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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봐도 좋은 양질의 글들을 모아놓는 게시판입니다.
Date |
2004/12/20 01:18:06 |
Name |
공룡 |
Subject |
중계진을 보면 떠오르는 음식들 |
요즘 세상이 좋아졌더군요. 냄비에 물 끓여서 봉지 째로 3분만 넣어서 끓이면 별게 다 나옵니다. 야식 먹으면서 게임중계 보다가 문득 생각나서 적어봅니다. 중계진을 보면 생각나는 음식이라는 것이 참 생뚱맞기는 하지만 재미있을 것도 같아서요. 앞으로 쓰일 글은 지극히 주관적인 생각임을 말씀드립니다. 캐스터와 해설자의 장단점을 이야기하려는 것은 아닙니다. 그냥 떠오르는 느낌과 생각을 적어보려 합니다.
사실 시청자의 입맛에 딱 맞는 중계진은 단 한 명도 없지요. 그리고 전에도 말씀드렸지만, 사람이라는 동물은 워낙에 간사해서 자신이 듣고 싶은 것만 듣게 되고, 보고 싶은 것만 보게 됩니다. 간단한 예로 실연의 아픔을 겪게 될 때는 들려오는 가요가 다 자기 이야기만 같습니다. 누군가를 좋아하게 되면 남들이 뭐라고 해도 잘 들리지 않죠. 그리고 사랑하는 대상은 세상 그 누구보다 예쁘게 보입니다. 그러다가 권태기가 오게 되면 그 예쁘던 이성에게서 하나 둘 좋지 않은 점을 발견하게 되죠. 때문에 아무리 객관적으로 본다고 해도, 자신이 좋아하는 종족이 있고, 팀이 있고, 선수가 있다면 거기에 맞춰서 중계가 들리게 된다고 생각합니다. 특별히 좋아하는 것이 없이 아주 객관적으로 듣는다고 해도 그것이 완전히 객관적이라고는 할 수 없죠. 따라서 지금부터 쓰는 제 이야기도 분명 주관적인 것입니다. 그것도 아주 극히 개인적으로 말이지요.
서두가 길군요.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먼저 온게임넷입니다. 게임방송 부동의 1위를 고수하고 있는 방송사이지요.
정일훈 캐스터 : 한 때는 정말 누구도 스타크래프트를 비롯한 게임이 e-스포츠로 불리게 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프로게이머가 직업이라고 생각하는 분도 없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 분은 분명 처음부터 그렇게 생각했을 것입니다. 아니면 그렇게 만들 수 있으리라 확신하셨을 것입니다. 가장 인기가 많은 스타리그의 메인캐스터로서 게임이 스포츠임을 항상 강조하셨죠. 해설 역시 스포츠 중계를 하듯 격정적으로 하셨습니다.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시작 카운트를 알리는 소리가 끝나고 나서 조용히 들려오는 “경기 시작됐습니다.” 라는 정일훈 캐스터의 차분한 음성을 기억합니다. 그리고 유행어처럼 번졌던 “해처리 해처리~ 깨졌습니다!”(저그 유저들에게는 참 가슴 아픈) 라는 멘트도 기억나는군요. 한 때는 새로운 캐스터가 나타나면 그 기준처럼 항상 비교되는 분이기도 했습니다. 아나운서의 경력이 그러하듯 말솜씨도 뛰어나고, 임기응변에도 강하시죠. 선수들을 잘 이해하기에 각 선수별로 적당한 별명을 지어주거나 은유적 표현으로 묘사를 하시기도 합니다.
이 분을 음식에 비유하자면 아주 양이 많고 맛있는 분식집 돈까스입니다. 엘리트 직종의 하나인 아나운서를 포기하고 당시에는 누구나 말렸을 법 한 게임 캐스터로 도전을 하셨지요. 그리고 그곳에서 꽃을 피웁니다. 마치 고급 레스토랑의 직원을 포기하고 스스로 분식집을 차려 더 맛있는 돈까스를 만들어낸 사람 처럼요. 지금은 워크리그 중계를 하고 계시죠. 워크리그는 스타리그와는 또 다른 불모지입니다. 계속 도전을 하고 계신 것이죠. 그의 도전이 언젠가는 큰 결실로 돌아와 또 한 번 우리들을 즐겁게 해줄 것이라 믿습니다.
엄재경 해설위원 : 해설위원 중에서 맏형이시죠. 이 분의 경력을 생각하면 정말 어떻게 게임해설을 시작하셨는지 참 궁금하기까지 합니다. 해설위원 중에서는 가장 게임을 못하시는 분일 것입니다. 요즘 해설위원들은 대부분 게이머 출신이니까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게임해설을 못하시는 것은 아니죠. 그 누구보다 먼저 선수들의 게임전적을 정리하신 분이고, 그것으로 시청자의 흥미를 유발합니다. 그리고 가끔은 게이머 출신의 다른 해설위원보다 더 정확한 예측을 하기도 하시죠. 하지만 그런 것보다 더 뛰어난 점은 시청자의 흥을 돋울 줄 안다는 것입니다. 이야기를 듣다보면 금방 빨려들게 되죠. 구수한 입담을 보면 야구의 하일성 해설위원이 생각납니다. 한 때(어쩌면 지금도) 가장 인기가 많은 해설위원이었죠. 두 해설위원의 공통점이라면 자칫 지루해질 지도 모르는 게임 속에 시청자의 관심을 집중시키는 요소를 끊임없이 만들어내고, 이야깃거리가 생기게 한다는 것입니다. 관중의 흥을 돋우는 것! 그것이 바로 스포츠 중계를 하는 중계진의 가장 기본이죠.
이 분을 음식으로 비유한다면 강이나 바다가 보이는 도심 외곽에 지어진 식당에서 푸짐하게 끓여주는 추어탕입니다. 고도의 집중력을 요구하는 프로게이머들의 경기에서 관중들의 긴장을 풀었다 조였다 하듯이, 도시의 답답함에 찌든 사람들이 잠시 주말을 이용해 외곽에 나와 먹는 아주 진한 추어탕 말이지요. 구수한 된장찌개도 생각납니다. 된장찌개를 맛있게 끓이려면 무엇보다 오랜 기간 잘 숙성된 좋은 메주가 있어야 하죠. 게임큐 시절부터 시청자를 찾아간 엄재경 해설위원보다 더 오래되고 숙성된 재료는 없을 것입니다. 만들기 전부터 그 구수한 냄새에 정신을 빼앗기니까요.
김도형 해설위원 : 아마 최초의 선수 출신의 해설위원이 아닌가 합니다. 여전히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는 엄전김 트리오의 든든한 한 축이죠. 초기에는 너무 딱딱하고 차분한 해설로 인해 차갑게 느껴졌지만 요즘은 완전히 이미지 변신이 끝난 것 같습니다. 가끔 하시는 촌철살인의 유머도 그렇지만 요즘 게임빌 CF에서 정말 제대로 망가지고 계시죠. 다른 두 분의 목소리가 워낙 크고 다혈질이시기에 김도형 해설위원의 존재는 정말 꼭 필요합니다. 너무 뜨거워진 분위기를 차분히 식혀 줄 누군가가 필요하니까요. 하지만 이 분 역시 선수출신이니 뛰어난 컨트롤이나 멋진 전략전술이 나오면 흥분하십니다. 게임에 몰입한 나머지 가끔 이미 캐스타나 다른 해설위원이 말씀하신 내용을 다시 이야기하실 때도 있죠. 게이머 출신에, 오랜 경력도 있기에 어찌 보면 엄전김 트리오에서 가장 정확한 예측과 설명이 가능하겠지만, 항상 말씀을 하실 때는 “제가 보기에” 혹은 “제가 볼 때” 라는 말을 전제로 하십니다. 물론 단정적인 말씀도 가끔 하시지만 그건 정말 단정적인 경우일 때가 많죠. 가장 튀지 않으시지만 가장 필요한 해설위원이시기도 하죠. 요즘 프로리그에서도 김동수 해설위원과 좋은 궁합을 보이고 있습니다. 어떤 분과 중계진을 편성하더라도 부담이 되지 않는 분이죠.
이 분을 음식에 비유한다면 시원한 백김치일 것 같습니다. 보기에도 깔끔하고, 아삭아삭 씹히는 맛도 좋죠. 국물 한 모금 하면 다른 음식이 더 맛있어집니다. 잘 익은 김치라고 해도 되겠군요. 다른 음식을 맛있게 하는, 한국인의 식탁에서는 결코 빠질 수 없는 음식이니까요. 경양식 집에서도 김치가 나오는 우리나라에서 아무리 산해진미가 있다고 해도 김치가 없다면 말짱 황이죠. 며칠 동안 김치에만 밥을 먹을 수는 있어도 김치 없이 며칠 동안 밥을 먹기는 정말 고역입니다. 김도형 해설위원이 그런 분이 아닌가 합니다.
전용준 캐스터 : 정일훈 캐스터의 바통을 이어받아 초기에는 어려움이 많으셨지만 이젠 완전히 자리를 잡으신 분입니다. 역시 같은 아나운서 출신인지라 멘트에 막힘이 없으시죠. 전에도 썼었지만 이 분은 정말 계산된 흥분을 잘 하시는 분입니다. 시청자를 흥분시키는 데, 이 분을 따를 분이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런 속에서도 중계에서 헛말이 나오는 때가 거의 없죠. 흥분하면 말이 새는 경우가 많고 실제로 그런 분들이 많지만 상대적으로 훨씬 많이 흥분을 하시는 전용준 캐스터에게서 그런 경우는 오히려 적습니다. 아주 많은 준비와 연습을 하고 오시는 것이겠죠. 이 분의 가장 큰 장점은 “난 정말 하나도 모르겠어!” 입니다. 캐스터로서 당연한 것입니다. 게임은 옆에 앉은 해설위원들이 잘 아니 무조건 물어보는 것이지요. 시청자들도 알 법한 아주 뻔한 질문도 자주 합니다. 하지만 그 질문이 뻔하기에 나올 답도 뻔합니다. 그리고 그 답을 전용준 캐스터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다음 멘트가 미리 준비가 되지요. 막힘이 없습니다. 그러나 가끔 김도형 해설위원의 “말다했죠” 류의 멘트가 나오면 잠시 당황하기도 하시죠. 그 외 나머지 시간에는 무조건 목청 높여서 눈에 보이는 것을 중계합니다. 그리고 그런 모습에 시청자들도 덩달아 흥분을 합니다. 경기 전에 흥분 잔뜩 시켜놓고, 경기 시작하고 첫 일꾼이 나갈 때부터 다시 달아오르게 합니다. 시청자가 하품 한 번 할 시간을 주지 않는 것이죠. 그래서 사람들은 금요일 저녁 7시만 되면 마법에 걸리고 맙니다.
이 분을 음식에 비유한다면 요즘 유행한다는 불닭 혹은 고추장 잔뜩 넣어 양푼에 넣고 비벼먹는 비빔밥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새빨간 비빔밥은 정말 맛깔스럽죠. 먹으면 땀이 줄줄 흐릅니다. 하지만 그래도 사람들은 흐르는 땀을 닦아내며 열심히 먹습니다. 맛있으니까요. 게다가 영양도 풍부하고 양도 많아서 먹고 난 뒤 밀려오는 포만감에 또 한 번 만족합니다. 늘 그의 중계를 들으면 만족감이 생깁니다. 그 어떤 스포츠 중계보다도 열정적인 전용준 캐스터의 몸짓과 목소리에 박수를 보내고 싶네요.
정소림 캐스터 : 이 분을 처음 본 것은 게임큐에서였습니다. 정말 오래 되신 분이죠. 최은지 캐스터의 뒤를 이어 처음 중계를 시작하셨는데, 첫 중계부터 뛰어난 말솜씨와 재치로 놀라게 했지요. 엠비씨게임의 이현주 캐스터와 함께 양대 방송사의 홍일점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 분은 ‘여자 전용준’이라고 해도 될 만큼 흥분을 잘 하십니다. 그런데 계산되고 그런 것이 아니라 정말 흥분을 하시죠. 숨이 막 넘어갈 것 같은 하이톤의 음성을 듣다보면 이 분이 정말 게임을 좋아하는구나 라는 생각이 들게 됩니다. 예전 WCG에서 임요환 선수와 베르트랑 선수가 경기를 했을 때, 유리하게 상황이 흐르자 너무나 신이난 목소리로 중계를 하시더군요. 마치 올림픽 유도나 레슬링에서 우리나라 국가대표가 상대와 싸울 때의 중계진 모습을 보는 것 같았습니다. 그 때 팬이 되었지요. 최상용 캐스터의 공백 때문에 임시로 이 분이 중계를 맡게 되었을 때, 그냥 고정이 되셨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실제로 그런 의견을 쓴 적도 있었죠) 정말 얼마 뒤에 고정이 되셨더군요. 참 기뻤습니다. 꽤 오랜 방송경력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마치 어린아이처럼 흥분하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는 것이 부럽기도 합니다. 이 분이 어엿한 한 가정의 주부인 것을 아직도 모르는 분이 분명 있겠죠?
이 분을 음식에 비유한다면 깔끔한 쟁반에 담긴 생선회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입 안에서 살살 녹는 살점과 가끔 느껴지는 겨자의 톡 쏘는 맛은 그야말로 일품이죠. 아무리 먹어도 배가 부를 것 같지 않고, 술도 부드럽게 잘 넘어갑니다. 그리고 다 먹었다 싶을 때 꼭 다른 요리가 또 올라와서 즐겁게 합니다. 마지막 요리인 매운탕이 나올 때쯤엔 튀어나온 배를 두들기며 부담스러워하지만 결국 다 먹게 되죠. 맛있으니까요!
김창선 해설위원 : 게이머 출신 해설위원 중에서 가장 방송에 적합한 단어선택을 하시는 분입니다. 물론 오랜 경력 탓도 있지만, 노력을 많이 하시는 것 같더군요. 단순히 발업, 사업, 속업 이런 식으로 부르던 것들의 원래 용어를 쓰시려고 노력하셨던 점도 참 신선했습니다. 게이머 출신 해설위원들의 가장 큰 단점은 속어가 너무 난무한다는 것이지요. 물론 초기에 자주 그럴 뿐, 나중에는 나아지지만요. 김창선 해설위원도 처음에는 그랬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초기 해설의 모습을 보지는 못했으니까요. 그러나 사람들에게 알려지기 시작할 무렵에도 올바른 단어선택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많이 보였던 것으로 보아서는 그렇지 않았을 것 같군요. 그런데 요즘 와서 다시 조금 바뀌시는 것 같더군요. 가끔 일부러 속어도 쓰시는 것 같고, 유행어에도 민감하시더군요. 아마도 해설이 딱딱하고 유머감각이 없다는 말을 누군가에게서 들으셨던 것일까요? 개인적으로는 김도형, 이승원, 이정한 해설위원처럼 조금은 딱딱하고 차분한 해설위원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3인중계이니 나머지 부분은 다른 해설위원이 하면 되니까요. 아마도 1캐스터 1해설의 2인 중계를 오래 하셔서 모든 역할을 다 하시는 것이 버릇이 되셨을 지도 모르죠. 그런 면에서 3인 중계에는 아직 적응이 덜되신 것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가끔 의견의 대립으로 중계의 맥이 끊기는 경우가 보이더군요. 하지만 2인 중계를 할 때부터 많은 인기를 얻으셨던 분이니 곧 적응을 하시겠지요. 아니면 아예 2인중계의 중계프로를 맡으시는 것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이 분을 음식에 비유한다면 고급 카페의 원두커피 같습니다. 고급 레스토랑의 스테이크라고도 할 수 있겠죠. 오감으로 음미하며 천천히 즐겨야 합니다. 자유분방한 사람에게는 그 자리나 격식이 조금 불편할 수도 있겠지만, 알고 보면 영양도 많고 맛있습니다. 아주 고급 음식의 경우에는 주방장이 직접 나와 조리를 하기도 하죠. 시각적인 즐거움도 주기 위해서입니다. 그리고 음식에 대한 유래나 먹는 방법 등, 간단한 설명도 들을 수 있습니다. 오감 만족이죠!
김동수 해설위원 : 프로게이머의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모두 보여주는 해설위원이라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게이머로서 얻을 수 있는 영예는 거의 다 얻었고, 이제는 프로게이머의 미래를 보여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요. 해설위원으로, 게임개발자로, 정말 바쁜 삶을 보내고 있습니다. 김동수 해설위원도 흥분하는 해설위원의 스타일입니다. 김도형, 김창선 해설위원 등과 짝을 이룬 것은 당연한 것 같습니다. 정상의 게이머였기에, 게임의 흐름도 잘 잡아내지만 역시나 게이머였기에 선수의 입장에서 과도한 흥분을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게 전혀 흉하지 않죠. 그런 모습이 사람들을 흥분하게 하니까요. 그리고 참 열심히 노력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같은 말이라도 의미를 부여하려 하고, 엄정김 트리오가 그러했듯 선수들에게 별명을 지어주고 특화된 장점을 부각시키려 노력합니다. 물론 게이머들의 선배 입장에서 심한 질책도 자주 하긴 합니다. 조금은 냉정하게 들리는 “연습 안 하나요” 라는 말은 거의 유행어처럼 되었죠. 가뜩이나 냉철한 김창선 해설위원과 같이 진행하는 프리미어리그에서는 정말 게임하는 선수들 등에 식은땀이 흐를 것 같습니다. 그러나 그건 어디까지나 애정 어린 질책일 뿐이죠. 실제로 김동수 해설위원의 집은 게이머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더군요. 선수들의 사랑방이라고 합니다. 대부분의 게이머들과 친하고 정이 각별하기에 질책도 할 수 있는 것이겠지요. 단어의 선택을 보면 게임 외에 책도 많이 읽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하긴 게이머 시절부터 참 공부를 많이 한다는 인상을 받았지요. 물론 아직은 완전히 다듬어지지 않았지만 앞으로 조금만 더 시간이 흐른다면 온게임넷 해설위원의 든든한 기둥 중 하나로 우뚝 설 것 같네요.
음식으로 비유한다면 퓨전음식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직도 완전한 완성품은 나오지 않았기에 계속 새로운 것을 가미하거나, 잘못된 것을 빼고 있지요. 치즈를 얹어보기도 하고, 김치를 볶아보기도 하며, 때로는 재료 자체를 바꾸기도 합니다. 손님들은 어느 정도 입맛에 맞다고 말하지만 요리사는 멈출 생각이 없습니다. 아마도 모든 손님들의 입맛에 맞는 가장 완벽한 요리를 위해 계속 새로운 재료를 섞겠지요. 그리고 퓨전이 아닌 하나의 완성된 음식으로 불리게 될 날까지 노력할 것입니다. 그리고 손님들 역시 그 날을 기다리고 있을 것 같네요.
온게임넷은 이제 빠진 분이 없죠? 그러면 엠비씨 게임으로 넘어가지요. 엠비씨게임은 후발주자이기에 아직도 인기상에서는 온게임넷보다는 처지는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1년 전보다, 그리고 2년 전보다는 훨씬 그 사이의 간격이 작아졌죠. 젊은 방송사답게 시청자들의 의견을 적극 수용하고 새로운 도전을 많이 하고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중계진들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을 것입니다.
김철민 캐스터 : 올 봄 수많은 팬들의 가슴을 철렁하게 했던 분입니다. 암이라는 무서운 병을 이기고 이제 다시 활기찬 모습을 보여주고 계시죠. 엠비씨게임 리그 이전 KPGA 시절부터 캐스터를 해오셨고, 그 당시 같이 하던 해설위원들은 모두 교체가 되었습니다만 새로운 해설진과도 좋은 호흡을 보여주고 계시죠. 요즘 최상용 캐스터의 부재로 인해 너무 많은 리그를 진행하시는 것 같아서 걱정이 앞섭니다. 암이라는 병은 언제나 재발의 위험이 있는, 가장 무서운 병 중에 하나이니까요. 너무 무리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김철민 캐스터는 그 누구보다 게임에 대한 몰입도가 뛰어나신 것 같습니다. 덕분에 의외로 실수도 많이 하시죠. 예전 강민 선수와 이병민 선수와의 경기가 생각나는군요. 아비터가 리콜을 한 뒤에 하이템플러의 사이오닉 스톰을 외치셨지만 곧바로 터지지 않았죠. 당연한 것이 아비터의 환영을 만드느라 하이템플러 대부분의 마나가 부족한 상태였으니까요. 성우 못지않은 목소리를 가지셨지만 그 목소리가 처음부터 끝까지 간 적도 없습니다. 목이 쉬도록 정신없이 중계를 하시는 모습은 보기만 해도 즐겁습니다. 특히 예전 김정민, 강도경, 홍진호 선수간의 계속되는 재경기로 인해 최장 방송시간을 기록했던 당시의 기억은 정말 잊혀지지 않을 것 같군요. 온게임넷이 관록이라면 엠비씨게임은 젊음의 패기가 느껴지는 중계입니다. 중계진 모두가 흥분하며 외쳐대면 괜히 저까지 짜릿짜릿 하답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항상 김철민 캐스터가 계시죠. 앞으로도 계속 좋은 중계 들려주셨으면 합니다.
이 분을 음식에 비유한다면 불에서 나온 뒤에도 계속 끓고 있는 뚝배기 속 계란찜입니다. 넘치듯 부풀어 올라 보는 이에게 만족감을 주고, 한 수저 크게 떠서 입 안에 넣으면 그 부드러움에 또 한 번 만족감을 주죠. 아무리 먹어도 배가 부르지 않을 것만 같습니다. 맥주 안주로 나오는 감자칩이라고도 할 수 있겠네요. 먹어도 먹어도 계속 손이 갑니다. 엠비씨게임의 중계 역시 맥주 한 병 들고 볼 수 있는 즐거운 방송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계속 좋은 모습 보여주셨으면 좋겠네요.
이승원 해설위원 : 온게임넷의 김도형 해설위원과 비슷한 역할을 하시는 분이 바로 이승원 해설위원입니다. 역시 몇 되지 않는 비선수 출신의 해설위원이기도 하지요. 그러나 정말 많은 노력과 준비를 하시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어떤 프로에선가 게임중계를 하기 전에 준비한 종이를 보여줬는데, 두 장 가까이 빽빽하게 쓴 글씨체가 들어오더군요. 그리고 밤마다 리플레이와 실전 게임으로 감을 유지하시죠. 뭐, 어떤 해설위원이건 다 그러시긴 하겠지만요. 엠비씨게임의 중계진은 모두 흥분을 잘하는 것으로도 유명하기에 그나마 침착함을 보여주는 이승원 해설위원의 존재는 꼭 필요하다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가끔 게임의 전반적인 상황을 짚어주곤 해서 중간부터 게임을 본 시청자들의 이해를 돕기도 하고, 초기 선수의 빌드를 보고 앞으로 벌어질 상황전개에 대해 족집게처럼 집어내시기도 합니다. 게임의 상황을 참 잘 이해하고, 그것을 시청자들이 이해하기 편하도록 말하는 기술이 뛰어납니다. 하지만 처음부터 이렇게 말을 술술 잘 하시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초기 이승원 해설위원이 참여한 방송프로를 보신다면 상당히 더듬는 모습에 미소가 피어나실 것입니다. 순전히 노력을 통해 이만큼이나 올라오신 것이죠. 그리고 결국 엠비씨게임의 메인 해설위원의 자리까지 오르신 것입니다. 팀리그 등에서 임성춘 해설위원과 짝을 이루기도 하고 여타 여러 프로그램에 참여하시지만 모든 프로에서 같이 하는 분들과 참 원만한 진행을 하고 계시죠. 개인적으로 참 좋아하는 분이기도 합니다.
이 분을 음식에 비유한다면 스파게티라고 하고 싶군요. 수저와 포크를 이용해서 잘 휘감아 돌리는 재미도 재미지만 그렇게 동그랗게 모아진 스파게티를 입 안에 넣을 때의 만족감은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달콤한 치즈가 잔뜩 있는 피자라고도 할 수 있겠군요. 끈적이는 치즈를 감아올리고 한 입 가득 베어 물 때는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죠. 피자 하나를 만들기 위해서는 참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합니다. 토핑의 방법에 따라서도 맛이 달라진다고 하더군요. 맛있는 피자를 완성하기 위해 요리사는 참 많은 준비를 해야만 합지요. 그리고 그 노력에 따라 피자의 가치도 달라집니다. 지금의 이승원 해설위원은 충분히 맛있고 영양이 많은 고급 피자네요.
김동준 해설위원 : 선수 시절에도 많은 인기를 얻고 있지만, 해설위원이 되어서도 여전히 많은 인기를 얻고 있는 이가 바로 김동준 해설위원입니다. 무한종족최강전으로 데뷔한 이후 계속 좋은 모습을 보여주었고, 마침내 메인 해설위원으로 올라갔죠. 초기에는 선수시절의 감으로도 좋은 해설을 보여주었지만, 그것에 안주하지 않았지요. 속어를 줄이고 동료 해설위원과의 조율도 잘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열심히 노력하는 모습이 자주 보입니다. 예전 피지알 게시판에 직접 글을 써서 자신의 잘못된 점을 지적해 달라고 하기도 하셨던 기억이 나는군요. 초기에는 속어와 단정적인 멘트로 시청자들의 지적을 받기도 했지만 요즘에는 그런 모습이 거의 보이지 않습니다. 그리고 최근 해설로 데뷔한 젊은 선수들 중에서는 가장 고참이기에 능숙한 모습을 많이 보여주더군요. 김동준 해설위원의 가장 큰 장점은 다른 해설위원이나 캐스터의 말을 즉각즉각 받아서 중계의 리듬이 끊어지지 않도록 한다는 것입니다. 가끔 게임중계를 보다보면 캐스터나 해설위원의 멘트 이후 잠깐이라도 침묵이 흐르는 경우가 있다거나, 의견이 다를 때 상대가 말을 받아주지 않아서 머쓱한 경우도 보입니다. 그런데 김동준 해설위원은 그런 모습이 잘 보이지 않죠. 워크리그인 프라임리그를 보면 김동준 해설위원의 그런 능숙함을 잘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의견이 다를 경우라도 항상 자신을 낮춥니다. “물론 그럴 수도 있겠지만 다르게 생각해보면 이럴 수도 있습니다” “그 말도 맞습니다만 제 생각은 이렇습니다.” 류의 말을 자주 하시죠. 다른 해설위원과의 의견대립 시 자신의 주장만을 하지 않고 다른 의견을 존중하는 자세를 보입니다. 그래서 중계의 맥이 끊어지는 경우가 별로 없죠. 그렇다고 무조건 남의 의견에 동조만 하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자연스럽게 상대의 말을 받으면서도 자신의 의견도 피력하죠. 흥분과 절제를 모두 적절히 사용할 줄 아는 좋은 해설위원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분을 음식에 비유한다면 시원한 콩나물국입니다. 술 먹은 다음 날 훌훌 마시는 콩나물국은 정말 그만이죠. 중계에서 시원시원한 그의 목소리가 울려 퍼질 때는 속까지 시원한 기분입니다. 특히 “세상에서 제일 중요한 교전이에요!” 라는 멘트가 들릴 때쯤이면 정말 그 교전은 우리에게 세상에서 제일 중요한 교전이 되어버립니다. 바로 그가 그렇게 만들어버리는 것이죠.
최상용 캐스터 : 온게임넷에 있을 때부터 이 분을 좋아했습니다. 온게임넷에 있을 때는, 최상용 캐스터의 블랙유머를 받아주시는 해설위원들이 없었기에 아쉬웠지만 엠비씨게임에 오셔서 완전히 꽃을 피우셨죠. 특히 임성춘, 이승원 해설위원과 함께 게임을 진행할 때면 심각한 상황에서도 웃음을 터트리는 일이 자주 생깁니다. 너무나 재미난 내용들이 많기에 게시판에 최상용 캐스터의 어록이 올라오기도 했죠. 목소리의 톤이 비교적 높지 않아서 차분한 것처럼 보이시지만 흥분할 때는 흥분할 줄도 아시는 분이죠. 순간적인 임기응변도 강하시기에 재치 있는 멘트를 자주 날리시곤 합니다. 요즘 모습을 보이지 않으셔서 걱정이로군요. 처음에는 건강상의 문제인 줄 알았는데, 너무 오래 가는 것 같습니다. 팀리그와 마이너에서 활약하던 최상용 캐스터의 모습을 다시 보고 싶네요.
이 분을 음식에 비유한다면 칼국수라고 하고 싶군요. 별로 위에 부담이 되지 않으면서도 금방 먹을 수 있고 맛도 좋죠. 특별히 맛있는 음식 순위에 드는 경우는 없지만, 메뉴판에 없으면 허전한 음식이 또 칼국수입니다. 식당에 들어가서 가격이나 맛에 대한 걱정을 그리 하지 않고 먹을 수 있는 메뉴이기도 하죠. 그런 부담 없던 중계를 다시 듣고 싶습니다.
임성춘 해설위원 : 비교적 가장 최근에 해설로 데뷔한 해설계의 막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가장 최근까지 현역생활을 했기 때문에 선수출신 해설위원끼리 모여서 리그를 치른다면 1,2위를 다투겠지요. 하지만 해설위원으로서의 순위로 따진다면 그리 높을 수는 없을 것입니다. 아직 서툰 부분도 많고 방송용 언어로 적합하지 않은 단어도 자주 쓰곤 하니까요. 하지만 그런 것이 오히려 인기의 비결이 되고 있습니다. 너무나 심하게 솔직한 해설에 매력을 느낀다고나 할까요? 특히 최상용 캐스터와 함께 주고받는 대화는 정말 재미있었죠. 김동준, 이승원 해설위원처럼 능숙하게 말을 잘 하는 것은 아니지만 훨씬 솔직하고 담백한 맛을 느낄 수 있죠. 그러나 아직은 해설계의 초보일 뿐입니다. 해가 갈수록 더욱 능숙한 모습을 보여주시겠죠. 하지만 왜 그렇게 빨리 현역을 포기하신 것인지 아직도 아쉬움이 남습니다. 여전히 해설위원보다는 선수로서의 모습을 보고 싶은 것이 제 심정이니까요.
임성춘 해설위원을 음식에 비유한다면 청국장이라고 하고 싶군요. 정말 구수하죠. 썰렁한 겨울철에 가장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음식입니다. 냄새가 좀 좋지 않아서 기피하는 사람도 있지만, 일단 맛을 보면 다시 먹게 되죠. 추운 겨울철에 청국장 한 그릇! 정말 생각나게 하는 음식이죠.
이현주 캐스터 : 남녀를 통틀어서 게이머 출신의 유일한 캐스터라고 할 수 있겠군요. 비록 지금은 스타리그 해설이나 캐스터를 하지 않고 계시지만 워크리그에서 정말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계십니다. 초기 KPGA 시절에 임영수 해설위원과 함께 중계진으로 참여를 했고, 그 뒤 무한종족 최강전에서 김동준 해설위원과 함께 아주 깔끔한 캐스터의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하지만 한 쪽 리그에서는 해설위원을, 한 쪽에서는 캐스터를 하는 모습이 좀 헷갈리기는 했죠. 지금은 오로지 캐스터로서만 활동을 하시고 계십니다. 캐스터로서의 능력과 재치는 여타 다른 남성 캐스터에 비해 조금도 떨어지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유머란에 이현주 캐스터의 재치에 대한 내용들이 올라온 적도 있었죠. 중계를 듣다보면 노력도 많이 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워크리그의 중계를 듣고 있으면 중계진 전체가 워크에 대해 잘 이해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죠. 요즘 엠비씨게임의 스타 관련 리그를 모두 김철민 캐스터 혼자서 진행하는 것 같은데, 너무 힘들어 보여 마이너리그나 팀리그 하나쯤은 이현주 캐스터가 잠시라도 맡아주었으면 좋겠더군요. 이현주 캐스터의 역량으로 충분히 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이승원 해설위원, 김동준 해설위원의 초기 데뷔시절을 함께하며 잘 이끌어주었던 이도 바로 이현주캐스터였습니다. 남몰래 사모하였으나 남자친구가 있다는 말에 좌절했던 기억이 나는군요. 양대 방송사의 홍일점이 한 분은 주부이고 한 분은 임자가 있다니 정말 절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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