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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봐도 좋은 양질의 글들을 모아놓는 게시판입니다.
Date |
2004/08/13 01:32:13 |
Name |
Daydreamer |
Subject |
[연재] 게임의 ‘기질’을 보자 - #5. “내손안에 있소이다” (강민, 장재호 선수로 보는 태양 기질) |
[연재] 게임의 ‘기질’을 보자 - #5. “내손안에 있소이다” (강민, 장재호 선수로 보는 태양 기질)
0. 들어가기 전 잡설
오랜만입니다! 서, 설마 벌써 잊으신 건 아니시겠죠? ^^; 월, 화, 도저히 시
간을 낼 수 있는 상황이 아닌데다가, 야행성인 제가 주간의 삶을 살기 위해서는
잠을 자지 않는 수밖에 없는 터라 머리도 안돌아가고…… 예, 그래봐야 다 변명
이죠. 늦어서 죄송합니다. 기다리신 분(있으시다면)께 대단히 죄송스럽게 생각하
며 더 나은 글을 통해 보답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역시 미흡한 글에 칭찬 보내
주셨던 많은 분들 진심으로 감사드리고, 특히 꼼꼼히 글 읽어주시고 의견 개진
해 주셨던 연*^^*님께 감사드립니다.
제가 글을 쓰지 않는 동안 많은 일들이 있었군요. 강민 선수에 대해 쓰겠다!
라고 맘먹고 있던 차에 나온 강민 선수의 아비터 + 할루시네이션 전략. 할 얘기
가 많아진 동시에 할 얘기가 없어지기도 했네요. 너무 많은 분들이 경기를 보셨
던 터라 말이죠. 혹 제가 틀린 말을 하더라도 너그러운 마음으로 지적해 주십시
오. 이 글은 추천게시판에 있는 kimera님의 ‘강민 선수에 대한 소고’, Bar Sur
님의 ‘장재호 선수에 대한 소고’, 그리고 자유게시판에 있는 전유님의 ‘날라 강민
의 역대 베스트 경기~’를 참조하였습니다.
1. 태양 기질에 대하여
칼 융은 사람의 기본 기능을 직관, 감성, 감각, 사고 이렇게 넷으로 나누었
습니다. 이것을 경희대 한방정신과에서 사상의학을 공부하시던 분들이 각기 사
상 체질과 연관시켰는데요, 직관-태양, 감성-소양, 감각-태음, 사고-소음 이렇게
나뉩니다. 즉 태양 기질은 직관이 강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직관이라는 말에 대해서 좀 더 보충설명을 해드리면, 직관은 관계를 파악하
는 능력입니다. 즉, 세상사 복잡하게 얽혀 있는 관계에서 그 핵심으로 바로 파고
들 수 있는 능력입니다. 즉 여러 정보가 있을 때, 그 중에 무엇이 핵심인지 다른
기질에 비해 잘 알 수 있다는 말입니다. 이 기질의 천기를 나타내는 말이 천시
(天時)입니다. 천시를 다른 기질에 비해 큰 노력 없이 알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것이 세상일에 적용되면, 남들 보기에는 별 일 하는 거 같지 않게 설렁설렁
일하는 듯 보이는데 어느새 일이 다 되어 있습니다.
이것이 게임에 적용되면? 먼저 보통 사람이 보지 못하는 것을 태양 기질의
선수는 볼 수 있습니다. 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를 진행을 보여주는데, 어느
순간 그것이 상대방의 목을 졸라버리게 되죠. 순간순간에 있어서 집중력은 부족
할 수도 있지만, 게임을 어떻게 하면 이길 수 있을까에 대해서는 본능적으로 잘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것들을 게임을 준비하는 데 사용하면 그야말로 게
임의 진행을 자기가 안배한 대로 굴러가게 할 수 있습니다.
평소같으면 이쯤에서 다음으로 넘어가서 이 기질에 맞는 선수 이야기를 했
겠지만 태양 기질은 워낙 독특한 기질이라, 여러분들의 오해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 이쯤에서 추가 설명을 드려야 하겠습니다. 태양인은 매우 매우 드뭅니다.
이제마 선생님이 표현하신 대로 말씀드리자면, “만 명의 사람 중에 태음인이 5
천여명, 소양인이 3천여명, 소음인이 2천여명 가량이고, 태양인은 서넛, 많아야
열이다.”라고 하셨습니다. 만 명 중에 서너명! 말이 쉽지, 우리 나라 인구가 5천
만명인데 그 중에 태양인은 많아야 천명에 하나니까 5만명 가량입니다. 적으면
2, 3만명이 끝이구요. (이 말인즉슨, 이 글을 읽는 분들 중에 ‘내가 태양인이다’
라고 생각하시는 분이 있으시다면 다시 생각해 보시라는 말입니다. ^^;)
그런 상황에서, “어떤 선수가 태양인이다” 혹은 “태양 기질이 많다”라고 말
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태양 기질을 설명하는 이번 글은
선수를 예로 들어 설명은 하되, 절대로 “이 선수가 이 기질이다”라는 뜻으로 받
아들이지는 말아주시기 바랍니다. (사실 이런 말을 하는 것도 오해의 여지가 있
습니다. 웬지 자승자박의 상황에 빠져버린 듯한 기분이 자꾸 드네요.)
설명이 길었는데 바로 본문으로 들어가도록 하겠습니다.
2. 태양 기질이 많은 선수 - 강민, 장재호
<글 1> 유머란의 어떤 글이었는데 ‘해설자의 멘트가 이런 내용일 때 이 선
수가 이길 것’ 이런 글이었습니다. 예를 들어 최연성 선수의 경우 ‘팩토리! 팩토
리 마구마구 늘어납니다’ 뭐 그런 내용이었는데요. 그런데 강민 선수의 멘트는
매우 특이한 그것이더군요. “아 저선수!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거죠?”
<글 2> kimera님의 소고에서 딱 한 구절만 따오겠습니다. “강민은 알고 있
었다”.
<글 3> Bar Sur님의 소고에서 역시 한 구절 퍼옵니다. “그는 자신이 승리
라고 하는 목적을 향한 수많은 방법론적 경로가 미리 만들어져 있지만 그것과는
전혀 다른 자신만의 경로를 새롭게 뚫어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아주 손쉽게
그것을 달성하곤 하며, 무엇보다도 그것 하나에 자기자신을 묶지 않는 것이다.”
이 선수들의 플레이는 자유분방합니다. 강민 선수의 별명 중 하나가 ‘몽상
가’입니다(영어로 하면 다름아닌 Daydreamer입니다! ^_^ 강민 선수 때문에 지
은 것은 아니지만… ^^;;). 그리고 장재호 선수의 별명은 ‘환타지스타’입니다. 두
선수의 별명이 모두 꿈, 환상 같은 현실에서는 잘 볼 수 없는 그런 것들과 연관
지어져 있다는 점, 의미심장하지 않습니까? 그만큼 보통 유저들이나 선수들이
잘 생각하기 힘든 부분에서 이 선수들의 진가가 나타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
다. 그럼 몇 가지 경기의 예를 들어보죠. 들어가기에 앞서, 제가 이 선수들의 경
기를 전부 본 것이 아니므로(특히 장재호 선수에게 관심을 갖게 된 것은 PL III
때부터였습니다) 이보다 더 적합한 경기가 얼마든지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런 경
기가 있다면 지적해 주십시오. 하지만 “그 경기도 얘기 안하면서 무슨 놈의 분
석글이냐” 이런 비난은 정중히 사양하겠습니다. ^^;;
<경기 1> SPRIS배 MSL 패자조 8강 강민 vs 조용호
정말 꿈꾸는 듯한 경기였습니다. ‘조이자! 그런데 테란이면 시즈탱크로 조이
면 되지만 난 프로토스인데 어떻게 조이지?’ 자, 보통 선수들이라면 이쯤에서 다
른 생각을 합니다. 뭐 조이지 않고도 이길 수 있다라든가, 아무튼 다른 방법을
택하기 마련이죠. 프로토스의 대 저그전 정석 중 하나가 공발업 질럿으로 ‘뚫는’
것이니까요. 더더욱 ‘조이기’라는 걸 생각하기는 어렵지 않을까요? 그런데 강민
선수는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조이자! 그런데 시즈탱크가 없잖아?’ 다음에, ‘그
럼 그 효과를 내면 되잖아.’ 그 다음은 익히 아시는 대로입니다. 중앙에 배치된
리버들로 조여놓고 경기를 자기 뜻대로 가져가버리죠.
<경기 2> 한게임배 온게임넷 스타리그 16강 강민 vs 임요환
이것이야말로 경기의 흐름을 정확히 읽는 태양 기질을 잘 보여주는 경기입
니다. 평지맵에서 상대가 벌처를 선택하지 못하도록 캐논 조이기, 캐논 조이기에
대응하여 상대가 탱크를 만들자 이후 다크템플러 난입. 마치 상대가 그 빌드를
쓸 것을 알았다는 듯이, 아니! 상대가 그것을 쓰도록 ‘만드는’ 그 플레이 - 정말
경기의 흐름을 기가 막히게 잡아내는 그런 선수라고 탄성이 안 나올 수가 없더
군요.
<경기 3> 한게임배 온게임넷 스타리그 8강 강민 vs 전태규
프로토스를 상대로 커세어+다크템플러 조합을 쓴 것만 해도 대단하지만, 무
엇보다 경기가 강민 선수가 준비해온 그대로 흘러갔다는 점을 꼽고 싶습니다.
강민 선수는 분명히 커세어와 옵저버를 대동해서 상대의 옵저버만 잡고, 그리고
다크템플러가 활개치는 시나리오를 짜 왔을 겁니다. 전태규 선수는 다크 아칸을
활용하는 시나리오를 짰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긴 것은 강민 선수의 시나리
오였죠.
<경기 4> Daum Game배 프라임리그 IV 정규리그 B조 장재호 vs 이임혁
워크래프트 3라는 게임은 스타크래프트에 비해 특이한 전략이 나올 여지가
많아 보이지는 않습니다. 먼저 영웅의 존재가 있고 그 스킬들의 조합과 오오라
의 조합이 있죠. 거기에 스타크래프트처럼 유닛이 많이 나오지 않는다는 점에서
각 종족의 조합들은 예상할 수 있는 범위 내입니다. 실제로 워크래프트 3에서는
스타크래프트만큼 선수들의 기질을 쉽게 정할 수가 없었습니다. 물론 경기를 많
이 보지 못해서이겠지만, 그보다 비슷비슷한 가운데 언뜻언뜻 드러나는 것을 제
가 구분할 능력이 안 되기 때문이었겠죠.
그런데 그 중에서 장재호 선수의 경기는 찬란한 빛처럼 보이더군요(물론 다
른 선수들 경기가 진흙탕 같다는 말은 절대 아닙니다). 이 경기만 봐도 그렇더군
요. 사장 유닛이던 페어리 드래곤의 사용, 그것도 ‘그걸로만’ 경기를 운영하고,
결국 역시 ‘자기가 짜온 대로’ 굴러간 끝에 장재호 선수가 경기를 가져갔습니다.
그 외에도 장재호 선수는 제한된 선택 안에서도 자유로운 체제 변환과 생각지도
못할 테크 및 조합 선택을 자주 보여주더군요.
3. 태양 기질이 많은 선수가 다른 기질을 상대하는 방법
먼저 태양 기질이 다른 기질을 상대하는 방법은 어느 기질이건 대동소이합
니다. “걱정마, 이리와, 내 꿈에 태워줄께” (항즐이님, 죄송합니다 (_ _) ) 즉 자
신이 ‘꿈 꾼’ 대로 상대를 인도하는 방법이죠. 그것이 힘싸움이라면 절대 힘싸움
을 마다하지 않고, 그것이 컨트롤이라면 소음 기질의 선수가 극도로 집중했을
때의 컨트롤만큼 강합니다. 하지만 어쨌든 자신들이 처음부터 경기를 어떻게 이
끌어 가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그 목표대로 경기를 운영하는 것이 이 기질의 능
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즉 다른 기질이 이 태양 기질을 상대하는 법은 한 마디로 요약될 수 있
습니다. “예상을 뛰어넘어라!” 즉 각자 기질의 장점을 살려, 태양 기질이 ‘이 선
수라면 이 정도까지는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한 바를 뛰어넘는 무언가를 보
여주는 것이죠.
(1) 소양 기질
어찌 보면 가장 태양 기질을 이기기 힘든 기질이라고도 보입니다. 순간순간
의 대처가 빠른 소양 기질은 이 순간순간을 쌓아서 전체가 되는 태양 기질에게
말려 버리는 경우가 종종 있거든요. 좋은 예가 강민 선수가 임요환 선수에게 특
히 강한 모습을 보이는 것입니다. (현재 6대 1이죠.) 어쨌거나 소양 기질의 선수
가 이기기 위해서는 주도권을 내줘서는 안될 듯합니다. 집요한 견제를 통해 의
도를 펼칠 틈을 주지 않거나, 최대한 난전으로 유도하는 등 자신의 특기를 최대
한 살리는 쪽이 바람직하다고 생각됩니다. (물론 매우 힘듭니다.)
(2) 소음 기질
강민 vs 박용욱, 장재호 vs 박세룡 등 멋진 라이벌전이 많이 나오는 대결이
죠. 역시 소음 기질의 장점은 ‘집중’! 순간 전투력이 극대화 될 수 있는(무슨 사
이어인이냐;;;) 장점을 최대한 활용하여 상대의 안배를 무력화시킵니다. 예를 들
어 다음 게임배 프라임리그 IV 8강 박세룡 vs 장재호의 대결에서, 장재호 선수
가 다크레인저를 초반 영웅으로 선택하여 계속 자신의 의도대로 경기를 진행해
왔습니다. 그러나 박세룡 선수와의 한타 싸움에서 결국 박세룡 선수에게 유닛이
다 잡혀 버리면서 자신이 의도했던 바가 모두 꼬여 버렸죠. 물론 모든 경기가
이렇게 진행되는 것은 아닙니다만, 이런 장면이 심심치 않게 나온다는 점입니다.
(3) 태음 기질
길게 쓰지 않겠습니다. 역시 태음 기질은 자신의 장점인 ‘폭’을 확보하고 그
폭으로부터 상대의 예상을 뛰어넘는 물량 혹은 전투력을 발휘해야 이길 수 있습
니다. 이번 SPRIS배 MSL 승자 4강 최연성 vs 강민 제 3경기를 보시면, 집요하
게 최연성 선수를 흔드려는 강민 선수와 그걸 꿋꿋이 막아내는 최연성 선수의
대결을 보실 수 있습니다. 이 정도 까지만 하죠. 다른 기질에서 반복되었던 이야
기니까요.
4. 마치면서
점점, 제가 흥이 나서 쓰는 부분은 줄고 책임감 때문에 쓰는 부분이 많아지
는듯 합니다. 점점 글이 재미없어지고 동시에 늘어지고, 또 분명히 여러분들께서
‘이 부분은 동의하지 못하겠다’는 부분도 전에 비해 늘어날 것 같네요. ……그래
도 잘 봐주세요. ^^;;
다음 글이 마지막 글이 될 것 같습니다. 다음 글에서는 ‘다른 기질의 모습을
배우는 경우’와 ‘그걸 잘못 배워서 망치는 경우’ 그리고 ‘기질의 단점이 드러나는
경우’에 대해 써 보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여러분의 한 마디 한 마디가 제게는 큰 힘이 됩니다. ^_^ (_ _)
* canoppy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4-12-04 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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