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봐도 좋은 양질의 글들을 모아놓는 게시판입니다.
Date |
2002/03/22 02:15:55 |
Name |
개구쟁이 |
Subject |
[fic] 星 戰 1-1 |
星 戰 - 一. 내려다보지 않는 자 (1)
휙 - 하는 파공음과 함께 달빛을 가르는 검극이 매섭다.
비산하는 땀방울 아래로 차분하게 눈을 내려깐 청년이 검을 꽂아넣고 자신의
등 뒤를 향해 입을 열었다.
" 밤이 늦었는데... 어쩐 일이십니까. "
제법 큰 정원수의 그림자에 숨어있던 인영이 머쓱한 듯 한발 앞으로 나선다.
" 눈치 빠른건 여전하구나. 재미없게 놀라지도 않고. "
장난기가 가득 배인 얼굴로 씨익 웃음을 지은 그가 손을 앞으로 내밀어
푸른 기운을 불러들였다.
" 한 판 뛸까? "
그러나 청년의 고개는 설레설레 내저어지고 있었다.
" 오늘은 수련이 길어 지쳤습니다. 형님같은 상대라면 전심전력을 다해도
모자랄 터, 다음 기회에 부탁드립니다. "
" 간만에 놀러왔는데 푸대접이로군. "
한쪽 눈썹을 장난스레 치켜올리는 특유의 표정에, 살얼음이 핀 듯 하던 청년의
얼굴에도 웃음기가 돌았다.
" 그럴리가요. 모처럼 와주셨는데 이렇게 단정치 못한 꼴로 맞이하게 되어
죄송하지요. "
" 하하하... 더 흉한 꼴도 얼마든지 보았는데, 새삼스레 나한테까지 내숭 떨
필요없어. "
" ..... 안으로 드세요. "
" 삐졌구나 너? "
그러나 청년은 대답없이 응접실을 향해 쌩하니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 이 늦은 밤에 어려운 걸음 하신것을 보면, 필시 하고픈 이야기가 있으실테지요. "
시비가 황급히 끓여올린 차를 잠시 입에 대었다 내려놓은 청년이 찻잔에 시선을
고정시킨 채 조용한 목소리로 말을 꺼냈다.
" 음... 앗뜨..!!! 쿨럭쿨럭.. 아아.. 혀 뎄다.. "
" ..... 그 말 하러 오신것은 아니겠지요? "
청년은 맞은편에 앉아 혀를 내밀고 부채질에 열심인 사람을 바라보며 조용히 소매로
이마에 흐르는 땀 한방울을 닦아냈다. 상대방도 그 반응을 눈치챘는지 땀 흐르는
웃음을 재차 씨익 웃고는 표정을 굳혔다.
" 소문을 들었다. "
잠시, 침묵이 흘렀다.
말 한마디 한마디가 천근의 무게가 되는 순간이 온 것이었다.
" 소문이... 사실이냐? "
청년은 아직도 쉽게 입을 뗄 수가 없었다.
사실일까... 사실이 아닐까.
정히 마음을 먹은 적은 없었다. 그저 막연하게 느끼고 있었을 뿐.
어차피 언젠가는 다다라야 할 끝이었고, 마주칠 벽이었다.
그는 - 그 끝에 서 있는 사람.
찻잔이 바닥을 드러낼 무렵... 굳게 다물려 있던 청년의 입술이 신중하게 열렸다.
" 글쎄요... 그렇지만, 언젠가는 그렇게 될 거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비단 저만의 생각은 아니겠지요. "
" 그것은 그렇다. 하지만 그곳에는.... "
" 알고 있어요. 진호가 있지요. "
청년은 잠시 눈을 감고 친구의 얼굴을 떠올렸다. 그들은 서로에게 있어 가장
친한 친구이자 최고의 호적수였다. 수많은 대련들과 셀 수도 없을 땀방울이
그들을 엮고있었다.
그리고 지금은...
" 네가 진호를 아는 것 만큼, 그녀석도 너를 안다. 진호부터도 결코 쉽지 않아. "
" 단 한번도, 그 누구도, 쉽다고 생각해본 적 없습니다. 더욱이 진호라면....
피할 수 있다면 피하고 싶을 정도니까요. "
서로를 너무나 잘 알고, 그렇기 때문에 가장 까다로운 상대.
'그'와의 대결이 두려운 만큼 기대되고 흥분되는 무엇이라면, 오랜 친구와의 대결은
자연스레 몸이 굳어지는 부담감이었다.
" 피할 수 없을 거라는 건 네가 더 잘 알지 않느냐? 그리고... 네 앞을 가로막는 게
비단 진호 뿐만은 아닐테지. "
등을 돌려 창가를 향한 그 뒷모습에, 청년의 머릿속에 불현듯 스치는 것이 있었다.
" 예상하지 못할 일은 아니지. 지금으로서 황실에 견줄만한 세력은 우리 일휘궁
(一輝宮) 뿐... 황제는 분명 손을 내밀어 올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그것을
물리칠 명분이 없어. "
" 동수 형... "
채 다 부르기도 전에 다시 휙 돌아선 얼굴은 아까처럼 장난스러웠다.
" 그건 그렇고, 괘씸해 괘씸해. 천하를 손에 쥐어보겠다는 녀석이 감히 이 김동수를
염두에 두지 않았다? 한번 단단히 맞아봐야 정신이 들겠는데? "
" 설마요. 제국 최고의 소환사(召還師) 가림토를 염두에 두지 않을 자가 천하에
누가 있겠습니까. "
굳은 입가를 움직여 어색하게 미소를 지은 얼굴에 식은땀이 흘렀다.
왜 잊고 있었을까.
자신과 함께 수련하던 형, 친구, 아우들... 모두 자신의 적이 될 수도 있음을.
" 원하지는 않지만... 피할 수 없는 일이라면 오히려 기다려진다. "
장난기가 흐르던 눈빛이 진지하게 빛나고 있었다.
힘도 힘이거니와 그것을 능가하는 지력(知力)을 지녔다는 일휘궁의 소궁주는
능히 황제와 자웅을 겨루는 실력자였다.
넘어야 할 산은 아직도 이렇게나 많은가.
" 나나 진호... 아니, 또 다른 누가 되더라도 절대 순순히 물러서주지는 않을
거다. 네가 그렇듯이... 우리는 투사니까. "
투사. 그리고 승부사.
누군가는 무사이고, 누군가는 요력사이며, 또 누군가는 소환사다.
그러나 그것은 겨루는 방법의 차이일 뿐.
" 투사니까... 하고싶은 일이겠지요. "
온 몸을 타고 흐르는 것이 뜨거운 투사의 피이기에... 최고가 되고픈 것이다.
역시나 초강짜; 설정고증 -_-
1. 프로토스는 '소환'이 수단인 종족이다.
2. 김동수 선수의 소속사는 한(一)빛(輝)소프트이다.
뭔가를 길게도, 빠르게도 못 쓰는 인간인지라;;;
연재를 하겠답시고 떡하니 올려놓은지 삼천년만에; 올라가는 두번째입니다..;;
기대해 주신 분들께는 황송감사하오나... 아마 쭈욱 허접할 것입니다. =_=;;;
괜한 허접글에 등장하시어 수고;하시는 선수들께는 사죄를.
이 게시판 저 게시판에 옮겨다니는; 글이 된 듯 싶어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자게에 올립니다..;; 이곳이 적절치 않다면 운영자님께서 알아서 처리;해
주시기를. (__)
개구쟁이는 개구(라)쟁이의 준말 입... (<-닥쳐-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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