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 0. .....
2003년 5월 9일, 2003 올림푸스배 온게임넷 스타리그.
'프로브, 프로브까지 동원합니다. 탱크 일부는 시즈모드 됐고..'
'안돼.. 프로토스는.. 살아남아야돼.. 이대로 끝나면 안돼..'
'드라군 3기, 드라군 2기, 드라군 1기...'
'플토는.. 플토는..플토는....'
'바카닉으로, 바카닉으로..'
......
fOru : gg
Slayers_'BoxeR' : gg
죽음의 조. 파나소닉배를 우승하고 그랜드슬램을 달성하며 당대 최고의 주가를 올리던
테란 이윤열선수. 그리고 그가 마지막으로 넘어야 할 산으로 지목한 임요환선수. 그리
고 프로토스전 약한 이미지를 씻겠다며 임요환선수가 지목한 이재훈선수. 그리고, '대
박 조를 만들어 보겠습니다.'라며 이재훈선수가 뽑은 박경락선수. 이 4명의 선수가 조를
이루었고, 그 4명의 선수는 4주차까지의 경기가 끝난 뒤 나란히 1승 1패를 거두고, 8강
진출을 위해서는 마지막 1경기에 올인해야 하는 상황이 옵니다.
그리고, 5주차의 경기에서 박경락선수가 이윤열선수를 제압하고 8강에 오릅니다. 마지
막 6주차 경기. 여러분들도 잘 아시는, 임요환선수와 이재훈선수의 대전이 벌어집니다.
그 전장은 바로 '기요틴'입니다.
2002 SKY배에서 아쉬운 준우승을 하고, 그 다음 대회인 파나소닉배 8강에서 홍진호선
수, 박경락선수 두 저그에게 발목을 잡혀서 탈락했던 임요환선수. 임선수 입장에서는
이번 경기를 반드시 잡아 '테란의 황제'라는 닉네임의 수성이 필요한 시점이었습니다.
이재훈선수도 꼭 이겨야 되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당시 같이 올라와서 기대를 모았던
프로토스 유저 전태규 박용욱 선수의 2연패, 탈락. 이재훈선수는 마지막 남은 토스의 희
망으로 수많은 토스 팬들의 기대를 한몸에 받고 있던 상황이었습니다.
그 당시까지 기요틴에서의 테란:프로토스는 0:2로 프로토스가 압도하고 있던 상황. 그
리고, 역사상 테란전을 가장 잘하는 프로토스라는 평을 듣는 GO팀의 이재훈선수. 임요
환선수 입장에서는 정말로 벼랑 끝에 몰린 상황이었습니다.
그리고, 옵저버 화면의 경기시작을 알리는 카운트가 0이 되고 잠시 후 수많은 게임팬들
은 탄성을 지를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재훈선수 11시, 임요환선수 5시. 가장 거리가 먼
대각선이 나온 것입니다. 임요환선수는 원팩 이후 시즈업을 하면서 일단 초반 입구공략
에 대비하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그리고 대각선임을 확인한 이재훈선수는 일단 옵저버
테크로 상대의 빌드를 확인하려 합니다. 이 순간, 임요환선수는 안쪽에 투배럭과 아카
데미를 올리고, 탱크와 함께 몰래 바이오닉 병력을 모으기 시작합니다.
프로토스의 옵저버가 나오고, 일단 상대의 원팩더블을 생각한 이재훈선수는 멀티를 시
도합니다. 그리고 옵저버가 중규모의 마린메딕병력을 확인하는 순간, 임요환선수는 바
로 진출을 시작합니다. 결과는 여러분들이 아시는 바와 같이 바카닉병력이 그대로 프로
토스의 본진까지 밀고 들어가 gg를 받아냅니다.
사실 이재훈선수에게는, 아쉬운 순간이 세 차례 있었습니다. 첫 번째는, 옵저버가 바이
오닉 병력을 봤을 때 바로 드라군이 전진하여 시간을 끌지 않은 것입니다. 보통 드라군
이 바카닉 병력을 상대할 때 마린과 드라군의 사정거리 차를 이용하여 무빙샷을 하면서
싸우고, 싸우는 길이가 길어질 수록 바이오닉 병력의 피해가 누적되면서 공격이 막히게
되는 것이 보통의 이론인데, 이재훈선수가 상황을 너무 낙관한 나머지 이것을 하지 않
은 것입니다. 두 번째는 약간 전진했던 드라군 병력을 본진쪽으로 회군한 것인데요, 본
진쪽이 아니라 1시와 같이 본진에서 먼 쪽으로 무빙샷을 해가면서 드라군을 회군시키면
바이오닉 병력은 타이밍을 위해 할 수 없이 플토의 본진쪽으로 들어갈 수밖에 없고, 그
렇게 되면 아직 밖에 나가 있는 병력을 통해 쌈싸먹기, 혹은 오는 병력 끊어먹기 등을
하는 것이 가능해 집니다. 그런데 이것을 하지 않은 것 역시 이재훈선수에게 아쉽다고
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대각선이었기 때문에 이재훈선수에게는 마지막 기회가 있었습니다. 본
진에서 일꾼과 함께 바카닉 병력을 대적할 때가 그것이었는데요, 갑자기 드라군 4기정
도가 탱크의 포격을 받음과 함께 그대로 멈춰버린 것입니다.(MC용준 동영상에서 "드라
군 3기, 드라군 2기, 드라군 1기 ..."라는 대사가 나오기 직전입니다.) 이것은 드라군이
홀드를 했을 때 자신의 사정거리 밖에서 오는 포격을 받으면 드라군이 멈춰버리는 현상
때문에 발생한 것입니다. 드라군의 무빙샷 컨트롤을 할 시에 보통 드라군을 뒤로 이동
시키면서 홀드 버튼을 눌러 한번 쏘고 또 빠지고 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너무나 결정적
인 순간에 이재훈선수의 컨트롤 실수로 인하여 드라군이 멈춰 버린 것입니다.
어쨌거나 이 경기로 인해 임요환선수는 8강의 마지막 티켓을 거머쥐며 기사회생했고,
마지막 토스의 희망 이재훈선수가 탈락하면서 프로토스는 2시즌 연속 8강진출자를 내
지 못하는 슬럼프에 빠지게 됩니다.
기요틴의 첫인상
제가 처음 본 기요틴은, '참 삭막하게 생긴 맵이다'라는 것이었습니다. 다른 지형은 없
고 단지 황량한 사막에 있는 구조물들만이 '이곳까지 너의 땅'이라는 것을 말해 주고,
가도 가도 똑같은 구조물과 사막뿐인 맵. 저는 이런 맵에서 어떻게 다양한 경기가 나올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을 품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온게임넷에서 처음으로 펼쳐진 공식 팀대항전인 프로리그 첫주차, AMD와 KTF
의 경기에서 기요틴은 처음으로 진짜 선을 보입니다. 박신영선수와 장진수 선수의 저그
대 저그전 경기. 그 경기는 비록 장진수선수의 12트윈과 박신영선수의 9드론 빌드가 겹
쳐져 허무하게 끝났습니다만, 인큐버스 이후 근 2년만에 등장한 완전개방형맵은, 수비
가 쉬운 언덕형, 로템형 맵에만 익숙해져 있던 유저들에게 새로움을 불러일으키기 충분
했습니다.
그림은, 변종석님이 공개하신 기요틴의 베타버전 시절입니다. 지금하고 별다른 차이가
없어 보이는데, 앞마당 미네랄이 불과 5덩이였고, 앞앞마당(2,4,8,10시)에 있는 가스가
없고 중앙멀티에만 가스가 있습니다. 그때는 앞마당이 상당히 좁았네요. 그래도 다른
맵들과 비교해 보면 원형을 잘 보존하고 있다고 생각됩니다.
Part I. 프로토스 암울기, 기요틴
기요틴 in 플토암울기
지금은 많이 극복된 상태였습니다만, 올림푸스배에 즈음해서 프로토스는 대단한 암울
기를 겪고 있었습니다. 박성준선수의 투신모드가 있던 얼마 전까지 저그가 방송경기에
서 테란에게 무기력하게 무너지던 것 이상으로, 프로토스가 저그에게 힘없이 무너지고,
테란과도 근근히 대등한 싸움만을 이끌어나가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조지명식과 같은
자리에서 저그유저들은 공공연히 '플토가 있으면 쌩큐!'와 같은 발언을 했으며, 그것을
부정하는 사람도 얼마 있지 않은, 자타공인의 플토 암울기였습니다.
그런 시기에, 기요틴이 투입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올림푸스배에는 기이한 인연으
로 플토의 기요틴 경기가 이재훈선수와 임요환선수의 1경기밖에 없었습니다만, 챌린지
리그나 듀얼토너먼트, 프로리그 등에서는 프로토스가 선전하면서 어느 정도의 희망을
갖기 시작합니다.
비프로스트, 신개마고원 등을 만드셨던 김진태님이 언젠가 하셨다는 말이 하나 생각납
니다. '테란맵을 만드는건 정말 쉽고, 저그맵을 만드는 것도 어렵지 않다. 그런데 프로
토스맵은 정말 신경써야 만들 수 있다.' 이 말은 현실적으로도 맞는 말입니다. 도식적인
얘기고 맵에 따라 다르겠지만, 일반적으로 맵의 러쉬거리가 너무 길면 저그상대로 암울
하고, 너무 짧으면 테란상대로 암울합니다. 가스멀티를 먹기 쉬우면 테란상대로 암울하
고, 가스멀티를 편하게 먹을 수 있으면 저그상대로 또 암울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절묘
하고 미세한 조정을 잘 해야만, 프로토스가 할만한 맵들이 탄생합니다. 요즘 방송맵이
너무나 밸런스가 안맞는다고 말씀들 하시는 분이 계시지만, 기본적으로 방송경기맵은
저러한 요소들을 고려하고 나오는 것이고, 이런 측면 이상으로 밸런스를 조절하는 것은
대단히 어렵다는 것을 알아 주셨으면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사용되고 있는 온겜,
엠겜의 맵들 역시 대단한 것이고요.
'개방형맵'이라는 장르 역시 그렇습니다. 플토가 테란상대로는 편할 지 몰라도, 저그상
대로는 개방형맵이라서 좋을 것이 별로 없습니다. 프로토스의 투게이트 플레이가 거의
강요되는 측면이 있기 때문이죠. 그렇기 때문에 실제로 기요틴도 초반 몇경기는 프로토
스가 저그 상대로 잘 잡아 나가다가, (4연승) 이후 3연패를 하며 '역시 저그상대로는 안
되는가' 하는 생각을 가질 수밖에 없게 만들었습니다.
바로 이때 나타난 프로토스들이, 바로 요즘 A급 프로토스의 평을 듣는 선수들입니다.
강민, 박용욱, 박정석. 전태규. (가나다순입니다 ㅠㅠ) 이 선수들은 각자 나름대로의 방
식으로 저그전을 극복하며 저그상대로의 암울함을 극복해왔습니다. 강민선수는 특유의
전략적인 빌드와 원게이트 플레이로, 박용욱선수는 무서운 프로브와 질럿의 초반공략
으로, 박정석선수는 강력한 하드코어 이후 타이밍러쉬로, 전태규는 정말로 단단한 후반
운영으로 말이죠. 그리고 그 무대가 된 맵이 바로, 이 기요틴과 노스탤지어입니다.
2003년 1차 듀얼토너먼트 C조 2경기, 강민 vs 장진수
'내가 바로 강민이다'
이 경기는, 드디어 강민선수가 그토록 문을 두드리던 스타리그로 진입하는 듀얼입니다.
개인적인 견해입니다만, 마이큐브 이후 스타리그의 종족 판도가 그렇게 극적으로 바뀐
데에는 강민선수와 박용욱선수, 두 스타일리스트의 역할이 아주 컸다고 생각합니다. 이
듀얼에서 강민선수는 기요틴, 노스탤지어에서 모두 저그를 잡아내며 마이큐브배에 진출
하게 됩니다.
7시가 나온 강민선수는 전진해서 공통입구쪽에 파일런을 지으면서 가로정찰을 보내고,
그 다음에 포지를 지어버립니다. 그 당시만 해도 더블넥은 엽기전략의 하나로 통했고,
파나소닉배에 쓰였던 아방가르드 II라는 맵에서 프로토스들이 몇 번 보여준 적이 있지만
역시 주류가 될 수 있는 전략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강민선수는 과감하게 포지 이후
상대방의 스포닝이 늦은 것을 확인하고 바로 넥서스를 지어 버리고, 상대방의 멀티는
파일런을 지어가면서 늦춥니다. 게다가 거기에 만족하지 않고 장진수선수가 멀티를 하
나 더 먹으려는 시도는 미리 훤히 알았다는 듯 캐논러쉬를 통해 무력화시킵니다. 상황
이 이쯤 되니 장진수선수는 할게 없어지고, 결국 같은 자원, 아니 프로브 수 때문에 더
많은 자원을 먹은 프로토스에게 물량에서 밀려 gg를 선언할 수밖에 없게 됩니다.
2003 마이큐브 스타리그 16강 B조 3경기, 강민 vs 조용호
'날라, 날다'
사실 강민선수가 MSL을 우승했다지만, 그 당시 있었던 상대 이윤열선수의 계약파동도
그렇고 웬지 강민선수를 크게 인정하는 분위기는 아니었습니다. 게다가 그 우승과정에
서 저그를 단 하나도 만나지 않았다는 사실도 크구요. 그런데 이 경기, 그리고 신개마고
원에서의 홍진호선수와의 경기 이후로 '몽상가 강민'이라는 게이머를 인정하는 분위기
가 나타나기 시작합니다.
강민선수 7시, 조용호선수 5시에 배정됩니다. 가로방향이죠. 강민선수는 더블넥을 시도
하고, 조용호선수는 9드론 발업저글링을 선택했습니다. 하지만 타이밍좋게 캐논이 완성
되어 일단 9드론은 막히게 됩니다. 조용호선수가 빠른 테크보다는 해처리를 늘리고 있
는 것을 확인한 강민선수는 일단 세 번째 넥서스를 약간 늦추며 이후 물량전에 대비합
니다. 조용호선수는 앞마당 이외의 멀티를 하나 더 가져면서 성큰과 히드라로 수비를
하려 합니다, 그리고 발업질럿이 공통입구로 들어가려는 순간, 조용호선수는 히드라들
을 뒤로 빼면서 질럿을 한번에 잡아먹겠다는 모션을 취합니다. 하지만 눈치빠른 강민선
수는 재빨리 질럿을 회군합니다. 그리고 조용호선수는 역공을 들어가지만 오히려 강민
선수의 질럿 공성계에 히드라가 일부 싸먹히면서 경기는 플토에게 약간 기웁니다. 조용
호선수는 히드라 공격 실패에도 불구하고, 끊임없는 확장력으로 멀티를 야금야금 늘려
나가며 대등하게 싸워 나갑니다. 하지만 프로토스의 충실한 업그레이드와 드라군을 많
이 모으는 플레이로 저그의 약간 부족해보이는 울링체제를 무난하게 잡아내며 강민선
수는 마이큐브배의 2승째를 먼저 챙기게 됩니다.
2003 마이큐브 스타리그 4강 B조 1경기, 박용욱 vs 박경락
'저그를 상대할 때는 두 가지만 기억하세요. 질럿, 프로브.'
강민선수가 더블넥서스로 저그들을 베고 달려갔다면, 박용욱선수에게는 든든한 초반
질럿과 프로브가 있었습니다. 그 무대가 된 마이큐브배. 그리고 박용욱선수의 저그전을
세인들에게 확실히 각인시킨 것은 바로 플토상대로 최강이라는 평을 듣는 박경락선수
와의 4강전이었습니다.
박경락선수 1시 박용욱선수 5시. 박용욱선수는 앞마당으로 가는 입구쪽에 파일런을 짓
습니다. 더블넥을 위한 위치라고도 할 수 없고 참 기묘한 위치인데요, 이것은 박경락선
수로 하여금 드론정찰이 만약에 빨리 와서 본진을 봤을 때 게이트가 없으니까 '나 전진
게이트니까 좀 가난하게 해라' 하는 식의 심리전을 건 것이라고도 생각됩니다.이런 심
리전이 사소해 보이지만, 만약 하드코어가 결국 막히더라도 저그를 최대한 가난하게 만
들 수 있기 때문이죠. 그런데 박경락선수는 가난하게 하기는 커녕, 상대의 더블넥서스
를 예상하고 바로 12드론 앞마당을 해버립니다. 결국 그 파일런 주변에 투게이트를 짓
고 보낸 하드코어 질럿을 막지 못하고 박경락선수는 gg를 칠 수밖에 없게 됩니다.
프로토스대 테란전, 힘, 전략, 운영.
사실 기요틴이 가장 큰 비판을 받았던 부분은 프로토스대 테란전의 밸런스 붕괴입니다.
뭐 후반 가서는 최연성선수, 임요환선수 등 많은 테란들이 어느 정도의 파해법을 찾고
기요틴 고별전이 되기 직전에는 테란이 플토상대로 3연승을 했지만, 유수한 극강테란들
도 결국 기요틴을 넘지 못하고 프로토스에게 걸려 탈락하는 일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기요틴이 밸런스 자체가 크게 나빠서 프로토스대 테란전이 크게 무너졌다고 단
정적으로 볼 수는 없습니다. 파라독스에서 항상 똑같은 커세어+리버로 저그가 프로토스
에게 무너지듯, 항상 똑같은 방법으로 테란이 프로토스에게 계속 져 왔다면 그런 비난
을 듣기에 충분하겠지만, 프로토스들도 극강테란을 상대하는데 있어서 나름대로의 전
략과 다양성을 겸비한 모습을 보여줬기 때문이죠. 그리고 그 중심에 있는 프로토스들은
역시 기욤과 김동수 이후의 프로토스를 이끌어가는 강민, 박용욱, 박정석, 전태규 등의
선수들이었습니다.
2003 마이큐브 스타리그 16강 D조 1경기, 박용욱 vs 베르트랑
'뭐? 입구를 안막고 플레이 하겠다고?'
올림푸스배, 듀얼, 챌린지를 거치면서, 초반 테란이 정말 암울하다는 평을 들었던 기요
틴은 테란이 어느덧 많이 따라잡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자세한 전적은 이후에 보겠지만
, 박용욱선수와 베르트랑선수의 당시 경기가 있기 직전까지 PvT=5:4, 이벤트전 합치면
6:5로 프로토스가 간신히 앞서나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원인에는
테란들이 조정현류의 빠른 조이기를 한 후 성곽을 이용해서 탱크포격을 하는 식의 타이
밍좋은 조이기가 있었습니다.
또 가로방향이 뜬 상황. 박용욱선수 1시, 베르트랑선수 11시의 스타팅이 나왔고, 박용욱
선수는 가로방향으로 빠른 정찰을 해 보니 상대방이 입구를 막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아
냅니다. 원게이트 이후 올라가는 박용욱선수의 건물은 두 번째 게이트였습니다. 다른
선수의 질럿러시라면 베르트랑선수 특유의 처절모드로 극복할 수 있었겠지만, 박용욱
선수에게는 질럿 말고도 악마의 프로브가 있었습니다. 프로브가 배럭스 타이밍도 10초
가까이 늦춰 버리고, 베르트랑 선수는 상대의 가스러쉬를 염려하여 SCV까지 쉬어가면
서 가스를 일단 먼저 짓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질럿러쉬를 최종적으로 막는데 필수적인
벌처가 너무나 늦어지게 되고, 결국 드라군이 합류하고, 겨우겨우 프로토스의 공격을
막았다고 생각하는 순간, SCV는 불과 6기가 남아 있었습니다. 베르트랑선수의 gg와 함
께, 그날 프로토스는 3전 전승을 기록하며 가을의 전설의 전조를 알리게 됩니다.
03~04 NHN 한게임배 스타리그 16강 B조 2경기, 강민 vs 임요환
'박서, 너의 패턴을 알아냈다'
박용욱선수가 자신만의 스타일로 테란들을 잡아 나갔고, 강민선수 역시 자신만의 스타
일로 테란들을 잡았습니다. 그건 바로 '전략'이라는 측면이었습니다. 16강에서 '존경하
는 게이머를 넘고 싶다'며 임요환선수를 지목했던 강민선수. 그 전장은 기요틴으로 결
정됩니다.
강민선수 1시, 임요환선수 7시가 걸린 상황. 임요환선수는 프로브정찰을 의식하여 약간
가난하게나마 배럭으로 빠르게 입구를 막아 버립니다. 강민선수는 일단 5시에 파일런을
짓고, 드라군 사업을 한 이후에 5시 지역에 몰래 시타델과 템플러 아카이브를 올립니다.
그러면서 상대방의 입구에 짓는건 다름아닌 파일런과 캐논이었습니다. 상대방이 벌처
를 이용하든 바카닉을 이용하든 대나무류 러시를 시도하든, 원팩원스타만 아니라면 다
막아낼 수 있는 작전인 것이죠. 결국 임요환선수가 벌처를 쓰윽 집어넣어 상대방 본진
으로 달리려는 시도는 완전히 실패했고, 이후 다크템플러와 드라군의 조합에 완전히 말
리며 임요환선수는 강민선수 상대로의 연패를 이어나갑니다.
사실 만약 임요환선수가 원팩원스타를 시도했다면, 원게이트 상태에서 드라군 숫자가
부족하고 게다가 드라군은 전진해 있었던 상태라 완전히 당할 수 있는 것이었지만, 강
민선수는 그만큼 '상대가 정석 투팩을 할 것이다'라는 확신이 있었던 것이죠.
03~04 NHN 한게임배 스타리그 8강 B조 6경기, 전태규 vs 이윤열
'너도 기요틴에서는 테란일 뿐이다'
한게임배는 강민선수의 우승과 함께 전태규라는 또 하나의 프로토스 스타를 낳은 대회
이기도 합니다. 뭐 특별한 것도 없어 보이는데 어느 새 보니 이겨 있더라. 정말 안전하
고 단단하게 타종족을 제압해 나가는 전태규선수의 모습은 화려하지는 않지만 압박감
을 주기에 충분했습니다. 그리고 전태규선수는 8강의 마지막. 지면 떨어지고 이기면 올
라가는 자리에서 이윤열 선수를 만나게 됩니다.
전태규선수 1시, 이윤열선수 7시의 스타팅이 나오고 경기는 시작됩니다. 전태규선수는
기요틴 뿐 아니라 머큐리와 같은 개방형맵에서 웬만한 경우에는 원질럿 원드라군 푸시
를 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번 경우에도 일단 찌르기를 들어갑니다. 드라군으로 계속 찌
르면서, 상대방의 원팩원스타에 대비해 상대방의 앞마당 부근에 파일런을 짓습니다. 그
러면서 다크템플러를 이윤열선수는 로템에서 보통 하는 것처럼 원팩원스타 이후 더블
커맨드를 생각했습니다만, 그것도 다크템플러 드랍에 의해 저지당합니다. 여기서부터
둘의 차이가 벌어지기 시작합니다. 전태규선수는 다크로 시간을 벌면서 빠른 캐리어를
준비하고, 이윤열선수는 커맨드를 한번 거의 완성시켰다가 취소했기 때문에 일단 수비
를 할 수밖에 없게 됩니다.
전태규선수는 정말 안전하게 다수 캐논을 지으면서 멀티를 늘려나가고, 캐리어와 드라
군을 계속 모읍니다. 이윤열선수는 클로킹레이스와 골리앗을 쓰면서 대항하지만, 결국
탱크의 수가 부족한 탓에 지상병력에서 최종적으로 밀리고, 캐리어 역시 막을 길이 없
어 gg를 치게 됩니다.
이윤열선수에게는 아까웠던 장면이 두 번 있었는데요, 초반 날아가던 드랍쉽이 윗쪽으
로 날아갈까 아랫쪽으로 날아갈까의 고민상황에서 아랫쪽을 택해서 파일런에 걸린 것,
그리고 앞마당 커맨드센터 완성 직전에 날아온 투다크 때문에(날아왔다고 하니까 약간
표현이 그렇군요 ^^;) 커맨드를 눈물을 머금고 취소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죠. 이 두 가
지 변수가 없었더라면 어떻게 됐을까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Part II. 테란, 타종족에 대한 투쟁
맵의 테마에 관한 생각
게시판에서 맵에 관한 수정방향을 제시하는 글을 볼 때마다, 이런 생각을 합니다. '좋은
생각이긴 한데 그렇게 하면 더 이상 그 맵이 아니지..'.. 단순히 밸런스를 맞추기 위한
방향이라면, 맵 자체의 밸런스를 '무난'하게 만드는 것은 쉽습니다. 하지만 맵제작자는
그렇게 단순한 방법의 고민을 하지 않습니다. 어떻게 하면 그 맵의 특색을 살리면서 밸
런스를 맞춰나갈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을 하는 것이죠.
기본적으로 맵제작자들은 맵을 만들 때, 그 맵만의 특색을 가지게 합니다. 공식맵은 더
더욱 그런데요, 맵에 관계없이 다 비슷한 싸움만 나온다면 스타 방송을 열심히 보는 사
람은 많지 않을 것입니다. 이 맵에는 이런 싸움이 나오고, 이 맵에는 저런 싸움이 나오
니까 스타 방송이 인기가 있는 것이죠.
사실 기요틴에서 유일하게 문제가 된 PvT의 밸런스는 아주 약간만 조작하면 웬만큼 맞
출 수 있습니다. 그림처럼 말이죠.
이렇게 되면 기요틴에서 테란이 초반에 전혀 압박을 받지 않게 되고, 구조물들의 힘을
받아 프로토스와 어느 정도 대등하게 게임을 이끌어나갈 수 있게 됩니다.
하지만 이런 방법을 맵제작자는 알면서도 절대로 쓰지 않습니다. 저런 식으로 수정이
이루어지면, 기요틴은 더이상 '기요틴'이 아닌 유사품에 불과한 '귀여틴'일 뿐이기 때문
이죠. 기요틴의 컨셉은 초반에 테란이 입구막고 탱크뽑고 멀티나 하면서 루즈한 게임을
이끌어 나가는 것을 못하게 하는 것이고, 그 컨셉 때문에 기요틴만의 경기가 나오는 것
이기 때문입니다.
요즘 한창 레퀴엠에 대한 말이 많은데요, 수정된 형태의 레퀴엠이라 해도,(저는 봤습니
다만 -_-) 그렇게 대단한 형태의 변혁이 일어나지는 않을 것입니다. 예컨데 스타팅을 안
쪽에 있는 가스멀티로 바꾸어 러시거리를 무지막지하게 늘린다거나 하는 식의 극단적
인 변화는 없다는 말이죠. 왜냐하면 "앞마당 먹을생각 하지 말고 초반부터 상대방을 거
세게 몰아붙여라! 수비만 하고 언덕이 조여지면 승리는 없다!"는 것이 이 맵의 컨셉이기
때문이죠. 그리고 수정이 된다면 그 컨셉을 유지하는 선에서, 저그에게 할만한 요소를
좀 더 넣어주는 방향으로 수정이 있을 것입니다. 만약에, 일부 팬분들이 말씀하시는 대
로 레퀴엠의 분지형태만 유지하면서 스타팅이 구석으로 가게 된다면, 레퀴엠은 여타 다
른 맵과 크게 다르지 않은 그냥 보통 힘싸움맵이 되었을 것입니다.
테란의 단두대 기요틴?
기요틴 초기에는, 테란이 타종족 상대로 한경기도 못따내면서 정말로 약한 모습들을 보
여줘 왔습니다. 지금은 양쪽 다 할만 하다는 테란:저그에서도 저그가 한동안 전승을 하
며, '아방가르드보다 더 심하다'는 평을 듣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테란들은 조금
시간이 흐른 후에, 충분히 극복해 나가며 저그전을 극복해 나갑니다. 그 시작은 서지훈
선수의 메카닉이었구요, 그 후 치즈러쉬, 투탱크드랍, 불꽃테란 등의 여러 가지 전략으
로 저그전을 극복해 나갑니다.
프로토스전도 예외는 아닙니다. 초반 어려움을 겪었지만, 임요환선수의 바카닉 전략을
시작으로, 대나무러시가 한동안 유행한 적도 있었고, 타이밍을 잘 맞추어 진출하는 전
략. 그리고 심지어는 초반을 잘 넘기고 힘싸움으로도 가볍게 프로토스를 제압하는 일도
많이 일어났습니다. 이후 마이큐브 등의 가을시즌으로 넘어와서 프로토스에게 상당히
고전하고, 네오기요틴으로의 수정의 원인이 된 직접적인 계기가 되지만, 그것은 그 시
기 자체가 프로토스가 워낙 훨훨 날았던 시기인 측면도 있습니다. 그리고 앞서 말씀드
렸다시피 기요틴이 물러나기 직전에는 테란이 프로토스 상대로 3연승을 했죠. (프로리
그에서의 차재욱, 최연성, 임요환선수가 각각 강민, 전태규, 박정길 선수를 상대로 이겼
습니다.)
올림푸스배 스타리그 16강 A조 5경기 이윤열 vs 박경락
'Burrow like Junwi'
아직도 이윤열-임요환-이재훈-박경락으로 이루어진 조를 죽음의 조라고 생각하시는 분
들이 많습니다. 그건 그 조를 이루는 선수들의 네임밸류, 그리고 그 당시 상황을 능가하
는 뭔가가 있었기 때문인데요, 한 경기 한 경기가 모두 명경기들이었던 조이기 때문에
더욱 그런 것 같습니다. 그리고 네 선수가 1승 1패를 이룬 상황에서 마지막 두 경기로
모든 진출자가 가려진다는 사실이 더욱 극적이었죠.
이윤열선수 1시. 박경락선수 7시에 자리잡습니다. 초반 이윤열선수는 일단 생마린으로
압박을 시도하다가, 기회를 봐서 난입을 해보려 했습니다만 실패합니다. 앞마당을 일단
안정적으로 돌릴 수 있게 된 박경락선수는 뮤탈을 모으는데요, 테란의 2차진출 병력이
나간 사이에 뮤탈이 이윤열선수의 본진 공략을 해서 또 타격을 입힙니다. 이 때 이윤열
선수는 일단 그건 어찌어찌 막겠다 싶어서 공격을 가는 판단을 합니다만, 이 것이 돌이
킬 수 없는 결과를 가져오고 말았습니다. 2차진출 병력도 버로우저글링과 성큰에 막히
고 만 것이죠. 생각해 보면 그 때 이미 돌이킬 수 없이 기울어진 게임이었습니다. 하지
만 이후 이윤열선수는 20분간 개방형맵에서 정말로 믿을 수 없는 정도의 환상적인 방어
를 합니다. 저는 그 당시 개인적으로 이윤열선수의 컨트롤능력에 대해 의문을 품고 있
었습니다만, 그 경기를 보고 '컨트롤을 못하는게 아니고 안하는거다'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죠. 이윤열선수는 막고 또 막은 끝에 결국 한방병력을 모아서 공격까지 시도하여
역전 가능성까지도 점쳐봅니다. 하지만 이후 박경락의 하이브테크를 극복하지 못하고
결국 패배를 인정하게 됩니다. 우승자 징크스는 이윤열선수에게도 예외는 아니었던 것
이죠.
올림푸스배 스타리그 8강 B조 6경기 박상익 vs 서지훈
'기요틴, 테란도 이길 수 있다'
올림푸스배에 첫진출하여 8강, 그리고 4강까지 마지막 한계단이 남은 박상익선수. 그리
고 역시 첫 4강을 노리는 서지훈선수. 4강 문턱에서, 이기면 올라가고 지면 탈락하는 중
요한 경기였죠. 그리고, 그 무대 기요틴에서는 그 당시 테란이 저그 상대로 한번도 이긴
적이 없던 상태였습니다.
박상익선수 1시, 서지훈선수 11시에 위치한 상황에서, 박상익선수는 앞마당 공통입구가
아닌 앞마당을 바로 가져가는 선택을 합니다. 방송에는 확실히 안나왔습니다만,(그 때 '
꽃미남 김도형' 푯말을 비춰주고 있었습니다. -_-;) 서지훈선수는 배럭스를 먼저 가는
선택을 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로 인해 벙커링을 의식하여 박상익선수는 드론을 동원해
서 막아냅니다. 그 이후 서지훈선수의 선택은 투팩토리였습니다. 일단 속업-마인업벌처
로 흔든 뒤 골리앗. 지금이야 테란의 카드로 메카닉이 상당히 괜찮은 카드였지만, 그 당
시만해도 이윤열선수가 가끔 보여줬을 뿐 메카닉이 크게 성행한 편은 아니었습니다. 그
래서인지 박상익선수의 벌처에 대한 대응도 매끄럽지 않았고, 뒤늦게 뮤탈리스크를 모
은 선택도 그다지 좋지 않았다고 생각됩니다.
결국 서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