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오랜만에 글을 쓰는군요.
요즘 워크에도 꽤나 빠져있고, 또 다른 게임들도 하다보니 스타리그를 보러 현장에 가는 일이 줄었네요. 그러다보니 글도 쓸 일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오늘 벼르고 별렀던 게임티비 여성부 스타리그 녹화장에 다녀왔습니다. 서울에 벌써 2년째이지만 여전히 헤매는 탓에 걱정을 했는데 생각보다 쉽게 찾을 수 있더군요. 너무나 공개된 곳에 있어서요. 건물 안이라고 생각했는데 바깥에 그냥 보이더군요.
오늘은 아주 기분이 좋은 날이었습니다. 여성 선수들의 사인도 많이 받았지만 그보다 그 동안 모아왔던 사인의 수가 드디어 100을 넘어섰거든요. 스타 프로게이머만이 아닌 워크 게이머도 있고, 중계진 사인도 상당수지만 어쨌든 모아온 사인이 100 개를 넘어서니 감회가 새롭더군요. 같이 갔던 분들께 자랑도 했답니다.
오늘도 사진 몇 장 찍었습니다. 그럼 언제나처럼 주저리 주저리 풀어보지요^^
1. 열악한 제작환경, 열의에 찬 게임TV 제작진
사실 VOD만 봐 몰랐지만 게임티비가 어렵다는 것을 너무나 쉽게 느낄 수 있는 모습이었습니다. 아트레온이라는 곳에 녹화장이 있다고 하기에 건물 안쪽인줄 알았는데, 지나다니면서도 볼 수 있는 공개된 곳이더군요. 마치 노천극장과 같다고 할까요? 엠비씨게임의 무대와 비슷한 형식이었지만 분위기가 달랐죠. 녹화장 양쪽에서는 영화를 보고 나온 사람들이 지나다니고 아래쪽 카페에 들리기 위해 다니는 사람도 많았습니다. 전체적으로 어수선했죠. 구경하는 사람들이 게임에 집중하기가 쉽지 않더군요. 실제로 앉아서 게임을 구경하는 사람보다 지나다니는 사람이 많았습니다. 더구나 오늘처럼 추운 날에 중계진들도 손을 자주 비비더군요.
(중계진의 모습입니다. 변성철, 김대기 해설위원과 성승헌 캐스터지요.)
설치된 경기석도 완전한 방음은 아니기에 바람도 많이 들어갈 것입니다. 작은 손난로 하나만이 있어서 선수들이 가끔 그곳에 손을 대고 비비는 모습을 볼 수 있었죠. 관중석에도 갓을 쓴 전등 모양의 난로들이 세워져 있었지만 그 근처만 따뜻할 뿐이었습니다. 코엑스의 메가스튜디오나 세중은 더워서 외투를 벗어야 할 정도인데 말이지요. 관중석 역시 의자 대신 일자로 만들어진 나무판 뿐이었죠. 그래도 그곳에 은박 자리를 깔아둔 제작진의 정성이 보이더군요.
스탭이 거의 없었습니다. 왜 녹화방송으로 진행해야 하는 것인지를 직접 보고서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자금과 인력의 부족이었죠. 돌아가는 카메라는 넷이지만 그것을 돌리는 분은 겨우 두 분 뿐이었습니다. 그럼 그 두 분이 카메라만 돌리느냐? 아닙니다. 컴퓨터 세팅도 하고, 무대도 관리하고 조명 등도 다 봅니다. 녹화장에 자주 오신다는 ‘물빛노을’ 님의 말씀을 들어보니 스탭이 세 명뿐이라더군요. 정말 열악한 환경입니다. 물론 예전 초기 방송 때는 대부분 그랬다지만 라이브로 진행되고 여러 스탭이 활기차게 움직이는 온게임넷이나 엠비씨게임의 모습을 보다가 게임티비 녹화장을 보니 안쓰러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선수들도 딱히 대기실이 없어서 근처 카페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더군요.
(계단 쪽에 마련된 옵저버석입니다. 선풍기형 난로 하나가 돌아가고 있더군요. 장소가 좁아서 뒤에서 구경할 수도 없지요.)
(방송실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 좁은 곳에서 한 분이 모두 제어를 하시더군요.)
(오래된 나무판 위쪽에 깔린 은박 자리 곳곳에 붙은 청테이프가 마음을 아프게 하네요)
(카메라 중에서 가장 큰 카메라입니다. 엠게임 온게임 현장을 가보신 분들이라면 얼마나 차이가 나는지 아실 수 있을 것 같군요. 저 삼각대는 고정하라고 있는 것인데, 통째로 옮기시면서 찍으시더군요. 정말 고생하시는 모습이었습니다.)
(난로라고 하기에도 좀 그렇고, 온풍기라고 하기에도 좀 이상한 재미난 모양이었습니다. 제법 따뜻하더군요. 관중석에 네 개, 그리고 중계석 양쪽에 두 개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런 모습들에도 불구하고 제작진들의 표정은 밝더군요. 그래서 참 기분이 좋았습니다. 다른 방송사들도 초기에는 많은 고생을 했고, 게임티비 역시 한 번의 큰 좌절을 겪었기에 새롭게 임하는 각오도 남다르겠죠. 열심히 하는 그들의 모습을 보며 게임티비가 잘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 들었더랬지요. 사정도 모르고 왜 라이브 방송을 하지 않는가에 대해 혼자 푸념을 늘어놓았던 제가 부끄러웠습니다. 게임티비 제작진 여러분 파이팅 하시길 바랍니다!
2. 서포터즈의 등장!
김영미 선수의 팬카페 회원들이 플래카드를 만들어 오셨더군요. 멋진 사진이었습니다. 그리고 경기 전에 “김영미 선수 파이팅” 이라는 구호도 외치셨습니다. 엠게임이나 온게임에서는 너무 자주 봐왔던 모습이지만 게임티비 녹화장에서 네 경기가 진행될 동안 한 번도 보지 못한 모습이었죠. 멋진 플레이가 나와도, 승리와 패배가 확정되어도 녹화장 안은 조용한 경우가 많았죠. 사실 왕년에 여성부 랭킹 1위를 달리던 김영미 선수였으니 그런 정도이지 서지수 선수조차 응원하는 팬들의 모습을 보기 힘들더군요. 그러니 다른 여성 선수들은 말 다했죠. 심지어 관중석에 앉아서 같이 구경하는데도 모르는 분들도 있더군요. 물론 덕분에 사인 받기에는 편했습니다.
하지만 희망은 있는 것 같습니다. 오늘 저와 함께 가셨던 분도 이지혜 선수의 팬이 되셨으니까요. 아직 잘 알려지지 않았을 뿐, 외모와 실력을 겸비한 여성 게이머들이 늘어나고 있으니 팬들의 수도 늘어나겠죠. 과거 임요환 선수의 팬카페 회원이 몇 만 정도일 때는 남자 선수들보다 팬카페 회원이 더 많은 여자 선수들이 꽤 있었습니다. 비록 대부분 은퇴를 하고 없지만 다시 그렇게 되지 않으리라는 법은 없겠죠. 오늘 본 남성 팬들의 모습에 많은 희망을 느꼈습니다.
3. 이명근 감독님과 조정웅 감독님을 뵈었습니다.
오늘 한빛에 덜미를 잡히신 KOR 이명근 감독님이 코치분과 함께 이종미 선수를 응원차 오셨더군요. 그리고 플러스 조정웅 감독님도 오셨습니다. 이전에 열렸던 길드전에서 오영종 선수가 초청 게이머로 나왔고, 플러스 소속 게이머들도 경기가 있었으니까요. 이명근 감독님은 팀이 져서 한숨도 나오셨겠지만 그래도 팀원을 챙겨주기 위해 오신 모습이 보기 좋았습니다. KOR, 플러스 두 팀 모두 어서 좋은 스폰서를 만났으면 좋겠네요. 아! 우연히 바로 옆에서 들을 수 있었는데 KOR 코치님이 이종미 선수를 만나자마자 “좋겠다?” 라면서 압박을 하시더군요. 오늘 한빛에서 가장 활약한 선수라고 할 수 있는 이가 바로 김선기 선수이니까요. 한빛의 주장이 선발 첫 경기 승리에, 마지막 마무리까지 했으니 더 없이 기쁜 날일 것입니다. 이종미 선수야 만감이 교차했겠지만요.
이명근 감독님께 사인을 요청했지만 나중에 해주시겠다고 하시더니 사라지셨습니다. 의외로 수줍음을 많이 타시네요. 아참, 플러스와 KOR의 경기복이 참 멋지더군요. 남자 선수들보다 여자 선수들에게 더 잘 어울리는 것 같았습니다.^^
(왠지 도촬 분위기가 나는군요. 저 뒤쪽 기둥 쪽에 서 계신 분이 이명근 감독님이시고, 그 옆이 아마 코치님이신 것 같네요.)
4. 사인 100개를 돌파하다!
97개에서 지지부진 했던 사인이 드디어 100개를 돌파하고 말았습니다. 기쁜 일이네요. 마지막 장까지 빼곡하게 실린 사인북을 보니 정말 기분이 좋았습니다. 이제 새로운 사인북을 하나 사야 할 것 같네요.
남자 선수들보다 여자 선수들에게 사인을 받는 것이 더 어려웠습니다. 낯이 많이 두터워졌다고 생각했는데 말이지요. 같이 구경하던 채널 분들이 있어서 그분들을 믿고 힘차게 사인 받으러 갔는데, 뒤에 따라오실 줄 알았던 두 분이 멀리서 구경만 하시더군요. 난감했습니다. 그래도 결국 다 받아냈죠. 아쉽게 이지수 선수는 받지 못했네요. 아마 100번째 받은 사인이 이지혜 선수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같은 동향이라 친근감이 있었는데, 실제로 보니 정말 미인이시더군요. 덕분에 같이 구경하시던 분이 팬이 되셨습니다. 거기에 오늘 경기 승리까지 했죠^^
대부분의 선수들이 사인 하는 것을 상당히 어색해 하더군요. 마치 워크 게이머들처럼요. 사인이 없다고 하신 분들도 있었지만 끝내 받아낸 경우도 있었고, 쓰기 전에 연습을 하고 쓰던 분도 있었죠. 그런 모습이 참 순수해 보여서 좋았습니다. 물론 같이 갔던 분들에게는 게임 보러 온 것이냐, 아니면 사인 받으러 온 것이냐는 핀잔도 들었지만요.
어쨌든 오늘 풀리그 마지막으로 4강이 확정되었고, 이제 탈락한 선수들은 한 동안 보기 힘들겠네요. 여성부 리그가 거의 없기 때문에 이들을 다시 볼 수 있을지 걱정도 됩니다. 리그가 없으면 목표가 없으니 의욕이 없어지고, 그렇게 되면서 그만두는 게이머들도 많았죠. 이번에 엠비씨게임에서도 리그가 생겼으니 좌절하지 않고 계속 연습하여 다음에도 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 동안 수고하셨습니다^^
(사인을 해주고 있는 이지혜 선수입니다. 옆에는 김가노 선수, 그리고 쳐다보고 있는 같은 팀원 선수는 박지혜 선수입니다.)
(사인을 하기 전에 어떻게 쓸까 잠시 생각하는 듯한 모습의 박지혜 선수입니다. 잘생기고 게임도 잘하는 남자 선수들도 많지만, 예쁘고 게임도 잘하는 여자 선수들도 많습니다^^)
(서지수 선수의 사인은 예전에 받았기에 이지수 선수의 사인을 받고 싶었는데, 받지 못했네요. 아쉬웠습니다. 오늘도 서지수 선수 정말 화끈한 모습을 보여주더군요. 이러다가는 엠비씨게임도, 게임티비도 “서지수를 이겨라!”가 테마가 될지 모르겠다는 생각까지 듭니다.^^)
5. 마치며
새로운 경험이었습니다. 언제나 따뜻한 곳에서 맘 편히 보다가 그런 열악한 환경에서 보게 되니 여러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 속에서도 열심히 경기를 하는 선수들이 대견했구요. 경기 중간 중간 작은 손난로에 손을 비비는 모습, 경기가 끝나고 이긴 선수건 진 선수건 모두 모여서 웃으며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 그리고 그런 속에서도 스탭과 선수들 모두 자주 웃는 모습에 마음이 아프면서도 기분이 좋았습니다. 다른 방송사들도 처음에는 다 저랬을 테지요. 언젠가 피지알 게시판에 방송사가 여전히 초심인가에 대해 글을 쓴 적이 있는데, 게임티비 역시 지금의 이 모습을 오래오래 새겨두었으면 좋겠습니다.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누군가 홈페이지 게시판에 초심을 생각하라고 질타하는 글이 나올 만큼 잘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처음에는 조금 불안해 보였던 중계진도 이제 틀이 갖춰져 가고 있더군요. 중간 중간 농담도 할 정도로 여유를 많이 찾은 것 같습니다. 성우처럼 좋은 목소리와 위트를 가지고 계신 성승헌 캐스터와 수많은 기발한 전략 전술을 보여줬던 김대기 해설위원, 그리고 플러스 코치직을 겸하고 있어 최근 경기 동향에 밝은 변성철 해설위원으로 이루어진 중계진이라면 다른 중계진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겠지요. 앞으로도 좋은 중계 들려주시기 바랍니다.
늘 혼자서만 구경을 가다가 다른 분들과 같이 구경을 하니 또 새롭더군요. 언제 다시 모여서 구경 갈 생각입니다. 아저씨들만 우르르 가면 이상하게 볼 줄 알고 걱정했는데, 불행인지 다행인지 관중석에 앉은 분들 중 남자분들의 수가 월등해서 부담이 없었습니다.
이제는 시니어리그 하나만 더 생겼으면 좋겠습니다. 벌써 잊혀져가는 게이머들을 위해서 말이지요. 예전에는 아이티비에서 변성철, 기욤, 임성춘, 이기석 선수 등 요즘 리그에 보이지 않는 선수들을 모아 유즈맵 게임을 하곤 했는데, 아이티비가 사라지고 나서는 그런 모습조차 보기 힘드네요. 불과 몇 년 사이에 올드 게이머라 부르는 것이 이상하긴 하지만 어쨌든 오랜 기간 추억을 공유했던 그 게이머들을 다시 보고 싶네요.
마지막으로 오늘 받은 사인들을 올립니다.
오늘도 즐거운 하루 되시길 바랍니다.^^
이 글과 사진의 무단 퍼감을 금합니다. 쾅!
(전혜경 선수의 사인입니다. 사인이 없다고 한참 고민하시더군요^^)
(이지혜 선수의 사인입니다. 조금 난해하군요^^)
(이종미 선수의 사인입니다. 사인이 없다고 하는 걸 억지로 졸라서 받았네요^^)
(질럿공장장 오영종 선수의 사인입니다. 특별전 때문에 운 좋게 건졌네요^^)
(박지혜 선수의 사인입니다. 오늘 받은 사인 중 제일 귀엽군요^^)
(김가노 선수의 사인입니다. 약간의 헤프닝이 있어서 두 장을 받았네요^^)
(가난저그의 대명사 변성철 선수의 사인입니다. 아니, 이제 해설위원이로군요^^)
(성승헌 캐스터의 사인입니다. 사인 요청을 하니 상당히 당황하시더군요^^)
* homy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5-02-21 16: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