 해처리를 공격하라구! 그리고 프로브들을 미네랄 찍어서 일렬로 세운 뒤 재빨리 홀드시키도록! 장창천의 러커가 가시공격으로 멋진 장면을 연출할거야. 그러나 어쨌든 승리는 자네의 것이야. 아칸의 공격력이 2단계니까 잘 계산하도록!]
"오오! 이럴 수도 있을까요? 장창천 선수 단지 러커 몇 기와 가디언 한 기, 그리고 히드라 몇 기로 김동수 선수의 본진을 부수고 이제 멀티까지 칠 기세입니다. 방금 전까지 김동수 선수의 압승이 예상되었던 경기가 단숨에 엘리전 양상으로 바뀌었군요. 게다가 신기의 스톰을 보여주었던 김동수 선수의 하이템플러는 순간의 컨트롤 실수로 모두 잃은 상태입니다. 김동수 선수의 병력 충원은 완벽히 끊긴 상태! 장창천 선수 역시 대단합니다! 그러나 김동수 선수가 비록 실수로 약간의 질럿과 하이템플러를 잃긴 했지만 여전히 드라군들과 질럿이 많이 있습니다. 과연 어느 쪽이 빠를 것이냐! 김동수 선수 아예 본진은 포기한 듯 오로지 공격 일색입니다. 아! 말씀드린 순간 김동수 선수의 프로브들이 장창천 선수의 러커에 의해 일제히 폭사합니다. 아! 정말 장관이네요! 공격을 하느라 컨트롤을 못해줬나 보죠?"
장관이었다. 김동수 자신의 생애에 있어서 저런 장면은 거의 없었다. 멍청하게 러커 앞에서 프로브를 일렬로 세우고 홀드까지 시켜서 잘 잡아 잡수라고 내놓은 적은 한 번도 없었기에...... 어쨌든 자신의 진영 포톤캐논이 깨짐과 동시에 공격을 시작했다. 달려드는 질럿에도 불구하고 장창천의 본진에 남아있던 히드라들 중 일부는 공격을 하지 않았다. 우습기만 한 일이다. 동수는 입술을 잘근잘근 씹으며 타이밍을 기다렸다. 이미 성큰은 모두 깨졌고, 이제 해처리만 남았다. 그리고 그의 넥서스 역시 공격받고 있었다. 파일론도 하나 없는 달랑 넥서스 하나다. 그리고 저그 역시 해처리 하나......
[지금이야!]
너무 목소리가 커서 마우스를 놓칠 뻔했던 동수는 몇 기 남아있던 히드라를 무시하고 그대로 해처리를 공격했다. 공격을 시켜놓고 자신의 넥서스를 보니 에너지가 거의 없었다. 그러나 넥서스를 공격하는 러커의 가시공격 속도가 현저히 느려진 것이 보인다. 위에서 때리던 가디언 역시 조금 움직이는 바람에 공격이 한 박자 빠졌고, 히드라 역시 마치 가까이 다가와 공격을 하려는 것처럼 공격을 멈추고 넥서스에 바짝 붙었다. 그리고 동수가 다시 저그의 본진을 봤을 때 붉은 피를 흠씬 뿌리며 마지막 남아있던 해처리가 깨지는 모습이 보였다. 폭죽이 터졌고, 관중들의 환호가 그대로 들려왔다. 캡슐은 방음이 전혀 되지 않는 곳이었다.
"놀랍습니다 놀랍습니다! 돌아온 가림토스 김동수 선수! WSC 통합챔피언이자 현 세계랭킹 1위 장창천 선수를 누르고 WCS 챔피언 도전권을 획득했습니다! 관중들 일어나서 김동수 선수의 이름을 연호하고 있고, 나이 드신 분들 중에는 눈물을 흘리시는 분도 있군요!"
대형화면에 어떤 남자의 붉어진 눈의 모습이 클로즈업되고 있다. 위에 목마를 탄 아들로 보이는 꼬마가 가림토스라고 서투르게 매직으로 쓴 종이를 들고 흔들고 있었다.
"아! 장창천 선수 대단히 화가 난 듯 합니다. 의자를 박차고 나와서 김동수 선수를 노려보고 있군요. 가지고 있던 자신의 키보드를 바닥에 던져 부셔버립니다. 김동수 선수 그저 묵묵히 바라만 보고 있군요. 그런데 장창천 선수의 키보드를 협찬한 마이크로소프트사는 조금 언짢겠군요."
"예, 그렇죠. 3년간 10억을 지원하는, 장창천 선수의 스폰서사중 가장 큰 곳인데요. 게다가 저 키보드는 장창천 선수 한사람만을 위해 만들어진 제작비 2천만원짜리 키보드죠."
중계진의 중계 속에 장창천은 백여 만원 한다는 자신의 마우스마저 던져버린 뒤 옆에 있던 마이크를 집어들었다.
"재수가 좋았군 늙은 아저씨! 하지만 여전히 난 최강이야! 운 좋게 도전권을 얻긴 했지만 이게 마지막으로 날 이기는 경기가 될 거야!"
동수는 문득 캡슐을 나오기 전에 버릇처럼 무선헤드셋을 벗은 것을 떠올렸다. 그걸 계속 쓰고 있으라고 했는데..... 분명 여기서 뭐라고 반박을 해야 했는데 아무 말도 떠오르지 않았다. 시끄러운 소음 속에서 멍하니 서 있는 김동수의 모습에 장창천은 잠시 머뭇거리더니 다시 뭐라고 떠들고는 그대로 대회장 밖으로 퇴장했다. 옛 가수 신해철의 '해에게서 소년에게'라는 노래가 웅장한 오케스트라의 반주로 편곡되어 울린다. 앞으로 그가 게임을 할 때마다 등장이나 퇴장 시에 저 음악이 들릴 거라고 했다. 동수는 한숨을 한 번 쉬고는 환호하는 관중에게 손을 들어주고는 경기장을 벗어났다.
퍼억!
느닷없이 자신의 어깨를 밀치는 남자 때문에 김동수는 뒤로 밀려나며 벽에 부딪혀 쓰러졌다.
"대체 무슨 생각을 한 거야! 헤드셋을 계속 쓰고 있으랬잖아! 거기서 넌 대사를 했어야 했어! 전 세계 시청자들의 뇌리에 각인될 만큼 강력한! 네 그 잘난 질럿처럼 그 강력한 모습을 보여줘야 했다구!"
헤드셋에서 들려오던 목소리가 지금 바로 앞에 있는 이 덩치 큰 남자의 입에서 터져나오고 있었다. 더 이상 자네라는 호칭은 없었다. 반말 일색에, 당장에라도 두들겨 팰 기세다. 그 남자는 이번 경기의 연출가였다. 자신의 연출이 이 나이 많은 신출내기에 의해 망쳐진 것이 여간 분하지 않은 듯 계속 소리를 질러댔고, 김동수를 몰아세우며 자신의 사무실로 끌고 가듯 데려갔다.
"죄송합니다."
"됐어! 이제 다음 경기를 걱정해야지. 항상 명심하라구! 자네는 절대 헤드셋을 벗어서는 안 돼! 그리고 그럴 때는 순간적인 애드립도 필요하지. 자네 옛날 자료화면을 보니까 말 잘하더니 어째서 한마디도 못한 거야?"
어느 사이에 남자는 다시 냉정을 찾고 있었다. 이진성! 이 거대한 WSC 협회의 실질적인 회장이며, 기획자이자, 작년에 세계에서 가장 비싼 지구인 10명에 선정되기도 한 남자였다. 비교적 덩치가 좋은 동수가 고등학생처럼 보일 정도로 큰 몸집에 준수한 외모...... 가끔 이벤트때 나타나 관중의 흥을 돋우기도 하는 남자였고, 몇 년 전 파산한 블리자드에게서 스타크래프트에 관련된 모든 판권을 가져온, 이제 한국에서 대통령도 건드리지 못할 거라는 말까지 공공연하게 나도는 영향력 있는 남자였다.
그가 2006년에 처음 WSC를 창설했을 때만 해도 이미 사양길이 지난지도 한참이었던 스타크래프트였는지라 사람들은 모두 그를 조소했다. 그러나 불과 2년정도 만에 전 세계의 모든 인기스포츠들을 따돌리고 스타크래프트는 e-스포츠 최고의 인기상품이 되었으며 전 세계적으로 수천만의 팬을 확보하게 되었다. 수백 개의 대회가 생겨났고, 메이저대회의 우승자에게 주는 상금은 수십 억대로 커졌다. 메이저대회 한 번만 우승해도 팔자를 고친다는 말까지 생겨 현재 이곳저곳에 스타크래프트 전문학교가 생길 정도였다.
그러나 그렇게 잘 나가던 WSC도 점차 인기가 떨어지는 조짐이 생기기 시작했다. 우선 카메라기술로 어느 정도 커버가 가능하다 해도 요즘 나오는 게임과 비교하면 형편없는 그래픽이 문제였다. 그리고 전 세계적으로 수백 개의 채널에서 계속 방송되었기에 채널만 틀면 스타크래프트가 한다는 식상함이 생겨왔던 것이다. 그러했기에 회장 이진성은 여러 가지 모드를 개발하고 더욱 자극적인 무언가가 필요했다. 작년에 하드코어를 신설하기도 했고, 히어로 참여모드의 개발과,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새로운 모드 개발 이벤트를 열어 신선함을 주는 모드를 몇 달에 한번씩 개설하곤 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생각한 것이 올드팬들을 겨냥한 김동수의 스카웃이었다.
"자네도 알다시피 오늘 출연료로 받은 돈은 자네가 군대 복귀 후에 근무했던 직장에서 1년을 근무해야 벌 수 있는 돈이네. 아! 물론 자네의 실력이라면 현재 전국 이곳저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크고 작은 대회에 참가해도 어느 정도 비슷한 액수를 맞출 수 있을 거야. 그러나 이곳은 꿈의 무대지. 자네가 평생 쓰고도 남을 만큼의 돈과 명예와 인기를 얻을 수 있어. 아마 내일부터 각종 스폰서가 들어오고 광고계약을 하자는 방송사들도 생길 거야. 오늘 그런 대로 잘 했네. 마지막에 장창천을 상대로 멋진 멘트를 했다면 더욱 주가가 올라갔을 텐데......"
"죄송합니다."
"아니야 아니야! 오늘 잘 했네. 데뷔전 치고는 잘한 셈이지. 다음 경기는 일주일 후에 추억의 장소 메가웹에서 펼쳐지는 이벤트네. 상대는 테란의 신성 신허균이야. 준비할 내용은 대회 이틀 전에 알려주겠네. 그럼 오늘은 푹 쉬게. 그리고 내가 지시하지 않는 한 매스컴과의 만남은 자제해주길 바라네. 기자들에게 이야기할 내용에 대해서는 따로 비서를 시켜 보내주지."
"알겠습니다. 그럼."
김동수가 문을 닫고 나가자 이진성은 물컵을 바닥에 집어던지며 씩씩댔다.
"개*식! 막노동이나 하고 있는걸 이 대단한 무대에 올려줬더니 그렇게 망쳐버려? 어차피 두 달 뒤에는 다시 이 무대에서 사라져야 할 녀석이지만...... 이제 접촉할 다른 녀석들도 저렇게 얼뜨기 같은 놈들이면 골치 좀 아프겠군."
조심스레 문이 열리며 비서로 보이는 여자가 들어온다.
"회장님!"
"뭐야?"
"예, 지금 기자분들이 오늘 마지막 경기에서 나온 김동수 선수에 대한 인터뷰를 요청하고 있습니다."
"잘 알잖아! 다 돌려보내. 이틀 뒤 스타크래프트 기념관 3번 회의실에서 단체 기자회견을 하겠다고 하고."
"알겠습니다. 저... 컵은 치울까요?"
"그래, 부탁해."
이진성은 슬며시 미소를 지으며 의자에 앉았다. 어쨌든 김동수라는 카드는 꽤 성공을 한 셈이었다. 열광하는 관중들의 모습이나, 요사이 조금은 떨어졌던 시청률이 10퍼센트 가까이 올랐다는 것이 그것을 증명했다. 이제 조금 더 상품을 키워야 했다. 올드팬들의 향수를 자극하며 계속 김동수에게 연승가도를 달리게 할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에 장창천과의 경기에서 다시 드라마를 만들 것이었다. 그 다음은? 아마도 이기석이나 기욤을 포섭할 생각이다. 어쩌면 장창천을 대신해 요즘 극적인 모습을 자주 연출하고 말도 잘하는 테란의 신성 신허균을 챔피언에 올릴 생각도 가지고 있었다. 어쨌든 김동수가 제법 잘 해주었으니 우선 2달 정도는 안심이다.
시나리오작가들을 소집하는 벨을 누르며 이진성은 미소를 띄운 채 눈을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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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라, 이쯤에서 끝나야 하는데 글이 길어질 조짐이네 -_-;
이러면 꽁트가 아닌데 -_-;;;
그리고 왠지 이런 상투적인 내용은 한번쯤 꽁트화 되었을것 같다는 불안한 생각도 드는군요 -_-;
ps : 그리고 제목 락바텀은 미프로레슬링의 가장 인기있는 남자 더 락의 필살기입니다. 으음, 내용과 제목과의 연관성은...... 없습니다 -_-; 걍 어제 레슬링 보다가 적은 글이라 제목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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