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시봐도 좋은 양질의 글들을 모아놓는 게시판입니다.
Date |
2004/08/03 02:28:31 |
Name |
Daydreamer |
Subject |
[연재] '기질'을 보자 - #1. 들어가면서 + 엄전김의 기질 |
시작하면서
이 글은 아마 ‘어중간’이라는 꼬리표를 떼기 힘들것 같습니다. 애초에는 사상의학의 맨 처음에 나오는 ‘심학’을 가지고 써볼 생각이었지요. 그러다가 내가 뭐라고 한다면 그건 선배님들이 하신 말을 그대로 베끼는 것 이상이 못될 거고, 혹 내 의견을 첨부한다면 그건 깎아내리기밖에 안될거다 라고 생각하고 바로 접어버렸습니다.
그리고 혼자서 생각만 하고 있었죠. 어떤 선수에게서는 어떤 기질이 보인다, 어떤 선수와 어떤 선수의 경기에서는 이 기질과 이 기질이 충돌하였는데 어떻게 어떻게 되어서…… 예, 짐작하셨겠지만 저는 혼자 놀기 좋아하는 타입입니다. -_-; 그러다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사상의학에 대해 논하는 것은 내 범위를 넘어서는 것이다. 하지만 기질을 정의하고 그것에 따라 경기를 보는 것은 나도 어찌어찌 해 볼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 저지르기로 했습니다만…… kimera님의 ‘소고’ 수준을 넘을 수 있을 리 만무하고, 그렇다고 애초에 출발한 데서 멀어졌으니 그것도 어정쩡. 결국은 어중간하게 될 것 같습니다. 그냥, ‘혼자 놀다가 지친 녀석이 같이 놀아보자고 조르는’ 거라고 생각하시고 심심풀이 삼아서 읽어주세요.
말씀드렸다시피 이 글은 뿌리를 사상의학에 두고 있지만, 그러나 사상의학의 틀을 쓰지는 않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제가 사고를 출발시킨 그 근본점에 대해서 간략하게나마 설명하고 가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시다시피 사상의학은 사람을 넷으로 나눕니다. 태양인, 소양인, 소음인, 태음인 이렇게 넷인데요, 무슨무슨 인 하기 전에 먼저 논의되어야 할 것이 ‘무슨무슨 기질’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제마 선생님의 ‘동의수세보원’ 첫 장을 펼치면 아무런 설명없이 ‘천기에는 넷이 있으니 일은 지방이요……’하면서 설명을 시작합니다. 아니, 분명히 의학인데 무슨 천기니 기질이니 따지느냐고요? 나중에 설명드리겠지만 사상의학은 ‘심학心學’으로부터 출발했기 때문입니다. 즉 태양인에게서는 태양인 기질이, 소양인에게서는 소양인 기질이 많이 보이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그 기질이 많이 보인다 해서 그 사람을 그 체질로 단정지을 수 있느냐, 그건 또 아니거든요. 허허. (-_-;;) 어느 책에서 읽은 구절인데, 엄한 부모님 밑에서 큰 아이는 원래 체질과는 달리 태음인 기질이 드러난다고 합니다. 즉 사람의 성격은 교육, 환경 등의 영향도 있기 때문에 그것을 바로 의학에 사용되는 체질 분류에 적용시키기는 힘들다는 것이죠.
하지만 제가 목표한 곳 까지는, 즉 ‘어떤 선수에게서는 어떤 기질이 많이 보인다’라는 데까지라면 그런 힘든 부분을 살짝 피해갈 수 있지 않을까…… 예, 눈치채셨겠지만 제 능력의 부족이죠. 뭐.
기질의 분류
서론이 길어졌는데 앞으로 이 글을 전개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부분, 즉 ‘기질의 분류’만 간단히 짚고 넘어가겠습니다. 앞에서 썼듯이 기질에는 네 가지가 있습니다. 태양, 소양, 소음, 태음 이렇게 넷인데요, 이 기질의 성질을 저는 다음과 같이 정의하기로 했습니다. 경기에 국한해서요.
태양 기질 - 경기의 흐름을 직관적으로 읽어내는 기질
소양 기질 - 감각적으로 순간순간의 상황이나 상대방 심리를 읽어내는 기질
소음 기질 - 경기를 틀에 맞추어 운영하는 기질. 혹은 어느 부분에 극도로 집중하는 기질
태음 기질 - 일단 ‘폭’을 늘려나가며 그를 토대로 주도권을 쥐는 기질
그렇게 정한 이유는 각각의 기질을 다루게 될 다음 글에서 설명드리기로 하고 이 글에서는 간단하게만 말하겠습니다.
태양 기질은 직관에 능합니다. 이런 경우죠. 어떤 문제가 주어졌을 때 태양 기질은 답을 간단히 찾아냅니다. 그런데 “왜 그게 답인데?”라고 물으면 잘 대답을 못하죠. 직관이니까요. 이것이 경기에서는 전체적 틀이나 흐름에 대해 작용한다고 봤습니다.
소양 기질은 감각적입니다. 원래 사람들이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에 대한 파악이 빠르죠. 즉 상대방의 심리 파악이 다른 기질에 비해 능합니다. 또 임기응변에 능한 기질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소음 기질은 논리적입니다. 논리성이 발휘되면 정석적인 경기 운영을 하게 되리라 봤습니다. “이기려면 이런 운영을 해야 하지 않느냐”는 논리 하에서 말이죠. 그런데 소음 기질은 집중력이 강하기도 합니다. 뭔가에 파고드는 모습도 소음 기질이라고 봤습니다.
태음 기질은 소양 기질처럼 빠르게 반응하지도, 소음 기질처럼 집요하게 파고들지도 않습니다. 하지만 묵묵히 자신의 폭을 쌓아나갑니다. 그래서 폭이 일정정도 이상 되면 그때는 자신의 폭을 힘으로 발휘하기 시작하죠. 경기에서 폭은 다양한 부분에서 정의될 수 있을 거라고 봅니다.
이런 기질들을 이용해서 어떤 선수의 경기 스타일을 생각해 보고, 이를 통해서 어떤 기질이 다른 기질과 부딪힐 때에 어떠한 결과가 오는지 생각해 보려고 이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캐스터와 해설자들의 기질
역시 이것은 주관적이기 때문에(먼저 기질을 정의한 것부터 제 나름대로 정의한 것이지요. 사상의학의 그것과는 다릅니다. 그렇게 해야만 제가 실수하더라도 사상의학에 비난이 안 가니까요) 여러분의 판단과 다를 수 있습니다. 혹 그렇더라도 같이 생각해 봅시다. 비난은 하지 마시구요. ^_^;; 시간 및 여러 사정상, 온게임넷의 스타리그를 진행하시는 엄전김 세 사람에 대해서만 생각해 봅시다.
전용준 캐스터 - 소양 기질
흥분을 잘 하시죠. “자! 추!” 그런데 어느 인터뷰에선가, “흥분하는 것은 관중들이 더욱 집중하도록 하기 위해서다”라는 말씀을 하시더군요. 소양 기질의 ‘남이 좋아하는 것을 빨리 캐치한다’는 성질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엄재경 해설 위원 - 태음 기질
태음 기질은 경험을 중시합니다. 엄 위원은 다른 해설 위원들에 비해 유난히 기록과 전에 있었던 경기들을 중시하시죠. 태음 기질은 그런 것들이 쌓여서 ‘폭’이 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또, 엄 위원은 세세한 상황을 설명하시기 좋아합니다. 뒤에 김도형 해설위원을 설명하면서 같이 말하기로 하죠. 아무튼 이러한 기질들은 태음 기질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김도형 해설 위원 - 소음 기질
엄재경 위원이 “아콘이 공3업이면 저글링이 방2업이더라도 그냥 녹거든요~” 등의 예를 들며 각 교전시의 상황에 대해 자주 설명하는데 비해, 김도형 위원은 “아, 누구누구 선수, 이 교전에서 밀리면 몇시 멀티 못지켜내고, 그러면 무슨무슨 선수의 확장에서 나오는 물량을 막을수가 없어요~”라는 식으로 전체의 흐름을 잘 설명하죠. 김도형 위원의 해설은 A이면 B가 되고, B이면 C가 된다 등의 경우가 많습니다. 논리적이죠.
세 사람의 기질이 모두 다르죠. 이래서 상당히 조화스러운 진행이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엄 위원은 기록과 세부 상황을, 김 위원은 경기의 전체 진행을 짚어주고, 전 캐스터가 흥분-_-하면서 재미있게 믹스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엠겜이 재미없다 진행 못한다 이런 얘기 절대 아닙니다!!)
부탁드리는 말씀
접기 전에 마지막으로 이 글을 읽는 분들에게 부탁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먼저 이 글은 제 주관에 의해 씌어진 글입니다. ‘어떤어떤 이유로 틀렸다’는 지적은 겸허히 받아들이겠습니다만 ‘말도 안된다, 어떻게 그 따위로 쓰냐’는 비난은 정중히 사양하겠습니다. 말씀드렸다시피 이 글은 사상의학의 기질을 빌어오긴 했지만, 어쨌거나 제가 판단한 것이 많이 들어가니까요. 여러분이 판단이 저와 다르시다면 같이 나누고 싶습니다. 하지만 제 판단에 대한 비난은 삼가 주셨으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리고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 중에 허브메드님을 비롯해서 한의학에 몸담고 계시는 분들이 많으시리라 생각합니다. 부디 후학의 실수를 날카롭게 꾸짖어 주시고, 잘못된 부분은 지적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아울러 이런 글을 쓸 자격이 없는 사람이 나서서 떠들어댄다고 언짢게 여기지 말아 주셨으면 합니다. 이제마 선생님과, 그분께서 남기신 사상의학에 누가 되지 않기 위해서 그분의 심학을 토대로 하였을 뿐 제 나름의 기준을 달리 세웠습니다. 누가 되는 일은 없도록 하겠습니다.
예고! (-_-;)
앞으로 쓰게 될 순서입니다……만 바뀔수도 있습니다. 언제 쓸지는 모르겠습니다. ^_^;; 각 기질에 가장 잘 어울리는 선수의 몇몇 경기들을 예로 들 생각입니다.
1) 태양 기질 - 강민
2) 소양 기질 - 임요환
3) 소음 기질 - 김정민/박용욱
4) 태음 기질 - 서지훈, 최연성
이상입니다. 길고 재미도 없는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부디 화는 내지 말아주세요.
ps) 박성준 선수의 저그 첫 우승 축하드립니다. (너무 늦은 축하는 아닌지 모르겠네요. 쩝)
ps2) 앞에서도 말씀드렸듯 이것은 ‘기질’이지 결코 ‘체질’이 아닙니다! “어떤 선수는 무슨 체질일까요” 혹은 “저는 어떤 체질 같은데 맞나요?”라는 질문은 체질의학을 전문적으로 하시는 한의사분께 가셔서 물어보십시오. 저는 아직 말학에 불과합니다.
* canoppy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4-12-04 21:15)
|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