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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봐도 좋은 양질의 글들을 모아놓는 게시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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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04/12 11:04
맞는 말씀입니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카툰이 하나 있는데 마누라의 잔소리를 듣고 있는, 한남자가 TV를 보면서 이런 말을 합니다 "이렇게 위대한 시대에 그런 사소한 일로 꼭 그래야 되겠어?" TV에선 아폴로 11호의 달착륙 장면이 생중계 되고 있습니다... 물론 상당히 반어적인 내용이 있긴 하지만 저는 스스로가 필요이상으로 사소한 일에 흥분하거나 집착할 때 이 그림을 생각합니다. (물론 원래 그림의 의도는 제가 생각하는 것이 아니겠지만요) 삼십 중반까지 살아오면서 느끼는 것은 중용이란 없다는 것. 아무리 현명한 사람이라도 어떤 기울기를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작고 큰 잘못은 있을 수 있겠죠. 89년부터 통신이란걸 해오면서 느끼는 것은 "나는 혹은 사람들은 왜 사소한 일에만 분개하는가"였습니다. 사소한 일로도 남들에게 관용이나 사랑을 베푼적이 없으면서 멀리 있는 게시판, 사소하고 답이 없는 종교적인(종교가 아닌) 논쟁들에 분개하고 소리치다가 시간이 지나면 잊어버립니다. 정작 자신의 중요시 여기는 가치하고는 상관 없는 분노때문에 시간을 낭비하고 논쟁합니다.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pgr21의 근본 정책은 욕설이나 상대방을 헐뜯는 글을 없애는 것 보다는 "시간을 할애한 양질의 글"을 유치시키는 것에 핵심이 있다고 봅니다. 그것은 pgr21 쥔장님의 시간에 대한 입장에서 더 명확히 볼 수 있습니다. 남의 중요한 시간을 빼앗고 소모적인 이야기속에 몰입하는 동안 본래의 목적이 사라지겠죠. 복잡한 얘기같지만 저는 "인간에 대한 예의" 가 사실은 "시간에 대한 예의"로 나타난다고 생각합니다. 글은 써야 맛이라기보다는 신중하게 고르고 골라야 한다는 얘기. 게임이란게 뭐 대의를 위한 것이겠습니다. 따지고 보면 사는 괴로움을 잠시 덜고 좋은 글을 읽는 작은 즐거움을 느껴보고자 찾아오는 것인데, 길은 없고 길을 가리키는 손가락만 무성하다면 섭섭하지 않겠습니까. 자장면 짬뽕 논쟁은 자장면이나 짬뽕만이 세계의 전부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나 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사실 세계는 그 두 개가 합해져야 완성됩니다 -_-;; 우리 모두 본연의 자세로 돌아가 스타 열심히 보자구요.
02/04/12 04:39
주제와 상관없지만 예전에 어디서 본 듯한 "맵핵..~김치맛..."부분을 보니깐 웃음이 나네요..스타개그는 겜큐필명 v3exe님이 한개그 하셨죠...그 님 팬들도 상당히 있었을 듯한데..^^; p.s: 한 소절이라도 기억나는걸 적어보려니 떠오르는게 없네요..-_-;;
02/04/12 13:20
좋은 글입니다. 솔직히 겜큐 게시판을 가지 않았던 저로선 부활 후 겜큐 게시판의 몇몇 사람에게 분노를 느꼈지만 지금은 역시 섣불리 판단할 것이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pgr은 pgr대로, 겜큐는 겜큐대로 서로 발전하고 스타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02/04/12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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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시 하나 읊조리면서 심기일전해봅시다.
어느 날 고궁(古宮)을 나오면서 김수영 왜 나는 조그만 일에만 분개하는가 저 왕궁(王宮) 대신에 왕궁(王宮)의 음탕 대신에 오십(五十) 원짜리 갈비가 기름 덩이만 나왔다고 분개하고 옹졸하게 분개하고 설렁탕집 돼지 같은 주인년한테 욕을 하고 옹졸하게 욕을 하고 한 번 정정당당하게 붙잡혀 간 소설가를 위해서 언론의 자유를 요구하고 월남(越南) 파병에 반대하는 자유를 이행하지 못하고 이십(二十) 원을 받으러 세 번씩 네 번씩 찾아오는 야경군들만 증오하고 있는가 옹졸한 나의 전통은 유구하고 이제 내 앞에 정서(情緖)로 가로놓여 있다 이를테면 이런 일이 있었다 부산에서 포로수용소의 제십사야전병원(第十四野戰病院)에 있을 때 정보원이 너어쓰들과 스폰지를 만들고 거즈를 개키고 있는 나를 보고 포로경찰이 되지 않는다고 남자가 뭐 이런 일을 하고 있느냐고 놀린 일이 있었다 너어쓰들 옆에서 지금도 내가 반항하고 있는 것은 이 스폰지 만들기와 거즈 접고 있는 일과 조금도 다름없다 개의 울음소리를 듣고 있는 그 비명에 지고 머리에 피도 안 마른 애놈의 투정에 진다 떨어지는 은행나무잎도 내가 밟고 가는 가시밭 아무래도 나는 비켜 서 있다 절정(絶頂) 위에 서 있지 않고 암만해도 조금쯤 옆으로 비켜 서 있다 그리고 조금쯤 옆에 서 있는 것이 조금쯤 비겁한 것이라고 알고 있다! 그러니까 이렇게 옹졸하게 반항한다 이발쟁이에게 땅주인에게는 못하고 이발쟁이에게 구청 직원에게는 못하고 동회 직원에게도 못하고 야경군에게 이십(二十) 원 때문에 십(十) 원 때문에 일(一) 원 때문에 모래야 나는 얼마나 적으냐 바람아 먼지야 풀아 얼마큼 적으냐 정말 얼마큼 적으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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