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봐도 좋은 양질의 글들을 모아놓는 게시판입니다.
Date |
2002/03/18 07:58:00 |
Name |
無痕 |
Subject |
[잡담] 惡役이 없는 善惡劇 |
이번 일들 보면서 더 굳힌 생각이 있습니다.
살다보면,
물론 지금도 그리 많이 살았다라고 말할 수 없는 나이긴 하지만
보게 되는 것이 있었습니다.
세상엔 줄이 그어져 있다라는 것을요.
저 사람은 나의 적이고
저 사람은 나의 우군이다 라고 구별짓는 줄 말입니다.
물론 그것은 혈연에 인한 것일 수도 지연에 의한 것일 수도,
그리고 친분에 의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그 사람이 선의 안쪽에 있는가 바깥 쪽에 있는가 라는 구별이죠.
그건 정말 어쩔 때는
이성으로서는 제어하기 힘든 어떤 경계가 됩니다.
한 아이가 있습니다.
어찌된 이유든 같이 놀던 아이와 싸워
흙투성이가 되어 울며 돌아옵니다.
만약 그 아이가 이웃집 아이 라면 어떨까요?
그리고 또는 자신의 아이라면?
여기에 이성이 끼어들 여지가 있습니까?
있어도 조금은 달라질 거라 생각됩니다만.
세상의 모든 다툼은 어쩌면 이 작은 예로써 거의 설명이 되지 않을까요?
임요환선수의 팬이 어디든 스타 관련 게시판에 나타납니다.
임요환 화이팅을 외칩니다.
"빠** 이다" 라는 등의 말대신
"그래 화이팅" 이란 말 쉽게 들을 수 있을까요?
임선수의 팬이라고 나서는 사람에게서의 글 아니라면 말입니다.
(pgr21 에서의 일이 아닙니다. 제가 본 타 게시판의 일이었어요.
여기까지 끌고 들어온 것은 제가 조금은 변명할 말이 있기 때문입니다.)
사실대로 말씀드리자면,
팬들을 다 분석했다고는 말씀드릴 수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금은 보이는 것이 있습니다.
임요환선수의 승리를 자신의 승리로 대입시켜 내세우는 사람이 있으면서도
그 성과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라는 피해의식을 가진 사람도 또한 있다는 것입니다.
(성과라는 건 단지 수입의 규모라거나 수상이력 등을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보다는 무형적인 어떤 것이 있죠,
황제라는 휘황찬란한 이름 뒤에 따라다니는 변칙에 양아치 라는 어두운 이름 같은 것 말입니다.)
어쩌면 그 둘이 겹치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여튼 그런 임 선수의 팬들이 보이는 돌출행동을 여러곳에서 버거워 하고 계십니다.
많이 튀는 것도 사실이고
그래서 논쟁의 중심에 서서 그걸 확산시키는 역할도 하고 있습니다.
거기다가 수도 많습니다.
정말 감당하기 불가능할 때가 많겠지요.
그렇다고 해서 왜 제대로 인정을 안해주냐는 임선수의 팬이 나쁘기만한 겁니까??
또는 그렇다고 해서
돌출행동을 하는 임선수의 팬들을 멀리하고 부담스러워 하는 사람들이
나쁜 겁니까?
한 사이트를 운영한다는 것은
매일 하루에도 몇시간,
그것도 정해진 시간 만이 아니라 틈나는 대로 들여다 보고
벌레를 잡아주고 너무 무성하지 않게 싹을 솎아주고
때론 너무 강한 햇빛은 가려주며
흙이 마르지 않게 물을 주고 먼지를 피해 잎을 닦아주는,
그래서 제대로 된 화초 하나를 키워내는 일과 같다고 생각합니다.
조금이라도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다면
화초는 벌레가 끼거나 물을 너무 많이 줘 뿌리가 썩거나 또는 물이 너무 적어 말라
제대로 자라지 못하겠지요.
어쩌면 죽어버릴 수도 있습니다.
그런 벌레를 잡아주는 일, 싹을 솎아주는 일, 햇빛을 가려주는 일 등등에 들인 수고가
결코 부정될 수 있는 일 일까요?
하지만 자신이 쓴 글이
벌레나 솎아내야할 싹, 뿌리를 썩게 할 물 이 되버린 사람들의 심정은 또 어떨까요?
위에 말씀 드린 임선수의 팬들에게 있어
위에서 예를 들었던 자신의 '아이' 는 임선수와 임선수를 함께 사랑하는 사람이 되겠죠.
사이트의 운영진 에게 있어서 자신의 '아이' 는
사이트 자체와 사이트를 함께 지키고 가꿔온 이들이 되겠죠.
작게 본다면
글 하나 하나가 또 글쓴이의 '아이' 가 될 테구요.
아이가 맞고 들어왔을 때
혹 아무렇지 않게 다음부턴 맞고 다니지 말라고 말할 수 있는 분도 있겠지만
진심으로 속상해 하지 않을 부모는 없다고 봅니다.
하지만
내 아이가 아프다고 해서
함께 싸운 남의 아이가 아픈 것을 보지 못하는 사람이 되어서는 안되는 것 아닐까요?
정말 이론에 불과하고 듣기에만 좋은 소리 일지도 모르겠습니다만,
한 걸음 물러나서 생각해 보시는 건 어떻겠습니까.
결코 악역이 정해지지 않은 선악극 속에서 각자 주인공이 되어 있다는 생각,
안드십니까?
자신이 나쁘다고 생각하고 사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봅니다.
저마다의 이유와 저마다의 생각이 있겠지요.
그걸 조금이라도 더 존중해주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물론 저라고 제대로 존중하고 있냐 라고 한다면
절대 자신할 수 없는 일이지만요.
그래도 한번 바래보고 노력해보는 건 안되는 일일까요?
사족,
가시에 찔려 아프지 않은 사람은 없습니다.
하지만 말이죠,
내가 가시에 찔렸다면
내 가시에는 누가 찔려 있는 것일까요?
사족2,
프로게임계라는 건 상당히 처절하고 잔인한 세계라고 생각합니다.
어떤 선수의 본선진출을 바란다는 건
그 선수와 맞붙는 다른 선수의 예선탈락을 바라는 것일 테니까요.
두 선수 중 누가 더 노력했고 자격이 있는지 정할 수 있습니까?
이겨야 할 이유는 게이머라면 누구나에게나 있는데 말이죠.
이 냉혹한 세계에서 그래도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살아가고 있는 분들,
모두 GG 그리고 GL 입니다.
|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